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39
339
제 339화
337.
10초도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치료가 될 정도로 작은 상처가 아니었다.
즉, 모습은 같지만 새로운 용이 분명했다.
“왜 한 번에 소환하지 않은 거지?”
에르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룰 수 있는 용이 한 마리가 아니라면 왜 처음부터 여럿을 꺼내지 않은 것일까?
“설마 얕본 건가?”
혹시 한 마리로 충분하다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다룰 수 있는 시간이나 수에 제한이?”
생각에 잠겨 있던 에르테는 이내 인상을 쓰며 투기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용을 죽일 만한 투기를 모으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이제 직접 부딪혀야 한다.
투기로 보호막을 만든 에르테는 용과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에르테는 용이 독을 뿜어내 장악한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아악!
“호오?”
독 지대에 도착한 에르테는 속으로 감탄했다.
“엄청나군.”
보호막에 엄청난 압박이 들어왔다.
“보호막을 뚫고 들어와?”
거기다 어떤 독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 독까지 있었다.
“인간이나 마족들에게는 치명적이겠어.”
에르테는 성큼성큼 움직이며 생각했다.
몸에 흐르는 마나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 혹은 마족들이라면 분명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10마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지는걸.”
이내 인간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에르테는 씨익 웃었다.
쩍!
그리고 땅이 갈라질 정도로 힘을 주며 용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늘로 날아오른 에르테의 손에는 상당한 크기의 투기가 뭉쳐 있었다.
휙!
용 바로 아래에 도착한 에르테는 주먹을 휘둘렀다.
투기가 가득 뭉친 에르테의 주먹이 용의 몸에 작렬했다.
쾅!
-크어어어어엉!
굉음과 함께 용이 포효했다.
포효에는 고통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역시.’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용이 뿜어내는 독이 한층 더 강력해졌다.
이미 먼 옛날 전투로 이런 상황을 겪어봤던 에르테는 투기를 더욱 주입해 보호막을 강화시키고 연달아 주먹을 휘둘러 용의 몸을 두들겼다.
쾅! 쾅! 쾅!
굉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근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용을 두들겨 패던 에르테는 힐끔 아래를 보았다.
분명 인간이 마법을 한두 번 날릴 시간이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이해했겠지만 코잔에게 들은바 인간은 아주 뛰어난 마법사였다.
“……!”
아래를 본 에르테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지켜봐?’
인간은 빤히 고개를 들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용과 교감을 하는 게 아닌가?’
용은 스스로를 고귀하다 생각하는 종족이었다.
아무에게나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과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만 힘을 빌려주는 게 바로 용이란 종족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용이 죽기 직전까지 공격을 당하고 있음에도 그저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이 입을 열었다.
거리가 멀어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입을 다문 순간 에르테는 주변 마나가 미친 듯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이내 주변 광경이 바뀌었다.
뜬금없이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기가 가득 느껴졌다.
몸이 한기에 무뎌지는 것을 느낀 에르테는 투기를 재빨리 돌려 보호막을 더욱 두껍게 만들었다.
‘어서 용을 처리하고 인간에게 간다!’
인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서 용의 숨통을 끊고 인간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쾅!
에르테는 용의 몸에 주먹을 박았다.
그리고 여태까지와 달리 주먹을 감싸고 있던 투기를 용의 몸 내부로 분출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지금 용은 죽음 직전까지 간 상태였다.
몸 안에서 날뛰는 투기를 잠재우지 못할 것이었다.
에르테는 용에 대한 관심을 인간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에르테는 엄청난 마력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에르테는 마력이 모이는 곳을 확인했다.
인간의 머리 위쪽이었다.
스아악!
이내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나타났다.
족히 3m를 넘는 상당한 크기의 구체였다.
구체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에르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빛의 구체를 보며 순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에 담긴 마력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었다.
독을 막느라 상당히 약해진 보호막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하려고 한 순간 구체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이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에르테는 빛이 뿜어져 나온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무슨!’
구체에 담겨 있던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빛에 담겨 나오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함이 느껴졌다.
이대로 빛과 마주하면 위험하다 생각한 에르테는 재빨리 빛을 피해 움직였다.
하지만 괜히 빛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쾅!
빛이 보호막에 닿은 순간 폭음이 일어났고 에르테는 독지대에 들어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보호막에 순식간에 금이 나타났다.
에르테는 보호막이 깨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투기를 주입해 보호막을 유지하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리를 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스아악!
갑작스레 앞에 나타난 거대한 불의 소용돌이.
인간의 마법임이 분명했다.
에르테는 빠르게 고민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빛에 죽고 말 것이다.
‘빠르게 돌파한다.’
