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화
1. 프롤로그
난 전장에서 태어났다.
피난길에 오른 한 젊은 미망인이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피난 행렬이 공격받아 아군 진영으로 대피한 사이 나를 낳으셨다.
그러나 나를 낳으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력이 다해 돌아가셨다.
난 전장에서 자라났다.
처음에는 병사들의 심부름꾼이었다.
잡다한 보급품을 가져다가 준다든가, 무기를 닦아준다든가.
그 대가로 남은 음식을 먹으며 자라나던 나는 14살이 되던 날, 갑자기 전장으로 나서게 되었다.
난 전장에서 재능을 깨달았다.
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꼼짝없이 나서야만 했던 전투.
그 전투에서 나는 창이 부러지는 바람에 우연히 줍게 된 검으로 순식간에 적 병사 10명을 죽였다.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너는 검에 재능이 있다고.
그래서 그때부터는 심부름꾼이 아닌 병사가 되었고, 부족한 환경에서나마 검을 휘두르며 나의 쓸모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장에서 깨달았다.
내 재능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사실을.
3년 뒤 나는 전사의 ‘급’을 결정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동안 만들기 힘든 ‘마력 코어(Core)’를 1개 만들어냈다.
심장에 자리 잡은 그것은 내 움직임과 오감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더 많은 적을 벨 수 있게 되었고, 전장에서 태어난 내 검술은 더 빠르고 더 강해졌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 나는 두 번째 마력 코어를 만들어냈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병사가 아니었다.
수백 명의 병사들을 통솔하는 지휘관이 되었고, 전장에서 태어난 나의 경험과 뛰어난 재능으로 나는 수도 없는 전공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력 코어 3개를 넘어 무려 4개째가 됐을 땐, 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갈망하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너를 기사 특별 서임 대상으로 추천할 것이다.”
기사 서임.
전장에서 태어나 죽거나, 혹은 전쟁이 끝나면 무슨 삶을 살아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던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바꿀 기회.
“현존하는 모든 헥사급의 기사들도 그 나이에 쿼드급에 오르지 못했다.”
쿼드급.
마력 코어 4개를 만든 시점에서 이미 나는 기사로서 자격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뒤늦게 재능을 깨달았음에도 고작 11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날 추천한 지휘관은 내가 제국에서 5명밖에 되지 않는 ‘헥사급’의 기사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 이야기했다.
나는 마침내 전쟁이 끝나더라도 나의 삶이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사 특별 서임 추천이 통과되어 수도로 향하기 하루 전날.
“습격이다!”
나는, 전장에서 죽게 되었다.
* * *
전장에서 깨어난 재능을 만개시켜 전장에 뿌리를 둔 나에게도 새로운 삶이 펼쳐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그 새로운 삶에서…… 내가 갈망하던 가족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 착각이었다.
내가 있던 드레니크 제국군 제3사단은 알테온 제국군 제5사단의 대규모 공격에 불타고, 무너지고, 마침내 완전히 끝장났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었으며 이제 나 하나만이 남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죽은 자들보다 내가 더 강했으니까.
그러나 나도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끈질긴 자로다.”
하필이면 나보다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강한 자를 만났으니까.
“이 내가 검을 열 번 넘게 휘두르게 만든 자는 실로 오랜만이군. 그대가 바로 그 유명한 아그릭이던가? 전장에서 피어난 재능.”
이 자가 나를 알고 있다니.
이렇게 기쁠 줄이야.
“무척 기쁘게 들리는군, 테르미온 공작.”
“허허. 내 이름을 알던가?”
“이 전장에서 단 하루만 있어도 ‘검은 파도’의 명성이 들려오지.”
테르미온 공작은 씩 웃었다.
알테온 제국의 6명밖에 되지 않는 헥사급 기사들 중 하나.
나는 그런 그와 열 번 넘게 검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 결과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기뻤다.
“그대는 존경할 만하다.”
물론 내 검은 모조리 가로막혔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결과는 같았다.
그는 나와 차원이 다른 실력자였다.
“묻겠다. 투항할 생각은 없는가? 그대의 재능이 너무도 아깝군. 그 나이에 쿼드급이라…… 어쩌면 나조차도 뛰어넘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장에서 태어났으니 내가 죽을 곳은 여기다.”
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 히죽 웃었다.
“흥미로운 말이군. 그리고 대단한 검술이로다. 조금만 더 성장했다면 나와도 충분히 겨룰 수 있었을 테지.”
아쉽다.
내 재능을 전부 펼치지 못해서.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나도 가정이라는 걸 이루고 싶었는데.
