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60)
59_하얀 검둥이들(3)
여왕이 위풍당당하게 축제의 현장을 거닐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홀린듯 여왕을 지켜보았다.
여왕의 옷은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푸른색.
그 위에는 붉은 망토를 걸치고, 머리엔 작은 관도 쓰고 있었다.
그뿐이라면 평범한 분장이었겠으나, 여왕의 오른손에는 망치가 들려있었다.
평소 들고 다니는 의사봉이 아니었다. 그건 쇠망치였다.
흔히 장도리라 불리는, 서민들에겐 아주 친숙한 작은 망치.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여왕의 왼손에는, 한 남자가 머리채가 잡힌 채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 남자는 분명 아일랜드의 이주민 관리자, 제임스 파머였다.
“폐, 폐하···. 그 모습은 대체?”
아일랜드의 제럴드 백작이 참지 못하고 여왕에게 말을 걸었다.
여왕은 오연히 웃으며 대답했다.
“폐하라니, 지금의 나는 안티오키아의 마르가리타 성녀라네. 내 손에 잡힌 악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
여왕이 제임스 파머를 제럴드 백작을 향해 내밀었다.
얼굴에 검댕 칠을 한 남자가 눈앞에 다가오자, 제럴드 백작이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여기 있는 파머 경이 자발적으로 내 분장을 도와줬다네. 그렇지 않나, 파머 경?”
“예···. 그, 그렇습니다.”
파머가 울상을 지은 채 대답했다.
분명 돕겠다고 대답했지만, 이런 역할이라 들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걸로 여왕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권력자가 웃자고 장난을 쳤는데 웃어야지, 죽자고 달려들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파머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다.
“하, 하하···.”
물론, 수치심으로 붉어진 귀만은 감출 수 없었지만 말이다.
여왕은 그런 파머를 보며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제가 멸시하던 이들의 앞이니, 더욱 수치스럽겠지.’
사실 객관적으로 파머의 분장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당장 드레스를 입은 남자들도 있는데, 악마 분장 정도야.
하지만 이건 아일랜드인의 관점이고, 뼛속까지 잉글랜드인에 내심 아일랜드인을 멸시하던 파머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심 그를 비웃으면서도, 상냥히 말했다.
“내 억지에 동참해줘서 정말 고맙네, 파머 경. 악마 역할을 해줄 만큼 키가 작은 이가 많지 않았거든. 그대가 적임이었어.”
파머 경의 얼굴이 다시 한 번 확 붉어졌다.
이 시대에 키는 곧 신분과 권위의 상징이었다.
못 먹고 자란 평민보다 큰 키는 귀족들의 자랑이었으니까.
그런 시대에, 유난히 키가 작아서 선택되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과연, 지켜보던 아일랜드 귀족들의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그간 쌓인 게 많아서인지, 꼴 좋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왕은 사람들의 반응을 모른 체하고 쾌활하게 외쳤다.
“자, 그럼 축제를 계속 진행해볼까?”
흥겨운 축제가 이어졌다.
분장한 사람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짤막한 연극도 진행되었다.
본래 이런 연극은 아주 짧게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여왕은 보다 긴 연극을 준비했다.
‘나름의 노림수가 있거든.’
그리하여, 잔 다르크의 삶에 대한 연극이 진행되었다.
잔 다르크를 성녀인 체하는 마녀라 매도하던 기존 잉글랜드 입장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연극이었다.
“아아, 나는 오직 우리 프랑스의 영광만을 생각하건만, 저 모리배들은 오직 제 잇속만을 생각하는구나.”
제인 그레이가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의외로 연기력이 괜찮은데?’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대사 외우는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외모 또한 보통이 아니니, 관객들은 순식간에 극에 몰입했다.
“허, 저런 사악한 놈들을 봤나.”
“여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뒤에서 저런 더러운 짓이나 하다니!”
극의 내용은 이랬다.
