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64)
164_Will you Marry me? (2)
“저와의 혼인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막시밀리안의 제안에, 여왕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체 동생의 결혼 직전에 그 신부에게 청혼하는 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대체 이 미친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다면 과연, 막시밀리안은 무슨 생각으로 여왕에게 청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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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위험해. 설마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이야.”
시간을 거슬러 몇 달 전.
막시밀리안은 초조하게 방을 오가고 있었다.
“망할 대주교 같으니. 거기서 군대를 일으켜?”
막시밀리안이 황제의 군대를 막은 이후.
일은 그가 상상한 이상으로 커지고 말았다.
자유도시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막았을 뿐이다.
설마, 선제후가 자유도시를 점거할 줄은 몰랐다.
티는 안내도, 막시밀리안은 이후 몹시 불안해졌다.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망할! 대주교의 폭주를 내가 어찌 알았냔 말이다!”
막시밀리안은 트리어 대주교에게 책임을 돌리며 분을 터뜨렸으나,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여론이 급속도로 좋지 않게 흐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막시밀리안의 불안을 가속하는 인물이 눈앞에 떡하니 알짱대고 있었다.
‘페르디난트···!’
그의 동생은 무척 사교적이었다.
제후들과의 사이도 원만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최근 아버지와 독대하기도 하지 않았나.
페르디난트가 점점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니, 침착하자 막시밀리안. 동생을 경계하는 것만큼 추한 짓은 없어.’
그러나 막시밀리안은 스스로를 달랬다.
신앙인으로서의 양심이 작용하기도 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페르디난트는 영국의 여왕과 결혼한다.’
페르디난트와 여왕의 결혼은 확정 사항.
영국의 여왕이 자리를 비울 리 없으니, 페르디난트가 영국에 가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떠나면, 한동안 돌아오지 못하겠지.
‘게다가, 영국 여왕은 마흔에 가까운 나이야.’
그건 정말 완벽한 나이였다.
여왕이 죽고 페르디난트가 새 아내를 맞이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고, 페르디난트에게 후계자를 안겨주기엔 너무 늙은 나이 아닌가.
그러니, 페르디난트는 영국에 구속될 것이다.
영국의 왕으로 살며 별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
막시밀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여왕이 오기 전까진 말이다.
“아니, 여왕이 직접 제국에 온다고?”
막시밀리안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국, 여왕은 정말 제국에 왔다.
아주 당당하게, 소수의 수행원만 이끈 채로.
‘맙소사, 미친 거 아닌가?’
황권이 불안한 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국의 여왕은 그렇게 했다.
이건, 한가지 가능성을 암시했다.
페르디난트가 영국에 묶이지 않을 가능성을.
‘영국의 여왕이 제 나라를 비울 수 있다면, 페르디난트도 그리할 수 있겠지.’
만약 영국의 정치가 안정되어 있다면.
그래서 여왕이 나라를 비워도 될 정도라면.
영국은 더 이상 페르디난트의 구속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날개가 되는 것이다.
제국을 차지할 날개가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야. 영국 여왕의 외양은···.’
처음 영국의 여왕을 맞이한 순간.
믹시밀리안은 티 내지 않아도, 숨이 멎을 뻔했다.
상식적인 수준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동안이었다.
대체 누가 저 이국적인 여자를 마흔으로 볼까.
전형적 에스파냐인이었던 캐서린보단, 오히려 흑발 흑안이었던 앤 불린을 닮은 외양의 여자였다.
젊고, 매력적이며, 건강해 보이는 여인.
막시밀리안이 그녀를 본 순간.
딱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 여자라면, 충분히 후계자를 낳아줄 수 있어.’
페르디난트가 후계자를 낳는다.
그건, 왕위를 잇는데 어떤 결격 사항도 없단 것.
선제후들은 페르디난트가 황제가 될 경우, 영국이 제국에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이다.
막시밀리안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그는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으로 일을 망쳤다.
반면 페르디난트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
매력적이고, 사교적이며, 영국을 등에 업었다.
그렇다면, 로마의 왕이 되는 건 둘 중 누굴까?
“안 돼, 그렇게는 둘 수 없어!”
막시밀리안은 아득한 환상을 보았다.
