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09
309
제 309화
307.
-여보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오재용이 전화를 받았다.
“오빠, 오늘 온다며?”
정연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응, 지금 가고 있다. 관장님한테 들었냐?
“아빠 만나러 오는 거야?”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니고. 근데 왜?
“그게…….”
오재용의 물음에 정연은 말끝을 흐리며 컴퓨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수혁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이어 말했다.
“강수혁이란 분 알아? 블랙 등급 카드를 가지고 왔던데.”
-수혁 님?
예상치 못한 정연의 물음에 오재용이 반문했다.
-수혁 님은 왜?
“혹시 내가 아는 분이야? 낯이 익어서.”
-뭐? 낯이 익다고?
“응.”
-음, 네가 알 것 같긴 한데 본 적은 없을 텐데?
“……?”
오재용의 답에 정연은 의아해했다.
아는데 본 적이 없을 것이라니?
그 말은 이름만 들어보았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 속에 강수혁이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수혁 님이 꽤 유명한 분이거든.
정연은 오재용의 답에 생각했다.
‘유명?’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정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는 수혁이 있었다.
“설마 판게아의 수혁이야?”
-어.
오재용이 답했다.
그리고 정연은 오재용의 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낯이 익지?’
이름을 아는 것이지 얼굴을 아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낯이 익었다.
이름을 알기에 낯익음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름을 알기 전부터 낯익음을 느꼈다.
-도착했다. 이따 보자.
“응.”
정연의 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이 났다.
“뭐래?”
그리고 통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황지연이 재빨리 물었다.
정연의 말만 들을 수 있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참으로 궁금한 황지연이었다.
“오빠가 오는 건 아빠랑 그분 때문인 것 같아요.”
황지연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에 정연은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판게아의 수혁은 뭐야? 가상현실 판게아 말하는 거야?”
정연의 답에 황지연이 재차 물었다.
“네. 가상현실 판게아요!”
“거기서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 봐?”
판게아를 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수혁이었다.
하지만 황지연은 판게아를 하지 않았다.
“엄청 유명해요.”
정연은 황지연의 물음에 답하며 수혁이 들어간 7호실을 보았다.
7호실을 보는 정연의 표정에는 어느새 의아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 * *
‘허, 이것도 있네?’
책장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책들이 있나 구경하던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없는 게 없구나.’
소나무 도서관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었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고 오로지 종이책으로만 출간된 책들은 물론이고 인쇄를 얼마 하지 않아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가 없는 희소성이 매우 높은 책들 또한 비치되어 있었다.
평소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던 책들을 보니 절로 흐뭇해졌다.
‘오길 잘했어.’
어느 정도 책장을 둘러 본 수혁은 둘러보며 읽기로 다짐했던 책들을 챙겼다.
그리고 양손에 가득 책을 챙긴 수혁은 방으로 돌아갔다.
‘마시면서 할까.’
책을 내려놓은 수혁의 시야에 메뉴판이 들어왔다.
방이라 그런지 마실 것, 먹을 것을 주문할 수 있었다.
‘아니다.’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지금 가져온 것들은 읽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어 읽지 못했던 책들이었다.
즉,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수혁은 온전히 책에 신경을 쓰고 싶었다.
수혁은 바로 의자를 끌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던 책을 펼쳤다.
수혁은 한순간에 책에 빠져들었다.
이내 책 한 권을 다 읽은 수혁은 상기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박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의 평화 그리고 만족을 느끼는 수혁이었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다.
구하기 힘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스윽
수혁은 남은 책들을 확인했다.
방금 읽은 책과 마찬가지로 남은 책들 역시 한정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나도 많아 구하기가 힘든 책들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수혁은 들뜬 기분을 살짝 가라앉힌 뒤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에 수혁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문을 보았다.
“수혁 님?”
“……?”
문밖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에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
수혁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냥왕 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제왕 그룹의 삼남 오재용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재용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죠?”
“아, 그렇죠.”
TV 혹은 컴퓨터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혁은 오재용의 말에 답하며 악수를 받았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악수를 끝낸 뒤 수혁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일이 있어 왔습니다. 이곳 관장님도 뵙고 수혁 님도 뵙고요! 하하.”
“아…….”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들어오시죠!”
분위기를 보아 단순히 인사를 하고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실례였다.
오재용은 방으로 들어가 수혁의 반대편에 앉으며 생각했다.
‘나가서 먹으실 것 같지는 않은데.’
원래 밖에서 점심을 함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말하기에는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들이 마음에 걸렸다.
“점심 드셨어요?”
바로 그때 수혁이 물었다.
“아직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오재용은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자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메뉴판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식사도 되는 것 같던데 같이 드실래요?”
