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ed Genius hacker RAW novel - chapter (62)
62 Re: 새로운 시작(2)
옥상 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향해 다가간 우현은 고개를 숙였다.
“관짝 들고 조사라도 할래? 그냥 지방에 가서 좀 쉬다 와.”
“부장님!”
“쓰읍, 갔다 오라면 올 것이지. 말이 많아?”
“부장님, 저 부장님이 시키는 거라면 짖지도 않고 개처럼 일했습니다. 또!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다른 놈 중에 저처럼 일하는 놈 봤습니까?”
“알아, 안다고. 그래서 내가 너 내쫓으려던 것도 막아 주고 3개월 정직 처분으로 봐줬잖아. 그럼 된 거 아냐?”
부장검사인 손태인은 잿빛 연기를 허공에 뿌리며 우현을 바라봤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습니다. 분명 흑막이 있을 겁니다.”
“……하, 하여간 개새끼들은 좋게 말하면 못 알아먹어요.”
그가 우현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몸을 숙인 우현을 향해 고함을 치는 손태인이었다.
“그러니까 시골에 처박혀서 좀 쉬다 오라고! 너 때문에 나까지 쪽팔려서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씨X. 개새끼 데려다가 사람답게 만들어 줬더니 아주 맞먹으려 드네.”
손태인은 담배꽁초를 땅바닥에 던지고 신경질적으로 옥상에서 내려갔다.
그런 손태인을 시선으로 따라 좇은 우현은 이를 악다물었다.
“……후, 씨X.”
시골 바닥 개천에서 피똥 싸며 공부하였고, 비로소 용이 되어 검사가 되었건만.
기껏 내려온 황금 동아줄마저 허무히 사라지고 졸지에 옷까지 벗게 생겼다.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우현은 다시 한 번 이를 악다물었다.
* * *
[PGM 시스템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화이트해커 서브 과정(반격)-(1) 완료 안내]– 수많은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단체의 위선적인 행동에 화이트해커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단체를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력을 형성하여 국내외에 포진되어 있는 범죄 단체를 물리치십시오.
– 내용: 플레이어를 지지하는 세력 구성 및 구축 완료
– 보상: 500point 획득
희도가 메시지창을 닫자마자 그의 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내 말 듣고 있어? 희도야?”
“어…… 그러니까, 표태훈을 수사하던 검사 이름이 우현?”
공적인 자리에서는 본부장님, 사적인 자리에서는 친구로 지내는 송우진이 본부장실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우현이라고 검사 된 지 6년 정도 되었어. 뭐, 알아보니까 실력 하난 최고. 성격이 워낙 지랄 맞아서 다들 회피하는 분위기래. 계속 지방 몇 번 뺑뺑이만 돌다가 겨우 서울중앙지검까지 온 것 같은데. 이젠 뭐, 다시 촌구석으로 떠난다고 봐야지.”
송우진이 정리한 기록들을 희도에게 보여 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한민국에서 누구 때문에 카오스 이슈로 난리를 쳤는데. 그 큰 대어를 놓치고 말았으니.”
“흠…….”
희도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송우진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지? 카오스가 생각보다 깊이 개입해 있다고.”
“그런데?”
“아마 검찰 쪽도 마찬가지일 거야. 이번 표태훈 사건, 뭔가 뒷맛이 써.”
“검찰까지……?”
“그러니까 좀 알아봐. 내가 봤을 때, 검찰 조직이 경찰과는 워낙 배배 꼬여 있으니까.”
“어, 알겠어. 근데 검찰에 연이 닿겠어?”
“표태훈을 잡은 사람은 누구?”
“너.”
“표태훈을 놓친 사람은 누구?”
“우현. 아…… 오케이. 이해했어.”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 판다고, 우현은 희도에게 찾아올 터.
희도는 우현을 통해서 검찰 조직 내의 카오스를 캐낼 생각이었다.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한번 보자고.”
그리고 그의 바람처럼.
[PGM 시스템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화이트해커 서브 과정(반격)-(2) 시작 안내]– 표태훈의 죽음이 석연치 않습니다. 그의 죽음에 관한 명명백백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카오스 세력 추적의 실마리를 찾으십시오.
– 내용: 검찰에서의 카오스 단체에 대한 실마리 찾기
– 보상: 200point
메시지 역시 그것을 따르고 있었다.
.
.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현은 희도의 장담대로 국가정보 보안 본부를 찾았다.
한참 앳된 용모의 희도였지만 우현은 그가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이라는 것을 직시했다.
특히 오랜 검사 생활 덕분에 체득한 한 가지는 자존심을 굳이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와, TV에서만 보던 인기 스타를 눈앞에서 보니 새롭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누가 봐도 일에 찌든, 충혈된 눈과 흰 와이셔츠가 조금씩 색이 누래져 몇 날 며칠을 집에 안 들어간 듯한 모양새를 한 우현이었다.
“마음고생이 심하신 듯합니다.”
우현을 직접 맞이해서 본부장실로 향한 희도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만 제대로 처리 못 한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이죠.”
희도는 마주 앉은 그에게 차를 대접하며, 그의 가슴팍에 드러난 공무원증을 보았다.
“그 명함을 달기까지,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아, 이거요? 푸후, 말도 마십쇼. 아주 공부한다고 피똥 쌌지요. 매일같이 공부방에 앉아가, 똑같은 책 수십, 수백 번 읽느라 똥꼬가 배기고 또 배기는 거 참아 가며 공부했습니다.”