자신의 것이라고 굳건히 믿은 자리가 무너지는 환상을, 페르디난트가 모든 걸 앗아갈 것이다.
“절대 그렇게는 할 수 없다. 방법을, 방법을 생각해야 해···!”
막시밀리안은 필사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초조하고 불안해, 제반 사항을 고려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리하여 나온 무리수 중의 무리수.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이 청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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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새끼가 미쳤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어째서?”
예법이고 뭐고 집어던지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대체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보였다.
막시밀리안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와 폐하께선, 둘 다 개혁적인 종교 사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이 유럽의 군주들 사이에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사상을 말입니다. 저희 둘은 좋은 반려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국에서 아무것도 못 받을 페르디난트보단 차후 제국의 황제가 될 저와의 결혼이 영국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게 말인가, 똥인가.
고작 그런 이유로 국가 간 약속을 깨자고?
그것도 혼인 날짜까지 정해진 이 시점에?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막시밀리안이 다급히 외쳤다.
“혼약을 깨는 것이 아니라, 혼인의 대상자만 바꾸는 것뿐입니다. 같은 가문 내에서 혼인 대상이 바뀌는 건 흔한 일 아닙니까.”
그래, 뭐 흔한 일이긴 하다.
메리 여왕의 어머니인 캐서린만 봐도 그렇다.
본래 영국의 아서 왕자와 결혼하기로 했으나, 최종적으론 그 동생인 헨리와 결혼하게 되었지.
프랑스와 에스파냐 사이의 혼담도 그랬다.
처음엔 카를로스 왕자와 혼담이 오갔으나, 나중엔 그 아버지인 펠리페로 혼담 대상이 바뀌었지.
하지만.
‘그건 혼인 대상에게 그만큼 치명적인 결함이 있으니까 바뀐 거잖아.’
아서가 죽었으니 동생인 헨리와 결혼한 것이다.
아들의 정신 병력이 밝혀졌으니 아버지와의 혼인 이야기가 오간 것이고.
대체 페르디난트에게 무슨 결함이 있다고 이렇게 혼약을 바꾼다는 말인가?
‘역시 이 왕자는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어.’
나는 그리 생각하며 무심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고갯짓은 거절의 뜻입니까?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보실 수는 없습니까?”
막시밀리안의 간절한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일단 저 미친 제안에 답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 같아선 욕이라도 퍼부어주고 싶지만···.’
그러나 나는 이내 생각을 고쳤다.
‘저 멍청함을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는 표정을 바꿔 보려고 애썼다.
최선을 다해 억지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물었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랐을 뿐이네. 그래서, 나와 그대의 종교적 신념이 일치한다고?”
내 말에서 긍정적인 기색을 읽었는지, 막시밀리안이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거 관심 가긴 하는군. 그대의 말대로, 신교도 왕족은 흔히 찾아볼 수 없으니까 말이야.”
막시밀리안은 눈을 반짝이며 덥석 미끼를 물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종교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글쎄, 난 너 정도의 광신도는 아닌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능청스레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아직 믿을 수 없군. 그대는 제국의 1 왕자 아닌가. 아직 제후들의 손으로 선출되진 않았으나,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대가 로마의 왕이 되겠지. 차기 로마의 왕이 가톨릭이 아니라니, 내가 어찌 그걸 믿는단 말인가.”
나는 본색을 숨기고, 눈앞의 사슴에게 무해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혹시, 무슨 증거라도 있으면 모를까 말이야.”
저 멍청한 사슴이 제 목덜미를 자랑하는 순간.
나는 가차 없이 그 가는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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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셨군요. 수확은 조금 있으셨습니까?”
내가 돌아오자, 페르디난트 왕자가 나를 반겼다.
멍청이처럼 헤실거리던 막시밀리안을 상대하다가 페르디난트를 보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 뜻밖의 대형정보를 얻었어.”
나는 자랑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얻어온 수확물을 그에게 늘어놓았다.
“이 편지만 봐도, 대형사건이지.”
막시밀리안은 내가 신교도라 굳게 믿은 것 같다.
그러니까 섣불리 이런 편지를 넘긴 것이겠지.
광신이란, 이토록 이용하기 쉬웠다.
