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91
291
제 291화
289.
문이 열렸다.
라모스는 반사적으로 문을 보았고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의 아이클을 볼 수 있었다.
“역작들을 죽인 마법사가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아이클은 표정과 마찬가지로 당황함이 물씬 묻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지?”
“수혁이라고 합니다.”
“수혁?”
라모스는 아이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들어봤…….’
“……!”
고개를 갸웃거리던 라모스는 이내 수혁이 누구인지 떠올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파비앙의 제자 녀석? 우리 계획을 망가트렸던?”
“네.”
아이클의 답에 라모스는 생각했다.
‘말도 안 돼.’
라모스는 재빨리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암당에서 온 서신을 꺼내 읽었다.
‘레어로 같이 떠났는데?’
수혁은 드래곤과 함께 레어로 떠났다.
그래서 애초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에 있지?”
라모스는 아이클에게 물었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끙.”
아이클의 답에 라모스는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생각했다.
‘망할 녀석.’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타격이 너무나 컸다.
그나마 계획이 성공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라모스는 아이클과 루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클과 루스가 방에서 나가고 라모스는 바로 서랍을 열어 암당과 연결된 수정구를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스아악
-무슨 일이십니까?
이내 빨간빛이 초록빛으로 변하며 암당의 당주 아소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획, 성공했습니다.”
라모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말했다.
“그런데 역작들이 다섯이나 죽었습니다.”
-예? 역작들이 다섯이나요?
라모스의 말에 아소멜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역작들을 죽일 만한 힘이 없을 텐데…….
이어 아소멜이 불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계획을 실행할 지역으로 루칼 왕국을 선택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아이람 왕국과 분쟁 중이라는 것.
두 번째, 역작을 제압할 힘이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때문에 루칼 왕국을 선택한 것인데 역작이 다섯이나 죽임을 당했다니?
믿기가 힘들었다.
“수혁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레어에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아, 이런…….
“수혁이 또 개입을 한다면 다음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쇼. 오히려 돌아왔다니 잘됐군요.
“……?”
라모스는 아소멜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이 성공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전처럼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잘됐다니?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바로 마스터께 보고를 드리러 이만.
스아악
아소멜의 말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초록빛이 사라졌다.
라모스는 빨간빛을 뿜어내는 수정구를 보며 생각했다.
‘좋은 소식?’
좋은 소식을 전해 준다니?
‘설마…….’
문득 든 생각에 라모스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암살?’
돌아와서 잘됐다는 것.
그리고 좋은 소식.
암살이 생각났다.
아니, 확실했다.
라모스는 활짝 웃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 * *
“어떻게 하실 겁니까?”
특수 키메라를 막기 위해 오르미스로 온 왕궁 2마법단장 롤라가 물었다.
“……조사 병력을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지원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롤라의 물음에 4기사단장 알로스가 답했다.
오르미스 말고도 8곳에 키메라가 나타났다.
“그럼 조사 병력은…….”
“롤라 님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키메라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거기다 죽긴 했지만 키메라는 여전히 독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키메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독도 정화하려면 수준 높은 마법사가 있어야 했는데 롤라가 딱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키메라를 조사하고 싶었던 롤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림!”
그리고 이어 2마법단 부단장 엘림을 불렀다.
“예.”
“키메라를 조사할 인원 다섯을 차출할 거다. 이후 알로스 님을 따라 다른 곳으로 지원을 가.”
“네, 알겠습니다.”
엘림은 롤라의 말에 답하며 마법사 다섯을 추렸다.
알로스 역시 주변을 통제할 기사와 병사들을 추린 후 엘림과 함께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그렇게 알로스와 엘림이 사라지고 롤라는 본격적으로 키메라 조사를 시작했다.
“큐어로 일단 독부터 정화한다.”
주변은 물론 키메라 시체 주위에는 아직 독들이 가득했다.
롤라의 말에 마법사들이 큐어를 시전하며 독들을 정화시키기 시작했다.
정화 마법이 뛰어난 이들로 데리고 와서 그런지 독은 빠르게 정화되었고 롤라는 키메라 바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당했군.’
키메라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잔상처부터 시작해 사인으로 추측되는 큰 상처까지 수많은 상처들이 키메라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응?’
바로 그때였다.
롤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뭐지?’
키메라의 가슴 부근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큐어, 큐어, 큐어.”
롤라는 확인을 위해 가슴 부근에 큐어를 시전해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독들을 정화했다.
그리고 이어 손에 얇은 막을 만든 뒤 반짝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반짝이는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보석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본 적이 있었다.
‘잠깐!’
이내 롤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허의 정?’
제작부터 사용까지 모든 게 다 금지가 된 공허의 정.
보석의 외관은 공허의 정과 매우 똑같았다.
아니, 공허의 정임이 분명했다.
‘설마…….’
롤라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로시에게 물었다.
“이 키메라 아이람에서 왔다고 했나?”
“예, 아이람 쪽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나타난 키메라들 역시.”
