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3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38화
89. 그 이름은 안 돼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기사단원들은 정말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전장을 정리했다.
덕분에 비위 약한 사람들은 차마 보기 어려운 각종 마물의 시체들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나는 그런 와중에도 비교적 멀쩡한 몇몇 마물의 시체로 다가가 고기와 가죽들을 도축했다.
“데인, 전직하게?”
옆에서 레일라가 놀란 눈으로 묻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먹을 만한 고기랑 가죽 채취하는 거야.”
“그걸 왜? 고기는 카르나스 먹이로 주려고?”
“아니. 그건 아니고, 쓸 데가 다 있거든.”
전생에서 난 마물들을 몇 번이나 상대해 보았고, 그 과정에서 마물 시체의 쓰임새를 배웠다.
“마물 시체를 어딘가 쓴다고는 들었는데…… 데인 그걸 네가 알고 있는 게 신기하다.”
물론 우리 백작령 외곽 ‘그믐의 숲’에서 어머니에게 훈련받을 때도 배웠고 말이다.
여하튼 채취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마물들의 시체와 시체 조각들이 한데 모였다.
화르륵!
“모두 태워라.”
역시 전장에선 화장(火葬)만 한 처리 방법이 없다.
깔끔하고, 쉽고, 빠르고.
전염병 걱정도 덜하고.
“으웩, 쏠린다.”
“실전이 이런 거구나…….”
“저런 녀석들을 저 인원으로 막아냈다니…….”
그리고 나는 조금 지친 몸을 달래고 있었다.
성 아이마르 때보다 약간 더 피곤한 이 느낌.
그래도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대 마력의 효율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데인 네가 피곤해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오늘 마물 야습을 막아내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혁혁한 공을 세운 어니스트다.
“그래? 그냥 조금?”
“근데 그렇게 하고 조금 피곤한 것도 좀 웃기긴 해. 나는 지금 오른팔 근육이 죄다 욱신거리는데.”
참고로 어니스트는 함정 설치뿐만 아니라 뒤쪽에서 날린 지원 사격으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화살이 마물을 꿰뚫는 걸 내가 몇 번이나 봤으니까.
아무래도 얼른 스승을 구해 줘야겠는걸.
“데인.”
“데인 선생님!”
그때 다가오는 레일라와 도리안.
당연히 멀쩡하다.
그리고 이 녀석들도 자기 할 일을 충분히 해냈다.
“괜찮은 거 맞지?”
“응. 조금 피곤한 거 빼면.”
“그거 하고 조금 피곤하다고 말하는 너도 참…….”
레일라는 피식거리며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열 마리나 해치웠어!”
“정말?”
“여기 옆에 도리안은 다섯!”
“다음에는 제가 따라잡아 보이겠습니다, 레일라 선생님!”
의욕을 불태우니 좋다.
어쨌건 우리는 목적을 100%, 아니 200% 달성했다.
원래 계획에는 기사단 지원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전에 200마리의 마물을 모두 격멸했기 때문.
덕분에 우리를 바라보는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뭐라고 해야 하나…….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냐, 이런 표정?
“마법학부가 우리 보는 시선이 장난 아닌데?”
“정확히는 데인 보는 시선이지.”
그리고 비교적 일찍 와서 내가 무더기로 마력의 창을 불러내는 걸 본 마법학부도 그렇다.
특히, 여기서도 느껴지는 알투르의 시선이 볼 만했다.
녀석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이다.
“우리가 봐도 볼 때마다 놀라운데, 쟤들은 오죽하겠어?”
레일라가 어깨를 으쓱이자 어니스트와 도리안이 맞장구쳤다.
“맞아. 데인은 항상 예상치를 뛰어넘지.”
“맞습니다. 데인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저, 앞으로도 계속 제자 하겠습니다!”
나는 셋의 호들갑에 피식거렸다.
뭐, 어쨌거나.
마물들은 막아냈고-
긴 밤은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
가만.
거의 150마리 넘게 잡았는데, 이건 ‘공적’에 포함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데인 소그레스. 여기 있었군.”
그때 다가온 힐데론 경.
그는 온몸이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이 사람들을 이끄는 지휘관이면서도 가장 앞장서서 움직이고 시체를 치웠기 때문.
“힐데론 경.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너희들이 해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는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후우…… 다시 한번 사과하마. 그때 경고를 무시한 거 말이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다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없다.
힐데론 경도 결국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는 걸 보여 주었으니, 잘못을 추궁하거나 여기서 뻗대는 건 영 보기가 그렇다.
다만 힐데론 경은 조금 궁금한 모양이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가? 마물들의 야습 말이야. 레인저들의 보고에 따르면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는데.”
