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56
정도마신 55화
어떤 분야에 있어서 최고가 누구인가에 대해 우열을 가리는 것은 사회집단의 본능이었다.
독화 당소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셋이나 알고 있다니?
사람들의 호기심이 크게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설린 역시 매우 궁금한 듯 사완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 번째는 내 사부님이지. 그분은 내 어머님과 같은 분이고, 내가 강호에서 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신 분이라고 할 수 있지.”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사부라니.
물론 사완악은 매우 진심으로, 객관적으로 한 소리였지만 그 진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완악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의 사부는 적어도 중년의 여인일 것이고, 그런 여인이 어찌 독화 당소윤보다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그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라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어머님이라는 표현 같은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당소윤도 황당한 비웃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나를 깎아내리려고 별소리를 다 하는구나.’
사완악은 이 같은 분위기를 느꼈지만 어깨를 으쓱할 뿐, 별다른 설명 없이 다시 말했다.
“두 번째는 내가 강호에 나와 처음 만난 여인인데…… 월궁문이라는 문파의 소문주 백리향이라고 했지. 그녀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청초한 꽃잎처럼 싱그러우면서 단아하고, 고상한 아름다움과 현명함이 느껴지는 여인이었지. 나의 사부님만큼은 아니어도 한 수 아래 정도라고 할까. 그래, 그녀야말로 강호 사대미녀 정도의 자격이 있는 미모였다.”
사완악이 말한 사람은 그에게 백의 장삼과 황금을 선물해 주었던 그 여인이었다.
그때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사완악도 속으로 그녀가 상당히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백리향이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마치 익숙한 이름인 듯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고, 곧바로 당소윤의 눈치를 살폈다. 반면, 당소윤은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사완악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때 설린이 옆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사 공자님…… 백리향은 강호 사대미녀 중 한 사람이에요.”
“아?”
사완악은 그제야 다른 사람들과 당소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당소윤에게 사대미녀의 자격이 없다면서, 다른 사대미녀 중 한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했으니 그녀의 체면이 크게 상하는 말이었다.
“오해하지 마. 그냥 사실을 말한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에 당소윤의 속은 더욱 뒤집어졌다.
이때 제갈근이 말했다.
“월궁문은 강호에서 활동이 적은 문파라 나도 백리 소저의 명성만을 들었을 뿐인데, 소협은 실제로 만나 봤다니 대단하오. 하지만 당신은 당 소저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셋이 있다고 하고 둘을 말했소. 마지막 한 사람은 누구요? 설마 다른 사대미녀도 만나 본 것이오?”
제갈근의 물음은 다른 청년들의 궁금증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사완악은 옅게 미소를 지은 후 말했다.
“아니, 그 사람의 미모는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
“그런 사람이 있소?”
“그녀는 바로…… 여기, 우리 문주님이거든.”
사완악이 몸을 비켜서며 손바닥으로 설린을 공손히 가리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설린에게로 향했다.
“…….”
설린은 일순 어리둥절하여 사완악과 주변을 살피다가, 사태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손사래를 쳤다.
“예? 저, 저, 저요? 사 공자님, 그게 무슨…….”
하지만 사완악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문주님은 첫인상은 강렬하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그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져서 평생을 함께 있어도 질리지 않을 얼굴이지. 특히 문주님의 맑은 눈빛과 피부는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지.”
“사, 사 공자님, 그만하세요!”
설린은 이 순간 가슴이 너무 쿵쾅거리고 민망하여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들은 사완악의 말을 듣고 설린을 자세히 바라보았는데, 정말 보면 볼수록 청순함이 느껴지는 외모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호수처럼 맑은 눈빛과 티 없이 깨끗한 피부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당소윤과 설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표정의 당소윤과 대조되어, 사람들은 설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때 사완악이 탄식하며 말했다.
“한 가지 더 말해 주자면, 우리 문주님은 웃을 때 훨씬 아름답거든. 그것을 보지 못한 당신들이 매우 안타깝군.”
청년들은 마치 한여름에 갈증을 느끼듯 애가 탔다.
독화 당소윤의 외모도 대단치 않게 여기는 사완악의 입에서 저런 극찬이라니?
그들은 마치 설린이 이 순간 한번 웃어 주기를 바라듯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설린은 너무나 창피하여 목덜미까지 빨개져 있었고,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완악을 노려봤다.
그 순간, 후기지수 세 명의 공격을 받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완악이 움찔했다.
그녀는 매우 화가 난 눈빛이었다.
사완악은 지금과 같은 설린의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왜, 왜 그래?”
사완악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기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강호 사대미녀보다 더 아름답다고 칭찬했는데, 어째서 저렇게 화난 표정인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어떤 설명도 없이 몸을 돌려 빠르게 연회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무, 문주님?”
