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87
87
제87화
* * *
“뭐?”
하드락의 정보 길드인 케임 길드의 마스터 케임이 반문했다.
“그게 사실이야?”
케임은 놀란 표정으로 라돈에게 물었다.
“예, 사실입니다.”
라돈은 케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미친, 그럼 B등급이 아니라 이미 A등급 상위권이란 소리잖아.”
케임은 라돈의 답을 듣고 중얼거렸다. 라돈의 말이 사실이라면 B등급이 아닌 A등급, 그것도 상위권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했다.
“저는 A등급을 넘어섰다고 봅니다.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이 짧으니까요.”
라돈이 케임의 중얼거림을 듣고 말했다. 레드 산맥의 오우거는 특히 강하다. 거기다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런데 오우거는 물론 트윈 헤드 오우거까지 학살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학살이라면 케임의 말대로 A등급 상위권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학살이 아니라는 것을 라돈은 알고 있었다. 직접 보았는데 모를 리 없었다.
학살은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다. 그것을 알고 있는 라돈은 수혁이 A등급을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독 마법을 사용했다고?”
“예,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불 마법과 독 마법. 2개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직접 마법을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곳에 남아 있던 흔적들은 불 마법과 독 마법이 펼쳐졌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 정도 독 마법이라면…….”
라돈의 답에 케임이 중얼거렸다.
“라이노가 알고 있을 수 있어.”
불 마법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른다. 하지만 독 마법의 수준은 알 수 있다. 오우거와 트윈 헤드 오우거가 중독 당했을 정도라면 보통 수준이 아닐 것이고 독의 마탑 하드락 지부의 지부장인 라이노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알아볼까요?”
케임의 중얼거림을 듣고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라돈이 케임에게 물었다.
“약간의 골드가 들어가긴 하겠지만 분명 알려 줄 겁니다.”
모든 이가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이는 안다. 라이노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를. 그리고 그건 정보 길드인 케임 길드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음…….”
케임은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물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아니.”
“……?”
라돈은 케임의 답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케임이 긍정을 했다가 부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돈의 의아함은 이어진 케임의 말에 해결됐다.
“내가 알아보지.”
라이노는 ‘돈’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급’도 중요시한다. 라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책으로 본다면 결국 길드의 수많은 정보원 중 하나였다. 제대로 된 정보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수고했어.”
케임은 라돈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후…….”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은 수혁의 주위에는 수많은 오우거들의 시체가 있었다. 오우거들의 시체를 보던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54분…….’
로그아웃을 할 시간이었다.
‘오늘도 못 찾았네.’
하루 종일 오렘을 찾아 레드 산맥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결국 만나지 못했다.
‘이거 7일 안에 못 찾는 거 아냐?’
7일이면 충분히 찾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잡힌 게 아니라면 3일 안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하루 허탕을 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7일도 부족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레벨 업도 이제 슬슬 느려지는 것 같고.’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80
경험치 : 21%
생명력 : 111600
마나 : 72900
포만감 : 60%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645 (+10)
오우거들의 레벨과 가까워지고 있었고 레벨이 올라 필요 경험치의 양이 대폭 증가해 서서히 레벨 업이 느려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사냥을 했는데 고작 13레벨이 올랐을 정도다.
‘그래도 일반 유저들보다는 빠른 편이니까.’
어제와 비교해 느려졌다는 것이지 수혁의 레벨 업 속도는 결코 느린 게 아니다. 수혁 역시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2, 3일이면 200 찍겠지?’
오늘 하루 종일 사냥을 해 13 레벨을 올렸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 업에 걸리는 속도가 느려지겠지만 앞으로 2일 혹은 3일이면 충분히 200을 찍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무슨 문을 개방해야 되나.’
200이 되면 세 번째 문을 개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불, 두 번째는 독이었다. 세 번째로 어떤 속성을 개방할까?
수혁은 고민을 하며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 뒤 로그아웃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으로 가지 않았다.
검색할 게 없었다. 컴퓨터 앞 대신 책장 앞으로 간 수혁은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와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고 글자를 본 순간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수혁은 판게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판게아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책을 읽을 때 예전보다 더 큰 즐거움이 느껴졌다.
스윽
내내 미소를 지은 채 책을 읽던 수혁은 이내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응?’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두 눈썹을 올렸다가 내렸다.
‘책이 얇아서 그런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권 더 읽고 자도 되겠는데?’
원래는 한 권만 읽고 잠을 청했다. 더 읽고 싶었지만 더 읽게 되면 다음 날 계획이 꼬여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한 권 더 읽어도 될 것 같았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향했다.
-띵!
바로 그때였다.