“칼뱅 교도들과 왕자가 편지를 주고받았어. 제국에 칼뱅 교를 퍼뜨리기 위해서는 자유도시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중간에서 편지를 전한 건, 두말할 것 없이 한자 동맹이고.”
여기까지는 이미 예상하던 사항이었다.
중요한 건, 편지를 보낸 칼뱅 교도들의 정체.
“문제는, 이 칼뱅 교도가 제국 사람이 아니란 거야.”
제국에는 아직 칼뱅 교가 많지 않았다.
지금 유럽에서 가장 칼뱅 교가 많은 건 프랑스.
‘위그노’라고 불리는 이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이 편지는, 바로 그 위그노에서 보낸 것이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퍽 골치 아프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자 동맹이 프랑스에 손을 뻗은 모양이야. 그 말인즉, 프랑스도 막시밀리안의 약점을 안다는 것이지.”
내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약점을 아는 것뿐일까.
프랑스는 자국 신교도를 이용해 왕자를 자극했다.
제국을 혼란스레 만들기 위해 왕자를 알차게 써먹은 것이다.
“그 머저리 왕자 때문에 결국 프랑스가 끼어드는 걸 막지 못했어. 놈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에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왕자도 황제도 우리에게 협조적이지가 않아. 솔직히 이런 상황은 예상 못했는데 말이지.”
황제의 편에서 있는 힘껏 고생한다.
그런데 황제 쪽에선 이쪽을 견제할 생각뿐.
게다가 일을 수시로 터뜨리기까지 하지 않나.
이래저래, 힘 빠지는 상황이었다.
“머리가 복잡하네. 뭔가 방안이 없을까?”
그때, 왕자가 입을 열었다.
그리곤 내가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것을 물었다.
“대체 이 정보를 어찌 얻으셨습니까?”
“응? 그야, 그는 내가 신교도라고 생각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별 이유 없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폐하께 넘겼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 잊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 내가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군.”
조금 전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떠올랐다.
나는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왕자에게 말했다.
“막시밀리안 그 자식. 보통 미친놈이 아니던데?”
“예?”
“글쎄, 그 녀석이 내게 청혼했다니까?”
나는 당시의 정황을 왕자에게 설명해주었다.
“처음 청혼받았을 땐 당황스러웠지만, 이 기회에 정보를 캐냈으니 오히려 잘 됐지. 다만, 얻어낸 정보가 워낙 골치 아파서 말이야. 이걸 대체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나는 말을 하다가 말고 문득 멈췄다.
페르디난트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나?”
페르디난트는, 음··· 썩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붉게 물든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막시밀리안···, 그가 감히···.”
나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가 내 앞에서 화내는 건 처음 봤다.
그가 나를 붙잡고 빠르게 물었다.
“그 새끼··· 아니, 그 자식이 폐하에게 청혼했단 말입니까? 저를 버리고 그에게 오라고요?”
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왕자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 눈치를 보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심각했다.
“오스트리아에 이어, 여왕 폐하까지···, 그 돼지는 기어코 제 모든 걸 빼앗아 갈 생각이군요. 저는 그를 형제라고 생각했건만···.”
왕자는 무척 분하고, 또 비통해 보였다.
그가 자신의 머리를 싸쥐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미리 짐작했어야 했는데.’
내가 잠깐 혀를 차며 반성했다.
내게 막시밀리안은 머저리 왕자일 뿐이지만, 페르디난트에겐 가족이었지 않나.
그의 기분을 충분히 배려해주지 못했다.
페르디난트는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그의 곁에 앉았다.
시간이 흘렀다.
페르디난트는 머리를 감싼 채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고, 나는 잠자코 그의 곁을 지켰다.
“···폐하.”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페르디난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 것 같군요. 프랑스가 막시밀리안의 약점을 이용하고, 선제후들은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요?”
이제 페르디난트는 한결 침착해 보였다.
나는 그를 걱정하며, 그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래.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야.”
내 말에, 왕자가 웃어 보였다.
“그렇지요,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따라 저희의 전략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나는 뒤늦게 알아챘다.
미소 짓는 입과 달리, 왕자의 눈은 굳어있었다.
“배를 바꿔 타지요.”
활활 불타는 눈으로.
왕자가 말했다.
“놈들이 아니라, 저희가 운전하는 배로 말입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왕자의 단호한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