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0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07화
138. 데인 소그레스 특집
아카데미 일보.
아카데미에서 정보 빠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
아카데미의 온갖 가십을 총망라하여 지면에 싣는 건 물론, 흥미로운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도 과감한 취재를 감행한다.
‘제국’ 아카데미라는 이유로 제국에 불리하거나 제국을 욕보일 수 있는 기사를 안 싣는 것도 아니다.
과거 몇 번이나 폐간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만, 여하튼 지금까지 살아남아 꾸준히 기사를 내 왔다.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 일보 데스크는 꽤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거, 팔리겠어? 이 특집?”
아카데미 일보 국장이 기사 초고가 쓰인 원고를 책상 위에 툭 던졌다.
“그거, 팔릴 겁니다. 장담하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초고를 쓴 기자.
“솔직히 말해 봐. 우리 쓸 거 없다고 이렇게 쓴 건 아니고?”
“뭐, 그런 이유가 없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선배. 맨날 신학기 특집 이런 걸로 상점 소개나 하는 거, 거의 10년 넘게 반복했는데요. 언론이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되는 겁니다.”
“아주 참기자 나셨다, 어우. 그래서?”
기자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준비한 겁니다. ‘데인 소그레스 특집’이요.”
“……이건 거의 뭐 우상화 아니냐?”
“솔직히 전쟁영웅 못지않은 인기 아닙니까? 적어도 아카데미 내에서는요.”
“그야 그렇지.”
데인 소그레스.
단 한 학기 만에 이렇게 파란을 부른 신입생이 또 있었을까.
데인 이전에 자율전공학부에 몰래 입학했던 전대 황제도 그 정체가 밝혀졌을 때 이렇게까지 파장이 크지 않았다.
“데인 소그레스를 소개하다…… 키랑 몸무게는 뭐야?”
“키는 여러 각도에서 찍힌 사진으로 유추했고, 몸무게는 뭐…… 대강 이 정도겠다 싶었죠.”
“그게 아니라…… 됐다, 후. 아무튼. 좋아하는 것, 타르트. 싫어하는 것…… 밝혀진 바 없음?”
“검술학부를 넣으려다가 일단 뺐습니다.”
“그래, 니가 오늘 한 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그래, 잘하는 것은…… 뭐가 이렇게 많아?”
국장은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창술, 검술, 마법, 소환술…… 이거야 증명됐으니 그렇다 치는데, 처세술이랑 사회생활이랑 승마랑…… 도대체 뭐냐?”
“그야 다 확인된 팩트만 적었습니다.”
“미치겠네 진짜.”
이건 뭐 완전히 한 사람을 작정하고 띄워 주는 특집 아닌가.
무슨 유명 연극배우도 아니고.
수도엔 이런 기사들이 종종 나긴 한다. 전쟁 당시에도 그랬다. 언제나 영웅이나 인기 스타는 필요한 법이니.
하지만 신입생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당사자 허락은?”
“이제 받으러 갈 겁니다.”
“그것부터 받아 와.”
국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데인 소그레스.
인기인 이전에 소그레스 백작가의 자제다.
아카데미 일보가 언제부터 그런 걸 두려워했나 싶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윤리성과 합리성은 유지하고 싶었다.
“그거 전에 기사 못 내. 알았어?”
“……알겠습니다.”
국장은 그러면서도 속으로 기대했다.
데인 소그레스 특집.
좀 웃기고 어이없지만 어떤가.
일단 내기만 하면 증쇄는 확정인 것 같은데.
다만 당사자 허락이 필수적이다.
“간 김에 기사 내용 추가도 하고, 기왕 할 거면 팩트 위주로. 알았어?”
“알겠습니다.”
“어휴, 이 막 나가는 놈.”
말이야 그렇게 해도 국장의 입가에 스리슬쩍 미소가 스쳐 갔다.
“참, 그리고 선배.”
“왜.”
하지만 스친 미소는 순간.
“그때 말씀드린 건 말입니다, ‘고대 아르카나 왕국의 단서’ 특집이요.”
국장이 곧장 신경질을 냈다.
“야, 솔직히 말할까? 그건 아예 허무맹랑하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난 수백 년 동안 단서 하나 없었는데 무슨 특집이야?”