“하하, 남들은 다 검사 되면 출세하고 좋은 데 결혼도 하고 그런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죠?”
졸지에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물어보는 희도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푸념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푸후, 제가 명문대 출신이 아니거든요. 어디 깡촌 대학교에서 올라왔다고 시험 졸라게 잘 보면 뭐 합니까. 실적 졸라게 쌓아 봐야 인정도 안 해 주는 거. 괜히 학연, 지연이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학연, 지연이라…….”
“내 같은 새끼들은 다 나가 뒤지세요~ 하는 꼴 아닙니까. 그래서 저도 표태훈 사건 맡아다가 깔끔하게 해치우고 본부장님처럼 스타가 되려고 노력했었는데. 에이, 염병. 그냥 다 헛된 꿈이었던 거죠.”
“……헛된 꿈이라고 생각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우현의 깊은 곳을 찌르는 희도의 한마디에.
“예?”
“아직 그 꿈을 버리지 못해서 절 찾아온 거 아니냐고요.”
딸꾹─
딸꾹질이 나는 우현이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 쳤다.
“그게 무슨, 그냥 본부장님한테 신세 한탄하러 온 거지요. 이미 다 끝난 마당에 뭐가 더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휴대폰.”
“예?”
희도가 우현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현이 눈매를 지그시 모으며 마주 바라봤다.
“표태훈은 사망 직전 휴대폰을 들고 있다가, 정작 죽을 땐 휴대폰이 없다고 했었죠.”
“어떻게 아신 겁니까?”
“검사님,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아예 포기를 한 사람의 눈빛에선 그런 열기가 나올 수 없죠. 그렇다면 무언가 갖고 있을 만한 게 있다는 결론인데. 저는 그걸 휴대폰이라고 떠올렸을 뿐입니다.”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네요. 본부장님의 이야기들이.”
우현은 진심으로 희도의 추리에 감탄하고 있었고, 통찰력에 경악했다.
괜히 여론이 만들어 낸, 허수아비가 아닌 진짜. 확실히 다르다.
이미 들킨 이상 자신이 가진 패를 꼭꼭 숨기고 있기보다는 빨리 보여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단 판단이 섰다.
“맞습니다, 휴대폰. 이미 반쯤 망가져서 제 기능을 상실하긴 했지만, 유심칩은 살아 있더군요.”
품속에 꽁꽁 감추고 있던 랩에 싸인 휴대폰과 유심칩을 조심스레 꺼내 든 우현은 그것을 희도 쪽으로 내밀었다.
‘정말로 있었군.’
탁자 위에 올려진 휴대폰을 바라보는 희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해가 안 되긴 하네요.”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그의 말에도 우현은 즉각적으로 답했다. 희도가 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지,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까.
“그는 카오스죠. 죽었다는 사실이 애석하고, 애도를 표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누구보다도 IT계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이죠. 휴대폰을 처리할 방법이나, 차라리 유심을 삼켰더라면 이와 같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하지만?”
“그 모든 해답은 이 휴대폰을 들여다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명쾌해서 좋군요. 이 휴대폰이 우릴 살릴지 말지, 아니 정확히는 우 검사님을 살릴지 말지, 결정하겠군요.”
“썩은 동아줄이 아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우현과 희도, 둘 다 휴대폰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안내해 줄 녀석이 될 겁니다.”
“확신하십니까?”
확신하냐는 우현의 말에 희도가 씨익 웃었다.
“우 검사님뿐 아니라 여태 그 많은 사람들이 절 믿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요?”
“음…… 모르겠습니다.”
“딱 한 번, 제가 가진 이 두 눈으로 직시한 상황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우현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저를 믿어 줍니다. 딱 한 번의 사건 해결로. 제 말이 틀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에 우현은 본부에 들어올 때 마주했던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본부에 활동하고 있는 인원들은 대기업을 비롯한 IT 업계의 기업, 공공기관, 사이버수사대. 모두 희도의 말과 행동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톱니바퀴였다.
그것을 떠올린 그는 그간 갖고 있던 ‘감’을 믿고 희도를 지지해 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본부장님. 당겨만 주시면, 짖지 않고 쫓아갑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닙니까?”
“멋있잖아요. 크흐!”
우현의 말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 * *
우현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마무리 지은 희도는 건네받은 휴대폰을 염상섭에게 부탁하고는 다시 본부에 들어섰다.
검찰 수사하기 전,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태석 팀장님은 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살인, 방화, 절도, 강간 등 모든 사건들에 대해 탐색해 주세요. 개인정보가 관련되어 있는 내용, 그리고 수사에 대한 부분은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하여 진행하시고. ‘카오스’와 관련된 의심되는, 의혹이 생기는 사건이 있으면 바로 전달해 주세요.”
최태석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서는 고개를 돌려 강인혁을 바라봤다.
“강인혁 과장님은 일본에서의 디도스 사태를 조금 더 조사해 주세요.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공격이 나왔었던데. 유사한 사건, 또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도 손을 잡고 움직여야 할 수도 있으니 준비해 주세요.”
본부 내에 존재하는 많은 인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다가 송우진을 슬쩍 바라본 희도가 그를 따로 불러냈다.
“무슨 일이야?”
“우진아, 너 검찰 수사관으로 들어가 볼 생각 없냐?”
쿠궁─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송우진의 귓가에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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