차라리 보호막에 모든 투기를 쏟아붓고 불의 소용돌이를 돌파하는 게 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고민을 끝낸 에르테는 곧장 모든 투기를 보호막에 주입했다.
그리고 불의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 * *
쾅! 쾅! 쾅!
수혁은 쉴 새 없이 독룡을 두들기는 에르테를 보며 생각했다.
‘최상급이랑 너무 차이 나잖아…….’
최종 보스이자 왕이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서 만났던 두 최상급 발록 아사크와 로비스와는 수준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마력의 저주는 먹히지도 않고.’
에르테의 몸은 현재 보랏빛이 물들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르테는 단 한 번의 움찔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그뿐.
멈추는 순간이 없었다.
‘다짜고짜 마법을 쓸 수도 없고.’
느려졌다고 해도 전과 비교해 느려진 것이지 여전히 빨랐다.
마법을 사용해도 피할 것이다.
즉, 독룡만 마법에 피해를 입고 마는 것이다.
‘일단 속도부터 늦추자.’
연중의 말대로 우선 에르테의 속도를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입을 열었다.
“환상 결계, 설원.”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메시지가 나타나며 주변에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파멸의 빛.”
그리고 바로 이어 파멸의 빛을 시전했다.
스아악!
빛의 구체가 나타나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멋지네.’
사방으로 뻗어가는 빛은 장관 그 자체였다.
에르테에게 당한 공격 때문일까?
아니면 파멸의 빛 때문일까?
독룡이 역소환되었다.
하지만 수혁은 메시지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도망?’
에르테가 도망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도망가는 에르테의 앞을 막기 위해 광역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톰, 윈드 스톰, 포이즌 스톰, 다크 스톰.”
시전과 동시에 마법들이 드러났다.
순간 에르테가 멈췄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보호막이 에르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졌고 이어 파이어 스톰 안으로 사라졌다.
파멸의 빛보다 파이어 스톰이 더 낫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발록들의 왕 에르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
[왕이 죽어 발록들의 능력이 약해집니다.] [발록들의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생명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투기가 30% 감소합니다.]수혁은 주르륵 나타난 메시지를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이제는 마족들만 있어도 전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마족과 발록들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에르테가 죽어 발록들이 더욱 약해졌다.
지금이라면 굳이 유저들의 도움이 없어도 발록들과 전쟁이 가능할 것 같았다.
‘뭐가 드랍됐으려나.’
메시지를 다 읽은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10마계의 최종 보스였던 헤르타나 역시 많은 장비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았던가?
발록들의 왕인 에르테가 무엇을 드랍했을지 기대됐다.
“오.”
* * *
“업데이트하고 오겠습니다.”
“네!”
연중은 사냥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냥왕은 바로 천막에 들어갔다.
연중은 천막에 들어간 사냥왕이 나오길 기다렸다.
바로 그때였다.
[발록들의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생명력이 20% 감소합니다.] [발록들의 투기가 30% 감소합니다.]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뭐야? 왜 갑자기…….’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투기.
모든 게 다 감소했다.
그것도 무려 20%~30%나.
그 말은 발록들이 엄청나게 약해졌음을 의미했다.
도대체 왜 발록들이 약해진 것일까?
‘설마 지도?’
문득 든 생각에 연중은 천막을 보았다.
방금 전 사냥왕이 지도를 업데이트하러 들어갔다.
혹시나 일정 지역의 지도를 확보했기에 발록들이 약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은 충분했다.
지도 제작 퀘스트를 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정 지역을 확보하면 발록들이 약해지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11마계 공략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 연중은 사냥왕이 나오길 기다렸다.
“연중 님.”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순간 사냥왕이 천막에서 나왔고 연중을 불렀다.
“메시지 뜨셨어요?”
연중은 사냥왕의 부름에 물음으로 답했다.
“네, 업데이트한 순간 뜨더라구요.”
“역시.”
사냥왕의 답을 듣고 연중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발록들이 약해진 것은 지도 때문이 분명했다.
“지도 제작 퀘스트를 준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봐요.”
연중이 말했다.
“아, 지도 제작 때문에 발록들이 약해진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상황을 봐서는.”
“어쩐지 발록들이 너무 쎄서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싶었는데.”
연중의 말에 사냥왕 역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발록들이 강해도 너무나 강했다.
공략 방법이 막막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연중아.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고 연중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나타난 메시지를 수혁 역시 보았을 것이다.
귓속말을 보낸 건 메시지 때문이 분명했다.
연중은 수혁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바로 답을 보냈다.
-연중 : 응, 수혁아.
-수혁 : 에르테 잡았다. 너도 메시지 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