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7
17
제17화
‘고장 났구나!’
금이 간 수정구를 보고 콘텐은 확신했다. 고장 난 게 분명했다. 고장이 났으니 방금 전 그런 빛이 나온 것이리라.
‘사용 중에 고장이라니.’
물리적 충격에 고장이 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사용 중에 고장이 난 건 처음이었다. 콘텐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사내에게 말했다.
“떼셔도 됩니다.”
사내는 콘텐의 말에 재빨리 손을 뗐다. 그리고 사내가 손을 떼자 수정구의 빛은 단숨에 사라졌다.
콘텐은 금이 가 망가져버린 수정구를 회수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이럴 때를 대비해 여분으로 보관하는 새 수정구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수정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콘텐은 사내에게 수정구를 내밀며 말했다.
“다시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제가 말씀 드릴 때까지 손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네.”
사내는 콘텐의 말에 다시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콘텐은 사내가 손을 올리자마자 빛을 뿜어내는 수정구를 지켜보았다.
“……?”
몇 초 지나지 않아 콘텐의 표정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왜 이래?’
방금 전 고장 난 수정구와 마찬가지로 이번 수정구 역시 엄청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설마?’
문득 떠오른 생각.
“떼 주시겠습니까?”
콘텐은 재빨리 외쳤다. 콘텐의 외침에 사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빨리 손을 뗐다. 하지만 전과 달리 금이 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손을 뗐음에도 수정구에서는 여전히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빛이 더 강렬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정구의 찬란한 빛을 보며 콘텐은 종이를 꺼냈다. 재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정구 말고도 한 가지 도구가 더 필요하다.
바로 지금 콘텐이 꺼내든 종이였다. 당연하게도 평범한 종이는 아니었다. 수정구에 담겨 있는 정보를 뽑아오는 마법 물품이었다.
콘텐은 수정구 위에 종이를 올렸다. 그러자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찬란한 빛이 종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콘텐은 빛을 흡수하며 서서히 글자가 생성되고 있는 종이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찬란한 빛, 콘텐은 여태껏 그런 빛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빛을 뿜어낸 것일까?
스악
이내 수정구의 빛이 전부 종이에 흡수되었다. 콘텐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종이를 회수해 확인했다.
“…….”
종이에 적혀 있는 글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글자를 확인한 콘텐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다문 콘텐의 표정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콘텐은 종이에 나와 있는 사내의 재능을 보고 생각했다.
‘말도 안 돼, SSS?’
SSS, 종이에 나와 있는 글자는 SSS 단 3개뿐이었다. 그러나 그 3개의 글자가 뜻하는 바는 어마어마했다.
‘측정불가라고?’
측정불가, 수정구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콘텐은 종이에서 시선을 돌려 앞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저,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재능의 기준을 딱 맞췄다면 마탑의 마법사로 등록해 주는 대가로 몬스터의 부산물을 가져오라 했을 것이다. 준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근처에 있는 마법 훈련소에서 수료증을 받아오라 했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재능의 정도에 따라 여러 마탑의 마법사들을 소개시켜 줬을 것이다.
하지만 측정불가의 재능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마탑의 마법사들을 소개시켜 준다? 측정불가의 재능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누구에게 소개를 시켜 준단 말인가?
‘잘못 소개시켜 줬다간…….’
함부로 소개시켜 줬다가는 앞날에 불똥이 튈 것이었다. 콘텐은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내를 어떻게 해야 될지 상관에게 물어 볼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콘텐의 말에 사내가 답했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사내의 답에 콘텐은 감사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걸음을 옮겨 업무를 보고 있던 상관에게 다가갔다.
“케르자 님.”
“……?”
케르자는 콘텐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여기…….”
콘텐은 의아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케르자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뭔데?”
케르자는 종이를 받으며 물었다. 그러나 콘텐은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케르자 역시 콘텐이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종이를 보면 되기 때문이었다.
“……!”
이내 케르자가 종이를 보았고 SSS를 본 케르자의 표정에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누구야?”
놀람을 추스른 케르자는 콘텐에게 물었다.
“제 자리에 있는 사내입니다.”
콘텐은 케르자의 물음에 자신의 자리를 힐끔 보며 답했다. 그리고 케르자 역시 콘텐과 마찬가지로 콘텐의 자리를 힐끔 확인했다.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마법사 아닌 거 확실해?”
사내를 본 케르자가 콘텐에게 재차 물었다.
“네, 한 번이라도 마법을 사용했다면 수정구는 반응하지 않는다! 아시지 않습니까.”
