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8
58
제58화
‘강력해.’
마법의 위력은 강력했다.
‘거기다 빨라.’
그리고 마법 시전 속도도 매우 빨랐다. 아무리 봐도 처음 마법을 시전한 마법사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역시 측정불가의 재능인 건가?’
재능 측정이 불가능한 이유가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어.’
독 마법이 특별하기에 측정불가의 재능임에도 걱정을 했었다. 혹시나 독 마법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흐.’
파비앙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형태를 잃어버린 강철 허수아비들이 허공에 떠올랐고 파비앙이 펼친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철 허수아비를 회수한 파비앙은 계단을 통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독의 마탑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다음은 어느 도서관에 가지?’
고민이 되었다.
‘20일이면 다 읽을 것 같은데.’
2일 뒤 여행이 있다. 여행을 갔다 온 뒤 20일이면 마탑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이후에는 어떤 도서관을 가야 할까?
‘왜 하나 같이 다 어려운 거야?’
마탑 도서관의 이용 조건은 정말 쉽다. 직업이 마법사면 된다. 하지만 다른 곳의 도서관들은 다르다. 하나같이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귀족이 될 것, 대상인이 될 것 등 다양하다.
‘일단 정복하고 고민해 보자.’
고민을 하던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다. 고민을 미뤘다. 지금 당장 찾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마탑 도서관을 정복하고 나서 고민해도 될 문제였다. 고민을 미룬 수혁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미안하다.”
“하하. 아닙니다.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더 이상 해 주시면 다른 파벌 새끼들이 난리를 칠 테니까요.”
같이 걸음을 옮기고 있던 케팜은 커맨더의 말에 소리 내어 웃으며 답했다. 현재 커맨더와 케팜은 해변 도시 헤르딘의 성주이자 라만 왕국의 후작인 카벨과 만남을 끝내고 나온 상황이었다.
“근데 계획은? 계획은 있어? 너도 봤다시피 카벨 성격상 쉽게 대표 길드 자리를 주지는 않을 건데.”
목적은 헤르딘의 대표 길드 자리였다.
“물론이죠!”
커맨더의 물음에 케팜이 답했다.
“관광 도시 헤르딘!”
헤르딘은 관광 도시였다. 판게아 내에서는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유명한 관광 도시. NPC, 유저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이들이 여행을 오는 곳이 바로 헤르딘이었다.
“만약 살인 등의 좋지 않은 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그런 헤르딘의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면? 관광 도시인 헤르딘의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라 할 수 있었다. 도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험악해지지 않게 분위기를 관리할 누군가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흐흐.”
말을 마친 케팜은 히죽 웃었다.
“……역시.”
케팜의 말뜻을 이해한 커맨더가 말했다.
“내 눈은 정확했어. 넌 참 대단한 녀석이야.”
“그거 칭찬입니까?”
“글쎄?”
커맨더는 케팜의 말에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이어 말했다.
“어쨌든 잘해 봐. 그리고 혹시나 문제 생기면 말해. 최대한 도와 줄 테니까.”
“예!”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다음에 보자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커맨더가 사라졌다. 그리고 케팜은 커맨더가 사라지자마자 친구 창을 열었다.
“누굴 써야 되나…….”
친구 창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 케팜은 스크롤을 내리며 이번 작업에 누굴 쓸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을 써 볼까?”
59.
그렇게 중간 정도에서 스크롤을 멈춘 케팜은 시야에 들어오는 한 유저를 보며 중얼거렸다.
“로켄 패거리면 능력은 충분할 테고.”
시야에 들어온 유저의 이름은 로켄. 혼자 다니지 않고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각종 더러운 의뢰를 수행하는 유저였다.
물론 능력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신용 역시 중요했다. 평범한 의뢰면 모를까 소문이 나서는 안 되는 더러운 의뢰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악마 길드니까 신용도 괜찮고.”
물론 로켄은 신용 역시 괜찮았다. 악마 길드. 로켄과 같은 더러운 의뢰까지 받아들이는 용병들의 길드였다. 소문이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생각을 마친 케팜은 로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케팜 : 로켄 님?
* * *
“어떻습니까?”
케팜이 물었다.
“말씀하신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로켄은 케팜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저희는 더 이상 헤르딘을 이용할 수 없겠군요.”
케팜의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헤르딘을 이용할 수 없다. 아니, 헤르딘뿐만 아니라 라만 왕국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이다.
“헤르딘이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헤르딘은 관광 도시인 만큼 타지에서 많은 이들이 온다.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일까? 시비가 은근히 많이 일어나는 편이었고 그로 인해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었다. 만약 케팜의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그 의뢰들을 전부 포기해야 되는 것이다.
“하하, 그래서.”
로켄의 말에 케팜은 주머니를 꺼냈다.
“이 정도를 드리겠다는 겁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건 골드였다.
“20만 골드면 충분한 대가라고 생각하는데요.”
무려 20만 골드가 들어 있는 주머니.
“끙…….”
20만 골드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보며 로켄은 고민했다. 잠시 고민을 한 로켄은 케팜에게 말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누고 와도 되겠습니까? 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케팜의 말에 로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쪽에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어쩐 일로 케팜이 널 찾은 거야?”
