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0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08화
139. 천재란 그런 건가
“동화 속에서나 듣던 이야기네요.”
난 짐짓 모른 척 대답했다.
그러자 그리핀은 열망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아닙니다.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남부 밀림 쪽의 이야기죠.”
이야기란 이렇다.
“남부에 울창한 밀림이 있다는 거, 아시죠? 그곳 깊숙한 곳, 아직 사람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은 곳에서 묘한 파동을 누군가 감지했다고 하더군요.”
“전문 장비로 말인가요?”
“아뇨. 그곳에 아주 용한 주술사가 살고 있는데, 주술사가 하는 말로는 밀림 깊숙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파동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파동이라.
흥미로운 이야기인걸.
“물론 남부 저 아래는 아직 문명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마법의 손길 역시 크게 닿지 않았죠.”
참고로 대륙 남부로 갈수록 비옥한 곡창지대 대신, 사람이 살기 어렵고 농사는 더더욱 어려운 밀림 지대가 나타난다.
우리 백작성이 남부에 있다지만, 그보다 훨씬 아래 있는 것.
“그래서 그곳에서만 떠도는 사실입니다.”
“거긴 어떻게 가게 되셨습니까?”
“기자들은 방학이면 발길 닿는 곳으로 가곤 하죠. 아시다시피, 방학에는 아카데미에 사건사고가 별로 없어서요.”
흠.
남부 밀림에서 감지되는 파동이라.
“그럼 그게 어떻게 고대 아르카나 왕국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바로 그겁니다. 아르카나 왕국에 대해서는 딱히 밝혀진 것도, 알려진 것도 없죠. 전설상의 이야기만 구전으로 전해질 뿐이죠.”
기자는 그러면서 자신의 수첩을 슬쩍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무척이나 소중하게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곤 목을 가다듬었다.
“큼, 크흠. 이건 제가 최남단 ‘오르소’라는 마을에서 들은, 마을 대대로 구전되는 전설입니다. 다 기억하기 어려워 받아 적어왔죠.”
그러면서 시작된 전설이란 이렇다.
아주 오래전.
한 마법사가 마을을 찾아왔다.
배고프고 병든 그에게 마을 주민들은 먹을 것과 약을 베풀었고, 마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해 건강해졌다.
“그래서 그 마법사는 자신을 도운 마을 주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자 했습니다. 바로 마법이었죠.”
아무것도 모르던 마을 주민들에게 마법이란 선물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이전보다 힘들이지 않고 일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많은 식량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인가.
밀림에서 몰려오는 마물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게 되며, 생활은 더욱 윤택해졌다.
마을의 규모는 더더욱 커졌고, 어느새 마을이 아닌 거대한 영지로 탈바꿈했다.
“마법사는 그렇게 바뀌어 가는 마을의 모습을 보고 마력석 몇 개를 남겨 둔 채 떠났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돌아온 마을은 자신이 상상하던 행복한 광경이 아니었다.
마법은 불행을 불렀다.
평화로운 한가운데 주어진 마법이란 ‘특권’은, 마법사가 남기고 간 마력석에서 비롯되었고…….
그건 마력석을 지닌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권력을 쥔 이들은 이전처럼 모두가 누릴 수 있게 하는 대신 대가를 요구했다.
그 대가는 자연스럽게 계급을 형성했고, 그 계급은 마을에서 높은 자와 낮은 자를 구분하여 누군가는 더욱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더욱 가난해졌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마법사가 다시 마주한 마을은 폭군이 다스리는 왕국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난 마법사는 욕심을 부린 이들의 마력을 모두 회수하고 마력석까지 모두 거두어들인 뒤,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밀림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핀이 이 시점에서 검지를 세웠다.
“바로 여기서부터 핵심입니다.”
전설은 어느 마을, 어느 왕국에서나 발견되는 특별할 것 없는 교훈을 이야기한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뭐 이 정도.
깊은 의미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걸 보십시오.”
“아르카나 왕국의 문장이군요.”
고대 아르카나 왕국의 문장.
두 마리의 사자.
그리고 한 마리의 독수리.
“네. 해독 불가능한 언어와 달리 그림은 남아 있죠. 이건 누구나 다 아는 문장입니다.”
펄럭.
그리고 넘어가는 페이지.
“그리고 이게 바로 마을의 전설에 등장하는 마법사의 망토에 새겨져 있다던 문장입니다.”
두 마리의 무언가.
한 마리의 새.
“전설에 의존하고, 주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그리긴 했지만…… 아주 흡사하지 않습니까?”
이거 봐라.
재미있는데.
“물론,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저희 데스크에서는 이런 ‘전설따위’로 활동비를 지급하진 않거든요.”
“흥미로워 보이는데, 아쉽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핀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수첩을 덮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열망이 채 가신 건 아니었다.
“아무튼, 존재했던 건 확실한 고대 아르카나 왕국인 만큼 저는 언젠가 꼭 이곳을 조사할 겁니다.”
남부 밀림 깊숙한 곳이라.
어니스트는 남부 밀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려나?
“혹, 관심이 있으시면…… 꼭 말씀해 주세요. 물론 소그레스 백작가의 도련님쯤 되시는 분이 이런 곳에 관심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시무룩한 그에게 난 씩 웃어 보였다.
“적어도 기자님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당연히 관심 있지.
거기 네 번째 마력 집약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앗,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여기 사인 좀…….”
“아, 네. 얼마든지요.”
슥, 스윽.
나는 그간 연습한 사인을 멋들어지게 해 준 뒤 말했다.
“기사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써서 내 드리겠습니다.”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현장이었다.
