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ed Genius hacker RAW novel - chapter (63)
63 Re: 새로운 시작(3)
검사를 보좌하여 범죄 수사를 하고 검찰 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 검찰청 소속 공무원인 검찰 수사관에 들어가기 위해 송우진은 공부를 해야 했다.
정보 보안과 관련된 직종이라고 하면 특채라도 준비해 보련만, 검찰 수사관은 아주 새로운 직종이 아닌가.
거기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과 다르게 얽히고설킨 내부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특히 정부와 가장 밀접해 있으며, 정치에 관여하기 쉬운 단체 중 하나가 검찰이다 보니, 희도가 여태 쉽게 닿았던 조직들과의 관계처럼 가볍게 닿을 수가 없었다.
송우진이 흠칫할 수밖에 없을 걸 알면서도 그에게 이야기하는 이유.
“너밖에 없다. 내가 아는 녀석 중에 가장 똑똑한 녀석은.”
“푸후, 희도야.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긁적거리던 송우진이 한숨을 불어 냈다.
“내가 믿고 맡길 수 있으면서 수사관으로 제대로 업무를 해 볼 만한 녀석. 너밖에 없다. 수사관 시험 7개월 정도 남았어.”
“어? 7개월은 너무 짧은 것 같은데…….”
“할 수 있지?”
이 정도면 강제다. 그런데도 송우진은 하고, 말고에 대한 여부보다, 과연 자신이 희도가 바라는 바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걱정 마라. 소속은 어디를 가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넌 내 친구잖냐.”
이럴 때만.
하지만 송우진은 그런 무턱 댄 희도의 요청에도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래. 검찰 수사관. 까짓것, 하지.”
“……어, 그래?”
의외라는 희도의 얼굴에 송우진은 이어 말했다.
“코드 라이엇, 대회 준비한다고 와서는 나에게 손 내밀었을 때. 이미 그때부터 네가 하고자 하는 길에 도움이 되기로 작정했으니까.”
“허, 오글거리게. 무슨.”
“아무튼, 그렇다. 읏차, 그럼 나 말고 다른 녀석이 팀장 해야겠네?”
“엄, 그게 좀 크긴 한데. 걱정 마라, 찾아서 굴려야지.”
희도의 말에 한동안 비워질 그의 자리를 채워야 할 누군가를 걱정한 송우진이었다.
‘걱정이구만. 어지간히 굴려야 할 텐데.’
순수한 송우진의 걱정이었다.
* * *
우현을 통해서 검찰 조직의 내부를 수사하게 하고, 송우진이 검찰에 잠입할 수 있게끔 진행한다.
물론 송우진뿐 아니라 다른 한 녀석을 이미 검찰 내에 잠입시키기 위해 희도는 밑작업을 해 놨다. 송우진처럼 정규 과정이 아닌 ‘불법’으로.
그렇다 보니 희도는 그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겐 모두 비밀인 셈이었다.
“자아, 물밑 작업이 끝날 때까지 나도 조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볼까나.”
눈앞에 PGM 시스템 메시지창이 눈에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이 녀석을 탐구할 생각이니까.”
허공에 손을 올리자, PGM의 홀로그램이 된 키보드와 화면들이 나타났다. 새로운 프로그래밍의 언어와 IT 세상이었다.
송우진이 준비할 7개월, 우현과 히든카드가 검찰 조직을 수사하고 정신없이 쏟아부을 7개월, 염상섭이 휴대폰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해 내고 준비할 7개월.
긴 시간 동안 희도 역시 카오스를 곤란하게 할 수 있도록 더 강해져야 했으니까.
“몰두해 보실까.”
* * *
송우진을 비롯한 희도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많은 이들과, 희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간에 7개월은 짧았다.
특히 희도는 전생의 삶과 지금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전생의 기억 덕분에 상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전생의 자신을 뛰어넘었다.
적어도 유명세로 따지면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 않을까.
