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90
90
제90화
드렉 길드와 레임 길드. NPC들의 길드다. 거기다 보통 길드도 아니고 하드락을 지배하는 길드들이었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길드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혁은 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었다.
드렉 길드든 레임 길드든 들어갈 수 없다. 연중의 길드인 ‘리더’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수혁은 이안과 알렉스에게 답했다. 그리고 수혁이 답한 순간 눈앞의 퀘스트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아닙니다!”
“죄송하실 것 없지요.”
하지만 수혁의 답을 이미 예상했던 것인지 이안과 알렉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마다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안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의뢰를 수행하시는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인 수혁이 어째서 의뢰를 수행하는 것일까? 그것도 미친 듯이? 이안은 그것이 궁금했다. 알렉스 역시 궁금했던 것이기에 이안의 말이 끝나자 수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그게…….”
수혁은 또 다시 초롱초롱 날아오는 두 사내의 눈빛에 말끝을 흐리며 어떻게 답을 할까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할까?’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 A등급 용병이 되기 위해서라고 사실대로 말을 해도 될까?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사실대로 말을 해도 문제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부정적인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믿을까?’
그런데도 수혁이 고민하는 이유는 이 이유를 알렉스와 이안이 믿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안 믿을 것 같은데.’
이안과 알렉스는 수혁을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 고작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A등급 용병패를 손에 넣기 위해 의뢰를 수행했다는 것을 믿을까?
‘그래도…….’
하지만 사실대로 말을 하지 않자니 딱히 무어라 답을 해야 될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믿든 안 믿든.’
거기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싫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A등급 용병패가 필요하더라고요.”
생각을 마친 수혁은 이안과 알렉스에게 말했다.
“……?”
“……?”
그리고 수혁의 예상대로 이안과 알렉스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의아함을 보였다.
“저…….”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의뢰를 수행하시는 이유가…….”
알렉스의 표정에는 여전히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 맞습니까?”
물음으로 말을 마친 알렉스는 수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
“…….”
“…….”
수혁의 답에 이안과 알렉스는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수혁을 보며 생각했다.
‘도서관? 고작 그 이유로?’
‘뭐야, 겨우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그렇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의뢰를 수행하고 있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스윽 스윽
생각을 하던 알렉스와 이안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수혁을 보았다.
“혹시.”
이번에도 말을 꺼낸 것은 알렉스였다.
“계속해서 의뢰를 수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A등급이 될 때까지는 수행할 생각입니다.”
알렉스의 물음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혁의 답에 알렉스와 이안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수혁을 보았다.
“그러면…….”
이번에는 알렉스가 아니라 이안이 말을 꺼냈다.
“저희가 직접 의뢰를 해도 되겠습니까?”
“의뢰요?”
“예, 저희의 의뢰를 받아주신다면 A등급으로 승급을. 아니, S등급으로 승급을 시켜드리겠습니다.”
“……!”
수혁은 이안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승급?’
이안의 입에서 승급, 그것도 S등급으로의 승급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떤 의뢰지요?”
수혁은 승급 이야기를 꺼낸 이안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의뢰이기에 S등급으로 승급을 시켜 준다는 것일까?
‘쉽지는 않겠지.’
쉬운 의뢰는 아닐 것이었다.
“그것이…….”
이안이 입을 열었다.
* * *
이안의 말이 끝나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하드락의 지하 수로. 언제부터였을까.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안과 알렉스는 지하 수로를 청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키메라들은 강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결국 청소를 실패했고 현재는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고만 있을 뿐이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청소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키메라 소환 마법진 A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B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C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D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E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F : 0 / 1] [키메라 : 0 / ???]퀘스트 보상 : S등급 승급, ???
‘지하 수로?’
퀘스트를 본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줄 두 번째 칸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템을 보았다. 얼마 전 로아를 죽이고 얻은 ‘하드락 지하 비밀 지도’. 하드락의 지하 수도 지도였다.
‘이 지하 수로?’
이안이 말한 지하 수로와 지도의 지하 수로는 같은 곳이 분명했다. 하드락에 지하 수로가 2개가 아니라면 말이다.
“저희의 의뢰를 받아 주시겠습니까?”
