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12
412
제 412화
410.
수혁은 장경우의 말에 집중했다.
“수혁 님의 생각이 궁금해서 여쭙기 위해 왔습니다.”
“……?”
그러나 이어진 장경우의 말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이라니?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포괄적으로 질문을 했군요.”
수혁의 반응에 장경우가 탄성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메인 에피소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꽤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눴고 장경우는 수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대화였습니다.”
대화를 통해 수혁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도 있었다.
장경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혁은 장경우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1년에서 1년 반이라…….’
장경우가 온 이유는 수혁의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메인 에피소드를 쭉쭉 진행한다면 스토리 추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스토리가 그렇게 길 줄이야.’
현재 업데이트되어 있는 스토리는 엄청나게 길었다.
수혁이 빠르게 진행한다 해도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걸릴 것이라 했다.
‘어떻게 진행이 되려나.’
스토리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생각을 끝내고 다음 책을 앞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바로 독서를 시작했다.
입가에 점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고 표정에는 아늑함이 나타나 그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가지고 온 책들을 전부 읽은 수혁은 다음 책들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사냥왕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호오.’
귓속말을 본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사냥왕 : 에일롯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드디어 특수 퀘스트 ‘에일롯의 유산’을 완료할 수 있는 ‘에일롯의 연구실’을 찾았다.
연구실뿐만이 아니었다.
-사냥왕 : 그리고 그때 말씀하신 미궁도 찾았습니다.
남색 책을 통해 생성된 특수 퀘스트 ‘끝이 없는 미궁’의 진행 장소 역시 찾은 것 같았다.
수혁은 바로 답을 보냈다.
-수혁 : 출구 없는 미궁 맞나요?
-사냥왕 : 예, 출구가 없습니다. 입구만 있을 뿐이에요. 몇 번이고 확인했으니 확실합니다.
-수혁 : 위치가 어떻게 되죠?
-사냥왕 : 잠시만요!
사냥왕의 말에 수혁은 우선 책들을 반납했다.
그리고 책장으로 가 책들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책상에 도착한 순간 사냥왕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사냥왕 : 일단 에일롯의 연구실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냥왕 : 팔라잔에서 북쪽으로 쭉 가시면 카이즌 늪지대가 나오는데 중앙에 가시면 붉은 늪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연구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들어가는 방법은 그냥 늪지대에 몸을 맡기면 된다고 합니다.
수혁은 귓속말을 보며 인벤토리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그리고 위치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사냥왕 : 미궁은 할루세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는 말로 설명이 힘들다고 하네요. 가실 때 말씀해주시면 사람을 보내 알려드리겠습니다.
-수혁 : 감사합니다.
에일롯의 연구실과 출구 없는 미궁의 위치를 받아 적은 수혁은 메모지를 넣고 사냥왕에게 답을 보냈다.
-사냥왕 : 아닙니다! 덕분에 지금 귀계에서 아주 재미난 경험을 하고 있는 걸요!
-수혁 : 혹시나 막히는 부분 생기면 연락 주세요! 언제든 가겠습니다.
-사냥왕 : 예!
-사냥왕 : 아, 맞다. 그 혹시 구룡천마라는 귀신 아시나요?
-수혁 : 구룡천마요?
수혁은 사냥왕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룡천마는 귀계에 몇 없는 대귀였기 때문이었다.
-사냥왕 : 예, 얼마 전에 퀘스트 진행하다가 메시지가 떴거든요.
-사냥왕 : 물론 실제로 마주치지는 않았고 근처에 나타났다가 그냥 돌아간 것 같긴 한데…….
-사냥왕 : 만약 붙게 된다면 승산이 있을까요?
수혁은 사냥왕의 말에 잠시 생각해봤다.
구룡천마와 붙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룡천마는 솔라리와 같은 대귀였다.
만약 연중과 사냥왕이 둘이서 솔라리와 전투를 벌인다면 어떨까?
‘……안 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단 1%도.
-수혁 : 후퇴하시는 거 추천 드립니다.
물론 확률을 말해가며 말릴 필요는 없었다.
-사냥왕 : 역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냥왕 : 나중에 가실 때 연락 주세요!
-수혁 : 옙.
수혁은 사냥왕과의 귓속말을 끝내고 책을 펼쳤다.
* * *
“후.”
캡슐에서 나온 장경우는 짧게 숨을 내뱉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장경우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수혁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책이 있는 한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라…….”
수혁은 읽을 책이 있다면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물론 조건부였다.
만약 연중이나 사냥왕이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혹은 수혁과 깊게 관련이 된 파비앙, 케일 등에게 일이 생긴다면 참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로스탱의 본부를 괴멸시킨 것은 파비앙이 다쳤기 때문이었다.