차가운 바람이 훈풍이 되고, 뜨거운 햇볕 탓에 따뜻했던 바람에 더운 열기가 가해졌을 시기.
희도는 회귀 후 4년이 지난 시기를 맞이했다.
“거 봐. 내가 된다고 했지?”
“고생은 내가 했는데 왜 네가 생색내는 거지……?”
희도의 말대로 송우진은 똑똑했고, 그는 공부머리든, IT 업계 머리든 다 잘해 내는 만능의 사나이였다.
“흠, 그야 너의 재능을 미리 알아본 나의 안목 덕분이랄까?”
“후~ 그래, 네 말이 맞다.”
“어?”
“네 말이 맞다고. 네 덕에 합격했어.”
“……우진아.”
“닥쳐! 이상한 상상 하지 마.”
희도가 주춤거리는 반응에 이마가 빠직, 하더니 이내 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풀었다.
“다 네 덕분 맞아. 내가 본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천재적이며, 발상의 전환이 빨라. 나야 뭐 7개월 걸렸지만, 너였으면 한 달이면 합격 안 했겠냐. 그 머리면?”
그의 말에 왠지 머쓱함을 느끼는 희도였다.
늘 공치사는 따르고 칭찬 일색을 받지만, 송우진만큼 진심을 담아 자신에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자신이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믿을 사람 또한 적어지는 게 당연지사니까.
“왜. 쑥스럽냐? 후후. 사람이긴 한가 보다, 희도야.”
“……그럼 난 뭐 짐승 새끼냐.”
“로봇인 줄 알았지. 푸후후…….”
검찰 수사관이 된 우진과 7개월 만의 해후는 반가웠다. 그의 얼굴을 마주한 것 자체도 반가웠지만, 이제야 본격적으로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어, 눈에 독기 봐라. 희도야, 난 네가 그런 눈을 할 때가 제일 무서워.”
“무슨 눈인데?”
“뭐랄까, 싹 다 갈아엎으려고 하는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 * *
송우진은 검찰 수사관이 되자마자 몇 달을 수습 기간과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우현과 우연히 만난 희도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부장님 친구를 제 수사관으로요?”
침착해진 우현의 말투는 다시금 서울말로 바뀌었다.
“네. 믿을 만할 겁니다.”
“음…….”
“뭐가 걱정되십니까?”
희도의 물음에 우현은 곧장 자신이 생각해 낸 바를 말했다.
“본부장님은 결국 검찰 내에 있는 카오스를 잡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정보 보안을 원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정확한 맥을 짚은 우현의 말에 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문제 될 게 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커다란 이슈가 된 본부장님입니다. 지금은 그 꼬리를 감췄다 해도 검찰 내 카오스가 있다면 본부장님에 대한 견제는 늘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에 관한 조사도 끝났을 거다?”
“네. 그렇죠. 이미 본부장님에 대해 알고 있는 녀석들이라면 송우진 군도 파악이 끝났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고, 이미 예상한 바다. 그래서 희도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겠죠.”
“……예? 당연히라뇨. 이미 적들의 끄나풀이 있는 곳에 송우진 군이 간다는 건 곧, 사지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말에 대해서도 희도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생각해 본 사항이었다.
“음, 네. 그것도 그렇겠죠?”
“아니, 그렇겠죠라니! 그러다 송우진 군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현은 태연자약한 희도의 모습에, 친구가 사지에 몰린다는데도 여유롭기 그지없는 그의 태도에 괜히 울컥하려다가.
“검사님, 우린 사냥꾼입니다. 사냥꾼. 호랑이를 잡건, 늑대를 잡건, 개새끼를 잡건. 굴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짐승 놈들을 잡을 수 없단 말입니다.”
희도의 뒷말을 듣고서 흠칫했다.
“거기다, 이미 우 검사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미 그 굴에 있고 저와 몇 번 조우했단 것도 그놈들이 능력이 있다면 눈치챘을 겁니다. 즉.”
