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2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22화
150. 여기까지 왔는데
이상한 부탁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동일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후작부인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유를 들어 보지도 않고요? 져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겨 달라는…….”
“이유야 어떻든 제 잠재적 상대의 가족이 찾아와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겠지요.”
“…….”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역시 부적절한 일입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찾아와선 아들에게 져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기왕지사 자만하지 못하게 제대로 이겨 달라고 하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이유든 상관없다.
“다르네요, 정말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후작부인의 목소리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저도 한때 검을 잡았어요.”
“전사셨군요.”
“네. 그것도 꽤 촉망받는.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죠. 내 가문에서는 내가 검을 잡고 전장에 나서기보다는, 가문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다른 가문에 가길 원했으니까요.”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말.
“그래서 아케우스 후작가로 오면서 검을 놓았지만, 보는 눈만큼은 살아 있다고 자부해요. 그런 의미에서, 내 아들 콘웰은…… 데인의 상대가 아니죠.”
나는 조금 놀랐다.
그걸 본 것도 본 거지만, 인정하다니.
그것도 당사자의 어머니인데.
“그래서 부탁하는 거예요. 져 달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이겨 달라고. 봐 주지 말고.”
후작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차가 너무도 현격한 게 눈에 보이거든요.”
“…….”
“맞아요. 사실 안 될 일이죠. 이렇게 찾아온 것 자체를 누군가에게 들킨 순간, 내 의도야 어떻든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후작부인의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건 안 될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눈에 띄지 않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유야 어떻든.”
어머니 된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여 난 최소한의 배려를 했다.
당장 여기서 경비를 불러 후작부인을 끌어내는 대신 말이다.
“…….”
후작부인은 다시 한숨을 내쉬곤 납득했다.
“폐를 끼쳤네요. 미안해요. 다만…… 그저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여겨 주면 고맙겠어요.”
엄마의 마음이라.
자만하는 아들이 깨우치길 바라는 마음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길 겁니다. 봐 주지 않고. 콘웰이 어떻게 나오든 말입니다. 승부란 그런 거니까요.”
나는 그 말을 남기고 후작부인에게 예를 갖추었다.
“살펴 돌아가십시오.”
“……다음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후작부인 역시 고개를 까닥인 뒤 골목을 벗어났다.
기분이 살짝 묘하다.
콘웰.
아까 중얼거리기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막상 어머니라는 사람은 이미 콘웰의 패배를 예상하고 와선 나에게 제대로 이겨 달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후작부인을 불러세웠다.
“부인.”
후작부인이 걸음이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기대감 어린 시선은 아니다.
“한 가지는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합니다.”
“……고마워요.”
“후작부인의 부탁대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제 삶의 방식입니다.”
후작부인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까닥이곤 마침내 돌아갔다.
이걸로 약간은 마음이 편해졌겠지.
불순한 의도로 온 게 아닌 만큼, 그리고 어머니 된 마음으로 온 만큼……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나저나 자만이라.”
녀석은 레일라를 이미 이긴 것처럼, 나와 당연히 결승에서 마주칠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런 녀석이 바라는 게 뭘까.
“어차피 그건 상관없지.”
중요한 건 내가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나를 만나기 전, 레일라부터 넘어야 할 것이다.
아마 쉽지 않을걸.
레일라 하기에 따라서는…….
결승은 꿈도 못 꾸지 않을까.
* * *
준결승, 결승 경기가 열리는 당테르컵 이틀 차.
예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타디움 주변을 가득 메운 채 자신들이 응원하는 출전자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오빠.”
“긴장 안 해도 된다. 내가 왔잖아?”
그리고 레일라는 지금 출전자 대기실에서 작은오빠 델워드와 함께 긴장을 누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관람하러 오시지. 근데 귀빈석 말고 일반석에 계시겠대. 어머니랑 같이.”
“정말?”
“응. 귀빈석에 있다가 눈에 띄면 네가 긴장할 것 같다고.”
“…….”
맞는 말이다.
상대는 지난 대회 우승자 콘웰 아케우스.
