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81
81
제81화
똑똑 똑똑
“헤론 님.”
그리고 약속했던 신호를 보내며 대기하고 있을 헤론을 불렀다.
철컥! 끼이익.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끝나……?”
약속된 신호에 일이 끝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연 헤론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헤론은 설명을 해달라는 눈빛으로 우두루와 하하를 쳐다보았다. 하하는 헤론의 눈빛에 우두루를 쳐다보았고 우두루가 입을 열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의뢰가 아니었습니다. 방금 그 용병을 건들면 매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물론 건들려고 해도 건들 수 없을 것이다. 상단의 힘을 쓸 수 없기에 자신들이 온 게 아니던가?
“죄송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헤론에게 인사를 한 우두루는 그대로 헤론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를 하하가 따랐다.
“…….”
헤론은 말없이 우두루와 하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점점 작아지는 우두루와 하하의 뒷모습을 보며 헤론은 생각했다.
‘뭐지?’
당황스러웠다.
‘감당할 수 없는 의뢰?’
감당할 수 없는 의뢰라니?
‘매우 좋지 않은 일?’
건들면 매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협박.
‘……!’
생각에 잠겨 있던 헤론은 이내 든 생각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둘?’
분명 지원받은 인원은 셋이었다. 그런데 창고에서 나온 인원은 둘이었다. 즉, 한 명이 없어졌다.
헤론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창고 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망할!’
창고 안을 확인한 헤론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체 하나가 보였다. 편지를 전하러 들어간 용병의 시체가 아니었다. 지원받은 인원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어째서 우두루와 하하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 알 것 같았다.
“…….”
헤론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창고 안을 바라보았다. 로미안과 달리 용병이기에 죽이지 않고 편지만 빼앗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용병의 힘이 강했다. 아니, 수준 높은 악마 길드원 셋으로 안 될 정도면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만약 용병이 이번 일로 인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다면? 아니,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다고 해도 죽이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상단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문제를 일으키면? 상단의 힘을 쓰면 된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용병은 용병이다. 상단의 힘이 움직인다면 용병 하나쯤이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멍하니 창고를 바라보던 헤론은 뒤로 돌아섰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왜…….’
헤론은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왜 이런 상황이 된 것인지 생각했다.
‘…….’
하지만 답은 하나였다. 용병의 힘이 강했다는 것.
‘……끙.’
헤론은 미간을 찌푸렸다.
‘로미안이 도망칠 텐데.’
이런 상황에서 로미안이 편지만 받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분명 용병에게 도움을 청해 도망을 칠 것이었다.
‘어떻게 하지?’
로미안을 잡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방법은 조장들을 움직이는 건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방법 하나가 떠오르기는 했다. 바로 조장들을 움직여 상단의 힘을 쓰는 것이었다.
‘오히려 잘됐다고 하겠지.’
그러나 조장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로미안이 도망치면 잘됐다고 생각을 할 것이었다.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는데도. 망할 녀석들.’
헤론은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완벽한 함정이었다. 로미안을 희대의 개새끼로 만들었다.
하지만 조장들의 반응은 헤론의 생각만큼 격하지 않았다. 감금을 한다고 했을 때 반발이 일어날 정도였다.
‘아니지.’
생각에 잠겨 있던 헤론은 생각을 바꾸었다.
‘오히려 잘됐어.’
생각을 해보니 로미안이 도망을 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위치야 차차 알아내면 되고.’
동굴의 위치는 정보 길드에 의뢰하거나 차차 찾으면 된다.
‘어차피 열쇠는 나한테 있으니.’
헤론에게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있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해 조장들을 압박한다.’
로미안이 도망을 친다면 그것을 빌미로 조장들을 압박할 수 있다.
‘어서 상단을 장악해야겠어.’
헤론은 한시라도 빨리 상단을 장악하기로 다짐했다.
81.
* * *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옙.”
수혁의 답을 들은 로미안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로미안을 호위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비밀 동굴!’
보상으로 받게 될 퀘스트 ‘비밀 동굴’이 어떤 퀘스트일지 기대가 됐다. 수혁은 기대감을 한껏 품은 채 생각했다.
‘근데 이거 먼저 해야 되나?’
수혁은 등급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로미안의 퀘스트는 등급을 올리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 연관되어 있을 수 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특수 퀘스트 ‘켈타의 유산’에 나와 있는 비밀 장소가 로미안이 알고 있는 비밀 동굴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밀 동굴이 비밀 장소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끼이익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로미안이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로미안은 가방을 하나 메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로미안은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내밀었다.
“210골드 입니다.”
해키드의 편지를 전해준 비용과 이곳 방까지 호위를 해준 비용이었다. 수혁은 일단 주머니를 받았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수혁이 주머니를 받자 로미안이 꾸벅 인사했다. 수혁은 그런 로미안의 반응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퀘스트 안 주나?’
