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79)
79_대어를 잡는 법(1)
프랑스 궁정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역시 스코틀랜드보단 잉글랜드와 손잡는 게 낫지 않나?”
“스코틀랜드는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혼란스럽지. 끊임없이 우리의 도움을 바랄 뿐, 별 도움은 되지 않는 시골 나라야.”
“영국이 가져온 황금을 좀 봐!”
“그들이 만드는 대포는 또 어떻고? 우리와 동맹을 맺는다면 대포 가격을 좀 인하해주지 않으려나.”
“최소한 에스파냐 놈들에게 대포를 팔 일은 없겠지!”
이런 분위기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프랑스 왕세자의 약혼녀이자 스코틀랜드의 여왕인 메리 스튜어트였다.
“이건 정말 좋지 않아.”
이제 고작 14살의 소녀, 메리.
그녀가 위기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다가 정말 내쳐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메리 스튜어트는 6살 이후로 쭉 프랑스에서 자라왔다.
이곳이 바로 그녀의 고향이었고,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그건 메리가 왕세자의 약혼녀이기 때문.
프랑스가 잉글랜드와 손잡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프랑수아 전하께선 그럴 일 없다고 하셨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걸.”
모종의 결심을 굳힌 메리 여왕이 방 서랍을 뒤졌다.
호화로운 보석으로 장식된 서랍의 안쪽.
그 안에 먼지 쌓인 편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보내온 편지였다.
[사랑하는 나의 딸, 메리에게.프랑스에서는 잘 지내고 있나요? 제 아버지인 기즈공작이 당신을 잘 돌봐주고 있다면 좋겠군요. 알려야 할 것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 스코틀랜드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란분자들이 일어나고, 감히 신을 모독하는 자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바쁜 건 알고 있지만 잠깐이라도 방문해준다면 이 상황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 나라, 스코틀랜드의 여왕이니까요. 그러나 선택은 언제까지나 당신의 몫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니, 마리 드 기즈 올림.]
“어머니···.”
메리는 복잡한 마음으로 편지를 응시했다.
이건 1년 전,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였다.
편지가 처음 왔을 때, 메리는 이 편지를 무시했다.
어머니가 그리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프랑스 궁전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낯설기 그지없는 스코틀랜드에 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고향은 이곳, 프랑스인걸.”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선, 맞서 싸워야 할 때였다.
‘내가 이 상황을 바꿔야만 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저울질당하는 지금.
그녀가 스코틀랜드에 가, 그곳의 정치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그들도 더 헛소리 하지는 못 하겠지.
‘나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잉글랜드의 메리도 해낸 일인걸.’
그간 프랑스의 궁전에서 지내며, 소녀는 잉글랜드의 여왕에 관한 이야기를 수차례 들어왔다.
이교도 해적들을 물리친 잉글랜드 여왕.
무기 장사를 하는 교활하기 짝이 없는 잉글랜드 여왕.
신대륙 항해를 나가고, 이를 정말 성공해낸 잉글랜드 여왕.
소녀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여왕을 동경하며, 질투했다.
‘그래, 나라고 못할 게 어딨어?’
같은 메리 여왕이었다.
똑같이 고귀한 영국 왕실의 핏줄을 이었고,
같은 섬나라를 반분하여 다스린다.
자신이 그녀보다 못할 게 뭐 있을까?
그리 마음을 다잡으며, 메리 여왕은 다짐했다.
“그래, 스코틀랜드에 가자. 나라고 못할 게 뭐 있어?”
그리하여, 어린 여왕은 결의를 굳혔다.
그녀는 자신의 나라로 가, 이 모든 일을 해결하고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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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돌아왔다고?”
“예. 참 희한한 일입니다. 지난 8년간 스코틀랜드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흐음.”
흥미로운 소식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가 프랑스에 간 건, 거친 구혼 때문이었지?”
“알고 계셨군요.”
일명 거친 구혼.
얼핏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그 이름은, 사실 전쟁을 가리켰다.
선대 영국의 왕, 에드워드 6세는 스코틀랜드를 잉글랜드에 완전히 합병하고자 했다.
유일한 왕위 계승권자인 메리 스튜어트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려 한 것이다.
메리는 전쟁을 불사하는 이 거친 구혼을 피해 6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가서, 이후 한 번도 스코틀랜드에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그녀는 이 시기에 스코틀랜드에 오지 않아.’
역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이루어진 스코틀랜드 방문.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나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프랑스 궁정의 분위기는 우리가 원했던 대로 흐르는 듯하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폐하.”
