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80
80
제80화
수혁의 답을 들은 헤론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헤론이 나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로미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달하시고 나오시면 제가 다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헤론은 말을 마친 뒤 미소를 지은 채 수혁을 바라보았다. 수혁은 헤론의 말과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아.’
말과 눈빛에서 찝찝함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건물 안에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예.”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헤론에게 답을 해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쿵! 철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뒤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수혁은 뒤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열려 있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수혁은 문을 한 번 열어보았다.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허…….’
수혁은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생각했다.
‘진짜 함정이었네.’
함정이란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들어오기 직전에도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부수고 나갈까?’
수혁은 문을 보며 생각했다. 닫혀 있다고 해서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마법 한 방이면 문은 파괴될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감금된 로미안’이 생성되었습니다.]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로미안은 현재 감금되어 있다. 감금된 로미안을 구출하라!
퀘스트 보상 : ???
‘살아 있었구나.’
문이 닫히고 함정이라는 게 확실해졌을 때 로미안이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로미안은 죽은 게 아니었다.
스윽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 어딘가에 로미안이 감금되어 있다.
저벅저벅
주변을 둘러보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전방을 주시했다.
‘발소리?’
전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둘 이상의 발소리였다.
“유저인가?”
“NPC아냐?”
“아, 뭔 상관이야. 제압만 하면 되잖아.”
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저?’
유저와 NPC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NPC가 사용할 단어는 아니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이들은 유저 그리고 목소리로 보아 적어도 셋이었다. 이내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수혁의 예상대로 셋이었다.
“……허.”
수혁은 세 유저를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유저들의 머리 위 떠있는 길드 마크 때문이었다.
‘진짜 인연인가.’
아주 익숙한 길드 마크였다.
‘이러다 정들겠어. 악마 길드.’
세 유저의 머리 위에는 악마 길드의 길드 마크가 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분명 악마 길드의 길드 마크였다.
“살려야 되지?”
“응, 죽이면 안 돼.”
“생포니까.”
악마 길드원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나눴다. 악마 길드원들의 대화에서는 이미 수혁의 제압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그럼 내가 마비로 제압할게.”
“오케이.”
이내 가운데 있던 악마 길드원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다가오는 악마 길드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피어.”
악마 길드원은 범죄자 수치가 높다. 선공을 가하는데 거리낄 게 없었다.
“어?”
다가오던 악마 길드원은 물론 그 뒤에서 기다리던 악마 길드원들은 파이어 스피어가 나타나자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쾅!
[유저 ‘일판’을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일판’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유저 ‘일판’의 파티원들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메시지를 본 수혁은 고개를 돌려 일판을 보았다. 파이어 스피어를 피하지 못한 일판은 검은빛과 함께 쓰러져 있었다.
수혁은 일판의 시체를 보고 고개를 들어 뒤쪽에서 기다리던 악마 길드원들을 보았다. 악마 길드원들은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80.
“수, 수혁!”
“미친!”
이내 정신을 차린 두 악마 길드원이 외쳤다. 두 악마 길드원이 당황한 것은 일판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 전 일판이 공격당함으로 수혁의 캐릭터명을 알게 되었기에 당황한 것이었다.
“자, 잠시만요!”
수혁의 기준으로 오른쪽에 서 있던 악마 길드원이 외쳤다.
“대, 대화를 합시다!”
“오해예요. 오해!”
“저희는 결코 수혁 님을 공격할 생각이 없습니다.”
악마 길드원들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쳤다. 이야기를 나눌 한 명만 남길 생각이었던 수혁은 악마 길드원들의 외침에 생각을 바꿨다.
“무슨 일로 여기 있는 겁니까?”
그리고 악마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그, 그게 의뢰를 받아서…….”
“그건 알고 있습니다.”
이미 7봉우리에서 헤론이 악마 길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혁이었다. 이곳에서 악마 길드원들을 본 순간 헤론이 또 의뢰를 했구나 생각했다.
“제가 궁금한 건 무슨 의뢰냐는 겁니다.”
수혁이 궁금한 건 의뢰의 내용이었다.
“……제압을 하라는 의뢰였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악마 길드원이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요? 그것뿐인가요?”
“네.”
수혁의 되물음에 악마 길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물론 지금은 의뢰를 수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의뢰였다. 제압해야 할 용병이 수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길마님께 귓속말 좀 보내도 될까요?”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그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수혁은 악마 길드원의 말에 답하며 이어 말했다.
