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해신, 레비아탄(3)
거친 비명을 내지르며─
해신은 바다 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고통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 대체 얼마만일까.
모호한 기억 속에서.
해신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러나 대신, 강렬한 감정이 울컥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크으으으···.]안면의 드래곤 스케일은 물론이고.
오른쪽 눈이 정확하게 뭉개졌다. 그러나 그 정도의 부상으로 죽진 않는다. 그는 치욕을 삼키며 타는 듯한 고통을 이겨냈다.
‘이 몸이 필멸자 따위에게···.’
균형이 맞지 않는 시야에 위화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면서. 해신은 힘을 주어 꼬리를 놀렸고. 다시, 빠르게 수면을 향해 부상을 시작했다.
이제 그에겐, 오만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해신의 사념 속에서.
끈적한 저주가 끓어올랐다.
***
한편···.
‘아직 녀석은 살아 있다.’
현우는 방심하지 않고.
해신이 가라앉은 바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예상대로 수면 아래에서 강대한 존재감이 맥동하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크아아아아아─!]거센 포효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날아오른 해신이 주위의 마나를 움직였다.
대기가 요동치며 녀석의 신체를 휘감았고.
그는 곧 녀석을 빈틈없이 보호하는 서리의 갑옷으로 화했다.
현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위종 드래곤의 권능이 깃든 마법의 서리 갑주. 과연, 해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방어 마법이다.’
위계로만 따지면 최소 8위계쯤일까.
저 형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소모하고 있으리라.
‘내 공격이 위협적이긴 했던 모양이군.’
본래 녀석이 서리 갑주를 사용하는 건.
정말 죽기 직전의 상황에 몰렸을 때였다. 그러나 이번엔 이렇게. 일격을 허용하고 나서 바로 서리 갑주를 두르는 선택을 했으니.
그만큼 녀석이 빠르게 전심전력을 낼 수밖에 없었단 소리였다.
또한,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벌레 같은 놈···! 똑똑히 보도록 해라! 이게 바로 천지마저 개변시키는 이 몸의 진짜 힘이니!]주위 기온이 순식간에 절반 이상 내려가며. 마치 극지와 같은 한기가 찾아왔고. 내리던 폭우는 어느새 거센 눈보라가 되어 바다 위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쩌적─쩌억─!
이젠 바다까지 얼어붙기 시작했다.
‘2페이즈···.’
현우는 가볍게 제 자리에서 뛰어 얼어붙은 수면 위로 다시 착지했다.
환경마저 바꾸는 극한의 마나.
이는 확실하게 녀석이 공략이 두 번째이자. 이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였다.
당연하게도 예상은 했던 일이다.
전생의 해신 또한, 이처럼 죽음 직전에 발악하듯. 강대한 마력의 폭발을 일으키며 강화된 패턴을 선보였으니까.
[───!]언어가 되지 못한 포효.
이윽고 수면 아래 깊은 곳에서 검푸른 물기둥이 솟아오르더니. 사방에 극한기를 흩뿌려대며 해신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회전을 시작했다.
마치 재앙을 형상화한 것만 같은 광경.
‘어비셜 블리자드(Abyssal blizard)군.’
저기에 닿기만 해도.
웬만한 헌터는 그대로 얼음 파편이 되어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현우 또한 예외가 아니리라.
[고작해야 벌레 따위라 생각했다만.]수면위로 다시 날아오르는 해신.
그에 뒤따르듯 얼어붙은 바다가 갈라지며. 그 사이로 수많은 마족들이 또 모습을 드러냈다.
해신의 권속.
저건 일반 해양 마족과는 궤를 달리하는, 하나하나가 S급 이상으로 해신의 마나를 직접 나누어 받은 강인한 존재들이다.
그 광경은···.
이전의 해일과는 다른 의미에서. 가히 절망적인 광경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여기서부턴 속전속결이다.’
시간을 끌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현우가 세운 공략 방식이었다.