“…….”
오로시의 답에 롤라는 말없이 공허의 정을 보았다.
‘아이람 이 미친놈들이 결국.’
* * *
-만들었어?
연중이 물었다.
“아니.”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따 일어나서 경건한 마음으로 제작하려고.”
오롤드 이후 특수 키메라를 셋 더 잡았다.
그리고 그 셋 역시 공허의 정을 2개씩 드랍했다.
장비 ‘무(無)’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공허의 정 10개를 모은 것이다.
이제 레시피만 사용하면 장비 ‘무(無)’를 제작할 수 있다.
-기대된다. 신 등급 무기는 어떨지.
“그러니까.”
수혁은 연중의 말에 ‘무(無)’의 옵션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다른 특수 키메라들은 안 잡는 거야?
연중이 물었다.
루칼 왕국에 나타난 특수 키메라는 총 아홉이었다.
그중 수혁이 다섯을 죽였고 넷이 남아 있었다.
연중은 수혁에게 넷의 위치를 알려줬었다.
그런데 수혁은 남은 특수 키메라를 잡지 않았다.
왜 잡지 않은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공허의 정을 다 모았으니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요즘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서. 내가 왜 잡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네 번째 특수 키메라를 잡았을 때 문득 떠올랐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읽을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키메라를 잡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공허의 정 10개가 모인 순간 특수 키메라 사냥을 멈췄다.
물론 특수 키메라들이 있는 곳에 도서관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도서관이 이렇게 없는 나라가 있을 줄이야.’
루칼 왕국의 도서관은 왕궁에 있는 왕궁 도서관 단 하나뿐이었다.
그 외에는 도서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 그래? 그럼 다시 마계로 갈 거야?
“응, 이제 쭉 마계 도서관에 있을 거야.”
-알았다. 근데 너 경매는 어떻게 했어? 예약했어?
“아, 맞다. 예약해놨어. 이틀 뒤 오후 6시 시작으로.”
-어떻게 올렸어? 종류별로?
“응, 너는?”
이번에는 수혁이 물었다.
수혁만큼은 아니었지만 연중 역시 전설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너 이번 경매 끝나고 올리려고.
“왜? 한 번에 같이 시작하는 게 낫지 않아?”
연중의 답에 수혁이 재차 물었다.
이번 경매가 끝나면 전설 아이템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었다.
그럴 바에 차라리 같이 올리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에이, 네 덕에 얻은 건데 너한테 누를 끼칠 수는 없지.
연중이 답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같이 올리자. 아이템이 똑같은 건 아니니까.”
-그래도 될까?
“응, 당연하지.”
-고맙다.
“아니야, 이제 나 자야겠다. 나중에 보자.”
-그래.
수혁은 연중과의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장을 보았다.
‘그냥 자야겠지?’
책을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읽고 잔다면 상쾌한 하루가 아니라 피곤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았다.
수혁은 바로 침대로 향해 잠을 청했다.
* * *
아침 운동 후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캡슐을 보았다.
“이제 만들러 가 볼까.”
접속을 할 시간이었고 이제 무(無)를 만들 때였다.
수혁은 바로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아공간에서 로그아웃했던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장비 창과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장비 창에서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꺼내 인벤토리에 넣은 뒤 인벤토리에서 ‘무(無) 제작 레시피’를 꺼내 펼쳤다.
모든 글자들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수혁은 흐뭇한 미소로 레시피를 사용했다.
[무(無) 제작 레시피를 사용하셨습니다.] [무(無)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나의 정령을 제작하며 이미 칭호를 받아서 그런지 이번에 나타난 메시지는 단출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 ‘무(無)’가 있었다.
수혁은 바로 무(無)의 정보를 확인했다.
제한 : 마법사, 지혜 5000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15
무장 해제 상태에서도 장비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무(無) 착용 시, 다른 무기의 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기본 옵션이 있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와 똑같은 옵션이었다.
물론 수혁이 말을 하지 못한 것은 기본 옵션 때문이 아니었다.
‘15?’
바로 증폭 수치 때문이었다.
무려 15였다.
증폭 수치가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보다 배 이상 높았다.
‘이건 그냥 특수 옵션이 없어도…….’
옵션을 개방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지가 얼마나 증가할지 도무지 예상되지 않았다.
수혁은 무(無)를 착용했다.
[퀘스트 ‘무(無)1’이 생성되었습니다.].
.
[퀘스트 ‘무(無)7’이 생성되었습니다.]무(無)를 착용하자 역시나 개방 퀘스트가 생성됐다.
‘7개라.’
퀘스트의 수는 마나의 정령과 마찬가지로 7개였다.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하기 전 장비 창에 있는 무장 버튼을 클릭했다.
무(無)의 외관이 어떤지 궁금했다.
스아악
이내 허공에 무(無)가 나타났다.
“……?”
무(無)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팡이가 아니네?’
당연히 지팡이라 생각했다.
‘이건…….’
그런데 지팡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