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88
388
제 388화
386.
햇별이 재차 물었다.
“……그건 저도 모르죠.”
그러나 커맨더는 햇별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었다.
커맨더 역시 수혁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스윽
햇별은 커맨더의 답에 고개를 돌려 케팜을 보았다.
케팜 역시 커맨더와 함께 갔었다.
커맨더야 모른다고 하지만 케팜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햇별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냥 관광을 즐기러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햇별의 눈빛을 받은 케팜이 말했다.
“뭔가를 보면서 골목 쪽으로 가더라구요.”
“골목?”
“네, 아무래도 지도 같았고 어딘가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흐음…….”
케팜의 말에 햇별이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지도, 특정 위치라…….’
냄새가 났다.
“한번 알아볼까요?”
햇별의 분위기를 살피던 케팜이 물었다.
“그래, 한번 알아봐. 어딜 간 건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건지.”
케팜의 물음에 햇별은 생각을 끝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바람의 여관
간판을 확인한 수혁은 다시 한번 지도를 확인했다.
‘분명 여기인데.’
지도에 나온 빨간 점은 분명 바람의 여관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여관 안쪽을 확인했다.
보통의 여관처럼 1층에는 수많은 손님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 볼까.’
수혁은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수집률 : 1%]그리고 입장함과 동시에 수집률 상승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서 오십쇼!”
카운터에 앉아 있던 주인이 수혁에게 다가왔다.
“식사 좀 하려고 하는데요.”
“편하신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주인의 말에 수혁은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오르네.’
자리에 도착한 순간 수집률이 5%가 되었다.
생각보다 빨랐다.
‘100%가 중요하니까.’
물론 수집률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100%가 되냐 안 되냐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메뉴판 가져왔습니다.”
주인이 다가왔다.
“오늘의 요리는 저희 여관만의 특별한 소스로 만든 통돼지 양념구이입니다!”
식탁 위에 메뉴판을 내려놓은 주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예! 술은…….”
“나중에 시킬게요.”
“알겠습니다!”
주인은 메뉴판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주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0%나 올라?’
주인과 대화를 하는 동안 수집률이 급속도로 상승했다.
‘대화를 하면 더 잘 오르는 건가?’
수혁은 주방에서 주문을 넣고 나오는 주인을 보고 재빨리 손을 들었다.
그러자 카운터로 가려던 주인이 방향을 틀어 수혁에게 다가왔다.
“더 필요하신 거라도?”
“저…….”
수혁은 메시지 창을 주시하며 주인에게 말했다.
“메뉴판 좀 다시 가져다주시겠어요? 음료 좀 시키려구요.”
“아, 네!”
주인은 수혁의 말에 활짝 웃으며 메뉴판을 가지고 돌아왔다.
“달달한 게 뭐가 있을까요?”
메뉴판을 보며 수혁은 계속해서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달달한 것이라면 저희 여관의 특제 주스! 포킬레드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가격은 1병에 3골드입니다! 다섯 잔 정도 나오구요.”
‘안 오르네?’
하지만 주인과 대화를 나눠도 더 이상 수집률이 오르지 않았다.
‘제한이 있는 건가?’
아무래도 주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수집률은 전부 얻은 것 같았다.
“그럼 포킬레드 한 병 가져다주세요.”
“통돼지와 같이 가져다 드릴까요?”
“네.”
“예!”
주인은 활기찬 목소리로 답하고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있다 보면 오르겠지.’
점점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는 했지만 꾸준히 수집률이 상승하고 있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책을 꺼내 독서를 시작했다.
* * *
“……여관?”
햇별이 반문했다.
“예, 여관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케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책 읽으려고 여관에 간 건 아닐 테고…….”
말끝을 흐린 햇별은 케팜을 응시했다.
“저도 그 점이 이상해서 조사를 한번 해봤습니다. 여관에 대해서요. 그런데…….”
그러자 케팜이 이어 말했다.
“보통 여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케팜의 말에 햇별은 씨익 웃었다.
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그러나 이어진 케팜의 말에 햇별은 미소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할룸에서 갑자기 발을 뺐습니다.”
“……할룸이?”
미소를 지운 햇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할룸이 어떤 곳인가?
라만 왕국 최고의 정보 길드가 바로 할룸이었다.
할룸이 고작 여관의 뒷조사를 하다가 발을 뺐다?
귀족들의 뒷조사도 서슴없이 의뢰받는 할룸이 중간에 손을 뗐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예, 아무래도 이번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관에는 엄청난 뭔가가 있다.
케팜은 그 뭔가가 지역 ‘마탑’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 말은 그 여관이 코단의 배후와 관련이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무슨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흐음…….”
햇별은 케팜의 말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형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가만히 자리에 앉아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커맨더가 침묵을 깨며 물었다.
햇별은 커맨더의 물음에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진짜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거라면 가로채야지. 어차피 죽일 수도 없는 녀석이고.”
수혁을 공격할 수는 없다.
마탑, 리더 길드가 수혁의 뒤에 있다.