저 수많은 해신의 권속들은 탕그뇨스트와 록펠러 가문의 공략팀만으로는 저지가 불가능 할 테니.
[내 이제는 진심으로 네놈과 다른 벌레들을 모조리 밟아 죽이기 위해. 이 몸의 사력을 다해주도록 하겠다···!]그런데 그때.
현우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또 하나의 나비 효과가 해신 쪽으로 기울려한 전황을 우뚝 멈춰 새웠다.
[···!]콰콰쾅─!
공중에서 곡사로 떨어진 마나 포탄이 해신의 권속들 사이에서 폭발했다. 이건 탕그뇨스트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었다.
[─주현우님!]마나 통신기에서 들린 낯익은 목소리.
이윽고 아직 얼어붙지 않은 육지 방면의 바다에서. 열 두 척에 달하는 마도 전함 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풍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그 아래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ROKHA’라는 약자. 이건 그들의 소속이 바로 한국 헌터협회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건 의외인데.’
현우가 알기로···.
이 시기의 한국 헌터협회 측은, 불과 세 척 밖에 안 되는 마도 전함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을 텐데.
심지어 그 중에 대부분은, 이곳 부산이 아닌 강화도 쪽에 배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변화한 현재.
그러나 이건, 지금부터 해신 공략을 공세 일변도로 몰아칠. 최고의 기회가 현우의 손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
조금 전, 탕그뇨스트.
비공정 위에서 해신이 소환한 마족을 폭격하고 있던 헌터들은, 주현우의 일격이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윽고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거룡.
이는 그들 모두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돼, 됐다!”
쾌재를 부르는 헌터들.
그러나 그 가운데 존 록펠러와 안젤라 록펠러. 두 사람만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표정을 굳혔다.
“오빠, 이거···.”
“으음.”
두 사람의 감은 정확했다.
수면 위로 떨어진 해신을 둘러싼 마나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쳤다. 이는 직후 발생할 이상 현상의 전조 증상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끝이 아닌 모양인데.”
그리고 그 순간···.
몰아치는 바다 위로 검푸른 물기둥이 높게 솟구쳤고. 그를 중심으로 넓은 범위의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상황의 반전. 심지어 얼어붙은 바다 속에서 한 눈에 봐도 강인해 보이는 마족들까지 기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존 록펠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직전의 일격으로 해치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저런 상황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당황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우선 탕그뇨스트는 저 거룡과 떨어진 곳으로 후퇴합시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일단 잠룡에게도 통신으로 잠시 후퇴를 권고하는 편이 좋겠군요.”
“대장님, 저희 후방에서도 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후방?”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존 록펠러.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시야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열 두 척에 달하는 마도 전함 전단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
“···한국 헌터협회?”
아무리 그라고 해도.
그 광경에는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열 두 척의 마도 전함. 비공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변이 발생한 후로 아직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현장에 도착하다니.
항상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으로 유명한 헌터협회 미국 지부조차.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놓인다면 전단을 출격 시키는 데엔 최소 30분 이상은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존 록펠러 그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단서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었다.
처음 시간을 끌어달라고 할 때.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 묘한 의문을 가지고서도 일단은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던 그였으나.
지금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나니.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건···.
다분히 계산적인 연출이라고 밖엔 생각이 되지 않았다.
“하.”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건 결국, 이런 뜻밖의 재난 상황마저도. 주현우에겐 완벽히 통제할 자신이 있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으니까.
물론, 이는 전부 오해였으나.
그가 자세한 사정까지 알 방법은 없었다.
‘잠룡, 여기까지 생각한 건가···!’
존 록펠러.
그는 탕그뇨스트 아래로 펼쳐진 부산 헌터들의 참전 광경을 보며. 남몰래 경탄을 삼키고 말았다.
“그림 하나는 제대로네.”
안젤라 록펠러.
그녀 역시 작은 탄성과 함께.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재해 현장.
