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9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90화
185. 개강(3)
크로스 교수는 생각했다.
‘재능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이해력의 범주가 ‘일반적인’ 마법사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게 단지 타고난 마력 덕인가?
마력이 특별하기에 애초에 이해력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지.”
마력의 질은 이해도와 크게 상관없다.
아닌 말로 촌부가 특별한 마력을 타고났다고 해서 무조건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법이라는 건 학문.
그리고 학문에는 꾸준한 공부와 이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전 접목이 필요한 법.
그런 이유로, 데인의 이해력과 특별하다 못해 엄청난 수준.
설마, 고작 2시간에 걸친 강의만으로 자신의 비전 마법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들을 모두 이해하고 시연할 줄이야.
“…….”
켈타스 교수는 데인이 남기고 간 마력의 흔적을 바라보다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데인이 시전한 마력의 형태 그대로 재생성되는 마력의 그물들.
이 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노력했던가.
그런데 데인 저 녀석은 고작해야 두 시간 만에 완성해 버렸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일찍 완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달이…… 정말이었군.”
방학하면 가서 한 달 만에 배워 보겠다고 하기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건 진짜 자신감이었다.
“저런 재능이 있으면서 검술도 배우고, 창술도 배우고, 소환술도 배운다고?”
거기에 켈타스 교수는 아직 잘 모르지만 암살을 비롯한 기타 다른 모든 것들까지.
아쉽다.
아쉽다 못해 화가 난다.
저런 재능을 마법에만 집중시키면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렇기에 이제는 이해가 된다.
저런 재능으로 다른 모든 것들도 배우려 하는 그 욕심이.
“당테르의 피가 흐르는 녀석들이라면 아주 미친 듯이 탐을 내겠어.”
황실은 항상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영웅들을 곁에 두고자 했었다.
그러다 가질 수 없게 되면 차라리 부숴 버려 추락시키기까지.
“애초에 정통성이 글러먹은 황실이니 그럴 만하지.”
크로스 교수는 제안을 거절하자 자신을 죽이려 들던 이전의 황제들을 떠올리며 피식거렸다.
이런 가운데 켈타스 교수는 데인이 했던 ‘인형의 영역’을 기억해 냈다.
“에스테란자 애송이 녀석. 애 좀 먹겠군.”
어쩌다 검술학부에 그 인형의 영역이 넘어간 건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잘된 일이다.
검술학부 녀석들은 아마 인형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할 테니까.
데인 소그레스.
그 녀석은 다를 테지.
“흐음. 그나저나…….”
크로스 교수는 책장을 바라봤다.
빈 곳.
아르카나와 관련된 고서적들이 방금까지 있던 자리다.
“설마 정말 읽을 줄 아는 건가.”
빌려달라 해서 빌려주긴 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천재라 불리던 자신도 조금도 해석해 내지 못한 아르카나의 문자일진대.
“설마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피어오르는 은근한 기대감.
크로스 교수는 문득 생각했다.
여기, 아카데미에 오길 잘했다고.
* * *
크로스 교수가 알려 준 비전 마법이라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역시 비전 마법이라니까.”
사울 행스턴.
전설적인 마법사가 수백 년에 걸쳐 그 후계를 찾아다녔을 만큼 강력한 마법이니 그럴 만하다.
“평소에도 연습을 좀 해야겠는걸.”
한 달.
만약 크로스 교수가 아카데미에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학에 찾아갔으면 약간 아슬아슬 했을 기간이다.
“2학년부터 바빠진다더니.”
1학년 때는 놀아라.
원없이.
2학년에는 그럴 기회가 없을 테니까.
걸핏하면 들은 말이었는데 그게 진짜였다.
아직 오리엔테이션도 안 끝났는데 이렇게 바쁠 줄이야.
뭐,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지만 말이다.
“그럼 오늘 강의는…… 마법학부 강의로군.”
그래도 일단 오늘로 오리엔테이션은 끝나니 그걸 위안 삼아야 할까.
