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87
387
제 387화
385.
그림 앞에 도착한 브리니스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이 자연스레 바닥으로 내려왔고 그림 뒤에 숨어 있던 금고가 모습을 보였다.
브리니스는 금고를 열어 안에 있던 수정구 중 하나를 집어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나를 주입했다.
얼마 뒤.
-에리미?
수정구에서 아소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이름은…….”
브리니스는 아소멜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 미안. 브리니스.
“……조심해주세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당분간 연락을 하지 말자고 했던 것 같은데.”
브리니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코단 때문에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그래서 이 일이 다 해결되기 전까지는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벌써 계획이 나온 건가요?”
-당연.
* * *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아소멜은 기로스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었다.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데.’
마탑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적을 최대한 지우려 했지만 모든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고 결국 꼬리가 밟혔다.
아직 마탑에서도 확신을 하지는 못했기에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 확인이 끝나는 대로 공격을 해 올 것이다.
그리고 마탑의 조사 능력이라면 금방 꼬리를 타고 몸통으로 올라올 것이고 지금은 마탑만 조사를 하고 있지만 몸통의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수많은 국가가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 전에 대책을 세워야 했다.
‘끙.’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좋은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도려내는 것 어떻습니까?”
아소멜이 말이 없자 기로스가 말했다.
“도려내?”
“지금 상황에서 마냥 숨길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기로스의 말에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꼬리가 밟히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니 제물로 지부 몇 개를 던져주는 겁니다.”
“지부를?”
“예, 꼬리가 밟힌 지부에 추가로 들키지 않은 몸통급 지부까지.”
꼬리가 밟힌 지부는 이미 끝이다.
당연히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그걸로 만족을 할 리 없으니 추가로 아직은 들키지 않은 중요 지부도 제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기로스의 생각이었다.
“……라만 왕국에 지부가 여섯 개 있던가?”
“예, 그리고 그중 하나는 꼬리가 밟혔구요.”
“그럼, 라만이 딱이군. 전부 철수 준비해.”
“……예?”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반문했다.
“라만 지부 전부 말입니까?”
몸통급 지부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기로스였지만 이렇게 전부를 정리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어, 어차피 라만 왕국이야 이미 작업이 끝났잖아?”
가장 중요한 대계 작업이 끝났다.
라만 왕국에서 암당이 할 일은 정보 수집뿐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일이 생긴다면…….”
기로스가 말끝을 흐렸다.
대계 작업이 끝났고 당장 라만 왕국에서 진행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인원을 투입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아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아소멜은 괜찮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만에 하나 일이 생긴다고 해도 괜찮다.
“지부가 없어지는 거지 우리 세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철수하는 것은 ‘암당’의 지부다.
라만 왕국에는 암당의 지부만 있는 게 아니다.
흑월 휘하에는 수많은 세력이 있었고 그 세력들 중에는 라만 왕국에 터를 잡고 있는 세력들도 많았다.
“……알겠습니다. 근데 준비 끝나자마자 바로 터트리실 생각이십니까?”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답한 뒤 물었다.
“아니, 그러면 오히려 위화감을 줄 수 있잖아.”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리할 준비를 끝내자마자 바로 마탑에 정보를 퍼준다면 마탑에서도 위화감을 느끼는 이가 생길 것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꼬리를 통해 알려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 정도는 꼭꼭 숨겨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할 수 있게.”
“예,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기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아, 잠깐!”
그렇게 기로스가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아소멜은 기로스를 잠시 불러 세웠다.
“……?”
“헬라피한테 연락 좀 넣어줘. 에리미의 안부를 좀 물어달라고.”
“아, 알겠습니다.”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곤 방에서 나갔다.
기로스가 나가자마자 아소멜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생각했다.
‘빛의 마탑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해결해야 할 일은 꼬리가 밟힌 암당의 지부뿐만이 아니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빛의 마탑이었다.
대계의 마지막에는 빛의 마탑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빛의 마탑을 이끌던 코단은 현재 마탑장의 자리를 잃고 흑월의 본부에 가 있는 상태였다.
‘마스터의 말대로 에리미가 빛의 마탑장이 되어야 할 텐데.’
이번 일이 정리되는 대로 빛의 마탑장을 뽑는 대회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대회에는 수많은 이들이 참가를 할 것이다.
이름을 떨치려는 자, 자신의 수준을 알고 싶어 하는 자, 그리고 마탑장의 자리를 노리는 자.
물론 마탑장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은 극히 적을 것이다.
모든 마탑장들이 참가하지는 않겠지만 참가하는 마탑장들이 있을 것이기에.
아무리 빛의 마법만을 사용해야 하는 대회라고 하지만 마탑장들의 수준은 일반 마법사들과 차원이 달랐다.
즉, 마탑장의 자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마탑장들의 싸움이 될 확률이 높았다.
‘에리미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모든 마법에 통달한 에리미이긴 하지만 불 마법에 비해서 다른 속성 마법들은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과연 에리미가 대회에서 우승하여 빛의 마탑장의 자리를 겸임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됐다.
