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6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60화
169. 밀림의 주술사(1)
의식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진행되었다.
미지의 침입자들이 의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제사장의 의견 때문이다.
밀림 안, 주술사가 지정한 움막까지 아이들을 데려가기로 한 ‘와카루’는 생각했다.
미지의 침입자, 그 이방인들은 도대체 뭘까?
‘제국에서 내려보낸 건가? 우리들의 평화를 깨기 위해서?’
와카루는 자신들의 마을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제국의 간섭 없이 자체적으로 삶을 영위해 왔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실상 따지고 보면 제국이 이곳을 관리하거나 탐을 낼 이유가 없어 그렇게 둔 것이지만.
여하튼 이제 와서 ‘제국인’을 주장하는 녀석들이 난데없이 찾아온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놈들이 르타케의 상처를 치료하고 데려간 것도 그렇고 말이다.
다만…….
‘분명히, 주술이었지.’
그놈들 중 한 명, 은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사용한 건 분명히 ‘주술’이었다.
아주 오랜 예전에는 그와 비슷한 ‘마법’이라는 게 있다고 듣긴 했는데, 혹시 그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주술이라는 건 주술사님만이 쓸 수 있는 전지전능한 권능이라 알고 있는데…….’
와카루는 일단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 두기로 했다.
의식은 시작되었고, 자신은 제사장으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
바로 이 잠든 아이 둘을 데리고 움막까지 가는 것.
그곳에 데려다준 뒤, 마을로 돌아가면 된다.
그럼 자신의 임무는 끝난다.
죄 없는 아이들이라는 걸 알지만, 이 아이들 덕분에 남은 1년을 무사히 날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값진’ 희생이다.
‘르타케 그 바보 같은 녀석은…….’
아버지 된 마음으로 같은 마을 주민, 르타케가 어떤 심경인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방인을 끌어들일 줄이야.
‘이방인 녀석들이 방해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와카루는 사주를 경계하는 한편, 마취된 채 수레에 실린 두 아이들을 계속해서 살폈다.
그러길 2시간여.
마침내 움막에 도착한 와카루는 사방을 경계한 후에야 움막 문을 열었다.
“자아…… 착하지.”
아이 둘을 차례로 움막 안의 짚더미 위에 옮기자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제 주술사님이 보내는 사람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와카루는 이번에 처음으로 안내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주술사가 보낸 사람들이 언제쯤 올지 가늠할 수 없었다.
전임자들의 말에 따르면 짧아도 2시간, 정말 늦을 땐 10시간도 기다려야 한다던데.
“하음.”
눈을 부릅뜨기야 했지만 내내 긴장하며 여기까지 온 데다, 움막에 도착한 지도 다시 2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사박.
마침내 들려오는 잎사귀 밟는 소리에 와카루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움막 저편.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두 사람의 실루엣.
“오셨구나.”
독특한 가면을 쓴 남녀 두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틀림없다.
전임자들에게 들은 ‘주술사님의 사도’들이 확실하다.
“사, 사도님.”
와카루는 엉겁결에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다.
사도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 없이 와카루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제물이 될 아이들은?”
“우, 움막 안쪽에……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미행이나 특이사항은?”
“…….”
꿀꺽.
와카루는 마른침을 삼켰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것인가?
갑작스레 제국에서 찾아온 ‘이방인’들이 소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주술사님이 벌을 내릴지도 몰라.’
주술사님은 냉혹하다 들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사실대로 고하라.”
“죄, 죄송합니다. 실은…….”
와카루는 결국 사실대로 토해냈다.
사도들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별안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너희 마을 녀석들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우리에게 보고할 생각은커녕 멋대로 의식을 치렀다 이 말이군.”
“죄, 죄송합니다!”
와카루는 다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급했는지 무릎 쪽에서 큰 소리가 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얼굴.
심지어 벌벌 떨고 있었다.
주술사님의 심기를 거스른 이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되었는가.
끝도 없는 밀림으로 끌려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바로, 지난 10년 동안 바친 아이들처럼.
자신이 똑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벌벌 떨려오는 것이다.
밀림의 신.
마을 사람들에게 주술사님이란 그런 존재였다.
“주술사님을 대리해 네놈을 크게 벌해야 마땅하나, 여기까지 소중한 제물을 데리고 온 공이 가상함을 참작하겠다.”
“가, 감사…….”
딱.
와카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도 한 명이 손가락을 튕겼고-
서걱!
“끄아아아악!”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의 칼날이 불어와 와카루의 오른팔을 그대로 잘라 버렸다.
“오른팔 하나로 끝내주마.”
그리고 냉혹한 웃음을 흘리는 사도.
“끄으으으윽…….”