이제 가는 강의는 마법학부 강의.
알투르와 함께 듣게 되는 강의였는데, 알투르는 시작부터 날 쓸데없이 견제 중이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강의의 유일한 A 플러스는 내가 받아 갈 예정이다.”
“그러든가.”
“나 졸업해야 하거든. 가급적 최고 점수로.”
“그러라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야.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마법학부에 쌓은 짬을 보여주겠어.”
“맘대로 해.”
“나중에 과제 보여달라고 애걸복걸하지 마라. 난 참고로 선배들 족보도 마다하고 공부하니까.”
“거 참 말 많네.”
“참고로 이 강의, 중간고사랑 기말고사가 아주 어렵지.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마법을 풀이하고…….”
나는 옆에서 열심히 떠들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금번 ‘형이상학 마법실전이론’ 강의를 맡게 된 델라 그레이스 교수입니다. 먼저, 기존 강의 계획서와 달라진 점을 미리 공유드립니다.”
자신감 가득하던 알투르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마법학부 운영정책 및 학부생들의 학습 진도 강화와 경쟁력 확대를 위한 일환으로 금번 강의의 이론 비중은 약 10%가 되었습니다.”
“…….”
“즉, 금번 강의는 마법학부의 금년 슬로건인 ‘실전을 실전답게’에 걸맞게 실전 및 실전 평가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델라 교수.
“때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생략, 정량평가가 가능한 실전 평가 시험으로 대체합니다.”
사방에서 환호와 절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알투르는 당연히 후자 쪽이다.
“말도…… 안 돼…….”
아예 손에 얼굴을 파묻기까지.
“이론이면 내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얘는 왜 여기에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그냥 서로 다른 강의 들으면 끝날 문제 아닐까.”
“닥쳐, 데인. 중요한 건 널 이기는 거라고. 마법학부 수석 출신으로서 이건 수치야.”
난 이제 잘 모르겠다.
맘대로 해라.
“실전 강의는 다음 세 가지 항목에서 평가합니다. 첫 번째. 지정된 마법들 중 하나를 시전하되, 얼마나 효율적으로 마력을 재배열하였는가. 두 번째. 지정된 탐구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였는가.”
그런데 세 번째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지막 세 번째. 금번 강의의 주요 장소인 안탈리온 마탑 아카데미 지부 인턴 평가에서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았는가.”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마탑 인턴 평가라니.
“마탑 인턴 평가?”
“그거 완전 졸업반에서나 하는 강의 아니야?”
“미친, 이걸 5학년 전공에서 한다고?”
“와…… 돌았다…….”
델라 교수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말했다시피, 마법학부는 현재 위기입니다. 일련의 사건들로 안팎의 시선들이 곱지 않고, 마법학부에 회의감을 지닌 사람도 적지 않죠.”
드나보 교수의 수감.
그리고 아카데미 마법학부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안탈리온 마탑의 몰락.
이게 가장 클 것이다.
물론 검술학부도 만만찮게 삽질했다지만, 걔들은 교수 차원에서 스케일 크게 사고를 친 건 아니니까.
“때문에 신뢰 회복 및 역량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니, 앞으로 모든 5학년 전공에는 일괄적으로 마탑 인턴 평가가 들어가게 됩니다.”
졸업에나 하는 인턴 평가.
그걸 당겨서 한다는 건, 결국 안탈리온 마탑의 속내가 반영되었다고 추측 가능하다.
쉽게 말해 자신들이 신뢰를 잃은 사이 강제로라도 인턴 생활을 시키고, 데이터 확보 및 선 취업 계약을 맺겠다 이거지.
뻔히 보이는 방식이라 웃음이 나오지만 마법학부도 그만큼 필사적이란 증거다.
덕분에 이미 니륵시온 마탑 취직이 사실상 확정된 알투르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말했다시피,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입니다. 해서 금번 강의 변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은 언제든지 수강 취소해도 좋습니다.”
