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datory Soul RAW novel -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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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샤칸은 하얀 등을 내려다보았다. 잡티 하나 없이 뽀얀 등에 곧은 척추가 도드라졌다. 워낙 살이 없어서 한 줌에 잡힐 듯한 허리를 살살 쓸면서 숨을 골랐다.
흠뻑 젖은 내벽이 성기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아찔하게 밀려오는 쾌감에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턱 근육이 뻣뻣해지도록 이를 꽉 맞물고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항상 이게 문제였다. 관계만 가지면 쾌감이 지독하니, 자꾸만 본능대로 행동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작고 마른 레아였다. 쿠르칸이 하는 방식대로 관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무리하게 밀어붙여버렸다.
신혼이라서 그런 것일까. 보기만 해도 벌떡벌떡 서는지라 몹시 곤란했다. 정말 사소한 자극에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특히 레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하는 행동들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오늘만 해도 그러했다. 야한 생각 하는 눈으로 물끄러미 저를 본다든가, 작고 도톰한 입술을 꼼질꼼질한다든가. 그러다 창고에서 먼저 입을 맞췄을 때는 결국 참지 못하고 대놓고 세워버렸다.
쿠르칸은 짐승의 피를 이었기에 성욕이 왕성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조금 심한 수준이긴 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수절한 탓도 있는 듯했다. 기억을 잃어버린 레아가 무서워할까 싶어서, 여태 이샤칸은 눈앞에서 살랑살랑 돌아다니는 부인을 놔두고 입맛만 다셔야 했다.
본의 아니게 수절한 끝에 드디어 침대로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오랜만에 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니, 오늘은 아주 흘러넘칠 때까지 가득 싸질러줄 생각이었다.
넘치도록 정액을 들이부으면 기억이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레아가 알았다면 기겁할 생각을 서슴없이 해대며, 이샤칸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니, 천천히 움직이려 노력했다.
“윽, 레아……!”
갑자기 사정없이 밑을 조이는 탓에 크게 몸을 굽혔다. 워낙 체구 차이가 나는지라, 레아는 이샤칸의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런데 가만있어도 비좁은 아래를 마구 조이는 것이다.
“레아, 힘 풀어…….”
처음에는 워낙 오랜만에 했으니 당황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샤칸은 침대시트를 꼭 그러쥔 두 손을 보았다. 조그만 주먹이 파들파들 떨리도록 움켜쥐고선, 안간힘을 써가며 밑을 조이고 있었다. 저절로 눈빛이 싸늘해졌다.
“레아.”
그러자 레아가 잔뜩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허, 헐렁하면 안 되니까…….”
이샤칸은 욕을 삼키며 짧게 웃었다.
“그 새끼가 작아서 그런 거야.”
이샤칸의 말에 하얀 등이 움찔 떨렸다. 그렇게 작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종알거리는 레아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힘을 풀도록 하면서 속으로 몇 번이나 욕을 짓씹었다.
이샤칸은 레아와 가졌던 과거의 잠자리들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진한 왕녀님을 꿀꺽 삼켜다가 이것저것 가르쳤을 때, 이샤칸은 무척 즐거웠었다.
점차 욕망에 솔직해지며 스스로를 표현할 줄 알게 되는 레아의 변화가 좋았다. 그 변화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도, 그리고 함께 서로 기분 좋은 성교를 나누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기억을 잃고 잠시 떨어진 사이, 레아는 블레언 놈에게 이상한 것을 잔뜩 배워버렸다. 이샤칸이랑 둘이서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레아였다. 그런 레아가 블레언의 침실에 앉아서 덜덜 떨면서 그 새끼가 지저분하게 놀아나는 꼴을 지켜봤다니, 생각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내가 그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될까.
어찌 죽여 놔야 속이 풀릴까.
그 뭣도 아닌 새끼 때문에 꼬이고 얽혀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무슨 짓을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듯했다.
이샤칸은 숨을 고르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지금은 눈앞의 반려에게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걸 보고 또 배웠답시고 열심히 기분 좋게 해주려 노력하던 레아를 떠올리니 화가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기죽어서 침대에 얼굴을 숨겨놓은 레아를 보드랍게 안으며 성기를 뽑아냈다. 기다란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이상했는지, 레아가 잠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샤칸은 레아를 반듯하게 마주 보도록 눕히곤, 다시 성기를 손에 쥐었다. 반들반들하게 젖은 틈새에 성기의 끄트머리를 맞추곤, 레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얼굴 보고 하자.”
별 소리도 아니었는데, 레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샤칸은 그녀와 시선을 단단히 얽은 채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점막 사이를 벌리고 안으로 깊게 파고들며 신음했다.
거칠게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을 참기 위해 가슴을 힘주어 주물렀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가슴을 주무르다, 손바닥에 거슬리는 젖꼭지를 괴롭히며 중얼거렸다.
“……나도 보고 싶었어.”
항상, 언제나, 하루 종일.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레아가 무어라 답하기 전에, 아랫배를 맞추고 허리를 흔들었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이샤칸은 잔뜩 열 오른 신음을 뱉으며 연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레아, 레아…….”
따뜻하고 촉촉하게 감싸는 안의 감촉이 너무 좋았다. 느낄 때마다 움찔대며 경련하는 것도 좋았고, 신음을 참으려 애쓰다가 이따금씩 못 견디고 새되게 소리 지르는 것도 좋았다.