병사들이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을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허허. 실로 아까운 재능이로다. 검술에 정해진 형식은 없으나 그래서 더 무섭고, 양팔이 잘리면 입으로라도 검을 물고 달려들 자야.”
테르미온 공작이 한 발자국 다가왔다.
나는 검을 들었다.
“눈에 아쉬움이 가득하구나. 다음 생에는 그 아쉬움을 마음껏 털어내도록.”
서걱.
막아볼 새도 없이 내 검과 목이 잘려 나갔다. 시야가 확 튀어 올랐다 빙글빙글 돌고, 마침내 멈춘다.
“나 역시 아쉽도다. 전쟁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좋은 호적수로 성장했겠지.”
희미해지는 테르미온 공작의 목소리 속, 내 세상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내 재능은 끝내 여기서 멈추었고, 내 꿈은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다시 눈을 뜨기까지는.
* * *
“이 눈 좀 보세요. 너무 맑지 않아요?”
“그러게나 말이오, 부인. 우리가 늦은 나이지만 보석을 낳은 것 같소.”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리고 보석에 비할 바가 아닌 거 같아요. 이 아이는 신의 선물이에요, 신의 선물.”
“하하. 그렇소. 신의 선물이지. 데인. 너는 훌륭한 창기사가 되어 아비의 뒤를 이을 것이다.”
“무슨 소리예요! 데인은 훌륭한 암살자가 될 거라구요.”
“어허, 늦둥이한테 그 무서운 암살자라니! 남자는 창이오! 창이야말로 무술의 미학을 품은 최종적인…….”
“늦둥이인 게 뭔 상관이에요! 은밀하게 숨어들어서 아무도 모르게 대상을 암살하고 빠져나오는 게 더 멋있죠! 어디 번잡스럽게!”
“어허. 골격을 보니 딱 창을 휘두를 골격이구만!”
“어머. 누가 봐도 암살 잘하는 골격이거든요?”
두 분은 내 진로를 두고 지금 열띤 토론을 펼치고 계셨다. 늦둥이라서 더 자신들의 뒤를 잇기를 바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둘 다 시켜보는 걸로!”
“좋아요! 데인은 분명히 암살자가 될 테니까!”
“창기사. 창기사!”
그나저나 어떻게 결혼한 거야.
참 정겨운 대화다.
평생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익숙해지지 않을 광경이다.
하지만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딱 하나뿐이었다.
“응애.”
나는 환생했다.
전생에 살았던 드레니크 제국이 아닌 적으로 마주했던 알테온 제국의 한 백작가문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아버지는 제국 최고의 창기사.
어머니는 제국 최고의 암살자(전직).
“오! 우리 데인이 배가 고픈가 보오!”
“얼른 돌아가요!”
“그럽시다. 자, 내 손을 잡으시오.”
“아이참. 성의 식구들이 보면 어쩌려구요.”
“내 부인 손 내가 잡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오? 자, 어서…….”
세상 그 어떤 부부보다 잉꼬 같은 부부 사이에서 환생했다.
그리고…….
내가 환생한 가문은 엄청난 힘을 지닌 가문이었다.
“우리의 성으로 돌아갑시다.”
지금 내 눈에 펼쳐진 광경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과 영지였으니까.
이 정도라면…….
내 재능을 펼치는 건, 실로 간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 * *
“아브브.”
두 달쯤 되자 표현이 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응애!” 하나밖에 못 하던 관계로 옥타브라도 조절해서 의미를 다르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릴리 소그레스, 그러니까 어머니는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내가 “아브브” 혹은 “아부우” 소리를 낼 때마다 까르르 웃으셨다.
“어머, 우리 데인. 이제 옹알이를 하는구나!”
이게 옹알이구나.
애를 키워본 적이 있어야지.
애초에 결혼도 안 해봤는데.
전쟁터를 전전하다 보니 애를 볼 일도 적고, 그나마 보이던 건 포대기에 싸여 울음만 내내 터뜨리던 애들뿐이었다.
그중 절반은 부모를 잃었고, 나머지 절반은 굶주려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소그레스 가문은 참 다복하고 부유한 곳이라 내가 굶을 일은 없었다.
“하하. 데인! 이게 바로 창이란다!”
아켄 소그레스, 아버지는 창에 미친…… 아니 창을 참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나에게 창을 보여 주시겠다고 들고 왔다가 어머니한테 등짝을 맞으신 바 있다.
참고로 어머니는 전직 암살자답게 기척을 지운 채 숨어 계시다가 해당 상황을 포착하셨다.