퀘스트를 보고 있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알렉스와 이안을 보았다. 알렉스와 이안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빤히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
둘의 시선에 수혁은 답했다.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를 수락하셨습니다.]수혁이 용병 사무소의 의뢰를 수행했던 것은 오로지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한 번의 의뢰로 S등급으로 승급시켜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혁의 답에 알렉스와 이안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솔직히 말해 수혁이 거절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위험을 숨긴 것도 아니고 라이노와 함께 갔던 일까지 전부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지하 수로의 위험을 충분히 알렸다. 그런데도 의뢰를 받아주니 알렉스와 이안의 입장에서는 수혁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리죠.”
알렉스와 이안의 말에 수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진짜 저희의 도움이 없어도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그곳은 정말…….”
이안이 말했고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둘의 말에 수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원래 알렉스와 이안이 함께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NPC와 함께 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수혁이 거절했다.
“도와줄 분들도 있구요.”
그리고 수혁은 홀로 갈 생각이 없었다. 같이 갈 이들이 있었다.
‘카미안 님이 말한 퀘스트가 이거겠지.’
바로 코마 길드의 마스터 카미안이었다. 카미안의 길드인 코마 길드는 지하 수로와 관련된 길드 퀘스트를 받은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일이 있어 거절했지만 지하 수로에 갈 일이 생긴 지금은 카미안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앗, 잠시만요!”
바로 그때였다.
“……?”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이안의 부름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이안을 보았다.
“용병패를 잠시 주시겠습니까?”
“……지금요?”
수혁은 반문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도 않았는데 용병패는 왜 달라는 것일까? 그러나 이어진 이안의 말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의뢰를 받아주셨으니 약속드린 대로 S등급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90.
‘퀘스트 완료 안 했는데?’
퀘스트 보상이 S등급 승급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았는데 S등급으로 승급을 시켜 준다니?
‘그러고 보니.’
그러다 문득 이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의뢰를 받아 줄 경우에 S등급으로 올려 준다고 했지.’
의뢰의 완료가 아니다. 분명 의뢰를 받을 경우였다. 즉, 받는 것만으로도 S등급이 확보되었던 것이다.
‘사람 헷갈리게.’
퀘스트 보상에 S등급 승급이 있어 순간 헷갈렸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용병패를 꺼내 이안에게 건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용병패를 받은 이안은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 용병패를 들고 방에서 나갔다.
“수혁 님.”
이안이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네.”
“한 가지 여쭤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세요.”
“도서관에 가시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째서 수혁이 의뢰를 미친 듯이 해결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수혁에게 답을 들어 해결됐다.
그런데 수혁의 답을 듣고 알렉스는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도서관에 가려는 이유였다.
왜 도서관에 가려는 것일까? 하드락의 도서관에 특별한 무언가 있는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들었다.
“책을 좋아해서요.”
수혁은 알렉스에게 답했다.
“책이요?”
그리고 답을 들은 알렉스는 반문했다.
“예.”
“아…….”
알렉스는 수혁의 끄덕임에 탄성을 내뱉었다.
“…….”
“…….”
그리고 잠시 침묵이 방 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수혁은 딱히 할 말이 없었고 알렉스는 생각에 빠져 생긴 침묵이었다.
‘책을 읽기 위해?’
모든 의문은 해결되었지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고작 책을 읽기 위해서 그 많은 의뢰들을 수행했다?
‘역시 마법사들은 특이해.’
알렉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였다.
끼이익
얼마 뒤 문이 열리며 이안이 들어왔다. 이안의 손에는 황금색 용병패가 들려 있었다. 바로 S등급 용병패였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여기 있습니다.”
이안이 용병패를 내밀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용병패를 받았다. 그리고 알렉스와 이안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수혁의 인사에 알렉스와 이안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작별의 인사를 나눈 후 수혁은 방에서 나왔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NPC가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라 용병 사무소 2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수고하세요.”
수혁은 안내를 해 준 NPC에게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1층에서 의뢰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유저들을 보았다.
‘이제 줄 설 일은 없겠구나.’
골드를 목적으로 의뢰를 받은 게 아니었다.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목적했던 만큼 등급을 올렸다. 아니, 그 이상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의뢰를 수행할 필요가 없었다. 즉, 이안과 알렉스에게 받은 의뢰가 마지막 의뢰라 할 수 있었다.
수혁은 용병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첫 번째 줄 첫 번째 칸에 자리 잡고 있는 용병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수혁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한번 가 볼까?’
이제 하드락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 일단 카미안 님 말도 들어 봐야 되니까.’
지하 수로에 갈지 도서관에 갈지 고민을 하던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어차피 지하 수로에 혼자 가는 게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혼자 갈 수도 있지만 우선 카미안에 답을 들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