레일라는 확신이 없었다.
자신이 과연 이길 수 있을지.
“레일라. 콘웰은 지금 넌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 거다.”
“무슨 의미야?”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야. 네가 아니라, 결승을 바라보고 있겠지.”
델워드의 그 말에 레일라는 시무룩해졌다.
“와서 한다는 말이…….”
“그러니까 더 가능성이 높은 거야, 레일라.”
“응?”
“최대한 빨리 끝내려 할 테니까. 아마 다급할 거다. 데인의 활약이 생각보다 엄청나거든.”
델워드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데인은 예선에서 무려 우승 후보를 일 검에 떨어뜨렸고, 본선 경기에서도 모두 1분 안에 경기를 끝장냈지.”
“아…….”
“콘웰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야. 3연패를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녀석이 튀어 나와서 우승을 방해하는 꼴이니까.”
델워드는 씩 웃었다.
“그 초조함을 역으로 이용하는 거지.”
초조함을 역으로 이용한다.
확실히, 그럴듯한 방식이다.
초조한 상대만큼 요리하기 쉬운 건 없다.
“콘웰은 대개 오른쪽을 노린다. 기억해. 왼손잡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막아. 아닌 척하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어. 초조해지면 더욱 그렇겠지.”
“오른쪽. 기억할게.”
“그리고 또…….”
레일라는 이어지는 델워드의 분석을 열심히 되새겼다.
그런 한편, 데인의 말도 떠올렸다.
공격에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
이는 데인이 전생에서 전장을 굴렀기에 할 수 있었던 조언이다. 대련과 달리 실전은 한 번의 판단 실수가 죽음으로 돌아오니까.
나의 감각을 믿는 것.
이를 위해 레일라는 지금까지 데인이 소환해 준 환영과 싸웠고, 데인과 수도 없이 대련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해 왔잖아? 넌 할 수 있어.”
“……맞아.”
레일라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럼, 데인 경기 보러 가자.”
“응.”
그리고 레일라는 볼 수 있었다.
란셀 페리온.
검술학부 선배이자, 콘레드가 사라진 지금 검술학부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
그런 란셀이-
“승자, 데인 소그레스!”
순식간에 패배했다.
데인이 인정사정 봐 주지 않았던 것이다.
“바, 방금 봤어?”
“검이…… 한 대여섯 번 정도 오갔나?”
“네 번 같은데?”
“말도 안 돼…… 아무리 천재 소년이라지만 이렇게 실력 차가 날 수 있다고?”
총 다섯 번의 공격.
그것으로 데인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한 번의 공격조차 못 하도록.
란셀도 단단히 준비했는지 첫 세 번의 공격은 막아냈지만, 이어지는 두 번의 베기와 찌르기는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어깨에 하나, 허벅지에 하나씩 상처를 입고 검을 떨어뜨린 것.
“준결승 맞아? 뭐 이렇게 빠르고 압도적으로 끝나?”
“저기, 주최측 표정 보여? 엄청 당황했군.”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을 테니까.”
경기 무대에 사제들이 뛰어들어 치료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
바로 콘웰이었다.
그의 손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꽉 쥔 주먹은 펼 줄을 몰랐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이길 수…… 있을까.’
마주하니 상상 이상이다.
이전에 데인이 휴리를 떨어뜨렸을 때만 해도 코웃음만 쳤다.
휴리는 더 이상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 여겼으니까.
본선 1, 2경기를 승리했을 때도 마찬가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들었지만, 그 녀석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는 짓이라 여겼다.
한데-
지금은 다르다.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알 것 같았다.
총 다섯 번의 공격 중, 자신이 란셀처럼 세 번 이상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걸.
“뭐 하는 놈이야 대체…….”
14살.
아카데미 신입생.
소문만 무성했지, 제아무리 천재라도 자신의 상대는 안 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이럴 때가 아니다.’
콘웰은 홱, 고개를 돌려 데인 쪽을 주시했다.
