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6
16
제16화
* * *
“……!”
키보드를 두들기며 여러 대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장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양주혁을 보며 외쳤다.
“팀장님!”
“……?”
한참 키보드를 두들기며 업무를 보고 있던 양주혁은 장율의 외침에 의아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멈췄다.
“왜?”
그리고 고래를 빼꼼 들어 장율에게 물었다.
“어제 그 유저요!”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이 답했다.
“수혁?”
“네! 마탑으로 갔습니다!”
“…….”
이어진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장율의 자리로 다가왔다.
“…….”
양주혁은 장율의 자리에 도착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그저 말없이 모니터에 나타난 정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한참 모니터를 바라보던 양주혁은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잘 살펴.”
마탑만은 가지 않기를 바랐던 양주혁이었다.
“이제 마탑 NPC들이 움직일 거야.”
수혁의 지혜는 어마어마하다. 아마 마법사 전직 퀘스트를 진행하면 마탑 고위 NPC들이 수혁의 존재를 알게 되고 움직일 것이다. 여기서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탐(貪).
마탑 NPC들 눈에는 수혁이 어마어마한 천재로 보일 것이다. 제자 아니, 제자가 아니라 본인들의 마탑에라도 소속시키고 싶을 것이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업무는요?”
양주혁의 말에 장율이 물었다. 장율은 놀고 있지 않았다. 모니터를 여러 대 씀에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아무리 주시하는 게 큰 업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작은 업무가 추가되면 전체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래쪽으로 몇 개 넘겨.”
양주혁은 장율에게 말했다. 업무를 보는 것은 양주혁과 장율 둘뿐이 아니었다. 휘하에 많은 직원들이 있었다.
“네!”
장율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근데…….”
그리고 이어 양주혁에게 물었다.
“대마도사의 후예 진짜 걱정 안 해도 될까요?”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마탑 NPC들이 특수 직업을 주려고 할 테니. 설마 그걸 거절하고 도서관에 가겠어?”
* * *
레벨 : 9
경험치 : 98%
생명력 : 2790
마나 : 26420
포만감 : 67%
힘 : 14
민첩 : 15
체력 : 53
지혜 : 1321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한 마리.’
앞으로 한 마리만 잡으면 레벨 업이었다. 캐릭터 창을 닫은 수혁은 전방에서 어슬렁거리는 들개에게 다가갔다.
들개는 수혁이 다가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들개 앞에 도착한 수혁은 검을 휘둘렀다.
낑!
들개는 수혁의 공격에 비명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수혁은 뒤로 물러난 들개가 다시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왈!
이내 기다렸던 상황이 다가왔다. 기다림의 끝은 또 다른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수혁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들개의 점프를 기다렸다.
휙!
두 번째 기다림도 끝이 났다. 들개가 점프를 했고 수혁은 역시나 드러난 들개의 배, 반짝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치명타!]이미 수없이 들개를 사냥한 수혁이었다. 치명타가 터지긴 했으나 죽을 정도의 데미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죽을 정도의 데미지가 아닐 뿐이다. 들개는 이제 한 번의 공격만 더 받으면 죽는다. 수혁은 떨어지는 들개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스걱!
[레벨 업!]예상대로 검이 작렬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근데 메시지는 하나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레벨 10을 달성하셨습니다.] [더 이상 약점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약점이 표시되지 않아?’
약점이 표시되지 않는다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긴 약점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문제겠네. 스킬을 배운 것도 아니고.’
잠시 생각을 해 보니 약점이 보이는 게 이상했다. 특별한 스킬을 배운 것도 아닌데 약점이 왜 보인단 말인가?
‘10까지는 약점이 있으며 약점을 공격해야 치명타가 터진다는 걸 알려 준 건가.’
10 레벨 이전에는 약점이란 것이 있고 약점을 공격해야 치명타가 터진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약점이 보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드랍 창에 나타난 드랍 아이템을 습득하며 뒤로 돌아섰다. 10레벨을 달성했다. 이제 마법사로 전직할 시간이었다.
수혁은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10레벨을 달성하며 획득한 보너스 스텟을 체력에 투자했다.
‘드디어 마법사구나.’
캐릭터 창을 닫으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마법사가 된다.
‘책이 얼마나 있으려나.’
마탑 도서관에 책이 얼마나 있는지 너무나 기대됐다. 그렇게 도서관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연중과의 약속 장소였던 중앙 마탑이었다.
지역 ‘마탑’에는 중앙 마탑 말고도 수많은 마탑들이 있다. 그러나 전직을 시켜주는 마탑은 중앙 마탑 뿐이었다.
입구를 지나쳐 중앙 마탑으로 들어온 수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곧 2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층 역시 1층과 마찬가지로 상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나 이용 할 수 있는 1층과 달리 2층은 조건이 필요했다.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층 입구를 지키고 있는 마법사를 지나칠 수 없었다. 어차피 수혁은 2층에 볼일이 있는 게 아니었다.