사완악은 강호에 나온 이후로 가장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물론 이때 당소윤도 사완악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사완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문주님이 기분이 언짢으신 것 같군.”
당소윤이 그에게 말했다.
“어쨌든 나는 얼굴을 보여 주었으니, 아까 사천당문이 약조를 지키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하세요.”
사완악은 그녀를 향해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 그래, 그래. 사천당문 잘났다.”
“뭐라고요?”
“그럼 나도 이만.”
사완악은 당소윤과 더 이상 말도 섞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 서둘러 설린의 뒤를 쫓아 장내를 떠났다.
* * *
사완악은 설린이 나가고 거의 곧바로 따라 나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사완악은 경공을 펼쳐 설린의 처소로 향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주!”
설린은 사완악의 음성을 듣고도, 무시하며 빠르게 처소로 향했다.
하지만 사완악이 공중을 날아 그녀의 앞을 가로막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걸음을 멈추었다.
사완악은 의아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문주, 화났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설린이 고개를 들어 사완악을 쏘아보며 말했다.
“꼭 그래야 했나요?”
“응?”
“사 공자님이 당소윤에게 창피를 주려고 했던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쪽에서 먼저 그렇게 행동했고, 사 공자님은 받은 대로 돌려주는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꼭 저까지 사람들 앞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게 만들어야 했나요?”
사완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비웃음거리가 되다니?”
설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제가 당소윤이나 백리향 같은 여인들보다 못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제가 스스로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사 공자님은 당소윤에게 저처럼 평범한 여인보다 더 별로라고 말해서 창피함을 주려고 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저와 그녀의 외모를 비교하며 바라봤겠죠. 그게 제 입장에서 얼마나 민망하고 수치스러운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군요.”
사완악은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만!”
설린이 언성을 높이며 사완악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 말도 더 듣고 싶지 않네요. 비켜 주세요. 비무 대회 때 뵙죠.”
설린은 차가운 걸음걸이로 사완악을 지나쳐 처소로 향했다.
그러나 이때 사완악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설린은 정말 화가 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요.”
“아니지. 어떤 말도 더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사 공자님은 정말…… 끝까지 말장난하시는 건가요?”
“아니. 난 언제나 정확히 말할 뿐이야.”
“뭐라고요?”
“특히 설 문주에게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지.”
그리고 사완악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설린을 바라봤다.
“더 듣고 싶지 않다고 해도 오해가 있으니 말해야겠네. 난 문주에 대해 내가 느낀 것을 정확하게 말했을 뿐이야. 그게 전부야.”
“그, 그게 무슨…….”
설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가 사완악의 말뜻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사완악은 씩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문주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군. 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쉬고, 대회 날 아침에 올게.”
“…….”
설린은 순간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사완악은 그런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훌쩍 떠나갔다.
* * *
한편.
남궁준휘는 남궁세가에서 데려온 의원에게 부러진 팔을 치료받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으아아아아악!”
마치 울부짖음 같은 고함과 함께 방 안의 모든 찻잔과 그릇들이 와장창 깨지고, 의자가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그럼에도 남궁준휘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사완악…… 사완악……!”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그의 두 눈은 살의(殺意)로 가득 차 있었다.
“감히 네놈 따위가…….”
그것은 태어나 처음 겪는 수모였다.
아니, 절대로 그의 인생에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남궁준휘의 머릿속에 그를 바라보던 수많은 후기지수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감히 네놈들 따위가아!”
쾅!
방 가운데 있던 탁자마저 벽에 부딪쳐 쪼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남궁준휘는 정말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렇게 방 안에서 화만 낸다고 달라질 것이 있는가?”
그것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음성이었다.
남궁준휘는 깜짝 놀라 무인의 본능으로 검을 쥠과 동시에 돌아섰다.
그리고 그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방 안에는 한 명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구냐!”
사내는 약 삼십 대 초반으로, 서생 차림을 하고 있었고 한 손에는 큰 섭선을 쥐고 있었다.
그의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몸은 전체적으로 왜소한 편이었고, 창백한 얼굴은 마치 불치병에 걸린 사람처럼 병약해 보였다.
놀랍게도 그는 바로 구휘로 변장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사완악에게 진법을 펼쳤다가 크게 내상을 입었던 ‘이군(二君)’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물론 남궁준휘는 그와 초면이었다.
남궁준휘는 무공은커녕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백면서생이 언제 어떻게 이 방 안으로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오.”
남궁준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군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완악. 그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는 뜻이오.”
사완악.
그 이름 석 자를 듣는 순간, 남궁준휘는 눈에 힘을 주며 를 악물었다.
이군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말했다.
“복수를 하고 싶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