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44
444
제 444화
442.
“근데…….”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기로스를 보았다.
“……?”
기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아소멜이 이어 말했다.
“설마 지부 네 곳이 전부 당한 건 아니지?”
라이곤 왕국에는 지부가 총 네 곳이 있다.
기로스는 ‘지부’가 아닌 ‘지부들’이라 했다.
즉, 최소 두 곳 이상의 지부들이 공격받았을 것이다.
수혁에게 페이드 제국 지부 전부가 당한 이후 아소멜은 지부끼리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연락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두 곳은 당했겠지만 나머지 두 곳은 상황을 파악하고 피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혁이 페이드 제국 지부에서 보여 주었던 속도.
그 속도를 생각하니 살짝 불안했다.
“…….”
그리고 그 불안은 아무런 말도 없는 기로스에 의해 더욱더 커졌다.
“……다 당한 거야?”
아소멜이 불안함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이내 기로스가 입을 열었다.
“……예.”
기로스의 답을 들은 순간 아소멜의 표정이 구겨졌다.
‘어떻게…….’
연락 주기는 2시간이었다.
2시간 안에 네 곳이 전부 당했다는 것인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 * *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까?”
“그래.”
에리멘의 물음에 크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겠어?”
크라스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에리멘은 크라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스는 에리멘의 끄덕임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소식 기다리마.”
에리멘은 크라스의 격려를 받으며 궁에서 나왔다.
궁에서 나온 에리멘은 흑월대의 숙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수혁…….’
방금 전 크라스는 수혁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수많은 부하가 수혁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한 번쯤 꼭 수혁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제압이라…….’
아쉽게도 부하들의 복수를 할 수는 없었다.
크라스가 내린 명령은 ‘암살’이 아닌 ‘제압’이었기 때문이다.
스윽
에리멘은 고개를 내려 크라스에게 받은 유리병을 보았다.
유리병에는 보라색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게 뭘까.’
크라스는 수혁을 제압하고 보라색 액체를 복용시키라고 했다.
이후 수혁을 풀어 주라고 했다.
도대체 어떤 액체인지 궁금했다.
‘드래고니아에서 만든 걸까?’
에리멘은 얼마 전 드래고니아에서 개발한 물약을 떠올렸다.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들도 단번에 의식을 잃게 만드는 물약.
혹시나 그 물약처럼 이번 물약도 대상의 정신을 나가게 만드는 물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숙소에 도착한 에리멘은 방으로 가기 전 포른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흑월대 서열 1위 포른의 방에 도착한 에리멘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셨군요.”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만지고 있던 포른은 에리멘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에리멘은 탁자 앞에 앉았고 자리에서 일어난 포른 역시 에리멘의 반대편으로 가 앉았다.
“수혁을 만나러 갔다 와야겠어.”
포른이 앉자 에리멘이 말했다.
“……수혁을요?”
에리멘의 말에 포른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우괴를 죽인 그 수혁 말입니까?”
“그래.”
“죽이는 겁니까?”
“아니.”
포른의 물음에 에리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 정도만.”
“그렇군요…….”
에리멘의 답에 포른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남아 있지?”
“……그거라면 페어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코라킨?”
포른은 에리멘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페어스.”
에리멘은 물음에 답했다.
페어스.
포른이 개발한 아티펙트로 그 어떤 마법 공격이든 5번을 막아주는 반지였다.
수혁은 마법사였다.
그것도 보통 마법사가 아니었다.
거기다 제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페어스 같은 아티펙트가 꼭 필요했다.
“페어스라면 5개 남아 있습니다.”
포른이 말했다.
“5개면 충분하려나…….”
에리멘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페어스 5개면 수혁의 마법을 25번이나 막을 수 있다.
평소라면 충분을 넘어 과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수혁이라는 것과 제압을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내일이면 3개가 더 나오긴 합니다.”
“그래? 그러면 다 나한테 보내줘.”
“알겠습니다.”
포른은 에리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개발한 것이 있는데…….”
말끝을 흐린 포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팔찌를 가지고 돌아왔다.
“마나 동결 마법진과 마나 역류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팔찌를 내려놓은 포른은 팔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결 마법진의 경우 반경 200m, 역류 마법진은 100m입니다. 지속 시간은 각각 10분 정도고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는 약해질 겁니다.”
“호오.”
설명을 듣던 에리멘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효과 수준은?”
범위도 중요했지만 마법진의 수준도 중요했다.
이번에 상대할 이는 수혁이었다.
“동결 마법진은 드래곤 성체 기준 80%를 제한할 수 있고 역류 마법진의 경우 드래곤 로드라도 진정시키지 못할 겁니다.”
포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태껏 수많은 것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팔찌였다.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약해진다며? 처음 기준이야?”
“아니요. 끝날 때 기준입니다.”
“호오…….”