“여기 NPC 한 명이 감금되어 있을 텐데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 로미안이라는 NPC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저쪽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악마 길드원은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혁은 악마 길드원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포박 당해 있는 로미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로미안 역시 수혁을 발견했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수혁이 여기에 있냐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다른 의뢰를 수행하러 7봉우리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키드 님을 만났고 의뢰를 받았습니다.”
수혁은 로미안에게 다가가 포박을 풀며 말했다.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편지를 가지고 왔더니 헤론이라는 자가 이곳으로 안내해 줬습니다.”
“……그랬군요.”
로미안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곳을 지키고 있던 용병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용병 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수혁이 온 방향으로 갔던 세 용병. 그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아는 사람들이라 잘 타일렀습니다.”
“아…….”
수혁의 답에 로미안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때마침 포박이 풀렸다.
[퀘스트 ‘감금된 로미안’을 완료하셨습니다.]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힐끔 보고 로미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직 로미안에게 완료해야 할 퀘스트가 하나 남아 있었다.
“여기 해키드 님의 편지입니다.”
“…….”
로미안은 말없이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해키드의 편지’를 완료하셨습니다.]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10골드를 줄 수 있나?’
퀘스트 ‘해키드의 편지’ 보상은 10골드였다. 큰돈은 아니다. 엄청 적은 돈이다. 하지만 해키드가 과연 10골드를 줄 수 있을까?
‘지금 상황으로는 1골드도 받기 힘들 것 같은데.’
방금 전까지 감금되어 있던 로미안이었다.
“후…….”
편지를 전부 읽은 로미안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수혁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
“10골드는 지금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어진 로미안의 말에 수혁은 어째서 로미안이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려서…….”
씁쓸한 미소로 말끝을 흐린 로미안은 수혁의 눈치를 살피며 이어 말했다.
“혹시 한 번 더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도와만 주신다면 10골드는 물론 추가로 20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방까지만 데려다 주시면 됩니다.”
로미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더 이상 로미안은 상단에 있을 수 없다. 우선 로미안의 방으로 로미안을 호위하라!
퀘스트 보상 : 200골드, 퀘스트 – 비밀 동굴
로미안 사망 시 퀘스트 실패
퀘스트를 본 순간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보상에 로미안이 언급한 200골드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연계 퀘스트였다. 문제는 연계 퀘스트의 퀘스트명이었다.
‘비밀 동굴?’
퀘스트명은 ‘비밀 동굴’.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로미안에게 답했다.
[퀘스트 ‘로미안을 호위하라!’를 수락하셨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헤론을 죽여 달라고는 안하네.’
혹시나 헤론을 죽여 달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수혁은 뒤로 돌아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악마 길드원들이 혹시나 다른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을 대비해서였다.
‘없네.’
다행이도 악마 길드원들은 다른 마음을 먹지 않았다. 거기다 굳게 닫혀 있던 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 * *
벌떡!
바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무슨.’
그리고 놀람이 가득한 눈빛으로 귓속말을 보았다.
-우두루 : 길마님 큰일입니다!
우두루, 코파인 상단으로 지원을 간 세 악마 길드원 중 하나였다. 바알이 놀란 것은 이후 날아온 우두루의 귓속말 때문이었다.
-우두루 : 잡아야 할 용병이 수혁입니다!
-우두루 : 지금 일판이 죽었고 저랑 하하만 남았습니다.
-우두루 : 저희 둘이서 잡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
바알은 우두루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해 줄 수 없었다.
‘왜 또 젠장.’
왜 하필 또 수혁이란 말인가?
‘아오.’
바알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귓속말을 보냈다.
-바알 : 포기하세요.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혁을 제압한다? 그것도 길드원 셋이서? 애초에 완료가 불가능한 의뢰였다.
-우두루 : 그럼 그냥 길드로 돌아갈까요?
-바알 : 네. 그냥 돌아오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구요.
-우두루 : 근데 앞에 헤론이 지키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까요?
-바알 : 그냥 무시하세요. 아니, 말을 해 주세요.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게 말입니다.
* * *
-바알 : 그냥 무시하세요. 아니, 말을 해주세요.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게 말입니다.
-우두루 :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바알과의 귓속말을 마친 우두루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하하를 보았다.
“복귀하라신다.”
“뭐? 그냥?”
하하는 우두루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리고 이어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보며 말했다.
“그럼 헤론은?”
현재 헤론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헤론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잘 말해 주고 그냥 오라셔.”
우두루는 하하의 물음에 답한 뒤 문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