잔 다르크는 나라를 위해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프랑스는 뿌리부터 썩어있었고, 성녀를 옹호해주긴커녕 비웃었다.
고통받는 성녀를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적인 잉글랜드뿐이었다.
‘기존 해석과는 다르다지만, 영국인들이 싫어할 내용은 아니지.’
여왕을 보고자 얼굴을 내민 잉글랜드인들도, 민족 전통 축제를 즐기던 아일랜드인들도 자연스레 극에 몰입하게 되었다.
짧은 극이었기에, 극은 순식간에 클라이맥스로 다가갔다.
“끄응, 도저히 죄를 찾지 못하겠군. 안 되겠어, 잔 다르크는 남장을 했으니 마녀다! 그렇게 발표하도록 해!”
악마에게 홀린 사악한 주교가 외쳤다.
지켜보던 아일랜드 관중들이 격하게 반발했다.
“아니, 사람이 남장을 좀 했다고 마녀라니!”
“진짜 악마가 따로 없군!”
잉글랜드인들도 격렬하진 않아도,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휴우, 생각대로 되는 것 같군.’
여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잉글랜드인들은 여러 이유로 아일랜드인을 야만인 취급했다.
그중 한 이유가 바로, 크로스 드레싱이었다.
당장 이 축제의 장만 봐도 명확하다.
아일랜드인 중엔 남장한 여자도, 여장한 남자도 있다.
이건 아일랜드에서 축제를 즐기는 방법이었으나, 잉글랜드인들은 이를 야만인들의 관습이라 비웃곤 했다.
‘그걸 이 연극을 통해서 은근히 긍정해주는 것이지.’
대놓고 아일랜드의 문화를 긍정하라 강요하는 건 악수다.
이런 식으로 은근히 자극하는 게 나았다.
연극이라는 문화의 힘을 한 번 이용해보는 것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
극은 이제 최종장에 다다랐다.
악마 주교의 농간으로, 남장한 잔 다르크는 죄인이 되었다.
영국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잔 다르크를 화형에 처해야 했다.
영국인 장군은 비통하게 소리쳤다.
“부디, 더 많은 장작을 가져오시오! 이 가여운 소녀의 죽음을 한시라도 더 빨리 끝내줄 수 있도록!”
어처구니없고 또 위선적인 대사.
하지만 영국인이 원하는 신사다움을 채워주는 만족스러운 대사였다.
영국인들은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의 박수를 쳐댔다.
그리하여, 연극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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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겠습니다.”
“저런, 무척이나 아쉽군.”
나는 애써 입가의 웃음을 지우며 파머를 바라보았다.
그는 며칠 사이 무척이나 홀쭉해진 상태였다.
‘평소 야만인이라 무시하던 이들 앞에서 망신당한 게 너무 수치스러웠나 보지?’
자존심 강한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내심을 애써 지우고, 짐짓 안타까운 듯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나 때문인가? 내가 축제 때 그대를 지나치게 혹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군.”
그날, 축제가 끝날 때까지 나는 분장을 한 채로 돌아다녔다.
물론 악마 분장을 하고 머리채를 잡힌 파머도 함께였다.
내 과격한 분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머리채 잡힌 악마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여간 아일랜드인의 호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스티븐 주교가 말하길,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녀가 마르가리타가 되었을 정도라니, 어쩌면 다음 해 아일랜드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들 이름은 전부 마거릿이 될지도 모르겠다.
“폐하의 탓이라니요, 결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져서요.”
그리 대답하는 파머의 주먹은 꾹 쥐어져 하얗게 질려있었다.
물론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왕이 왜 그런 걸 신경 써?
“아,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나는 깔끔하게 제임스 파머의 퇴직을 받아주었다.
아마 잉글랜드 정착민들도 파머의 진정한 퇴직 이유를 알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도 나를 보기 위해 그 축제를 참가했으니까.
그러니 이제 파머가 그만둬도 상관없었다.