케르자의 물음에 콘텐이 답했다. 콘텐의 표정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수정구로 재능을 측정할 때 측정자가 마법을 단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면 측정이 불가능하다. 수정구가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지…….”
콘텐의 답에 케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르자 역시 알고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너무나도 당황스러워 물어 본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케르자의 끄덕임에 콘텐이 물었다.
“잘못 소개시켜 줬다가는…….”
콘텐이 말끝을 흐렸고.
“큰일 나지.”
케르자가 이어 말했다. 무려 측정불가의 재능이다.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능이 너무나 뛰어나 탐내는 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임의로 소개를 시켜 버린다면?
불똥이 튈 것이다. 왜 나에게 소개시켜 주지 않았냐? 왜 우리 마탑에 보내지 않았냐?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러면…….”
또다시 콘텐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마냥 기다리게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케르자가 말했다.
“그 말씀은.”
콘텐은 케르자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케르자가 말했다.
“오랜만에 마탑장들이 모이겠지.”
19.
“……!”
케르자의 말에 콘텐은 더욱 더 크게 놀랐다.
‘마탑장들이?’
그도 그럴 것이 케르자의 입에서 ‘마탑장’이란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마탑장이 누구인가? 마탑을 대표하는 마법사다.
마법 실력은 물론 왕보다 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바로 마탑장이었다. 그런 마탑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니?
‘측정불가의 재능이 그 정도인가?’
한 명 보기도 힘든 마탑장들이다. 그런 마탑장들이 한자리에 모일 정도로 측정불가의 재능이 큰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일까? 단 한 번도 측정불가의 재능을 본 적 없는 콘텐은 케르자의 말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일단.”
생각에 잠겨 있던 콘텐은 케르자의 목소리에 생각을 끝내고 케르자의 말에 집중했다.
“이리로 데려와.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옙!”
콘텐은 케르자의 말에 답하며 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 *
“…….”
수혁은 앞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았다. 사내의 이름은 케르자, 케르자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케르자를 보던 수혁은 케르자의 말에 나타난 퀘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나다.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당신! 재능이 너무 뛰어나기에 누굴 소개시켜 줄지 케르자는 지금 당장 당신에게 답을 줄 수 없다. 케르자는 2주 뒤 다시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
[남은 시간 : 14일]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수락 시 시간이 흐릅니다.
퀘스트 거절 시 케르자와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라니?’
마법사 전직을 위해 왔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찾아오란다. 그 이유는 압도적인 재능 때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지혜가 높은 게 이럴 때 안 좋네…….’
측정불가의 재능, 재능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건 지혜 때문이었다. 지혜가 높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전직 퀘스트를 받았을 것이다.
‘하루 이틀 기다려야 되는 것도 아니고.’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 이틀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무려 14일, 2주나 기다려야 했다.
‘안 돼.’
이대로는 안 된다. 한시라도 빨리 마탑 도서관에 가고 싶은 수혁이었다.
‘시간을 줄여야 돼.’
대화를 통해 보상을 바꿀 수 있듯이 퀘스트 역시 대화를 통해 바꿀 수 있다. 수혁은 케르자와의 대화를 통해 2주라는 시간을 조금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2주가 지나야 제가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2주 동안 그냥 기다려야 되는 건가요?”
“아…….”
수혁의 말에 케르자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
케르자의 말에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탑 마법사 등록은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2주 뒤에 꼭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답을 한 케르자는 생각했다.
‘등록은 당연히 해 놔야지.’
측정불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수혁이다. 이곳 마탑에는 마탑 소속 마법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국가의 마법사들도 있다.
그들도 귀가 있으니 수혁을 알게 될 것이고 탐을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들이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하게 마법사 등록은 당연히 해 놔야 한다.
‘뭐야?’
그런 케르자의 생각을 모르는 수혁은 케르자의 답에 당황했다.
‘2주 뒤에 전직 퀘스트 주는 거 아니었어?’
2주 뒤에 오라는 퀘스트 때문에 2주 뒤에나 전직 퀘스트를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퀘스트 없이 전직을 시켜 주는 건가?’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전직 퀘스트 없이 마법사로 전직이 될 것 같았다.
“아, 알겠습니다.”
마법사로 전직을 시켜 준다니 2주 뒤에 찾아와 달라는 퀘스트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시간을 바꿀 필요도 없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측정불가의 재능’을 수락하셨습니다.]답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법사 등록은 지금 바로 해 드리겠습니다.”
수혁의 답에 케르자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순간 또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법사로 전직하셨습니다.] [전직 보너스로 지혜가 10 상승합니다.] [스텟 ‘지혜’가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지혜가 높을수록 마법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스킬 퀘스트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