“단서 있습니다. 제가 들었습니다. 이번 방학에 남부에 다녀왔는데, 거기 사람들이 남부 밀림에서 무언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물건들 몇 개가 고대 아르카나의 물건으로 의심된다고…….”
국장은 차갑게 물었다.
“그럼 그 증거 있어? 구체적인 거. 그래. 예시를 한번 들어보자. 어디 뭐 아르카나 왕국의 유물이라든가, 혹은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전 전설이라든가?”
“그건 아직…….”
“거봐! 부탁이다, 응? 우리 취재비도 없는데. 제발 좀.”
참고로 아카데미 일보는 언제나 돈에 쪼들린다.
각 가문의 후원을 일절 금하기 때문.
언론이 돈을 받는 그 순간부터 ‘어젠다’가 기운다나 뭐라나.
사실 따지고 보면 아카데미에서 받는 활동비에 각 귀족가의 후원이 녹아 있지만, 그래도 모양새가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정 가고 싶으면 사재 써서 다음 방학에 다녀와. 그리고 확실한 증거 찾아와. 확실하기만 하면 내가 활동비 전부 증빙 처리해서 돈 줄 테니까.”
“……넵.”
“제발 좀, 우리 살자. 응? 기자정신도 좋은데 팔 만한 기사를 쓰자고.”
그럴 거면 차라리 후원을 받는 게 더 나을 텐데, 그건 전통상 죽어도 안 된다는 거다.
기자는 결국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개는 통과됐다.
데인 소그레스 특집.
“그럼, 지금 바로 데인 소그레스 학생에게 다녀오겠습니다.”
국장은 빨리 나가보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 * *
“그리핀 헤럴드라 합니다. 아카데미 일보 신입 기자이자 문예학부 2학년입니다.”
아카데미 일보 신입 기자.
문예학부 2학년.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기자로서 먼저 소개한 건, 데인 소그레스 씨에게 취재를 허락받기 위함입니다. 바로 ‘데인 소그레스 특집’이죠!”
그는 무척이나 신이 나 보였다.
“솔직히 엄청 영광스럽습니다. 그리고 무척 떨리기도 하고요! 혹시 이따 끝나고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사실 액자도 준비했습니다!”
난 이제 그냥 즐기기로 했다.
펜레터며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 말이다.
내 생활을 방해하는 수준만 아니라면야 얼마든지 팬서비스를 보여 줄 수 있다.
엄한 의도를 가진 녀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그리핀이라는 녀석은 그럴 의도는 안 보인다.
“이건 제가 작성한 특집 기사입니다.”
“한번 보죠.”
난 그리핀이 건넨 특집 기사의 초고를 살폈다.
“대부분의 사실, 약간의 추측이 섞여 들어간 특집 기사 초고죠!”
-잘하는 것: 검술, 창술, 마법, 소환술, 그 외 기타 무궁무진.
-못하는 것: 아직 확인된 바 없음(최측근의 제보에 따르면 네이밍 센스가 부족하다고 함)
-좋아하는 것: 타르트, 그중에서도 딸기 타르트
-싫어하는 것: 확인된 바 없음(아마 모 학생이 유력하지 않을까 추측됨)
최측근이 도대체 누굴까.
우리 중 스파이가 있다.
“사실이 아니네요.”
“네?”
“저는 네이밍 센스가 무척 좋습니다.”
“아하!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군요. 하마터면 오보를 쓸 뻔했습니다!”
나는 그리핀이 ‘네이밍 센스가 부족하다고 함’ 항목에 슥슥 줄을 긋는 걸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덧붙였다.
“기왕이면 네이밍 센스가 무척 좋다고 해주시죠.”
“오, 알겠습니다. 네이밍…… 센스가…… 무척 좋다…….”
음. 만족스럽다.
그나저나 딸기 타르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안 거야.
“그리고 그 아래는 연대기식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임의로 작성한 부분들이 몇 군데 있는데, 따로 표시해 두었으니 봐 주시면 됩니다.”
나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한없이 엄격하고도 고된 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소화한 데인 소그레스는…….
한없이 자상하고 꼼꼼하다면 모를까.
아버지는 훈련의 진행 자체는 엄격하게 하셔도 사람을 고되게 만들거나 엄하게 대하시진 않았다.
외려 과잉보호를 하면 하셨지.
어머니도 마찬가지.