파머가 그만두는 것은 아일랜드인 때문이 아니라, 여왕 때문이니까.
고작 파머를 위해 여왕에 대항할 사람은 없을 테지.
“자, 그럼 이제 꼴보기 싫은 인물도 치웠고. 대충 해결되었나.”
나는 한차례 기지개를 펴며 상황을 정리했다.
새로운 지방관은 아일랜드에 우호적인 인물로 뽑을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아일랜드로 향하는 이민자도 현격히 줄이고.
그리하면, 당분간은 아일랜드에서 큰 갈등이 생기지 않겠지.
그리 생각하던 때였다.
“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오몬드 백작의 목소리였다.
“아, 때맞춰 왔군.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온 백작이, 즉각 용건을 꺼냈다.
“혹 저를 왜 부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아일랜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 아니겠나.”
습관적으로 웃어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곧장 용건을 꺼내다니, 아일랜드인은 잉글랜드인보다 직접적인 편인가?
뭐, 그렇다면 나도 굳이 돌려 말할 필요 없겠지.
“그대들은 잉글랜드의 동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야. 그렇지?”
백작의 표정이 굳었다.
“잉글랜드인들은 지나치게 많은 땅을 차지하고, 아일랜드인을 멸시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잉글랜드는, 아일랜드를 완전히 복속시키려 하고 있다.
그를 위해, 아일랜드에 대거의 잉글랜드인 이주민을 투입했고, 이는 아일랜드인에게 많은 반감을 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지, 나는 아일랜드가 잉글랜드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원하네.”
“···역시 그렇습니까?”
백작의 얼굴에 가벼운 절망이 서렸다.
그나마 그 절망이 가벼운 것은, 오몬드 백작이 잉글랜드에 친화적인 편이라서 그랬다.
만약 이곳에 서 있는 것이 제럴드 백작이었다면, 분노를 참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래. 그래서 지금의 비효율적인 동화 정책을 때려치울 생각이라네.”
“예?”
“어리석기 그지없는 정책 아닌가. 아일랜드인을 끝없이 핍박해서야, 아일랜드인이 대체 어떻게 잉글랜드인이 될 수 있겠는가.”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아일랜드는 이미 이 시대에 잉글랜드의 속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1800년대가 되어도 아일랜드는 완전히 잉글랜드에 동화되지 못한다.
전부 이 의미 없는 차별 정책 때문이었다.
“억눌러보았자 압제자에 대한 반감만 생길 뿐이야. 나는 아일랜드에 대한 차별도, 아일랜드로 향하는 이민자의 수도 줄이겠다고 약속하지.”
백작이 다소 다급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더블린 인근의 땅도 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좀 선을 넘은 것 같은데.
“이미 잉글랜드 이민자가 소유한 땅을 돌려줄 수 없네. 이미 선대 왕들이 나눠준 것을 내가 빼앗을 수는 없으니 말이야.”
“그렇습니까···.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군요.”
나는 가볍게 넘어갔다.
그가 이런 과도한 요구를 한 배경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대의 상심을 이해하네. 아일랜드에서 밀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니, 걱정되겠지. 아일랜드는 주기적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니 말이야. 그래도 내 약속하겠네. 기다리면, 아일랜드의 식량난을 반드시 끝내주겠다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까?”
“명확히 대답해줄 수는 없네. 그저··· 해결책은 바다를 통해 올 것이라고 밖엔.”
백작은 다소 실망한 기색이었다.
내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지금 약속해줄 수 있는 것은 달리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아일랜드 동화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만은 믿어주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자네를 부른 것이니.”
백작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문이라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자네, 축제에서 본 연극은 어땠나?”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잔 다르크 역을 맡은 제인 그레이는?”
“그야, 아름다우시더군요.”
답을 하다말고, 백작이 멈칫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미혼인 제인 그레이를 굳이 순행에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자네가 24살이었던가? 분명 미혼이었지?”
“그, 그렇습니다.”
