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9
59
제59화
“이쪽으로 올라와 주시겠습니까?”
수혁은 마법사의 말에 마법사가 가리키고 있는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얼마 뒤 마법진이 빛났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10초 남았습니다.]워프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10초가 지나자 일그러진 공간이 복구가 되었다. 처음 보는 우르단의 도시 풍경에 수혁은 생각했다.
‘이야, 분위기가 확 다르네.’
마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물론 도시 분위기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었기에 수혁은 곧장 워프 게이트 옆에 자리 잡은 교차 게이트를 통해 라만 왕국의 아르만으로 넘어갔다.
[5초 남았습니다.]마탑에서 우르단까지는 10초가 걸렸다. 그런데 거리가 짧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그 절반인 5초 만에 수혁은 도착할 수 있었다. 아르만의 교차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다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다행히도 워프 게이트에는 줄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2분이라.’
10시 2분이었다.
‘지금쯤 접속하셨겠지?’
10분 뒤 접속한다고 말을 했을 때가 9시 50분이었다. 지금쯤이면 접속했을 것이다.
‘빨리 가야겠어.’
수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야, 지금 헤르딘 난리 났다는데?”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바로 그때였다.
“악마 길드 로켄 패거리 알지?”
“어, 알지. 개 유명하잖아. 동영상도 자주 봐.”
“지금 무슨 의뢰를 받았는지 워프 게이트 근처에서 무차별 PK하고 있다고 귓말 왔어.”
근처를 지나가던 두 유저의 대화.
“……!”
두 유저의 대화를 들은 순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엥? 진짜?”
“어, 초보 유저들만 골라 죽이고 있대. 지금 난리 났다고 하더라.”
“와, 대박이네. 악마 길드라 고렙들도 건들기 좀 그럴 거 아냐? 경비병으로는 못 잡을 텐데.”
“그렇지 아마 정리되려면 기사들이 출동해야 되니까. 30분은 걸리겠네.”
걸음을 멈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니,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에 도착과 동시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며 외쳤다.
“헤르딘이요.”
“어디로…… 70골드입니다.”
“여기요.”
수혁은 마법사에게 골드를 주었다.
[5초 남았습니다.]그리고 일그러지는 공간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제발…….’
5초가 지났고 공간이 복구됐다. 수혁은 바로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웅성웅성
“왜 저러는 거야?”
“몰라. 이벤트인가?”
“아니, 사람 죽이는 게 이벤트야?”
“경비병들은 왜 출동 안 하는 거야?”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웅성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PK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겠지.’
혹시나 지금 PK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나그네의 바람’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은 사람들을 헤쳐 비명이 들려오는 곳으로 이동했다.
“당신들 뭐야! 악!”
“사, 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수혁의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내 수혁은 PK 현장에 도착했다.
“……하.”
현장에 도착한 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PK가 일어나고 있는 곳은 약속 장소인 식당 ‘나그네의 바람’이 아니었다. 일단 지성과 지수가 PK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그네의 바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응?’
그리고 수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나그네의 바람’이라는 간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앞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시체들이었다.
‘……아, 아니겠지.’
수혁은 식당 ‘나그네의 바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체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야야, 저 새끼 봐. 시체 털이 하는데?”
“와, 가오가 있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주변 유저들이 수혁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오해였다. 하지만 수혁은 오해를 풀 생각이 없었다. 그저 빠르게 시체들을 확인할 뿐이었다.
멈칫.
“…….”
그리고 이내 시체를 확인하던 수혁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수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히 변해갔다. 수혁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을 때.
스아악
수혁의 걸음을 멈췄던 두 유저의 시체가 사라졌다. 시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도와주세요!”
“악!”
그리고 여전히 PK를 하고 있는 세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이 개새끼들이.’
60.
건들면 안 되는 이들을 건드렸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파이어 스피어를 시전했다. 대상은 세 사내 중 활을 들고 있는 사내였다. 얼마 전 배운 고위 독마법을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독 마법의 경우 범위가 너무 넓다. 상관없는 이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스악!
파이어 스피어가 나타났고 활을 들고 있던 사내에게 날아갔다.
쾅!
이내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했다. 활을 쏘려 했던 사내는 그대로 쓰러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유저 ‘만다라’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만다라’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유저 ‘만다라’의 파티원들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수혁은 메시지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안 죽었어?’
만다라는 쓰러졌다. 그러나 죽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검은빛이 보이지 않았다. 만다라는 쓰러졌을 뿐 죽지 않았다.
‘하긴 도시에서 이런 짓을 벌일 정돈데.’
도시에서 PK를 벌일 정도다. 수준이 높을 것이다.
‘근데 왜 안 움직이지?’
한 가지 의아한 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포이즌 볼.”