“내가 말했죠. 조기 교육은 안 된다고! 이럴 거면 나도 은신술 기초부터 조기 교육할 거예요.”
“아! 요새는 다 이렇게 한다니까요! 저기 먼 나라 마법명가 텔레포트 가문은 애가 태어날 때부터 옆에 지팡이를 놔둔다던데!”
“지팡이랑 창이랑 같아요? 창은 날카롭잖아!”
“아, 그럼 애 기저귀 갈아줄 때 단검 옆에 두고 가는 건 괜찮고?”
“버릇이에요, 버릇!”
그래도 화목한 가문인 건 확실해 보인다.
나는 두 분의 희망이었다.
내 위로 누나가 둘이나 있는데, 둘 다 창술, 암살과는 전혀 상관없는 진로를 잡아버린 탓이다.
큰누나 아라벨라 소그레스.
12살.
태어나자마자 마력이 감지되어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다.
“데인. 이거 봐라! 이렇게 하면…… 짜자잔! 볼따구가 더 빵빵해진다구!”
“아브브!”
심심하면 마법으로 나한테 장난을 쳐서 그렇지, 악의도 없고 위험한 마법도 없어서 마냥 귀엽게만 느껴지는 큰누나다.
참고로 부모님은 큰누나에게서 마력이 감지되어 제국의 유명 마법사를 불러다 감정했을 때 크게 절망하셨다고 한다.
“아빠, 아니 아버지가 그러는데…… 나는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있대! 근데 되게 시무룩하게 말씀하셨어. 왜 그러셨을까?”
“아부!”
재능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거든.
어지간하면 다른 쪽으로 진로를 틀어보겠는데, 그럴 건덕지도 없을 만큼 뛰어난 재능이라 빼도 박도 못하게 마법사의 길을 택한 것.
참고로 12살밖에 안 됐는데 무려 3체인급의 마법사다.
내가 알기로 마법사의 최고 단계가 9체인이니, 12살이면서 이미 입문 단계는 넘어선 천재인 것.
“데인. 나중에 나랑 같이 마법 배울래? 혼자 배우니까 맨날 심심해.”
큰누나는 아마 내가 마법을 배우길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작은누나.
클레어 소그레스.
9살.
“여보, 클레어는 아직 데인이 많이 어려운가 봐요.”
“그럴 만하지요. 항상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지금 모든 관심에 데인에게 옮겨 갔으니까. 내 조금 더 신경 쓰리다.”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절망시킨 딸내미.
무려 촉망받는 소환술사다.
이쪽도 재능이 대단한지라, 일곱 살 무렵 첫 소환을 성공시키고 지금은 무려 두 마리의 소환수를 동시에 다룬다.
전쟁터에서 봤던 소환술사들이 한 마리의 소환수로도 낑낑대는 걸 고려하면, 역시나 엄청난 재능.
“…….”
다만 처음에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막 태어난 날 보고 별로 기뻐하지도 않았고, 큰누나와 다르게 날 이뻐라 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곧 아이들이 자신에게 동생이 생기면 흔하게 가지는 ‘질투심’과 같은 감정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늘 자신만을 보살펴 주던 부모님의 관심이 한순간에 돌아가 버리니까.
그래도 겉으로만 그런 건지,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종종 몰래 찾아와 아닌 척하며 내 볼따구를 만지작거린다.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지?”
하도 만져서 가끔 붓는 바람에 엄한 큰누나가 야단을 맞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데인 너도 소환술에 재능이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 나중에 내가 가르쳐야지.”
그리고 작은누나는 나에게 소환술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다.
헥사급의 창기사인 아버지.
지금은 은퇴했으나 황제 암살 시도까지 한 바 있던 암살자 어머니.
천재 마법사 큰누나.
마찬가지로 천재 소환술사 작은누나.
소그레스 가문은 완벽한 명문가였다.
거기에 재능이 뛰어나단 이유로 죽었다가 환생한 나, 데인 소그레스까지.
“응애!”
이곳은 항상 물자가 부족하고, 옆에 있는 사람이 내일 죽어 없어질 것을 고민해야 하는 전쟁터가 아니다.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가정.
그것도 백작가의 집안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
나는 언제나 가족이란 존재를 갈구해 왔으니까.
“창술이오! 무조건 창술!”
“은신술이랑 암살법을 배워두면 얼마나 쓸모 있는지 몰라서 그래요?”
“마법이 대세예요, 아버지, 어머니!”
“소환술도 되게 좋은데…….”
난 모였다 하면 자신의 전문분야가 최고라고 토론을 빙자한 살벌한 논쟁을 벌이는 가족들을 떠올렸다.
화목한 가족……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