덤덤하고 표정 변화 없이 무대로 내려간 데인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콘웰의 시선은 데인에게 고정된 채 떠날 줄을 몰랐다.
당장 잠시 후 자신의 경기가 펼쳐질 예정임에도.
“레일라, 보여? 정말이지. 저 녀석은 넌 안중에도 없어.”
“…….”
레일라는 방금 데인의 활약을 곱씹다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네…….”
“그러니까, 할 수 있어. 넌 충분히.”
델워드의 응원에 레일라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여전히 자신 쪽으로 향하지 않는 콘웰이 시선.
레일라는 다짐했다.
저 시선이 이제 곧 자신에게 고정될 것이라고.
꾸욱.
검손잡이를 쥔 레일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위에 포개지는 델워드의 손.
“할 수 있어.”
“……응. 그럼.”
레일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준결승 제2 경기! 소년·소녀부에 이어 두 개 부문 우승을 노리는 테르미온 공작가의 레일라 테르미온!”
“우와아아아아아아!”
“테르미온! 테르미온!”
“이어지는 상대는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아케우스 후작가의 콘웰 아케우스!”
“아케우스! 아케우스! 아케우스!”
그리고 들려오는 함성.
마침내, 나갈 시간이다.
레일라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지금까지의 수련과 성장을 떠올렸다.
시작은 데인을 만났을 때였다.
일곱 살.
소그레스 백작가의 정원.
풀리지 않는 검술에 남몰래 연습하다 만난 데인이 건넨 그 조언.
그것으로 급격한 성장이 시작되었다.
‘……그러니 이길 거야.’
이어서 마력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이 역시 데인 덕이다.
그리고 레일라는 마침내 13세에 당테르컵 소년·소녀부 우승을 이뤄냈다.
“여기까지 왔는데.”
레일라는 중얼거림 속에서 마침내 눈을 떴다.
“데인한테 이겨야 하는데, 여기서 질 수 없지.”
레일라에게는 이후 목표가 생겼다.
데인을 한 번이라도 이겨 보는 것.
정정당당하게 겨루어서.
“다녀와.”
“응. 다녀올게.”
레일라는 델워드를 뒤로한 채 마침내 무대로 나섰다.
그 순간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함성.
동시에 콘웰도 같이 무대에 올랐으니, 저 함성이 당연히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건 아닐 테다.
하지만 이젠 다를 것이다.
저 함성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레일라는 콘웰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신 말고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릉.
검을 뽑는 와중에도 그게 느껴졌지만 레일라는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기회처럼 느껴졌다.
마주 검을 뽑은 레일라는 일부러 입을 열었다.
“좋은 대결 기대하지.”
“…….”
콘웰은 그 말에 잠시 레일라를 바라보았다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빠르게 끝내 주지. 레일라 테르미온.”
역시나.
레일라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순간.
타닥!
레일라는 자신에게 쇄도하는 콘웰의 검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챙, 채앵!
두 번의 검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콘웰은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금 검을 휘두르며 파고들었다.
그러나-
터엉! 캉!
이어진 두 번의 검격을 놀라울 정도로 잘 막아내는 레일라.
콘웰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럴 리 없는데.
계산대로라면, 힘으로 몰아붙여서 끝낼 견적이 나와야 하는데…….
왜, 밀리지 않는 거지?
‘테르미온, 너 따위와 놀아 줄 시간이 없단 말이다!’
서서히 다급해지기 시작한 마음속에서 콘웰은 재차 검을 휘두르고, 내지르며 레일라를 압박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그때마다 침착하게 검을 들어 막아내고, 밀어내며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오오, 역시 테르미온의 영애인가?”
“준결승까지 오른 인재답군!”
“역시, 공작님의 따님이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콘웰의 초조함이 점점 커지던 그때.
카앙!
레일라가 순간 동작이 커진 콘웰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촥!
옆구리 쪽을 아주 얕게 베어냈다.
단 한 번의 반격.
그것으로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 이런 미친…….”
콘웰이 당황하며 물러나고.
레일라는 그 모습에 마침내 공격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