물론 내가 잘해낸 덕에 그렇게 느낀 것도 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두가 소그레스 백작가의 교육방침을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현재 최고의 발명가인 아라벨라 소그레스 님, 젊은 소환술사들 중에서는 따라갈 자가 없다는 클레어 소그레스 님, 그리고……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데인 소그레스 님도 말이죠!”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항간에서는 무척이나 혹독한 시스템이 아주 성공적으로 돌아가서 백작가 자세 세 분께서 엄청난 실력을 갖추신 거라고들 합니다.”
나는 웃기기도 하고, 그 소문이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다.
“이를 테면요?”
“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은밀히 모신 다음에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그랬으면 아카데미 가기도 전에 다들 가출하지 않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큰누나와 작은누나 둘 다 가둬 놓고 뭔가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할 스타일이다.
자발적으로 하는 거라면 그 반대겠지만.
“굉장히 열심히 조사하셨군요.”
“하하, 소문을 종합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열정은 넘치는데 그 결과가 시원찮은 스타일이려나.
뭐, 기사만 잘 내준다면야.
“혹독한 건 아니고, 자율적인 훈련을 중시합니다.”
“오, 자율적인 훈련이요?”
“네. 아버지는 저희들이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게 해 주셨죠.”
“설마요. 귀족가이고, 한 명은 대를 이어야 할 텐데요. 아차, 이건 좀 민감한 질문이었나요?”
난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서는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누가 가문을 잇고 말고는 아직 중요한 문제라 아니라 생각하시죠.”
실제로 그렇다.
다음 대의 백작은 우리 셋 중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를 일.
물론 나는 큰누나나 작은누나가 한다고 하면 기꺼이 그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다.
언젠가,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형제들이 백작위를 노리고 피를 뿌리는 바람에 그런 마음을 먹게 되신 거라고.
“이 부분은 기사화하지 않겠습니다. 괜히 정치적 가십거리로 번질 수도 있겠네요.”
그리핀이란 녀석은 그래도 조금의 눈치는 있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어떻게든 내 사인을 받아 갈 작정인 것 같은데.
“그나저나 싫어하는 것에서 ‘모 학생’은 뭔가요?”
“아, 이건…… 하하하. 일단 적어 둔 겁니다. 호옥시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안쓰러운 사람이 있을 뿐.
그래서 난 제안했다.
“그것보다는 ‘다들 아는 그것’은 어떻습니까?”
그리핀이 눈을 반짝였다.
“다들 아는 그것이라…… 그거 좋은데요?”
특정인을 다 알 수 있게 지칭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게 더 낫다.
물건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특정인이 따지고 들면 아니라고 발뺌도 가능하니.
원래 이런 건 빠져나갈 구멍을 좀 크게 만들어 둬야 하거든.
“대중을 궁금하게 만들 줄 아시는군요.”
그냥 전생에서 걸핏하면 읽었던 잡지의 영향이라고 해두자.
병사들의 사기 진작과 심신 안정을 위해 드레니크에서 제작해 뿌린 거였는데, 덕분에 꽤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여하튼 특집 기사는 내 의견을 받아들여 상당 부분이 수정되었다.
아마, 이 특집 기사가 나가면 상당한 반향이 있을 테지.
적어도 앞으로 귀찮게 하는 녀석은 없어질 것 같다.
적어도 학생들 중에선 말이지.
마법학부야 드나보 교수가 잡혀 간 이후 얌전해져서 건드릴 녀석도 없고, 검술학부는 이제 다 끝났다.
“……그리고 팬레터도 좀 늘어날 테고.”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요새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팬레터를 떠올리며 몸서리치곤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기자님은 이런 정보들을 다 발로 뛰어 얻으신 겁니까?”
“1학기부터였죠! 신입생 대표로 선서하실 때부터였습니다.”
상당히 오래됐군.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하하. 아직 멀었습니다. 제가 내는 특집들, 데스크 통과도 아직 어려운걸요. ‘정글 밀림 기후 특집’이라든가, ‘마검사가 사라진 이유’ 같은 특집이라든가…….”
하지만 특집 건수를 잘 못 잡는 것 같다.
별로 재미없어 보이는 것들이니까.
“……‘고대 아르카나 왕국의 비밀’과 같은 특집이라든가요.”
그런데, 이건 좀 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