힐데론 경 입장에선 궁금할 만하다.
나도 카르나스가 아니었다면 확실하게 알아채진 못했을 테니까.
물론, 카르나스 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정황으로 봤을 때,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죠.”
미안, 카르나스.
이따 간식 줄게.
“지형도 지형이고, 레와산 서쪽으로 마물들이 대규모로 이동했다는 사실, 그리고 발견된 몇 개의 흔적으로 미루어 대비한 것뿐입니다.”
“……허어.”
힐데론 경은 한탄했다.
“너 같은 신입생도 의심한 것을…… 나는 고작 레인저 보고 하나만 철썩같이 믿고 그렇게 안일했다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부단장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경우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힐데론 경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다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나에게 물었다.
“혹…… 마물들이 너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나?”
역시 부기사단장을 카드 게임으로 딴 건 아닌 것 같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가 느꼈던 이상함들을 말해 주었다.
마물들이 대열을 유지하는 것.
비록 환영이라지만 에테라크를 보고도 본능적으로 도망치지 않은 것.
그리고 지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
무엇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마물들이 그렇게 한데 섞여 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야습할 수는 없겠죠.”
“……이번 토벌이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건일지도 모르겠군.”
왜 우리가 가는 곳마다 항상 생각보다 큰일이 벌어지는 걸까?
뭐, 나름대로 재미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쳐도, 이 건에 대해서는 곧 토벌대 본대 쪽으로 전령이 출발할 예정이야. 하루라도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
과연 누가 이 마물들을 불러모으고 있을까.
마물 토벌.
연례행사고, 항상 토벌대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 우리가 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데인, 네가 있어서 실로 든든하군. 황자 저하께서 직속대에 넣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신 이유를 이제야 진정으로 알 것 같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아, 그리고 전령에게 그대들의 활약상도 반드시 상세히 말하라 일러두었다. 같은 동아리라 들었는데, 맞나?”
“그렇습니다.”
뒤에 있는 녀석들의 표정은 안 봐도 알 것 같다.
“흠, 같은 동아리라. 흥미롭군. 동아리 이름이 뭐지?”
“저희 동아리 이름은 마법소환탐사…….”
“낭만이요!”
내가 뿌듯하게 이름을 말하려는데 순식간에 끼어든 레일라.
“낭만, 낭만 동아리입니다!”
“허허. 낭만이라. 이름답군. 앞으로도 낭만적인 활약 기대하지.”
힐데론 경은 그렇게 떠나갔고, 나는 레일라를 노려보았다.
레일라는 그런 내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포기할 수 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그 이름은 안 돼. 공식적으로는 더더욱.”
“…….”
내가 지었지만 이름 진짜 멋있는데.
아닌가?
* * *
“무투병과 배치는 이쪽에 해야겠군. 창술병과가 최전방을 이루고, 무투병과는 추후에 투입시킨다. 축차전으로 가는 거지. 이곳 A 지점이 마물들이 가장 많은 만큼, 일거에 포위섬멸해야 한다고 본다.”
마물 토벌전.
3황자 에드워드, 황실 제4 기사단장 델파이온 오네트, 그리고 각 병과의 지휘관들이 한데 모인 지휘소에선 열띤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브리핑을 지휘하는 사람은-
지금껏 제대로 된 공식 활동 한 번 없었던 3황자, 에드워드였다.
“B 지점에는 마법병과가 선제적으로 마법을 날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그것도 좋지만 정찰병과에서 한 번 더 정찰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이는 게 좋겠군. 그쪽은 지형이 험해서 아직 정찰이 모두 완료가 안 되었을 텐데.”
병과별 지휘관들의 질문이나 이견 제시에도 막힘없이 답을 내놓는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주받았다’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심지어 황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별 활약이 없는 걸 두고 은근히 조롱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완벽히 다시 태어났다.
자신의 손을 치유함으로써.
물론 당최 어떻게 치유한 건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훌륭합니다, 저하.’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에드워드를 지금까지 봐 온 오네트 경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보라.
손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식사도 간신히 하던 황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저렇게 당당하게 지휘관들을 호령하며 자신감 넘치게 말하고 있다.
“흐음…….”
“으음…….”
그리고 지휘관들도 에드워드의 제안에 별다른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황자의 권위도 살짝 섞여 있는 터라 고민하는 것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대체로 옳은 제안들.
‘혹시 지금까지 힘을 숨기신 건가?’
‘어쩌면 지금까지 준비하신 걸지도……?’
이런 덕에 한편으로는 착각도 늘어가고 있었으며, 어느덧 회의는 중요한 논제에 다다랐다.