와카루는 잘린 팔을 집어들 생각도 못 한 채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사도 둘은 그런 와카루는 이제 볼 일 없다는 듯 지나쳐 움막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각각 아이 하나씩을 안고 다시 나타났다.
“돌아가자.”
그리고 이내 왔던 곳으로 사라지는 두 사도.
“끄으으윽…….”
그즈음 와카루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출혈이 심하다. 당장 지혈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털썩.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방인들의 침입 이후 내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못 쉬어서일까.
‘몸이…….’
의식이 서서히 흐려지고, 꿈결을 거니는 듯한 감각 속에 있던 그때였다.
우웅.
따스한 빛이 자신을 뒤덮었다.
무언가 알 수 없지만,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은 느낌이었다.
‘따스하다…….’
그것으로 와카루의 의식은 끊겼다.
“그 나쁜 놈, 꼭 치료해야겠어?”
“알투르. 프리실라가 신성력으로 누군가를 치료할 때는 그냥 둬. 이유가 다 있어서.”
“그래도 저놈은 아이들을 데려온 놈인데…….”
그리고 일행이 나타났다.
프리실라는 잘린 팔을 가져와 신성력으로 접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프리실라의 신념이라면 신념이다.
알투르나 제나, 그리핀처럼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신념이었지만.
이런 가운데 데인만큼은 방금 그 ‘사도’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이내 알투르를 부르더니 묻는다.
“방금 상황 봤지?”
“응. 봤어.”
“틀림없이 마법이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나?”
“순간적으로 발현된 마력과 재배열을 고려하면, 마법이야. 우리가 잘 아는 마법의 재배열을 비튼 마법이지.”
알투르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은 단지 감으로 마력이 움직인다는 것만 포착했는데, 이 녀석은 그 짧은 새 다 봤다고?
“그놈 중 한 명이 쓴 거, 틀림없이 마법이었어.”
“그럼 안에 있는 그 주술사라는 녀석은…….”
“그래. 주술사가 아니라 마법사지.”
여하튼 확실한 건, 안에서 일을 꾸미며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게 만드는 녀석은 마법사란 사실이다.
‘마법사가 왜?’
그때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가설.
“설마…….”
“그걸지도 모르지.”
흑마법사.
마족들이 강대한 힘을 미끼로 타락시켰던 마법사들.
하지만 마족과의 전쟁이 끝난 뒤 사라진 존재들.
그들이 새롭게 준동한 걸까?
“이미 마족도 상대해 봤으니까 가능성은 있지.”
그런데 데인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과연, 흑마법사일까?
방금 마법의 발현으로 느낀 그 감각은 흑마법보다는…… 다소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의 몸 안에 자리 잡은 서클처럼.
“근데 흑마법은 아닌 것 같다.”
“아니어야 하지. 그거라면 우리가 해결할 일은 아니니까.”
알투르의 말처럼 흑마법이라면 당장 제국 황실에 보고가 들어가야 할 사안.
믿을지 안 믿을지도 의문이다만.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그만이지.”
고대 마력 집약체.
그것일 가능성이 크다.
데인은 밀림 쪽을 바라보았다.
일정 구간부터 보이는 일렁이는 무언가.
“마력장이로군.”
하기야,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접근은 은밀해야 한다.
데인은 스스로 커버 가능한 범위의 인원과 함께하기로 했다.
“난 남을게. 안을 보고 싶지만, 남은 사람들도 지켜야 하니까.”
레일라, 프리실라, 도리안은 남기로 했다.
레일라는 위와 같은 이유로.
프리실라는 혹시 모를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서.
그리고 도리안은…… 뭐, 프리실라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는 녀석이니까.
여기에 제나까지.
“제나, 부탁할게.”
“응. 잘해볼게!”
그리고 알투르도 간다.
활약을 원하는 것 같아서 데인이 포함시켰다.
“이제야말로 활약하겠군.”
“기대할게.”
데인은 피식거리며 나머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어니스트.
알투르.
그리핀.
그리고 르타케.
여기에 카르나스까지.
키론도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밀림인지라 데려올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데인은 아직 일행들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을 떠올렸다.
‘사도’라 불린 이들이 안고 간 아이 중 하나.
그 아이에게서 상당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는 걸.
* * *
사도, 그러니까 언젠가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리기 시작한 둘은 잠든 아이들을 데리고 밀림 속을 걷고 있었다.
“…….”
“…….”
들려오는 건 찌르르한 풀벌레 소리와 잎사귀들이 속삭이는 소리뿐.
“으음…….”
그러다 남자아이가 눈을 비비며 깨어날 기미가 보이자, 사도 중 한 명이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조금 더 자거라.”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새근새근 잠에 빠져드는 남자아이.
르타케의 아들이기도 한 그 아이를 내려다보던 사도 한 명이 문득 입을 열었다.