그리고 이 광경은···.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천무그룹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닌, ‘한국 헌터 협회’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바꿀 만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
‘지원을 요청한 기억은 없는데.’
얼어붙은 바다 위.
현우는 아리송한 기분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마도 전함 전단을 바라봤다.
[다행히 늦진 않았군요!]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목소리.
하지만 쉽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아. 자신과 인연이 생각만큼 깊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음···.”
그렇게 몇 초가 지나서야.
현우는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윤영기 지부장님?”
윤영기 부산 지부장.
한국 헌터협회 소속으로 일전 후쿠오카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에서. 현우는 그를 이용한 바가 있었다.
“맞습니까?”
[오오!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실 줄이야. 이거 평생의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후쿠오카 이후로 바쁜 일들이 워낙 많아져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우수수 말을 쏟아내는 윤영기.
이내 그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일단, 저 드래곤의 영향권에 들어갈 지도 모르는 지역의 부산 시민은 전원 대피 완료했습니다.]“모두라고요?”
[예, 지난 후쿠오카 사태 이후로. 저도 느낀바가 조금 있어서. 한국에 심각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의 매뉴얼을 제대로 준비해뒀습니다.]약간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
어차피 바다로 전장이 한정된 지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을 걱정할 필요조차 없게 된 셈이었다.
[아무튼, 지금부턴 저희도 돕겠습니다.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없으니. 필요하신대로 오더만 내려주십쇼.]‘어떻게’라는 물음은 필요 없었다.
눈보라로 일렁이는 바다를 뚫고. 현우 쪽을 향해서 다가오는 열 두 척의 마도 전함. 이는 당장 활용하기에 좋은 전력이었다.
‘공략이 훨씬 여유로워지겠는데.’
이 또한···.
현우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분명 현우의 행보로 인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긍정적 나비효과였다.
“좋습니다. 그럼···.”
하늘을 나는 거룡.
이를 공략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결국 하나로 밖에 귀결되지 않는다.
“···지금 말씀드린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제가 드리는 신호에 맞춰 포격하면, 그 후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과연!]그렇게.
현우의 입에선 새롭게 추가된 열 두 척의 마도 전함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즉흥적인 계획이 나왔다.
***
“쏴라!”
윤영기 지부장의 외침.
그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마도 전함의 승조원들이 움직였다.
투두두둥!
이윽고 거친 폭음과 함께. 마도 전함의 포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하늘을 수놓은 불꽃이 빠르게 얼어붙은 바다로 떨어진다.
각 포격의 위력은 탕그뇨스트나 페일 라이더에 비해 떨어지나. 열 두 척이라는 물량에서 오는 탄막 세례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해신이 눈을 희번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저것들을 먼저 브레스로 모조리 일소하고 싶었으나.
직전 자신에게 타격을 먹인 한 인간이 여직 버티고 있기 때문에 선뜻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래, 네놈을 벌레라고 불렀던 것은 취소하도록 하지.]그의 길게 찢어진 눈이, 섬뜩하고 차가운 푸른빛을 발산했다. 곧, 주위에 다섯 개에 달하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전부 7위계 이상의 5중 무영창.
저건 마법의 극에 달했다고 논해지는 적마녀, 오수진조차도 시도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이제 보니 벌레가 아니라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피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모양이구나!]녀석의 도발에도.
현우는 무신경한 표정으로 보법을 밟아. 얼어붙은 수면 위를 내달리며 해신을 향해 접근했다.
지금이 바로 승부처다.
‘광역 공격을 사용할 거다.’
회피 자체가 무의미하게.
넓은 범위를 휩쓰는 공격이라면, 현우를 잡을 수 있다. 녀석은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
전생의 녀석 또한, 저런 고위계의 광역 마법을 마구 난사하는 탓에 토벌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하물며 그때의 전투 장소는 부산 시내.
