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6
26
제26화
28.
‘설마 퀘스트를 완료해서?’
혹시나 1권에서 받은 퀘스트를 완료했기 때문일까?
‘조건이 있는 건가?’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책의 색깔이 변하는 것 같았다. 1권이 파란색으로 빛난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2권이 파란색으로 변한 조건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1권에서 받은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 그게 조건일 것이다. 파란색으로 반짝이는 2권. 2권을 보던 왈츠는 고개를 들어 1권과 3권을 보았다.
퀘스트를 받은 순간 빛을 잃은 1권. 하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 2권과 달리 1권은 여전히 빛을 잃은 상태였다.
‘3권은 아직 하얀색.’
3권은 하얀색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2권뿐이었다.
‘2권에서도 퀘스트가 나오고. 퀘스트를 깬다면?’
3권의 색도 변할 수 있다. 파란색이 된 것으로 보아 2권 역시 퀘스트를 줄 것이고 그 퀘스트를 깨면 3권의 색도 파란색으로 변할 것이다.
생각을 마친 왈츠는 뒤로 돌아섰다. 이제 책을 읽어 확인을 할 차례였다. 왈츠는 책상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눈앞에 나타난 무언가에 왈츠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타난 무언가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왈츠는 생각했다.
‘유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구나.’
아예 유저들의 발길이 끊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직 도서관을 이용하는 유저가 남아 있었다.
스윽
사내가 뒤로 돌아섰고 왈츠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
“…….”
순간의 어색함. 어색함을 깨기 위해 왈츠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왈츠의 인사에 사내 역시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어색함이 찾아오기 전 사내는 물론 왈츠 역시 걸음을 옮겨 서로를 지나쳤다.
‘잠깐.’
서로를 지나쳐 몇 걸음 옮긴 순간 왈츠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라칸의 일기』가 있는 책장으로 달려갔다. 책장에 도착한 왈츠는 빛을 잃은 『라칸의 일기』 1권을 꺼내며 생각했다.
‘내가 깬 퀘스트를 다른 사람이 또 깰 수 있나?’
문득 떠오른 생각, 그것은 바로 퀘스트였다. 이미 왈츠는 『라칸의 일기』 1권이 준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또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까?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하면.’
만약 파란색으로 보인다면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어봐야겠어.’
왈츠는 방금 전 인사했던 사내에게 물어 볼 생각이었다. 1권이 파란색으로 보이는지 아니면 다른 색으로 보이는지. 물론 1권 역시 파란색으로 빛나는데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건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왈츠가 퀘스트를 받았던 때는 막 마법사로 전직했던 10레벨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별다른 플레이를 하지 않은 왈츠였다. 조건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내 역시 그 조건은 충분히 달성했을 것이다.
1권을 꺼낸 왈츠는 다시 걸음을 옮겨 사내를 찾았다. 사내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물론 그냥 앉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내는 어느새 하얀 책 5권을 가지고 와 독서를 하고 있었다. 왈츠는 사내의 반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사내가 눈길을 주길 기다렸다.
“……?”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내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눈길을 주지 않는 사내에 왈츠는 당황했다.
‘무슨 집중력이…….’
일부러 눈길을 주지 않았다면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헛기침을 해서라도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내는 일부러 눈길을 주지 않는 게 아니었다. 집중력, 사내는 책을 읽는 데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면 말 걸기도 미안하잖아.’
그렇지 않아도 실례를 해야 되는 왈츠였다. 앞에 사람이 앉은 것도 모르는 이 집중력에 어찌 실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읽는 속도가 빠르긴 한데…….’
사내가 언제쯤 책을 다 읽을까? 왈츠는 계산해 보았다.
‘좀 걸리겠어.’
사내의 읽는 속도는 빨랐다. 다 읽고 넘기는 것인지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책의 두께가 너무 두꺼웠다. 아무리 빨리 읽는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그래, 기다리자.’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왈츠는 결국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물론 가만히 기다리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왈츠 역시 읽을 책이 있었다. 왈츠는 『라칸의 일기』 1권을 옆에 두고 『라칸의 일기』 2권을 펼쳤다.
* * *
“드디어 다 읽었네.”
마지막 스킬 퀘스트까지 전부 읽은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제 이곳에서의 할 일은 없다. 워프 마법진을 쓸 일이 없다면 이곳에 오게 되는 건 100레벨을 찍어 두 번째 문을 개방할 때가 될 것이다.
통로를 따라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계속 걸음을 옮겨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발을 들이자마자 워프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마탑 도서관을 선택 후 창 아래에 있는 워프 버튼을 눌렀다.