본인이 위험하니 저리 움직이는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역시 프랑스는 동맹을 갈아탈 준비 중이겠지.
그때, 내 곁에 서 있던 국무장관 윌리엄 피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위험하진 않겠습니까, 폐하? 만에 하나 그 여자가 정말 스코틀랜드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정리한다면, 프랑스는 금화가 아무리 아쉬워도 저희와 손을 잡지 않을 겁니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금을 내밀더라도 영국은 믿을 수 없는 상대다.
반면 스코틀랜드의 메리는 친프랑스 그 자체.
국가의 위신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 쉽사리 버리지 못하겠지.
하지만···.
“글쎄, 메리 여왕에겐 쉽지 않은 일일걸?”
말하고 보니 제법 우스웠다.
마치 나 자신이 못할 거라 하는 것 같지 않나.
나는 살짝 웃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 않나.”
메리 여왕은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다.
그녀가 자란 프랑스에서야 왕권은 강하다 못해 신성하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사정은 조금 다를 것이다.
메리 여왕이 실패하리라 짐작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그 중엔, 영국이 흩뿌린 독버섯 또한 있었다.
“이보게, 장관.”
내 부름에 윌리엄 피터가 몸을 낮추고 답했다.
“예. 말씀하시지요.”
“그쪽으로 보내는 지원금은 여전하지?”
“물론입니다.”
그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산골 촌 동네 원숭이에게 분에 넘칠 정도의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출처는 확실히 속였고요.”
“좋아, 훌륭해.”
역시 독버섯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렇다면야, 더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자, 그러면 스코틀랜드 이야기는 이만하지. 그 외에도 오늘 할 이야기는 많지 않나.”
“알겠습니다.”
윌리엄이 건넨 서류를 검토하며, 나는 곧 스코틀랜드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스코틀랜드의 꼬마 여왕 따위, 내 적수가 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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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코틀랜드.
어린 메리 여왕은, 잉글랜드의 메리 여왕이 심어둔 독버섯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대 이름이 뭐라고?”
“존 녹스입니다. 폐하.”
불안한 표정으로 둘의 만남을 지켜보던 마리 드 기즈가 메리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그러자 메리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네가 과거, 궁전 습격 사건의 주모자라고?”
“부끄럽지만, 예. 그렇습니다.”
“반역자 아닌가!”
존 녹스는 태연히 대답했다.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 죄는 이미 사면받았습니다.”
그 말에 여왕이 인상을 썼다.
존 녹스의 죄를 사한 인물은 여왕이 가장 싫어하는 영국의 왕, 에드워드 6세였으니까.
‘그 인간은 죽어서도 나를 괴롭히는군.’
여왕이 이를 악물고 그에게 소리쳤다.
“설령 사면받았다 해도, 그대는 아무 작위 없는 무지렁이 아닌가! 그런 자가 함부로 궁정에 드나들 수는···!”
그때, 누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말이 심하시군요, 폐하.”
스코틀랜드의 실세, 모레이 백작이었다.
그는 존 녹스의 열정적인 추종자이기도 했다.
“녹스 경은 뛰어난 학자입니다. 시민들을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이기도 하고요. 당연히 정치에 참여해 말 한마디 얹을 정도의 권리는 있지 않겠습니까?”
여왕은 기가 막혔다.
지난 수년간 프랑스에 살면서, 감히 왕의 말을 이처럼 무례하게 반박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어찌 감히···!”
그러나 여왕은 여기서 말을 멈춰야 했다.
사태를 지켜보는 다른 귀족들의 눈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저 무뢰한의 편이잖아?’
여왕에게 호의적인 시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갓난아기 때부터 외국에서 산 여왕 아닌가.
게다가 여왕은 지금도 존 녹스와 모레이 백작과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여왕이 스코틀랜드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흥! 자국어도 못하는 여왕이 무슨 여왕이야?’
‘우리끼리 나라 잘 다스리고 있었건만, 프랑스 여왕이 우리나라엔 무슨 일로 왔담?’
‘녹스 경은 스코틀랜드를 위해 힘써왔어! 저 여왕이 프랑스에 나라 팔아먹을 궁리만 하는 동안에 말이지.’
메리는 그 적대적인 기세를 읽지 못할 정도로 눈치 없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한풀 꺾인 목소리로 이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네. 그대가 궁정을 드나드는 것을 허용하지. 회의에 참여하는 것 또한 허락하네.”
“정말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 대답하는 존 녹스는 너무나 당당했다.