“근데 브리니스를 의심 안 하는 것 같던데…….”
수혁이 말한 깊게 관련된 NPC 중에는 브리니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브리니스는 판게아의 최종 흑막인 흑월의 간부.
언젠가는 싸워야 할 적이었다.
하지만 말하는 것을 보아 의심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날씨가 아직 말을 안 한 건가?”
유저 ‘날씨’는 얼마 전 브리니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수혁에게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긴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니까.”
물론 정확히는 브리니스를 알게 된 것은 아니고 클레인에게 딸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딸의 이름이 에리미라는 것과 마법사라는 것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하프 블러드의 정보력이라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에리미가 브리니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혁에게 전달이 될 것이고 그때 수혁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당히 궁금했다.
* * *
암당 페이드 제국 1지부.
“……뭐라고?”
지부장 로페드가 반문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
로페드의 말에 부지부장 파라거스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로페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클로저에서 뒷조사라…….”
공식적으로는 페이드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인 ‘클로저’.
클로저에서 뒷조사를 시작했다.
황제의 장인이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파일로브 후작의 뒷조사를.
문제는 파일로브 후작과 암당의 관계였다.
파일로브 후작의 뒷조사를 하다 보면 암당의 존재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윗선에 보고하실 겁니까?”
파라거스가 물었다.
“아니.”
로페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고해서 좋을 게 없잖아.”
원래는 보고를 하는 게 맞다.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를 하는 게 바로 암당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 현재 암당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꼬리가 잡혔고 꼬리를 자르는 데 많은 희생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또 꼬리가 잡힐 것 같다는 보고를 한다?
엄청나게 깨질 것이다.
“이런 건 우리 선에서 끝내야지.”
결코 보고를 해서는 안 된다.
지부의 힘으로 끝을 내야 한다.
“어떻게 끝내실 생각이십니까?”
파라거스가 재차 물었다.
클로저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다.
암당만큼은 아니지만 페이드 제국에서 최고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가짜 정보를 풀어봤자 금방 알아챌 것이었다.
즉, 정보로 뒷조사를 무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클로저는 최고 정보 길드답게 무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
로페드는 파라거스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어떻게 처리를 할지 당장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부장 회의를 해야겠어.”
이내 로페드가 입을 열었다.
혼자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지부장들한테 연락 좀 넣어줘. 2시간 뒤로.”
* * *
페이드 제국의 황궁.
“준비는 어떻게 잘 되고 있나요?”
황제 로일 페이드가 물었다.
“예, 폐하.”
로일 페이드의 물음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비욘드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주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그자는 어떻게 됐나요?”
비욘드 후작의 답에 로일 페이드가 재차 물었다.
“이번 대회에 나온다고 했나요?”
표정과 목소리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확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비욘드 후작은 말을 하며 로일 페이드의 눈치를 살폈다.
로일 페이드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요즘 마탑의 분위기를 보면 아마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비욘드 후작의 말에 로일 페이드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꼭 참여해줬으면 좋겠군요.”
로일 페이드가 말했다.
이번 대회는 역대 대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대회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하하…….”
비욘드 후작은 로일 페이드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후, 미치겠군.’
로일 페이드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는 바로 수혁이었다.
독의 마탑장 파비앙의 제자이자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으로 거론되는 수혁.
로일 페이드는 수혁의 참여를 강하게 바라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인 로일 페이드가 원하는 일이라면 강제로라도 이루어지는 게 맞다.
그러나 수혁에게 강제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혁의 위치 역시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욘드 후작은 난감했다.
‘꼭 참여를 해주셔야 하는데…….’
만약 수혁이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로일 페이드는 크게 실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망의 대가는 수혁이 아닌 비욘드 후작이 치르게 될 것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황권이 강한 지금 로일 페이드의 눈 밖에 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았다.
똑똑
“케로 후작이 왔습니다.”
바로 그때 노크와 함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 또 이야기하도록 하죠.”
로일 페이드가 말했다.
비욘드 후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대전에서 나왔다.
그리고 궁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비욘드 후작 아니신가?”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비욘드 후작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비욘드 후작은 깜짝 놀라며 인사를 했다.
“헛, 파일로브 후작님을 뵙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파일로브 후작이었다.
“폐하와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길인가?”
“예, 그렇습니다.”
“혹시 약속 있나?”
“없습니다.”
“그럼 잠시 나에게 시간을 좀 내줄 수 있겠나? 궁금한 것도 있고 긴히 할 말도 있고.”
파일로브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