광역 마법 한 번에 수많은 사람과 도시 자체가 휩쓸려가는 모습은, 헌터들로 하여금 전의를 잃게 만들기에 충분히 끔찍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광역 마법의 부수적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녀석이 빈틈을 드러낼 수 있도록 그를 유도하는 편이 공략의 난이도를 훨씬 낮게 만든다.
그리고 역시나.
녀석은 현우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그 쥐새끼 같은 움직임으로 이것도 한 번 피해보거라!]고오오─!
녀석의 입가로 모여드는 막대한 양의 마나.
또한, 현우가 이리저리 피하는 것에 이골이 났는지. 녀석은 확실히 현우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거기에 두 개의 마법진을 추가로 전개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전력이군.’
그때, 현우의 눈이 빛났다.
“성녀님, 그리고 윤영기 지부장님. 바로 지금입니다.”
투쾅─! 콰과광─!
현우의 신호에 따라.
페일 라이더의 13개 포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찰나의 간격으로 12척의 마도 전함 전단 역시, 윤영기 지부장의 명에 따라 일제 포격을 실시했다.
[하찮은 것! 어림도 없다!]그와 동시에.
해신이 발한 일곱 개의 마법과 브레스가. 주위를 극한기로 일소하며 현우를 향해 쏘아졌다.
흡사 빙하기의 재림.
한낱 인간 따위로는 도저히 대적이 불가능 할 것 같은, 가히 공포스럽고 압도적인 힘의 결정체가 현우를 향해 밀려들었다.
‘이건 녀석의 실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휩쓸려 얼음 조각상, 혹은 파편이 되어 즉사했겠으나. 현우에겐 인피니티 코어라는 최고의 공방 일체 요소가 있다.
현우는 고민할 것 없이 전신에 우레불꽃을 둘렀다. 창염갑과 사용 방법은 비슷하나. 그 방호력은 이미 오래전 창염갑을 뛰어넘었다.
설령 7위계 이상의 마법이라도.
이런 방식으로 난잡하게 뒤섞여 넓은 법위로 펼쳐진다면, 막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혹한이 한바탕 주위를 휩쓰는 와중. 한 발 늦게 도달한 포격이 한기와 충돌하며 거대한 마나 폭발을 일으켰다.
‘지금이다.’
현우는 눈을 빛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우레불꽃으로 펼친 방어가 불안정해지며. 한기가 살짝 침투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거기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페일 라이더와 마도 전함 전단.
그들의 일제 포격은 사실, 해신의 눈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양동작전임과 동시에 연막에 불과 했다.
진짜는 단 하나···.
“흐읍!”
쐐에에엑─!
공기를 날카롭게 찢으며.
포격 사이로 투척한 궁니르.
처음엔 피했을 지 몰라도.
일제 포격이 마나 폭발을 일으키며 주위의 마나가 흐트러진 지금. 녀석의 감이 아무리 예리한들, 궁니르의 궤적은 절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게─.
[크으!?]녀석은 뒤늦게.
날아드는 궁니르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피하려 했지만. 이미 눈에 보인 후에는 늦을 수밖에 없다.
퍼어억─!
곧, 궁니르는 정확하게 현우가 조준한 일점을 향해 꽂혔다. 푸른 뇌전이 폭사했고 드래곤 스캐일이 찢어지고 박살나며 푸른 피가 터져 나왔다.
[캬아악!]이윽고, 녀석이 허공에서 비틀비틀 몸을 흔들더니. 마치 추락하는 헬기처럼 힘없이 얼어붙은 수면을 향해 낙하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에야말로 녀석이 다시 날아오르지 못할 거란 사실이었다.
‘역린, 그곳을 맞추면 제 아무리 해신이라 해도. 날개가 뜯긴 새 마냥 바닥을 기어 다닐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이미 한 번.
해신을 상대해본 경험을 가진. 현우만이 알고 있는 녀석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자, 사냥을 마무리 할 차례다.”
거대한 드래곤의 추락.
이는 확실하게 이쪽을 향해 승기가 기울어 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