“즉?”
“완전 비밀이 없는 이상, 이러나저러나 다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뭘까요?”
“…….”
괜히 희도의 페이스에 말려 우현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경청만 하고 있었다. 아니,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서 헤집어야 합니다.”
“후, 좋습니다. 결국, 본부장님 말씀대로라면 송우진 군을 제 수사관으로 추천해서 진행하면 되겠군요.”
우현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회 초년생을 데리고 호랑이굴을 파헤칠 생각을 하니 앞길이 막막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도는 빙긋 웃으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어?!”
몇 개월 전 그가 갖다 줬던 휴대폰과 유심칩이었다. 망가졌던 휴대폰과 물에 들어가 그 기능을 할 수 없는 유심칩의 상태가 완전 새것처럼 복구된 모습에 우현의 눈이 반짝였다.
“검사님 오시기 직전에 복구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같이 들어 보시죠.”
“헐, 이걸 어떻게 복구하신 겁니까?”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유심칩 내용부터 확인하시죠.”
유심칩을 끼운 휴대폰은 한 건의 영상을 나타냈다. 그 영상 속엔.
“에? 이게 뭡니까?”
애석하게도 영상이 시커멓게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다. 괜히 기대했다는 듯 김샌 표정을 지은 우현에게 희도가 고개를 저으며 귀를 가리켰다.
“잘 들어 보세요.”
“……음!”
우현이 집중해서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줘!] [……려 줘!]“줘?”
“쉬이잇.”
희도가 자신의 입에 검지를 세우며 집중해서 영상에 귀를 기울였다.
[……빠! ……려 줘!]“오빠, 살려 줘?”
표태훈에게 오빠라고 하기엔 영상에 들리는 목소리가 어린 소녀처럼 느껴졌다. 마치 절망, 절규 어린 목소리가 담긴 내용.
“……아빠, 살려 줘.”
그렇게 해석하고 나니.
[……아빠! 살려 줘……!]라고 정확하게 들렸다. 우현이 그 목소리에 표정이 점차 굳어 갔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의 모습에 희도가 깊은 한숨을 불었다.
“그렇군요.”
대략적으로 추리를 해 보자면, 표태훈의 가족이 인질로 잡혔다. 그리고 표태훈은 이 영상을 보고 자신이 죽어야만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공식 성립에 우현과 희도는 둘 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사람에 대한 도리라는 것도 없는 배은망덕한 상대방에 대한 경멸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
.
서울중앙지검찰청.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면 검사가 될 수 있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기 위해선 그런 행운에 열 배를 더해도 모자라다.
그만큼 가기 어려울뿐더러.
“운도 좋아야 하지만, 빽도 있고, 줄도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그냥 그지 새끼 되는 거죠.”
“빽도 있고, 줄도 없는 우 검사님은 들어오셨지 않습니까?”
“휴. 제가 여기 들어오려고 얼마나 뺑뺑이 돌아가며 실적 쌓았는지 아십니까? 진짜 어마어마했습니다, 우진 군.”
우현은 검찰청 앞에서 막 수사관이 된 우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깡패 새X들, 마약, 강간, 살인, 방화. 워~ 씨X,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진짜 그런 놈들이 어찌나 많은지 답도 없었습니다.”
“하하, 그런 놈들 다 잡고 올라온 검사님이야말로 국민의 영웅 아니겠습니까.”
“영웅이요? 그런 거 다~ 필요없슴다. 잘 먹고 잘 살면 끝 아닙니까.”
두 사람은 마치 오래전부터 쿵짝이 잘 맞는 단짝처럼 나이 터울이 무색하게 대화했다.
그렇게 자판기 앞에서 믹스 커피를 기다리는 우진 앞에.
낯익은 뒷모습이 스윽, 하고 지나갔다.
“어? 우진이잖아?”
……검찰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놀랍게도 김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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