“마침 제인은 18살이니, 나이는 적절하군. 그래, 어찌 생각하는가? 실은 조금 전 제인에게 물어보니, 그 애는 자네가 싫지 않은 눈치던데.”
“예에? 그, 그게···.”
백작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당황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니, 이쪽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나로서도 딱 좋은 결혼인데 말이지.’
왕족인 제인 그레이와 아일랜드의 실질적 지배가문 중 하나.
이 둘의 결혼은 아일랜드를 잉글랜드에 동화시키는 데 유리할 것이다.
게다가 아직 아일랜드인에 대한 멸시가 심한 상황이니, 이들 부부가 내 왕좌를 위협할 가능성도 상당히 낮고.
“뭐, 일단 생각이나 해보도록 하게.”
그리 말하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백작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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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일랜드 일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인가.”
나는 항구에 서 있었다.
아일랜드를 떠나는 길이었다.
“폐하! 다시 방문해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아일랜드의 군주, 메리 여왕 만세!”
환송하러 나온 이들 중에는, 아일랜드인도 상당했다.
“아무래도, 내가 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모양이지?”
“그런 모양이군요.”
스티븐 주교가 한시름 놓았다는 듯 웃어넘겼다.
“아마 혼담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내가 백작에게 건넨 제안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아일랜드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무척이나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잉글랜드에서 더는 아일랜드를 핍박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인 것이다.
잉글랜드 쪽에선 다소 처지는 혼사였으나, 따지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제인 그레이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잉글랜드 내에서 결혼할 수도, 타국에 보낼 수도 없는 인물.
게다가 이런저런 흠도 많은 인물이니, 아일랜드 정도면 딱 적당한 혼사라고 할만했다.
‘다 좋지만, 이건 결국 미봉책이야.’
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혼사로 시선을 돌려 민심을 안정시켰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아일랜드를 완전히 잉글랜드에 동화시키려면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나는 백작에게, 바다를 통해 해결책이 올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그리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대항해를 떠난 배가 아메리카에서 신작물만 가져와 준다면···.`
내가 생각한 아일랜드 문제의 해결책.
그것은 결국, 신작물이었다.
원 역사에선 아일랜드를 멸망시킨 작물.
그러나 동시에 아일랜드를 구원했던 작물.
바로 감자, 그것이 필요했다.
‘흠, 그들이 잘할 수 있을까?’
부디 지금쯤 와이어트 일행이 원주민 일행과 접촉했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들에게 밥 한 끼라도 얻어먹으며, 감자를 접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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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의 어느 오지.
그곳에서는 한창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건데, 먹어도 되려나?”
“안 될 건 또 뭐야. ···들은 맛있게 먹던데?”
한참 쑥덕이던 이들은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그래, 제사를 지내야 하니까, 역시 먹자!”
호킨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와이어트 경.”
“왜?”
“저들이 뭐라고 하시는지 알겠습니까?”
“전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군.”
“그게 뭡니까?”
“저 놈, 방금 자네를 보며 입맛을 다셨어.”
“히익!”
와이어트와 호킨스는 벌거벗겨진 채, 제단 위에 올라있었다.
이 둘은 태양이 뜨는 즉시, 제물로 바쳐질 예정이었다.
“살려주십시오, 하느님! 살려주세요, 여왕 폐하!”
물론, 호킨스의 기도가 닿는 일은 없었다.
-셰익스피어와 잔 다르크-
작중 연극 장면에서 나온, 장작을 더 넣어 잔 다르크의 고통을 끝내주라는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6세>에서 따왔습니다. 이 연극에서 셰익스피어는 잔 다르크를 마치 속내를 숨기고 있던 마녀처럼, 그에 맞서는 영국군은 기사도를 잃지 않는 신사처럼 묘사해 후대에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당대 사람들의 사고를 반영한 희곡으로 명성을 얻었음을 생각하면, 잔 다르크에 대한 이러한 해석 역시 당대 영국인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결과물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