거기다 수혁 본인이 너무나 강했다.
공격을 한다고 해도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가로채요? 어떻게요?”
“다 방법이 있지.”
햇별은 커맨더의 물음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케팜에게 말했다.
“카벨 후작을 만나고 와야겠어. 가자.”
* * *
“……!”
각 지부에서 올라온 정보들을 읽던 기로스는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로스가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지부에 나타나?’
꼬리가 밟힌 라만 왕국의 지부.
그 지부에 수혁이 나타났다.
‘고독 길드는 왜 갑자기?’
그뿐만이 아니었다.
헤르딘의 대표 길드이자 라만 왕국 최강의 길드인 ‘고독’ 길드에서도 뒷조사를 했다.
설마 라만 왕국에서도 눈치를 챈 것일까?
기로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서류를 들고 아소멜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당주님, 들어가겠습니다.”
노크 후 기로스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기로스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 달. 세 달이면 타락시킬 수 있을 게야. 끌끌.
“그럼 그 전까지 준비하면 될까요?”
-아니, 두 달. 적어도 두 달 전까지는 준비해줬으면 좋겠어. 끌끌.
“예, 폴리니아 님.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아소멜이 ‘드래고니아’의 수장 폴리니아와 대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부탁하지.
스악!
이내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아소멜이 수정구를 옆으로 치우며 물었다.
“라만 왕국의 꼬리가 밟힌 지부에 수혁이 나타났습니다.”
“……뭐?”
아소멜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기로스는 들고 온 서류를 아소멜에게 건넸다.
“허, 수혁을 보낼 줄이야.”
아소멜은 서류를 읽었고 이내 헛웃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라만 왕국도 냄새를 맡은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정리해야겠군. 준비는 어떻게 됐지?”
“말씀하신 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끝났습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아니.”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가지 준비만 더 하자고.”
“무슨 준비를…….”
“수혁이 왔다며? 함께 정리해야지. 아주 좋은 기회인데.”
어차피 정리할 지부였다.
아소멜은 지부와 함께 수혁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어떤 식으로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기로스가 물었다.
여태까지 수혁이 보여 온 행보는 괴물 그 자체였다.
도대체 어떻게 수혁을 죽여야 할까 골머리가 썩을 정도였다.
수혁이 강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아소멜이 어떤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나만 못 쓰게 만들면 되니까. 좋은 독도 있고.”
아소멜이 답했다. 마나가 없으면 수혁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마침 아소멜의 수중에는 마나를 봉인할 수 있는 아주 극악한 독이 있었다.
“독이요?”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은 독 마법사였다.
그것도 마탑장의 제자였다.
즉, 독에 대한 면역력이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독에는 중독조차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 독! 마스터께서 직접 만드신 독이야. 녀석이 아무리 독에 강하다고 해도…….”
아소멜은 확신에 가득 찬 표정과 목소리로 반문에 답했다.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가 직접 만든 독이었다.
블랙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성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독이니 수혁 역시 중독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 * *
[수집률 : 99%]‘흐음.’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벌써 여관에 온 지 3일째였다.
‘99%에서 오르질 않냐.’
계속해서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99%에서 변동이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99%라는 메시지만 나올 뿐이었다.
‘꼭 마지막 1%가 문제야.’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을 해야 남은 1%가 오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손님!”
수혁의 탁자로 주인이 다가왔다.
주인의 손에는 달달한 냄새가 확 풍기는 딸기 파이가 들려 있었다.
“안 시켰는데요.”
수혁은 파이를 보며 말했다.
“서비스입니다!”
그러자 주인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파이를 내려놓았다.
“아, 괜찮습니다.”
수혁은 거절했다.
여관에 머무는 3일 동안 달달한 음식을 계속 먹어 달달함에 질린 수혁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거절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저희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메뉴인데 맛 평가 좀 부탁드립니다!”
주인이 애절한 눈빛으로 수혁에게 간구했다.
“아, 네. 그럼.”
수혁은 결국 파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인은 활짝 웃었다.
수혁이 파이를 먹은 순간.
[크라스 3호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전체 마나가 50% 감소합니다.] [24시간 동안 마나가 회복되지 않습니다.]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중독?’
처음에는 메시지 창에 변화가 생겼기에 수집률이 100%가 된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타난 메시지는 바로 중독이었다.
‘내가?’
그리고 중독 메시지를 본 수혁은 조금 당황했다.
칭호 ‘독의 대가’로 웬만한 독에는 중독이 되지 않는 수혁이었다.
그런데 중독이라니?
‘크라스…….’
독의 이름은 ‘크라스 3호’였다.
크라스라는 사람이 제조한 독이 분명했다.
그리고 알 수 있는 것도 그뿐이었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주인을 보았다.
중독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일까?
주인은 똑같이 웃고 있었지만 웃음 뒤 싸늘함이 느껴졌다.
수혁은 주인에게 말했다.
“맛있네요.”
그러자 웃고 있던 주인이 당황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반문했다.
“……예? 맛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