에리멘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포른이 말한 효과가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 기준이라면 마법진이 막 발동되었을 때에는 더욱 강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용 방법은?”
에리멘이 물었다.
“동결 마법진은 여기 있는 사파이어를, 역류 마법진은 루비를 파괴하시면 됩니다.”
포른의 답에 에리멘은 팔찌를 들었다.
팔찌에는 작디작은 사파이어와 루비가 박혀 있었다.
“이건 몇 개나 있어?”
“그게 끝입니다.”
포른의 답에 에리멘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고 재차 물었다.
“10일 정도 걸립니다.”
“으음…….”
침음을 내뱉은 에리멘은 팔찌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없는 동안 잘 관리하고 있어.”
“옙, 근데 페어스는 어디로 보내면 됩니까?”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쇼.”
에리멘은 포른의 인사에 손을 휙휙 저어 답하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에리멘은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물건을 챙긴 에리멘은 마지막으로 벽에 걸려 있는 자신의 애검이자 최악의 마검 ‘플로드’를 챙긴 뒤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에리멘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우선 수혁의 위치부터 파악해야겠지.’
에리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암당 본부였다.
* * *
“플레임.”
[플레임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크아악!”
[암당의 서열 19위 콜라페노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플레임이 시전되었고 그와 동시에 암당 서열 19위이자 암당의 라이곤 왕국 4지부장 ‘콜라페노드’가 쓰러졌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암당의 라이곤 왕국 4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콜라페노드의 비밀 열쇠를 획득합니다.]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한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콜라페노드’의 방이었다.
‘이번엔 뭐가 나오려나.’
앞서 나왔던 아이템들 때문에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무덤덤했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콜라페노드의 비밀 창고를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비밀 창고를 찾을 수 있었고.
[콜라페노드의 비밀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창고에 들어온 수혁은 진열대의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음?’
아이템을 확인하던 중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선을 끄는 아이템이 있었다.
콜라페노드의 노트다.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중요 정보들이 쓰여 있다.
바로 지부장이었던 ‘콜라페노드의 비밀 노트’였다.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이템 정보를 본 순간 갑작스레 기대되기 시작했다.
수혁은 노트를 습득한 뒤 바로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었다.
“……!”
정보를 읽던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크라스!’
크라스에 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암당이 머리가 아니었구나.’
암당이 머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흑월이라…….’
암당 역시 흑월이란 조직의 하부 조직이었다.
머리는 바로 ‘흑월’이란 조직이었다.
‘봉인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9마계 라피드의 은신처에서 얻은 정보로 수혁은 크라스가 중간계에 봉인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에 나온 것과 달리 크라스는 잘 돌아다니고 있었다.
흑월의 수장이 바로 크라스였다.
‘독산도 흑월 하부 조직이었어?’
노트를 읽을수록 새로운 놀람이 찾아왔다.
‘그럼 메인 에피소드들이 전부 흑월과…….’
수혁은 노트를 덮었다.
자리를 잡고 꼼꼼히 읽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진열대에 있던 나머지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한 수혁은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부의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 기세면 모나스 공국도 털 수 있겠는데?’
서류를 보지 않고 지부 습격만 진행했기 때문일까?
지부 네 곳을 괴멸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1시간 40분이었다.
현재 시간과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내일 가려 했던 암당의 모나스 공국 지부들도 오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모나스 공국에 있는 지부는 고작 세 곳이 아니던가?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남은 시간 동안 책을 읽을지 아니면 모나스 공국으로 넘어갈지.
‘그래, 빠르게 가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편하게 책을 읽기 위해 벌어진 일들을 전부 처리하기로 결정한 수혁이었다.
지부 입구에 도착한 그때.
다다다다닥!
수혁은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왔나?’
수혁은 입구에서 나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라이곤 왕국의 기사들이었다.
이내 수혁 앞에서 멈춘 기사들은 말에서 내려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수혁을 보았다.
그리고 그중 유일하게 다른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가 수혁에게 물었다.
“수혁 님이십니까?”
“예.”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일에게 받은 페이드 제국 황제의 증표와 마법사의 증표를 보여 주었다.
증표를 본 기사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라이곤 왕국의 3기사단장 페트롤입니다.”
“정리 끝났습니다.”
수혁은 페트롤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페트롤은 수혁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옮기실 건가요?”
수혁은 페트롤에게 물었다.
암당의 라이곤 왕국 지부에 있는 정보들.
처음에는 클로저로 다 옮길까 했지만 라이곤 왕국에 정보를 넘겨주고 아군으로 만들자는 행킹과의 대화를 통해 수혁은 생각을 바꿨다.
“예, 분석된 정보는 왕궁을 방문해주시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혁은 페트롤의 말에 답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교차 게이트를 통해 모나스 공국의 수도 ‘모나피아’로 워프했다.
모나피아에 도착한 수혁은 라이곤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선 모나스 공국의 왕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