수혁은 의아해하며 재차 공격을 날렸다. 그리고 포이즌 볼이 날아가는 사이 다른 두 사내가 반응했다.
“응?”
“수혁?”
“아직 시간 안됐잖아.”
“고독 길드도 아니야. 그냥 덤비는 거 같은데?”
“우리 모르나 봐.”
“쟤는 왜 안 일어나?”
두 사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쓰러져 있던 만다라에게 포이즌 볼이 작렬했다. 그리고 이어 죽었을 때 나타나는 검은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응?”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내는 당황했다.
“……두 방에 죽었다고?”
“어중이떠중이는 아닌 것 같은데.”
여유가 가득했던 두 사내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긴장이 나타났다. 수혁은 그런 두 사내를 향해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플레임.”
유저들의 경우 피할 수 있는 마법이 있고 피할 수 없는 마법이 있다. 피할 수 있는 마법의 대표적인 예는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같은 보이는 스킬들이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스킬의 대표적인 예는 지금 수혁이 시전한 플레임이었다. NPC들은 플레임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들은 플레임 같은 형태가 없는 마법을 절대 피하지 못한다.
[유저 ‘헤이든’을 공격하셨습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플레임이 시전되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그리고 플레임의 대상이 된 사내 헤이든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시발 뭐야! 생명…….”
그러나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헤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전신에 나타난 검은빛. 순식간에 둘을 죽인 수혁은 홀로 남은 사내를 보았다.
“이게 무슨…….”
순식간에 당해버린 동료들을 보고 사내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런 사내를 향해 수혁은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쾅!
앞서 죽은 둘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할 수 있는 매직 미사일이었기 때문일까? 사내는 옆으로 몸을 날려 매직 미사일을 피했다.
“저기요. 저희 길…….”
매직 미사일을 피한 사내는 인상을 한껏 구기며 외쳤다.
“파이어 볼.”
물론 외침을 끝까지 이어 갈 수는 없었다. 수혁의 파이어 볼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아오, 시발!”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사내는 욕을 내뱉으며 창을 휘둘러 파이어 볼을 후려쳤다.
쾅!
[유저 ‘로켄’을 공격하셨습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그 순간 파이어 볼이 터졌다. 그리고 로켄이 움직임을 멈췄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뭐야?’
수혁은 의아함을 느꼈다. 로켄의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단 수혁은 움직이지 않는 로켄을 향해 재차 마법을 시전했다.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가 날아갔고 이내 로켄에게 작렬했다. 당장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이즌 스피어에 맞을 경우 중독된다. 어떤 독에 중독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내 검은빛이 나타났다.
“헐, 로켄 패거리 당했다!”
“미친, 저 유저 누구야?”
“랭커 같은데?”
“맞아, 로켄 패거리가 저렇게 쉽게 당할 정도면…….”
주변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유저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혁은 웅성이는 유저들의 대화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수혁은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후…….’
수혁은 로그아웃을 하며 생각했다. 판게아에서의 첫 가족 여행이었다. 그런데 최악의 여행이 되어 버렸다.
‘이 개새끼들.’
* * *
[유저 ‘수혁’에게 공격받으셨습니다.] [유저 ‘수혁’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붉은 뱀 카푸리의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1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뭐야?’
만다라는 당황했다. 갑자기 마비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수혁? 고독 길드인가?’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고독 길드가 벌써 온 것일까?
‘근데 마비를 사용할 이유가…….’
죽기로 한 것은 로켄이었다. 그런데 굳이 만다라에게 마비 상태에 빠트릴 만한 공격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1, 2초가 아닌 1분이었다.
‘설마 다른 녀석?’
만다라는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비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만다라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사망하셨습니다.]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메시지를 본 만다라는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판게아에서 로그아웃 된 만다라 김우혁은 캡슐에서 나왔다.
“뭐야?”
김우혁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착오? 아니면 진짜 다른 녀석인가?”
고독 길드에서 착오를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녀석인지 김우혁은 의아해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오, 어쨌든 개 같네. 시팔.”
착오든 아니든 죽을 예정이 없었던 김우혁은 욕을 내뱉으며 메신저를 켰다. 그리고 접속 상태인 헤이든과 로켄을 초대했다.
-김우혁 (만다라) : 오면 말해라.
채팅을 남긴 뒤 김우혁은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채팅창 아이콘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김우혁은 바로 채팅방을 확인했다.
-차주윤 (헤이든) : 시발! 죽었어! 아!!!!
-김우혁 (만다라) : 뭐? 너도? 어떻게 된 거야?
-차주윤 (헤이든) : 모르겠다. 시발!
채팅을 나누던 김우혁은 차주윤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면 고독 길드가 아니라…….’
착오로 다른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둘을 죽인다? 이렇게 되면 착오가 아니다. 고독 길드의 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