“흠, 이제부터는 아직 시작도 못 한 주제군. 오네트 경, 브리핑을 좀 부탁하겠소.”
오네트 경이 곧바로 나섰다.
그리고 막대로 테이블에 놓인 유적의 지도 한편을 가리켰다.
“바로 이곳, 저희 쪽 정찰병 한 개 분대가 실종된 곳입니다. 그리고 방금 회의 직전, 다시 한 개 분대가 실종되었습니다.”
“흐음…….”
“허어.”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유적 중앙에 가까운 만큼,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보다 정확히 추측할 수 있는 건?”
“당장 파악은 어렵지만, 일단 일반적인 마력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일종의…… 방벽 같기도 합니다만, 그 두께가 엄청나서 마지막 교신 기록에는 ‘돌파 불가능’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그리고 첫 번째 정찰대 교신에선 정찰대 병사들의 비명이 기록된 만큼…… 강력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에드워드가 주억거렸다.
“그럼 이곳이 바로 핵심일 수 있겠군. 마침내 발굴된 유적에서 마물들이 득시글한 이유 말이야.”
“그렇습니다. 마물들은 본능적으로 마력에 이끌립니다. 강력한 마력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죠.”
에드워드가 턱을 매만졌다.
“그럼 외곽부터 정리하며 들어가는 수밖에 없을 텐데…….”
정찰대를 통해 중앙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 두긴 했지만, 중앙으로 곧장 가기엔 부담스러운 일.
그렇게 고민하던 그때였다.
“저하! 아카데미 학생 인솔대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
막사 밖에서 들려 오는 소리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손짓했다.
“들라 하라.”
이어서 숨을 헐떡이는 전령이 뛰쳐 들어왔다.
“지급입니다!”
“말하라.”
에드워드는 그런 전령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명했다.
전령이 야습이 있었던 간밤의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야습? 갑자기 야습이라니? 학생들은? 부단장은? 기사단은?”
침착함을 유지하던 에드워드의 표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승리 여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안위를 묻고 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습니다.”
“그래 다행…… 사상자가 없다고?”
야습이 있었는데 사상자가 없다고?
야습을 당했다는 것보다 이게 더 놀랍다.
“계속 말하라.”
“예, 저하. 레와산 동쪽을 통과하며 숙영지를 차렸는데, 산 쪽에서 내려 온 마물들 200마리 규모가 야습해 왔습니다.”
“레인저들의 보고를 받지 못했단 말이냐?”
전령은 고개를 저으며 역시 빠르게 해명했다.
보고와 다르게 대규모 야습이 감행되었고, 추측하자면 누군가 ‘지휘’를 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허어.”
“그럼 레와산 서쪽에서 포착된 300마리의 마물도 같은 경우란 말이오?”
“마물들이 본능적으로 몰려드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지휘를 받아서 이 유적에 몰려 든다고?”
마물들을 지휘한다.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다.
‘생각보다 일이 커질 수도 있겠군.’
어쩌면 지금까지 세운 계획까지 송두리째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서, 야습은 어떻게 된 것이지?”
다시 주제는 야습으로 돌아왔고, 전령은 아직도 안 믿긴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정말 사상자 없이 마물 200마리를 남김없이 격멸했습니다.”
놀라운 이야기다.
“부단장이 야습에 철저히 대비한 모양이군.”
한 병과 지휘관의 말에 전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전적으로 데인 소그레스 학생과 그 동아리 친구들의 활약이었습니다.”
“뭐라?”
믿기지 않는 말에 병과 지휘관들이 눈을 크게 떴다.
반면, 에드워드는 씩 웃으며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계속 말하라.”
그리고 이어지는 데인의 활약상.
힐데론 경이 낱낱이 알리라고 한 만큼, 전령도 온 정성을 다해 설명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
“지금 우리가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이요……?”
모두가 부정했다.
그도 그럴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믿을 도리도 없다.
당장 눈앞에서 본 사람이 직접 전해 주고 있으니.
“야습을 예측해서 미리 함정을 설치하고, 소환수를 셋이나 소환한 데다, 마물들 사이로 뛰어들어 난전을 펼치면서…… 마법으로 마무리를 했다고?”
병과 지휘관들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자신들이라면 가능할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아마 죽을 것이다.
마물 한 종류도 아니라 아마 거의 대부분 그럴 것이다.
심지어-
데인 소그레스는 학생이다.
그것도 신입생.
“…….”
안 그래도 이들은 전령이 오기 전까지 직속대의 유적 중앙 침투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
에드워드가 마지막 한 명의 직속대 인원, 데인을 떠올리며 씩 웃더니 병과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데인 소그레스를 내 직속대로 합류시킨 이유가 또 증명되었군.”
그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