“이 아이 중에도 ‘적합자’가 만약 없으면…….”
“조용히 해. 어머니께서 듣는다.”
“하지만, 알잖아. 어머니께서 이번에야말로 ‘적합자’가 있어야 한다고. 이젠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
적합자.
어머니.
시간.
알 수 없는 단어들만 늘어놓던 그들 사이에 다시 침묵이 찾아온 것도 잠시.
조용히 하라던 여자 사도가 대꾸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뭐?”
“그놈의 ‘적합자’가 뭐라고…… 그 많은 자식들을 다 저버리고 거기에만 집착하는 건지.”
“너 그게 무슨…….”
여자 사도가 아이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들조차 적합자가 아니면, 그다음은? 어머니께서 가진 ‘신의 힘’은 어떻게 되는 거지?”
“…….”
“어머니는 쇠락하셨어. 늙고, 병들었지. 정신도 오락가락해. 종종 우리에게 ‘신의 힘’을 나누어준답시고 ‘주술’을 내어 주시지만, 그뿐이야.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여자 사도의 말이 이어졌다.
“이 아이들도 ‘주술’에 재능이 있지만…… 만약 ‘적합자’가 아니라면?”
“우리와 같은 일생을 살겠지.”
“바로 그거야. 만약 그러는 사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이 아이들은?”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들려왔다.
“이 세상 밖이 궁금해.”
“너 진짜 자꾸…….”
“아까 들었지? 마을에 ‘이방인’들이 찾아왔다고. 그 바람에 다급하게 의식을 치렀다고. 그 말에 당장 마을로 달려갈 뻔했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어머니’를 배신할 수는 없어! 우리에게 힘을 주신 분이라구!”
남자 사도가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그 힘은 어머니의 영역을 벗어나면 쓸 수 없다고 했어.”
“확실한 사실도 아니잖아. 어머니가 겁을 주려고 하신 말씀일 수도 있고.”
“아냐. 내가 똑똑히 들었어. 분명해. 그 힘은 어머니도 ‘빌려 온’거라고 하셨어. 그거 알아? 나도 들은 이야긴데, 어머니는 그 힘을 어딘가 보관하시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신대.”
그럼 어머니조차도 ‘주술’을 온전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뜻 아닌가.
“목소리를 낮춰.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안 돼.”
여자 사도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도망칠까? 지금이라도? 난 이깟 힘이야 사라져도 아무 상관없어. 이 밀림은 이제 지긋지긋해.”
“……어머니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안으로 들어가면 다음 의식까지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해.”
“…….”
갈등에 비례하여 걸음은 서서히 느려졌다.
과연 맞는 걸까.
자신들을 마을에서 데려와 ‘주술’이라는 힘을 쓸 수 있게 해 준 어머니를 배신하는 것이.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떠나고 싶었다.
세상 밖이 보고 싶었고, ‘적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랑 따윈 기대할 수 없는 삶이 싫었다.
“젠장…….”
남자 사도가 아이를 내려다보며 갈등했다.
“이 아이들은?”
“가는 길에 마을에 두고 가자.”
“그럼 마을은? 아무리 우리가 거의 잊었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태어난 곳인데…….”
“……그래서 계속 갇혀 있을 거야? 네가 안 가면, 나 혼자서라도 가.”
남자 사도가 그 말에 갈등을 마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이러나저러나…… 가자. 아이들은 마을 입구에 두고 우리끼리…….”
거기까지 말한 그때였다.
쿠궁!
둘을 향해 거대한 마력의 압박이 쇄도해 순식간에 손 쓸 틈도 없이 내리눌렀다.
“읍…….”
“크읍…….”
그와 동시에 후들거리는 팔다리.
‘이, 이건…… 어머니?’
너무도 익숙한 이 기운.
묘하게 느낌이 다르지만, 일단 첫인상은 어머니의 ‘주술’에서 느껴지는 힘과 흡사했다.
한데…….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진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깊다.
이 힘은 무어란 말인가.
‘어머니께서 진노하셨나……?’
곧 둘은 의문의 소용돌이로 빠졌다.
옴짝달싹할 수 없이 서서히 힘이 빠져가는 가운데-
“제대로 잡았어. 아이들부터 바로 구해.”
모습을 드러낸 건 어머니가 아니라 네 명의 남녀였다.
그중 두 명이 빠르게 다가와 두 사도의 손에서 아이 둘을 빼앗았다.
“카쿠나! 카쿠나! 정신 좀 차려 보렴!”
“아이는 무사해. 다행이다.”
그리고 마침내 은발 머리카락의 소년이 다가오더니, 중력 마법에 꼼짝도 할 수 없는 둘을 아래위로 훑어보곤 씩 웃었다.
“너희들, 그 힘 어디서 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