로켄이 안으로 들어오자 대기하고 있던 두 사내. 만다라와 헤이든이 물었다. 둘의 물음에 로켄은 자리에 앉으며 답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케팜이 헤르딘에 길드를 만들었잖아.”
“어, 만들었지. 고독이라고 했던가?”
“맞아. 고독. 근데 대표 길드 자리를 노리고 있어.”
“뭐?”
만다라는 로켄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 길드 자리? 헤르딘의?”
“응.”
“아니, 새로 만든 신생 길드에서 무슨 대표 길드 자리야? 그것도 촌도시도 아니고 헤르딘의? 설마 의뢰가 대표 길드로 만들어 줘야 하는 그런 건 아니지?”
로켄은 만다라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야, 우리가 그럴 능력이 되냐? 그건 아니고.”
능력이 있긴 하지만 대표 길드 자리에 앉혀 줄 정도의 능력은 없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은 PK야.”
“……?”
“……?”
로켄의 말에 만다라와 헤이든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PK라니? 대표 길드 자리와 PK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일 오전 10시, 워프 게이트 근처에서 유저, NPC 가릴 것 없이 PK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러면 고독 길드에서 우리를 잡으러 올 거야. 그때 한 명이 죽고 둘은 도망치는 걸로. 물론 죽는 건 내가 하고.”
“잠깐잠깐.”
헤이든이 로켄의 말에 입을 열었다.
“유저, NPC 가릴 것 없이 PK? 도시 내에서? 그러면 우리 수배령 떨어지잖아.”
“맞아. 라만 왕국에서의 마지막 의뢰가 되겠지. 대신 총 보수가 20만이야.”
“……!”
“……!”
20만이라는 보수 때문일까? 만다라와 헤이든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로켄이 이어 말했다.
“어때? 할래?”
“음…….”
“흐음…….”
로켄의 물음에 만다라와 헤이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음을 내뱉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만다라였다.
“난 콜, 이제 슬슬 우리도 레벨 올릴 때 됐잖아? 거기다 총 보수 20만이면…… ”
만다라의 말에 헤이든도 이어 말했다.
“나도 동의. 슬슬 의뢰도 줄어드는 추세고. 20만 골드라면 딱 좋지.”
“그럼 둘 다 동의하는 거지?”
“어.”
“응.”
“오케이, 그럼 받아들이는 걸로.”
로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이야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케팜이 자리에 앉는 로켄에게 물었다.
“네, 그 의뢰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켄은 자리에 앉으며 케팜의 물음에 답했다. 로켄의 답에 케팜은 활짝 웃으며 꺼내 놓았던 주머니를 내밀었다.
“내일 오전 10시, 워프 게이트 근처입니다. 저희는 10시 10분 정도에 도착할 겁니다. 그때까지…….”
“안 죽고 잘 죽이고 있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럼, 내일 뵙죠.”
케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길드 하우스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군.’
내일이면 헤르딘의 대표 길드 자리를 향한 작업이 시작된다.
‘얼마나 걸리려나.’
대표 길드가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며 케팜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
“언제 출발할 거야?”
“음, 10분 뒤에 갈까?”
지성과 지수의 대화.
“그럼 전 지금 헤르딘으로 출발할게요.”
둘의 대화를 듣고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성과 지수의 캐릭터는 현재 헤르딘에 있지만 수혁의 캐릭터는 마탑에 있었다. 미리 출발해야 되는 것이다.
“어디에 캐릭 세우셨어요?”
방으로 들어가기 전 수혁이 물었다.
“워프 게이트 근처에 나그네의 바람이란 식당 앞! 워프 게이트랑 마주 보고 있어.”
“그럼 거기로 갈게요!”
“그래. 이따 보자!”
지성의 답을 듣고 수혁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판게아에 접속했다. 수혁은 도서관에서 나와 바로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일단 우르단으로 가서.’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수혁은 동선을 점검했다.
‘교차 게이트로 아르만으로 넘어가고.’
헤르딘으로 가기 위해서는 라만 왕국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마탑에서는 바로 라만 왕국에 갈 수 없었다.
‘헤르딘으로 가면 되니까. 3번.’
중간에 페이드 제국을 거쳐야 했다. 페이드 제국의 도시 우르단에서 교차 게이트를 이용해 라만 왕국의 도시 아르만으로 넘어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웅성웅성
그렇게 동선 점검을 끝낸 수혁은 얼마 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많은 마탑의 워프 게이트는 정말 많은 이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었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9시 54분이라…….’
수혁은 줄을 선 뒤 시간을 확인했다.
‘좀 늦겠는데?’
현재 시간은 9시 54분. 이동 시간을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접속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냥 어제 갈걸 그랬나.’
어제 로그아웃하기 전 헤르딘으로 갈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딱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남아 있었고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그냥 책을 읽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면 어제 갔을 텐데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어디로 가십니까?”
얼마 뒤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워프 게이트에서 근무하는 마법사 NPC가 물었다.
“우르단이요.”
“페이드 제국의 우르단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50골드입니다.”
수혁은 50골드를 꺼내 마법사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