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신삼 엑기스를 하루에 한 포씩 도핑하고 훈련한 지 나흘이 지났다.
빡세게 달린 덕분에 4주 훈련한 효과를 고스란히 얻어서 강체는 벌써 17레벨을 달성했다.
체감되는 몸 상태도 엄청 달라졌다. 당장 국가 대표로 육상 종목에 출전해서 메달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헤헷. 교관님이 응원해 주신 덕분이죠.”
훈련 닷새째, 아그네스는 본격적인 무기 수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네! 소드 마스터요!”
“우음, 글쎄요…….”
아그네스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눈앞에 형상화한 아그네스가 시연을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나뭇가지가 하나 생겨났다.
휙.
아그네스가 나뭇가지를 털 듯이 내리그음과 동시에 가지에 하얀 오러의 기운이 맺혔다.
검기, 혹은 소드 오러라 불리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는 아니고 환상일 것이다.
“비기너, 익스퍼트, 마스터요!”
“우와, 그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이 무기가 되겠네요?”
나뭇가지에 맺혀 있던 하얀 빛이 점점 길이를 늘였다.
“어어, 소드 오러가 제 키보다 커졌어요.”
툭.
아그네스가 나뭇가지를 바닥에 떨어뜨렸음에도 하얀빛은 그녀의 손안에 남아 있었다.
그제야 난 그 빛으로 된 무기의 이름을 떠올렸다.
“검강……. 그러니까 오러 블레이드?”
무심코 무협 용어를 말했다가 고쳤다.
“오오…….”
아그네스는 오러 블레이드를 손에서 놨다. 그러나 추락은 없었다.
“헉?!”
빛의 검은 허공을 부유하듯 떠올라 나와 아그네스 주변을 공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뚝 멈춰 서더니 일곱 자루로 분화하여 확 펼쳐졌다.
“헉…….”
미쳤다. 이기어검이잖아.
“우와! 언니, 아니, 교관님 되게 멋있어요.”
진심 반할 것 같았다. 이참에 그냥 신성력 말고 오러를 주능력으로 밀까?
“네? 오러 마스터 다음도 있어요?”
“아.”
“우와아…….”
웃으며 덧붙인 말에서 회한이 느껴졌다.
장관이었던 일곱 자루의 검이 사라지며 이론 수업이 종료되었다.
“네, 교관님!”
나는 오늘 수업을 위해 캐시샵에서 산 ‘수련용 무기 패키지’를 꺼냈다.
검, 창, 활, 채찍 등 다양한 무기가 종류별로 담긴 키트였다.
내 준비성을 칭찬한 아그네스가 말했다.
“나, 나쁜 소식부터요?”
“흐으읍. 좋은 소식은요?”
“…….”
“아하.”
납득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관님도 운이 좋아요. 왜냐면…….’
나는 흐뭇한 눈으로 시스템창에 있는 버프를 확인했다.[ ‘초고속 성장의 가호’
모든 능력 성취율을 5배로 끌어 올려주는 빙의 관리국 신들의 가호.]‘당신의 생도는 오밸이거든요.’
진가를 발휘할 때다, 빙의 생명 보험 특전!
“네! 얍얍!”[ 축하합니다! 기본 목검술 Lv.2를 달성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기본 목검술 Lv.3를 달성했습니다.]20분이 되기도 전에 연달아 뜨는 메시지.
“네! 히야압!”[ 축하합니다! 창술 Lv.2를 달성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창술 Lv.3를 달성했습니다.]이번에도 빠른 레벨 업.
“네! 낑차!”[ 축하합니다! 궁술 Lv.2를 달성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궁술 Lv.3를 달성했습니다.]대체 좌절감은 무슨 맛일까. 알 수가 없다.
“넵!”[ 축하합니다! 채찍술 Lv.2를 달성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채찍술 Lv.3를 달성했습니다.]“헤헷?”
“교관님?”
지금까지 들은 칭찬 중 최고인 것 같다. 아이, 뿌듯해.
아그네스는 한숨을 쉬며 나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앗, 그럼 저…….”
진작부터 생각해 둔 무기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무기로 검을, 부무기로 채찍을 골랐다.
아그네스는 잠시 침묵했고 나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네.”
“조금은요?”
나는 방긋 웃었다.
진의를 알아차린 아그네스는 설핏 웃는 듯했으나 곧 낯을 더없이 진지하게 바꿨다.
나도 진지하게 시선을 맞췄다.
“네.”
그간 아그네스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다.
아그네스 아즐릿.
오러의 흐름에 따라 자유자재로 길이와 경로가 변하는 사복검(蛇腹劍)을 다루는 성기사.
그녀는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얼음 궁전 던전 버스트’를 최전방에서 막은 대륙의 영웅이자 교국의 성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공적이 있기 전에도 그녀는 독보적인 실력의 오러 유저로서 성황청에서 촉망 받았다.
십대에 이미 모든 무기에 통달해 웨폰 마이스터의 칭호를 얻었으며, 20대에 더 파고 들어갈 영역을 찾다가 사복검을 익히게 되고 독자적인 검술을 창안했다.
만약 죽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면, 현시점 세계관 최강자인 히스펜릴 공왕을 꺾었을지도 모른다고 두고두고 회자된다.
‘어쩌면 심검의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롤모델이 되는 사람의 특별한 검술이다. 무조건 배워야 맞다.
“네. 가르쳐 주세요.”
“알고 있어요.”
“정말요? 약속하신 거예요!”
기회가 생겼다. 나는 당장 배꼽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보람찬 빙의 생활은 계속되고 있었다.
새벽 기도를 하고, 가볍게 장애물 트랙을 한 바퀴 돌고, 아침 검술 훈련을 하고, 오전에는 던전 농장에서 약초를 계량하고, 오후에는 아빠의 연구실에서 포션을 만들고, 남은 시간 동안은 다시 훈련을 하고…….
백작 영애의 놀이 친구로서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비안카도 요즘 후계자 교육을 받느라 바빴다.
지금처럼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드디어 내일 로델라인 씨와 아이의 포션이 상점에 진열되네.”
그나마도 일 이야기지만.
길레트 영지는 던전 세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토벌된 던전은 자원을 캐러 온 모험가들로 항상 붐비는 법.
내 포션이 납품될 곳은 바로 이 근방의 포션 상점들이었다.
“이게 계약 서류. 한번 읽어봐.”
“알았어.”
비안카가 주는 종이들을 받아서 훑다 보니 저절로 하품이 나왔다.
재미없는 내용도 문제지만, 신삼 엑기스 효과가 떨어지고 나서도 훈련을 쭉 하다 보니 너무 피곤…….
“……핫!”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비안카를 봤더니.
“앗!”
“…….”
“…….”
비안카도 똑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웃어버렸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 아이.”
“비아야말로. 후계자 수업 많이 힘들어?”
“조금. 숙제도 많고, 매일 시험을 보니까.”
“시험을 매일?!”
“그건 괜찮아. 그런데 아이 얼굴을 많이 못 봐서 힘드네.”
“비아…….”
훅 치고 들어오는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늘 내 침대에서 자고 갈래?”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