흥분에 취한 레아가 어설프게 따라서 허리를 흔들었을 땐, 이샤칸은 그녀를 너무 험하게 다루지 않도록 모든 인내심을 끌어 써야 했다.
“흣, 하아, 레아, 윽, 하아…….”
이름을 부르며 강하게 쑤셨을 때였다. 쾌감에 젖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레아가 눈을 크게 떴다.
“학, 흐아, 이, 이샤칸……!”
갑자기 다급하게 몸부림치며 이샤칸을 밀어냈다. 몇 번이나 몸을 섞어왔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물을 싸려는 것이었다. 레아가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밀어댔지만 모른 척했다. 이샤칸은 그녀가 싸는 걸 좋아했다.
“그만, 잠, 잠깐만요, 아, 안 돼, 흑, 그만…….”
벗어나려 들기에 꼼짝하지 못하도록 몸을 짓눌렀다. 말랑한 가슴이 흉통에 눌려 짓뭉개졌다. 봉긋한 가슴 끝에 뾰족이 솟아있는 젖꼭지의 감촉이 느껴져서 잠깐 웃었다.
오래 웃을 여유는 없었다. 레아의 손목을 머리 양옆으로 눌러놓고 허리를 잘고 빠르게 쳐올렸다. 침대가 무너질 듯이 삐걱대는 것을 무시하고, 아까부터 야하게 젖어있어서 거슬리던 입술을 덮쳤다.
입 안에 흠뻑 고인 타액을 남김없이 핥아먹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혀를 맞비비고 쭉쭉 빨았다.
바르작거리며 울음 섞인 신음을 흘리던 레아가 몸을 빳빳하게 굳혔다.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보라색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순간, 레아는 허리를 휘며 발발 떨었다.
“힛, 으, 흐, 흐아앙……!”
내벽이 크게 꿈틀거리며 사방에서 조여들었다. 성기를 잘라 먹을 듯이 조이는 탓에 이샤칸은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맞닿은 배가 축축해졌다. 간헐적으로 경련하며 옴찔옴찔 조이는 안쪽을 성기로 느릿하게 드나들었다. 절정의 여운에 넋이 빠져 있던 레아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눈물과 타액, 그리고 밑에 싸지른 물로 온통 흥건하게 젖은 레아는 다시금 울기 시작했다.
“흐, 흐윽, 읏, 으흑…….”
놀랐는지 몸을 들썩여가며 울기에, 부드럽게 가슴을 만져주며 달랬다. 젖꼭지를 살살 손끝으로 굴려주자 또다시 몸을 바르르 떨었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잖아요…….”
창피하고 서러운 모양인지, 훌쩍이며 칭얼거렸다.
“왜, 왜 계속 해서……. 흑, 흐윽…….”
이샤칸의 기억 속에서야 이미 수없이 침대를 흠뻑 적셨다만, 지금의 레아에게는 처음이었다. 기분 좋아서 싸버린 물을 소변으로 착각하는 것이 귀여워서 이샤칸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이샤칸이 웃는 것을 본 레아는 주먹을 쥐고서 마구 때려댔다. 당연히 아프지 않았다. 작은 손으로 때려봤자 간지러울 뿐이었다. 오히려 발개진 얼굴로 할딱거리며 우는 것을 보니 더 흥분되어서 곤란했다.
주먹을 꼭 쥐고 이샤칸의 가슴팍과 어깨, 팔뚝 따위를 열심히 내려치던 레아는 그가 하나도 아파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입술을 달싹거렸다.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눈치챈 레아를 위해, 이샤칸은 뒤늦게나마 아픈 척을 해주었다.
“……아야.”
레아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매를 한껏 사납게 만들어 보였다. 그게 어찌나 귀여운지, 심장이 지끈거렸다. 이샤칸은 참지 못하고 뺨을 깨물었다. 잇자국이 남지 않도록 살짝 깨물고는 그 위에 쪽쪽 입을 맞췄다. 그리고 능청스레 말했다.
“힘이 좋아, 내 부인은.”
말도 못 하고 훌쩍이던 레아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흑, 이샤칸, 당신 진짜……!”
여기서 더 놀리면 토라지겠다 싶어서, 이샤칸은 은색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물었다.
“미안해. 놀랐어?”
목소리가 절로 나긋해졌다. 눈물에 젖은 뺨을 핥고 귓바퀴도 꼼꼼하게 핥아주었다. 꼬물거리는 입술에 가볍게 누르듯 입 맞추며 속삭였다.
“부드럽게 해줄게.”
레아가 젖은 속눈썹을 깜빡였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빗물에 젖은 보석 같았다. 이샤칸은 말갛게 빛나는 눈동자를 홀린 듯 쳐다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얗고 투명한 반려의 몸에서 유일하게 짙고 선명한 부분이었다. 열기에 흐려진 눈은 묘한 색스러움마저 감돌았다.
에스티아 왕궁에서 레아는 항상 표정 없이 우울한 분위기만을 휘감고 다녔다. 하지만 유리 세공품처럼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그녀가 가끔씩 벽을 허물고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그때마다 이샤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예쁘니 다들 가만두질 못하는 것이리라. 물론 이샤칸 또한 레아를 내버려두지 못하고 바지런히 괴롭히는 이들 중 하나였다.
“네가 원하는 만큼 천천히, 부드럽게 할 터이니…….”
하지만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샤칸은 레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조금 힘들고 험한 길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행복을 가지길 바랐다.
이샤칸은 발간 레아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애정을 가득 담아, 사랑을 고백하듯 말했다.
“울지 마, 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