골드는 받았지만 아직 퀘스트 ‘비밀 동굴’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로미안은 이곳에서 헤어질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수혁은 로미안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로미안의 표정을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대로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이 없던 수혁은 로미안에게 말했다.
“더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그게 제가 돈이 없어서…….”
“아…….”
수혁은 로미안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로미안이 고민을 하고 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의뢰를 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골드 때문에 퀘스트를 놓칠 수는 없지.’
하지만 고작 몇 백 골드 받자고 퀘스트를 놓칠 수는 없다. 애초에 골드를 위해서 받은 퀘스트도 아니었다.
“골드라면 괜찮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
2조장의 방.
“뭔가 이상하지 않나?”
“맞아, 나도 이상함을 느꼈네.”
현재 방에는 방의 주인인 2조장 콤마와 3조장 코르텍, 4조장 헬번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로미안이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건 자네들도 다 알지 않는가?”
코르텍이 말했다.
“맞아, 나는 솔직히…….”
헬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리더니 콤마와 코르텍을 한 번씩 쳐다보고 이어 말했다.
“함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네.”
“함정?”
“함정이라니?”
콤마와 코르텍은 헬번의 말에 반문했다.
“실은…….”
헬번은 다시 한 번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두 조장을 집중시켰다.
“이틀 전 경악스러운 광경을 보았네.”
이틀 전 보았던 광경을 떠올린 헬번은 미간을 찌푸렸다.
“헤론과 첫째 부인이 서로를 안고 있었네. 그것도 헤론의 방 앞에서.”
“……!”
“……!”
헬번의 말에 콤마와 코르텍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세 조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움찔하며 동시에 문을 쳐다보았다.
“나일세, 로미안.”
그리고 이어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세 조장은 다시 한 번 움찔했다. 감금되어 있는 로미안이 어떻게 이곳에 왔단 말인가?
콤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문을 열었다. 진짜 로미안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자네!”
문을 연 콤마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미안을 볼 수 있었다. 로미안은 방으로 들어왔다.
“다행이군. 헬번, 코르텍 자네들도 여기에 있다니 잘 됐어.”
방으로 들어온 로미안은 헬번과 코르텍을 발견하고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상단을 잠시 떠날 생각이네. 아마도 당분간 아니, 꽤나 오랜 시간 돌아오지 못하겠지. 물론 자네들이 본 그 광경은 오해이네. 그것 때문에 떠나는 게 아니야.”
* * *
로미안은 7봉우리에 있는 해키드의 집으로 가려고 한다. 로미안을 안전히 호위하라!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비밀 동굴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퀘스트를 보았다.
‘왜 이 퀘스트를 준 거지?’
당연히 퀘스트 ‘비밀 동굴’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로미안에게 받은 퀘스트는 ‘비밀 동굴’이 아닌 ‘7봉우리로’였다.
로미안에게 했던 말도 있고 이번 퀘스트 ‘7봉우리로’의 완료 보상이 퀘스트 ‘비밀 동굴’이었기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끼이익
바로 그때였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장들과 대화를 하러 들어간 로미안이 방에서 나왔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로미안과 함께 건물에서 나와 입구로 향했다.
“경비는 어떻게 할까요?”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수혁이 로미안에게 물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는 헤론을 데리고 왔던 사내가 아니었다. 근무가 끝난 것 같았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는 처음 보는 사내였다.
“그냥 지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로미안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를 보고 답했다. 그리고 로미안의 예상대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는 로미안에게 인사를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상단에서 나온 수혁과 로미안은 곧장 동쪽 성문으로 향했다. 7봉우리에 가기 위해서였다.
“근데 낮에 출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동쪽 성문을 나온 뒤 로미안이 말했다. 로미안의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하기야 유저도 아니고 NPC인 로미안의 입장에서 밤에 그것도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카매인 산맥에 가는데 불안한 게 당연했다.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수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낮에 출발하면 분명 로미안의 입장에서는 불안함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로미안의 불안함은 퀘스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혁은 시간이 아까웠다.
‘그나마 퀘스트를 7봉우리로 받아서 다행이지.’
혹시나 로미안에게 편지를 전달한 뒤 다시 해키드에게 편지를 전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수혁은 활력의 꽃 헬리드를 구하는 퀘스트를 받았다.
즉, 이번 퀘스트 ‘7봉우리로’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헬리드를 구하기 위해 7봉우리에 가야 되는 수혁이었다.
“파티원 구해요!”
“아, 사람 너무 없어. 아니, 사람은 많은데 왜 파티가 안 되냐.”
“밤이라 그렇지.”
얼마 뒤 수혁과 로미안은 카매인 산맥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밤임에도 꽤나 많은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저 수혁 님 사람이 많은데…….”
유저들을 발견한 로미안이 수혁에게 말했다. 하지만 로미안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수혁은 로미안의 말을 자르며 그대로 유저들을 지나쳐 산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