귓가에 들려오는 벨소리에 수혁은 방향을 틀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무슨 메시지가 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중 : 야, 전화 되냐?
메시지를 보낸 이는 연중이었다.
‘뭔 일 있나?’
갑자기 이 늦은 시간에 전화가 되냐니?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수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리고 수혁은 전화를 건 지 5초가 지나기도 전에 연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연중의 목소리를 들은 수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뭔 일 있어?”
87.
-아, 일은 아니고.
수혁의 물음에 연중이 답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연중이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일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였다.
“궁금한 거?”
-어, 너 지금 뭐 하고 있냐?
수혁이 반문했고 연중이 물었다.
“나? 자기 전에 책 좀 읽고 있었지.”
연중의 물음에 수혁이 답했다.
-아니, 판게아에서.
“아.”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 레드 산맥에서 퀘스트 중이야.”
-레드 산맥? 하드락 근처에 있는 사냥터냐?
“어, 근데 그건 왜?”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고 물었다.
-아니, 레벨이 갑자기 180이 돼 있어서.
“아.”
연중의 말에 수혁은 어째서 연중이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연중이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바로 갑작스레 높아진 수혁의 레벨 때문이었다.
“거기 몬스터들이 레벨이 좀 높거든. 퀘스트를 깨다보니 레벨이 올라버렸네.”
-와, 200~250레벨 오우거들? 꽤 고렙 사냥터구나.
“검색했냐?”
레드 산맥도 모르던 연중이 레드 산맥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알아냈다. 말하는 것을 보니 지금 검색을 한 것 같았다.
-어, 무리로 다닌다는데 사냥 괜찮아?
“응, 오히려 무리로 다녀서 더 편해. 광역 마법이 많으니까. 잡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역시 레벨보다 스텟이네.
“그렇지. 그런데 연중아.”
수혁이 연중을 불렀다.
-어?
“진짜 전화한 이유가 뭐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느껴졌다. 연중이 전화를 한 것은 레벨 때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연중과 지내 온 수혁은 연중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티 났냐?
“그래, 임마.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야…… 음…….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 계속해서 말끝을 흐렸다.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너 곧 200되잖아.
고민을 끝냈는지 연중이 제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앞으로 2일 혹은 3일이면 200을 달성할 수 있다.
-혹시 어떤 속성으로 개방할 생각이야?
“……?”
이어진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정해 놓지는 않았는데. 왜?”
-얼마 전에 던전 하나를 발견했어.
-단 한 번도 공략되지 않은 던전을.
-최초 보상 노리고 길드원들이랑 공략해 봤는데.
연중의 말이 이어졌다.
.
.
.
-함정도 함정인데 지키고 있는 몬스터들도 강해.
-결국 두 번 실패하고 깨달았어.
-못 깰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조합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치유 법사가 필요해. 그것도 꽤나 수준 높은.
수혁은 연중의 말을 들으며 연중이 전화를 한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연중이 말했다.
-치유 개방하고 나랑 던전 갈래?
연중이 전화를 한 진짜 이유, 그것은 바로 던전 공략 때문이었다.
“길드원 중에 치유 쪽이 아무도 없어?”
-어, 치유 쪽이 귀하긴 하지만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수혁의 물음에 연중이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어떻게 할래?
* * *
“흐음.”
라이노는 차의 향기를 음미하며 미소를 지었다.
“좋군.”
좋았다. 차의 향기도 그렇고 요즘 상황도 그렇고 참으로 좋았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었다. 정확히는 마음에 들지 않기보다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었다.
“수로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하드락을 관리하는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에서 처리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고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의 마스터들이 찾아왔다. 찾아 온 이유는 당연하게도 도움이었다.
물론 도움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다. 하드락을 운영하는 태양들이다. 지부를 철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거절해서는 안 된다.
결국 라이노는 요청을 수락했고 지부의 마법사 몇을 데리고 수로에 갔다. 그리고 라이노는 볼 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던 키메라들을. 키메라들은 강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강하다기보다 까다로웠다.
독을 뿜어내기 때문이었다. 레임 길드와 드렉 길드의 마스터가 라이노를 찾아 온 이유도 키메라들의 독 때문이었다.
문제는 독의 강함이었다. 독에 대한 내성이 다른 이들 보다 강한 라이노 역시 감당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키메라들이 뿜어내는 독은 강력해졌다. 결국 수로의 중간 부분에서 후퇴를 하게 되었다. 더 이상은 라이노 역시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마탑에서는 언제 답이 오려나.’
이 일을 라이노는 마탑에 보고를 한 상황이었다. 라이노 역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독을 뿜어낸다. 마탑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