“안 그래도 여기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잘됐네요.”
오재용은 고민을 끝냈다.
“어떤 거 드실래요?”
수혁은 오재용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내밀었다.
“전 돌솥비빔밥 하겠습니다.”
메뉴판을 본 오재용이 수혁에게 말했다.
“……!”
그리고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는 푸아그라, 캐비어 같은 고급 이미지의 음식 역시 제공하고 있었다.
제왕 그룹의 삼남이기에 당연히 그런 고급 음식을 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돌솥비빔밥이라니?
“의외인가요? 하하. 여기 돌솥비빔밥이 엄청납니다.”
수혁의 눈빛에 오재용이 껄껄 웃었다.
“그럼 저도 돌솥비빔밥으로 주문할게요.”
오재용의 말에 수혁은 멋쩍은 웃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튼을 눌렀다.
똑똑 끼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바로 정연이었다.
수혁은 멍하니 정연을 보았다.
‘낯익어.’
분명 어디선가 보았다.
도대체 어디서 본 것인지 답답했다.
바로 그때 정연이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보고 자신이 빤히 쳐다보고 있음을 깨달은 수혁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답했다.
“돌솥비빔밥 2개 가져다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마실 것은 어떻게 할까요?”
정연이 물었다.
수혁은 정연의 물음에 오재용을 보았다.
“저는 물로 하겠습니다.”
오재용의 답을 들은 수혁은 정연에게 말했다.
“물로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정연은 인사 후 다시 방에서 나갔다.
수혁은 다시 오재용의 반대편에 앉았다.
스윽
그리고 수혁이 앉자마자 오재용이 들고 왔던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
수혁은 서류 봉투를 보고 이게 뭐냐는 눈빛으로 오재용을 보았다.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이어진 오재용의 말에 수혁은 봉투를 들어 안에 있는 종이들을 꺼냈다.
그리고 종이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 / 김설
-행복과 불행의 차이 / 황이온
-불사단 / 강철민
.
.
‘책?’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책이었다.
‘다 완판된 것들이잖아.’
거기다 전부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이건 왜…….”
첫 장을 확인한 수혁은 오재용에게 물었다.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혹시 이 중에 관심 있는 책 있으십니까?”
“……!”
오재용의 말에 수혁은 다시 한 번 목록을 확인했다.
목록에 있는 책들 중 상당수가 웃돈을 준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수혁은 고개를 들며 물음에 답했다.
“관심이야 있긴 한데…….”
“다행입니다! 혹시나 관심이 없으시면 어쩌나 했거든요. 조만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정말 감사한데 이것들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
수혁은 말을 중간에 끊었다.
생각해보니 오재용은 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재용은 수혁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아, 수혁 님.”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탄성을 내뱉으며 수혁을 불렀다.
“네?”
“한 가지 여쭈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혹시 방금 전 그 여직원 아십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수혁은 살짝 당황했다.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방금 전 정연을 멍하니 쳐다본 것 때문에 묻는 것일까?
“아뇨.”
수혁은 살짝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죠?”
“그건 왜…….”
오재용의 분위기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수혁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제가 아는 동생인데 수혁 님을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해서요.”
“네?”
수혁은 오재용의 말에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낯이 익다고 생각한 건 수혁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정연 역시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럼 진짜 어디서 본 건데.’
당사자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어디선가 본 것이 분명했다.
‘판게아밖에 없는데?’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수혁이었다.
보았다면 판게아에서 보았을 것이다.
“그분도 판게아 하시나요?”
수혁이 물었다.
“네, 하지요.”
오재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왕 길드인가요?”
“아뇨.”
이번에는 오재용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혁은 오재용의 답에 생각했다.
‘제왕 길드가 아니면 진짜 볼 일이 없는데.’
판게아에서도 도서관만 다니는 수혁이었다.
유저들과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오재용의 눈빛에 생각을 끝냈다.
“저도 실은 그분을 어디서 뵌 것 같아서요.”
“예? 정연이를요?”
“네, 어디서 뵌 건지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요.”
“호오, 그렇군요.”
오재용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거 인연인데요?”
그리고 이어 오재용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혁은 오재용의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인사를 하고 7호실에서 나온 정연은 근처에 있던 인터폰을 통해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돌솥비빔밥 2개 준비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식당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수혁을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났다.
책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확실히 기억났다.
‘그 남자였어.’
판게아를 막 시작했을 때.
시작 마을 ‘오렌’의 도서관에서 만났던 특이한 남자.
수혁은 그 남자임이 분명했다.
‘진짜 책을 좋아하는구나.’
어려서부터 책과 함께한 정연 역시 매우 책을 좋아했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그런지 살짝 신경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