저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필수 전공이라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니까.
물론 나 빼고.
“……취소할 거냐, 데인?”
아까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알투르가 나에게 물어왔다.
전혀 자신 없는 표정이다.
이제 실력이야 두 번째 문제.
아무리 아카데미 지부, 즉 분점이라지만 안탈리온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테니.
“굳이 취소까지야.”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래서일까.
“……그럼 나도 들어야지.”
어차피 안 들으면 졸업도 못 하니 알투르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인 듯하다.
“이번 학기, 참 스펙터클하겠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난데없는 마탑 지부 인턴 생활에 검술학부에선 인형의 영역에 들어가야 하고.
거기에 켈타스 교수의 명사 초빙 검술 대련과 크로스 교수의 비전 마법 전수까지.
뭐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그래도…….
확실히, 재미는 있을 것 같단 말이지.
* * *
베나치오의 지난 한 달은 가히 눈물 없인 떠올리기 힘들 만큼 처절하고 가혹했다.
탈출.
도주.
은신.
굶주림.
이 모든 걸 더하면 치욕.
그것도 황실 방첩대로서 처음 겪어 보는 치욕.
탈출부터 쉽지 않았다.
야만족의 기습으로 안 그래도 주둔지의 경계가 강화된 상황.
그래도 탈출했다.
그는 방첩대니까.
하지만, 동부 주둔군의 추격대가 매섭게 쫓아왔다.
프로라도 있는 건지, 자신이 향한 방향을 기가 막히게 추측해 내고 추적을 이어 온 것.
역시 제국 최고의 동부군다웠다.
“민가에 숨어들고…… 단기 노동에…… 훔쳐 먹기까지…… 이건 치욕이다…….”
이후는 방첩대 생활 동안 처음으로 ‘임무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민가에 은신하고 신분을 숨기고 단기 노동을 하고, 음식을 훔쳐 먹었다.
세상에 이런 치욕이 있겠는가.
심지어, 모두 보고서에 적어 올려야 할 내용이다.
방첩대 활동 중엔 시간 단위로 보고를 적어 올려야 하니까.
대충 아무렇게나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 모든 건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라’는 명령에서 시작된 일.
하지만, 그래서 더 의욕이 타오른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아카데미까지 왔고.
-정말 괜찮겠나, ‘베나티오’?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직원도 아니고 학생으로…… 일단 수속은 밟아 놓았다만.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장 빠르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지름길이죠.”
-정 그렇다면야. 입학처에는 모두 이야기해 두었다. 가서 절차를 밟도록.
“감사합니다, 대장.”
-황제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임무인 만큼 잘 완수하도록. 네 양어깨에 실린 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베나티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통신을 마무리했다.
그런 베나티오 앞으로 펼쳐진 아카데미의 전경.
오늘, 베나티오는 이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대상 목표물,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쪽으로 오시죠.”
입학처로 향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베나티오를 안내하는 입학처장.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야 어떻든 상관없었다.
“이야기는 미리 전달받았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뭐든 협조하겠습니다.”
안쪽 응접실로 들어서자마자 베나티오 못지않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입학처장.
“학부는 검술학부…… 1학년에, 과목도 뭐든 말씀하시면 바로 수강 가능합니다.”
“부탁한 서류는요?”
“여기 있습니다.”
스륵.
서류를 건네받은 베나티오는 목록을 살폈다.
바로 데인 소그레스의 수강신청 목록이다.
“검술실전탐방. 일단 여기 넣어 주시죠. 나머지는 임의로 아무거나 넣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카데미 생활이 이제 시작된다.
조금 난데없지만 어떤가.
임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살짝 설레기도…… 아니지, 설레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베나티오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중요한 임무다.
그러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데인 소그레스. 좋아하는 게 뭔지 반드시 알아내 주마.’
아카데미 검술학부에 예정에 없던 늦깎이 신입생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