[마탑 도서관으로 워프 합니다.]워프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와 함께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이곳 대마도사의 아공간에 왔을 때보다 더욱 빨리 복구되었다. 수혁의 시야에 익숙한 공간이 들어왔다.
스윽
수혁은 책을 가지러 가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
뒤로 돌아서자마자 보이는 사내. 상당히 가까웠다.
“안녕하세요.”
어색함이 주변을 잠식하려던 찰나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수혁 역시 사내와 마찬가지로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그리고 다시 어색함이 찾아오기 전 수혁은 재빨리 사내를 지나쳐 책장으로 향했다.
‘역시 치워져 있군.’
책장으로 향하며 수혁은 항상 자신이 앉던 자리를 보았다. 분명 책을 올려두고 갔었는데 책이 보이지 않았다. 사서 NPC가 치운 것이 분명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수혁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곧 책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와, 이건 좀 두껍네.’
책을 꺼내던 수혁은 다른 책과 비교해 족히 2배는 두꺼워 보이는 책의 등장에 속으로 짧게 감탄했다.
물론 다시 넣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혁은 두꺼운 책을 선호했다. 오랜 시간 쭉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꺼운 책을 포함해 총 다섯 권의 책을 꺼낸 수혁은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상에 도착하자마자 수혁은 자신을 놀라게 했던 두꺼운 책을 펼쳤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두꺼운 책을 읽는 데에는 역시나 다른 책을 읽었을 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두꺼운 게 지혜도 잘 오르고 읽기도 편하고.’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마탑 도서관에 있는 여러 두꺼운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됐다. 하얀 책이라고 지혜가 ‘1’만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을. 책의 두께에 따라 달랐다. 지금처럼 두꺼운 책을 읽으면 지혜가 ‘2’까지 오르기도 했다.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다음 책을 읽기 위해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응?’
수혁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았다. 막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인사를 해 왔던 사내가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왜…….’
어째서 사내가 반대편에 있는 것일까?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리는 많았다.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사람이 없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많은 자리를 내버려두고 왜 반대편에 앉았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아!”
귓가에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 수혁은 순간 정면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았다.
“다 읽으셨군요.”
사내와 눈이 마주쳤고, 그가 입을 열었다.
‘……날 기다린 건가?’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기다린 것 같았다.
‘왜?’
처음 보는 사내였다.
‘무슨 볼일이 있나?’
무슨 일 때문에 기다린 것일까? 수혁은 사내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절 기다리신 건가요?”
“네, 책 다 읽으시길 기다렸습니다.”
사내는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때문에 기다리신 거죠?”
수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내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기다린 것인지 수혁은 궁금했다.
“그게…….”
사내는 말끝을 흐리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더니 이어 옆에 있던 책을 들었다. 사내가 든 책은 하얀 책이었다.
‘라칸의 일기 1권?’
수혁은 책의 제목을 확인하고 사내를 보았다. 갑자기 책은 왜 보여준 것일까? 수혁의 의아함을 눈치 챈 것일까? 사내가 말했다.
“이 책 무슨 색으로 보이세요?”
사내의 질문은 단순했다. 책의 색이 무엇으로 보이냐는 질문이었다.
“반짝임 말하시는 거죠?”
질문이 담고 있는 의미는 2개였다. 책 본연의 색과 반짝임이었다. 아마도 반짝임을 묻는 것이겠지만 수혁은 확실히 하기 위해 사내에게 물었다.
“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수혁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얀색이요.”
“하얀색이요?”
수혁의 답에 사내가 반문했다.
“네.”
이번에는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있나?’
수혁은 사내와 사내가 들고 있는 책 『라칸의 일기』 1권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 왜 묻는 거지?’
사내가 왜 이런 것을 물어 본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군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걸 물어 보시려고 기다리신 건가요?”
“……네.”
수혁의 물음에 사내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답을 한 뒤 다시 생각에 잠긴 사내는 이내 생각을 끝내고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사내가 다시 입을 열자 수혁은 사내의 말에 집중했다.
“파란 책을 아시나요?”
“네, 압니다.”
파란 책뿐만 아니라 빨간 책, 보라 책도 알고 있었다. 수혁은 사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요.”
사내는 수혁의 답에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실은 저는 이 책이 파란 책이었습니다.”
“……네?”
수혁은 당황했다. 사내가 든 책은 『라칸의 일기』 1권이었다. 분명 하얀 책이다. 그런데 파란 책이라니?
‘설마.’
그 순간 수혁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유저마다 다른 건가?’
혹시나 유저마다 책의 색깔이 다른 것일까?
‘아니야, 그건 아니겠지.’
잠시 생각해본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저마다 책의 색깔이 다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불공평했다. 어떤 유저는 좋은 퀘스트를 받는데 어떤 유저는 이상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