털끝만큼도 감사해 보이진 않는 얼굴이었다.
여왕은 패배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잉글랜드의 메리 여왕도 이렇게 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별반 방법이 없었다.
그 누구라도 여기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여왕은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곧장 국정 회의를 소집했다.
유감스럽게도, 회의 또한 그리 생각대로 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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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가 프랑스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해!”
여왕이 거창하게 말했건만, 듣는 시늉하는 이가 없었다.
“못 들었나? 잉글랜드가 프랑스와 손을 잡으려 한다니까?”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그냥 잉글랜드가 언제나처럼 강대국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들 메리 여왕의 말을 별반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메리 여왕은 프랑스의 주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저는 폐하의 말을 믿습니다.”
“오!”
반가움에 고개를 돌린 여왕은 곧 인상을 찡그렸다.
유일하게 여왕을 믿노라 소리 높인 이가 조금 전까지 얼굴을 붉히고 싸운 이였기 때문이었다.
“···존 녹스 경.”
“예. 저는 폐하의 말씀을 믿습니다. 놈들이 드디어 야욕을 드러냈군요! 우리도 일어나 맞서 싸워야만 합니다!”
존 녹스는 어째서인지 눈을 빛내며 여왕에게 동조했다.
그가 열정적으로 손짓 발짓을 해대자, 그제야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말했다.
“녹스 경께서 이리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정말 위험한 것 아닌가?”
“그래, 생각해보면 요즘 잉글랜드가 좀 심상치 않긴 했지.”
그제야 사람들이 여왕의 말에 귀 기울였다.
메리 여왕은 내심 저들이 괘씸했으나, 당장 저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여왕께서 하신 말씀대로라면, 이거 우리가 움직여야겠군요. 동맹을 훼방 놓고 대신 우리가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여왕이 반색하며 외쳤다.
“그렇지! 영국 대신 우리가 프랑스와 손을 잡아야-.”
그러나 상대가 여왕의 말을 끊었다.
“프랑스를 배제하고 우리가 잉글랜드와 손을 잡아야겠지요.”
“···뭐?”
여왕은 잠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잉글랜드와 우리의 국력 차이가 보통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선대의 거친 구혼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과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에 벌어진 몇 차례의 전쟁.
그 모든 전쟁에서 잉글랜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 여왕 대에 잉글랜드는 더욱 부강해졌고, 무기 또한 발전했습니다. 맞서 싸우기 힘든 인접국이라면,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피를 보지 않는 길 아니겠습니까?”
국력 차를 실감한 스코틀랜드인들은 싸우겠단 생각을 버렸다.
특히나 무역이 활발한 스코틀랜드 저지방 지대의 이들은 영국과 싸울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런···! 우리도 국력을 키우고 무역을 강화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 잉글랜드가 그랬듯 강대국 사이에서 무역도 잘 해보고-.”
그때, 또다시 누군가 여왕의 말을 끊었다.
“경은 잉글랜드의 사람이라도 되나? 어찌 그 악의 제국에 굽히고 들어가겠다는 말인가!”
존 녹스였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신교도들이었다.
“옳소! 그들이 우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할 것 같은가!”
스코틀랜드 내 신교도의 수는 만만치 않았다.
반발하는 건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과 동맹을 맺으면, 우린 결국 영국에 합병당할 것이야!”
산악지대의 영주들도 반발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전통적인 스코틀랜드의 삶을 고수하는 이들이었다.
민족의식이 강한 그들은 잉글랜드에 나라를 팔아 넘기는 결정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럼 계속 지금처럼 가난하게 살자는 말인가!”
“그래, 어차피 이대로라면 영국이든 프랑스든 어느 나라엔가는 흡수될 판이오! 그나마 우릴 부유하게 해줄 영국이 낫지 않겠나?”
여왕을 뒤로 한 채, 세력 간 다툼이 일었다.
스코트어로 이루어지는 다툼이니, 여왕은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그만, 그만하시오!”
유감스럽게도 여왕의 목소리는 소란에 묻혔다.
아니, 어쩌면 다들 그런 핑계로 무시하는지도 몰랐다.
“그만하라니까!”
여왕이 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가 생각한 국정운영은 이런 게 아니었다.
“흐으, 난 몰라!”
어린 여왕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그렇게나 시끄럽던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지금 내가 본 게 사실인가?”
다들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놀랐다.
왕이 의회 회의 중 울면서 도망을 가다니.
세상천지에 저딴 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본래 여왕은 다 저런가?”