* * *
완판 행렬이었다.
데인 소그레스 특집.
발매되어 입소문을 탄 그 순간부터, 저녁까지도 수십 부가 남아 있기 일쑤였던 ‘아카데미 일보’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것도 오전에.
덕분에 증쇄를 위해 윤전기를 돌린다고 여념이 없었으며-
“아카데미 일보 없어요?”
“데인 소그레스 특집 봐야 한다구요!”
“증쇄판 언제 나오는데요!”
팬들이 신문 가판대 앞에서 그야말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이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상태였으며…….
“좋아.”
나는 이제 즐기기로 했다.
이 모든 것들을 말이다.
“살다 살다 학생 특집이 나오는 건 또 처음 보네.”
레일라의 어처구니없다는 중얼거림에 프리실라는 왜 없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없었어? 데인네 누나들도 한 번씩 나왔는데.”
“……정말?”
금시초문이다.
누나들 특집도 나왔었다고?
“왜. 두 분 다 엄청 예쁘기도 하고, 특색도 확실하고, 결정적으로 인기 학부 투톱이었으니까.”
프리실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유전의 힘 아닐까?”
“……우리 오빠들도 특집에 나왔으려나?”
레일라는 무척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고, 나는 이런 가운데 어니스트와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부 밀림이라. 거긴 진짜 말도 안 되게 위험한 곳인데. 데인 너도 잘 알겠지만, 밀림은 북부랑 다른 의미로 극한의 환경이거든.”
별로 먹을 것이 없는 환경.
습한 기후.
독충과 야생동물.
방향을 잃기 쉬운 밀림의 특성까지.
“하지만 재미있겠지?”
“그으럼. 원래 탐험은 좀 어렵고 난해해야 하거든.”
어니스트는 무척 신이 난 것 같았다.
솔직히 얘는 거기 뭐가 있든 그냥 ‘탐험’ 자체에 환장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방학에 갈까?”
“밀림 정도면 길게 잡아야지. 주말 이용해서 다녀오면 좀 힘들 것 같고, 이동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하고.”
“좋아. 그럼 이번 방학은 어쩌면 탐험을 두 번이나 하겠네!”
“끼-륵!”
신나 하는 녀석이 하나 더 늘었다.
카르나스의 지도에서 가리키는 드래곤 레어.
그리고 전설이 잠든 남부의 밀림.
어디든 다 갈 수 있지.
의지만 있다면야. 안 그런가?
물론 드래곤의 둥지에 대한 정보가 아직 좀 더 필요하긴 하다.
그거야 뭐, 어니스트의 아버지도 있고 탐사학부 강의도 듣고 있으니 언젠가는 찾겠지.
급할 건 하나도 없다.
아카데미 생활은 나름 평화롭게 잘 흘러가고 있으니까.
“프리실라, 쟤들 둘이 또 위험한 이야기 한다.”
“나중 되면 알겠지. 그냥 포기해.”
“선생님들. 우리 탐험 말고 여행하면 안 됩니까? 저기 서부에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는 식도락의 영지가 있다던데.”
“……나는 너희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
참고로 마지막은 은근슬쩍 우리 동아리방에 눌러앉은 알투르의 말이었다.
“근데 넌 동아리 따로 있다고 하지 않았어?”
“탈퇴했지. 아니, 사실상 쫓겨났지.”
내 말에 알투르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난 드나보 그 인간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다시 증명됐지…….”
녀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고맙다, 데인. 뭐든 하지. 시킬 일이 있으면 말만 해라.”
“그 말 기억해 두지.”
알투르 정도면 사실 꽤 쓸 만한, 아니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는 거의 톱을 달리는 수준.
마법학부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였으니까.
나중에 탐험에 데려가면 잡다한 마법 써먹기에 아주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 아라벨라 선배를 만나러 갈 때, 나도 같이 가도 되겠나?”
“왜?”
“그, 그거야……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싶기도 하고…….”
그 말에 난 피식거렸다.
“그러든가.”
알투르는 시드레인의 니륵시온 마탑 입사가 확정된 이상, 더 이상 위해를 끼칠 녀석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눈에 다른 열망이 보였다.
이전처럼 권력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아라벨라 선배의 재능을 동경하기도 했었고.”
재능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열심히 하면 뭔가 되겠지. 니륵시온 마탑에서…… 열심히 배워야겠군.”
이런 가운데 알투르가 물었다.
“그런데…… 넌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지? 네 마법 말이다.”
“옆에서 보면 알잖아.”
“아니. 보면 볼수록 모르겠어서.”
알투르는 꽤나 진지해 보였다.
“너 정도라면 마탑주도 충분히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
“불가능하진 않겠지.”
“……그렇다고 진짜 그렇게 말할 건.”
“왜, 겸손하길 기대했어?”
하지만 마탑주는 별로 관심 없다.
시드레인만 봐도 맨날 골 아픈 게 느껴지거든.
무슨 일이든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면 골 아픈 일들의 연속인 건 당연하다만…….
지금 난 14살이고, 아직 그런 걸 고민하기엔 재미난 게 많잖아.
“……네가 부럽다.”
알투르는 그러다 문득 물었다.
“근데 이번에는 마법학부 강의를 안 듣더군.”
“이번 학기는 별로 흥미 없어서.”
“그런가. 수강 변경 때라도 하나 들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뭘 듣지?”
“여러 개. 일단, 이제 곧 언어학부 강의가 있어서.”
“……언어학부?”
마치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재미있나?”
“응. 재미있을 것 같던데.”
“……천재란 그런 건가.”
알투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