‘수혁, 그 녀석이 나온다면…….’
거기다 마음에 걸리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수혁이었다.
대마도사 라피드의 후예인 수혁.
수혁은 정말 강했다.
만약 대회에 수혁이 나온다면?
‘꺾을 만한 마법사가…….’
아소멜은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수혁을 꺾을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까?
‘없을 것 같은데.’
수많은 리치가 죽임을 당했으며 하프 블러드의 본부가 박살이 났고 흑월대원이 다섯이나 죽었다.
그런 수혁을 이길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 리 없다.
‘빛 마법이 약하길 바라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혁이 대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빛 마법이 약할 수도 있다.
스아악!
바로 그때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수정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소멜은 바로 마나를 주입하고 말했다.
“에리미?”
-그 이름은…….
“아, 미안. 브리니스.”
그리고 부름에 답하는 브리니스의 목소리에 아소멜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사과를 했다.
-……조심해주세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당분간 연락을 하지 말자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계획이 나온 건가요?
“당연.”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만에 있는 모든 지부를 정리할 생각이야.”
-모든 지부를요?
“응, 그 정도는 되어야 마탑에서도 멈출 테니까. 그리고 상황을 네가 그렇게 유도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
-알겠어요. 그런데 그게 끝인가요?
“아니, 본론은 따로 있지.”
브리니스의 물음에 아소멜은 본론을 꺼내기로 결정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빛의 대회가 열리지?”
-그렇겠죠?
“빛의 대회에 나가줬으면 해.”
-……제가요?
“어, 우리의 대계에는 빛의 마탑이 꼭 필요하니까.”
-설마 우승까지 하라는 건가요?
“힘들까?”
-당연하죠. 제가 제일 자신 없는 마법이 빛인걸요.
“하지만 마스터는 네가 빛의 마탑장 자리를 겸임하길 바라셔.”
-크라스 님이…….
“그래.”
브리니스가 빛의 대회에 나가는 것은 아소멜의 생각이 아니었다.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의 생각이었다.
“대계의 마지막에 빛의 마탑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노력은 해볼게요.
브리니스도 확답을 줄 수는 없었다.
제일 자신 없는 속성이 빛이었기에.
그러나 크라스의 바람이라는데 싫다고 할 수는 없었다.
-더 할 말은 없으시죠?
“응. 지부 정리 준비가 끝나면 다시 연락할게.”
-알겠어요.
* * *
[지혜가 대폭 상승합니다.]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 『물 마법이란』을 반납한 뒤 도서관에서 나와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향하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책 한 권에 천이 오른다니.’
방금 전 『물 마법이란』을 읽어 지혜 500이 상승했다.
그리고 지혜의 샘 덕분에 최종적으로 1000이 올랐다.
책 한 권에 지혜가 1000 올랐다는 것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라만 왕국의 관광 도시이자 이번 퀘스트 ‘꼬리’의 진행 지역 ‘헤르딘’으로 워프했다.
“자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 좋은 간식거리들 팝니다! 맛 보장합니다! 거기다 능력치까지!”
“구경하고 가세요! 거기 언니! 이거 어때요? 언니한테 딱 어울리는 것 같은데.”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수많은 인파를 볼 수 있었다.
수혁은 인파를 헤쳐 일단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조금이나마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인벤토리를 열어 지도와 서류를 꺼냈다.
“저 마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그러게. 분명 어디서 봤는데.”
“잠깐, 저거 리더 길드 마크 아냐?”
다시 한 번 지도와 서류를 확인하던 수혁은 수군거리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박, 리더 길드원이 여길 어떻게?”
“왜 오긴 관광하러 온 거겠지.”
“아니, 여기 대표 길드가 고독 길드잖아. 독고 길드에서 쫓겨난.”
“헐, 맞다. 그러고 보니 사이 엄청 안 좋겠네?”
“안 좋을 뿐이냐? 온 거 알면 PK하러 올지도 몰라!”
“에이, 그래도 리더 길드인데 건들 수 있을까?”
“여기가 페이드 제국도 아니고 당연히 건들 수 있겠지. 거기다 헤르딘 대표 길드인데.”
지도와 서류를 확인하던 수혁은 유저들의 대화에 생각했다.
‘이 정도면 금방 귀에 들어가겠는데?’
일반 유저들도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독 길드에도 금방 정보가 전달될 것이고 시비를 걸든 아니면 걸지 않든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걸어줬으면 좋겠다.’
지도와 서류 확인을 끝낸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햇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나타났다고?”
방금 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리더 길드원이 나타나?”
“네, 근데…….”
커맨더는 말끝을 흐렸다.
“그게…….”
그리고 또 한 번 말끝을 흐렸다.
“왜? 뭔데?”
커맨더가 계속해서 말끝을 흐리자 햇별이 조금 짜증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수혁입니다.”
그러자 커맨더가 답했다.
“…….”
커맨더의 답에 햇별은 말을 잃었다.
“뭐? 누구라고?”
그리고 잘못 들었다는 듯 반문했다.
“수혁이요.”
“……그 새끼가 여길 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