한 귀족이 경멸스럽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존 녹스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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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잉글랜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씀이십니까!”
의회에서 한 의원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가 세운 법을 어기지 않았나.”
“제가 무슨 대단한 걸 훔쳤다고! 고작 안경에 실을 좀 매단 것뿐 아닙니까!”
으, 시끄러워.
나는 귀를 막고, 그에게 물었다.
“내가 직접 그대를 처벌하길 원하나?”
원한다면 내가 직접 망치로 후려쳐줄 수도 있다.
“하지만···!”
“휴우, 더 들을 필요도 없겠군.”
내 손짓에 병사들이 꽥꽥대는 의원을 끌고 갔다.
“이제야 좀 조용해지겠군.”
지켜보던 다른 의원들이 가벼운 박수를 쳤다.
“잘하셨습니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궁전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거참, 눈치 없는 놈 같으니. 대체 무슨 배짱으로 폐하의 법을 어겼는지 모르겠군요.”
며칠 전, 나는 의회에서 전매 특허법을 통과시켰다.
누군가 자신의 발명품을 특허 등록시킨다면, 향후 10년간 독점적으로 그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였다.
저 겁없는 의원은 배짱 좋게도 이를 어겼다가 본보기가 된 것이고.
‘그래도 다행히 처벌에 불만 가진 의원은 없는 모양이군.’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하나였다.
‘저놈이 미쳤나?’라는 반응.
하긴, 그간 내가 보여준 성질이 보통은 아니지 않나.
별 이득도 되지 않는 장사를 위해 내 성질을 긁는 쪽이 더 이상하다.
게다가 자화자찬하는 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내가 이룬 일들이 있는데 날 함부로 대할 순 없겠지.
“자, 그래도 불만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으니 전매 특허법의 취지에 대해 다시 설명하도록 하지.”
내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대들 모두 알겠지만, 이 특허법은 장인의 육성을 위해 만든 법이네.”
새로운 발명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이를 나라에서 보장해준다면, 사회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지금은 실 다리 안경만 특허 등록을 했지만, 누구든 원한다면 자신의 발명품으로 특허를 등록할 수 있네.”
망원경이나 유리 같은 건 특허를 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니 특허를 낼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개발 지원은 섭섭지 않게 해주고 있으니 괜찮겠지.’
이번 특허법처럼, 나는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당장 존 디의 요청으로 유리 장인까지 구해오지 않았나.
물론, 존 디는 내 투자금을 아깝지 않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장인이 온 이후부터 그 옆에 딱 붙어서 쑥덕이더니, 며칠도 안돼서 재밌는 물건을 만들어 가져왔다.
바로 12배율 망원경과 초기적 형태의 현미경이었다.
‘현미경이라니!’
존 디는 망원경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현미경에 신경을 기울여달라 부탁했다.
수많은 과학 발전의 모태가 되는 게 바로 이 현미경 아닌가.
그에 거는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크흠, 어찌 됐든. 전매 특허법을 유념하게. 원한다면 그 누구라도 특허를 신청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거리낌 없이 새로 개설한 특허청을 찾도록 하고.”
내 말에 의원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은 외교 문제를 다룰 시간이겠지.
“그래, 스코틀랜드 여왕의 소식은 없나?”
“있습니다. 며칠 전, 의회를 열었는데 상당히 고전한 모양입니다.”
“호, 그런가?”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스코틀랜드의 소식이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오는 게 좋았다.
‘다른 나라 정보도 이리 잘 가져오면 좋으련만.’
그러나 스코틀랜드와는 사정이 다르니 별수 없겠지.
스코틀랜드는 인접국에, 잉글랜드에 호의적인 귀족들도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스코틀랜드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신대륙에선 새로운 첩보가 들어오지 않았지?”
“예. 그래도 마지막 보고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아마 아직은 에스파냐를 상대로 버티고 있을 겁니다.”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이 정도면 되었다.
“좋아, 그러면 더 늦지 않게 우리가 나서야겠군.”
나는 현재 외교적으로 두 가지를 내다보고 있었다.
먼저, 스코틀랜드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신대륙에서 에스파냐의 영향을 축소하는 것.
잘하면 둘 모두를 한 번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의원들에게 물었다.
“프랑스의 앙리에게 편지를 보내는 게 어떠한가?”
일전, 가득 실어 보낸 금화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프랑스라는 대어를 완전히 낚아버리자는 것이다.
“그에게, 신대륙 파병을 제안하자는 걸세.”
의원들의 만면에 웃음꽃이 피었다.
물론, 의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여왕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