수혁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했다. 3층 역시 2층과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분들을 위한 상점인 3층, 3층 입구를 지키고 있는 마법사를 보며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4층으로 향했다.
4층에 도착한 수혁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계단도 없었거니와 4층이 목적지였기 때문이었다.
이곳 4층에서 마법사 전직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전직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전직 퀘스트만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반 퀘스트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의뢰도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4층은 유저들에게 퀘스트 집합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무슨 퀘 받았냐?”
“아밀이라는 NPC를 만나보라는데?”
“헐, 대박!”
“왜?”
“너 몰라? NPC 만나는 퀘스트는 일정 확률로 특수 직업으로 연결되잖아!”
수혁은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4층 내부를 둘러보았다.
‘10곳이나 되는데 줄이 다 기네…….’
책상은 총 15개가 있었다. 그러나 그중 5개는 2층, 3층처럼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책상이었다.
즉, 수혁같이 평범한 유저들은 나머지 10개의 책상에서 용무를 봐야한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기다려봤자 더 늦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수혁은 일단 줄이 가장 짧은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줄이 짧은 이유가 있었다. 곧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반대편에 있는 마법사를 보았다.
‘콘텐.’
책상 위에는 마법사의 이름이 쓰여 있는 명패가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혁이 앉자 책상의 주인 콘텐이 물었다. 명패를 보던 수혁은 콘텐의 물음에 답했다.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 마법사가 되고 싶으셨군요.”
콘텐은 수혁의 말에 알았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일단.”
이어 콘텐은 책상 서랍을 열어 수정구를 꺼냈다. 그리고 수정구를 수혁에게 내밀며 이어 말했다.
“이곳에 손을 올려 주시겠습니까?”
수혁은 콘텐의 말에 수정구를 보았다.
“제가 말씀 드릴 때까지 떼시면 안 됩니다.”
“네.”
그리고 이어진 콘텐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렸다.
스아악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18.
‘10초 아니었나?’
손을 올린 지 10초가 지났다. 수혁이 알기로 전직 퀘스트를 받기 전 수정구에 손을 올리는 것은 10초뿐이었다. 그런데 왜 멈추게 하지 않는 걸까?
쩌적!
바로 그때였다.
수정구에 금이 갔다.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금이 간 수정구를 보았다.
‘뭐야?’
당황스러웠다. 수정구에서 빛이 나는 것은 알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기글 ‘마법사 전직하는 방법’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금이 간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아니, ‘마법사 전직하는 방법’에는 금이 간다는 소리가 전혀 없었다.
수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수정구에서 고개를 들어 콘텐을 보았다. 콘텐 역시 금을 발견하고 표정에 변화가 있었다.
“떼셔도 됩니다.”
그 변화는 당황이었다. 콘텐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수혁은 콘텐의 외침에 재빨리 손을 뗐다.
* * *
중앙 마탑 관리부 소속 마법사 콘텐.
‘하…….’
콘텐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인과 그 뒤에 서 있는 수많은 이들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많다, 많아.’
너무나도 많았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처음 관리부에 들어왔을 때 너무나도 좋았다. 마법 실력이 좋지 못해도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은 건 잠시 뿐이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안녕히 계세요!”
여인은 용무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 뒤 사라졌다.
“다음 분!”
콘텐은 다음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가 다가와 앉았다. 콘텐은 사내가 앉자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 마법사가 되고 싶으셨군요.”
사내의 용무를 들은 콘텐은 서랍을 열었다.
“일단.”
그리고 서랍에서 수정구를 꺼내 사내의 앞에 내밀며 이어 말했다.
“이곳에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제가 말씀 드릴 때까지 떼시면 안 됩니다.”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누구나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능이 있어야 한다. 수정구는 그 재능을 확인해 주는 마법 도구였다. 수정구를 통해 재능을 측정하고 일정 기준을 넘어야만 마법사가 될 수 있다. 정확히는 마탑에서 마법 교육을 받고 이수를 해야 진정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
“네.”
사내는 콘텐의 말에 답하며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수정구가 빛나기 시작했다.
‘오!’
수정구를 지켜보던 콘텐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빛이……!’
빛이 강할수록 재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지금 수정구에서는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빛은 오랜만이었다.
‘응?’
그러나 5초 뒤, 콘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빛이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더욱 더 찬란하게,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빛. 눈이 부셔 절로 실눈이 될 정도였다.
‘고장 났나?’
실눈으로 수정구를 바라보며 콘텐은 생각했다. 요즘 수정구를 많이 사용했다. 혹시나 잦은 사용으로 고장이 나버린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쩌적!
수정구에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