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전쟁 선포(1)
얼어붙은 수면.
해신, 레비아탄이 격렬한 분노를 터트리며 주위에 전음을 흩뿌렸다. 역린이 박살난 탓에 더 이상 비행은 불가하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오직 역린만을 노려 정교함과 명중에 집중한 일격이었기에. 녀석의 드래곤 스케일을 뚫고 내장까지 휘저어버리기엔 약간 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잘도 이 몸을 두 번이나!]해신에겐 그건 사소한 일이었다.
그가 격렬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건. 고작 한 명의 인간이 자신을 두 번이나 하늘에서 추락시켰다는 것.
그리고, 초월적인 존재로서 만물을 굽어보아야 할 자신을 떨어뜨려. 이젠 대등한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건방진 눈으로 이 몸을 보지 마라!]“입만 살았군.”
으르렁 대는 녀석을 향해.
현우는 가벼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녀석을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것이 정교한 일격으로 충분했던 것처럼. 녀석의 목숨을 거두는 것 또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격이 높은 존재라 해도.
목이 잘리면 죽고, 심장이 뽑히면 죽는다.
결국 그렇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다른 생명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니 고민할 것도 없다.
현우는 그 자리에서 바로, 오른다리로 지면을 거칠게 밀며. 녀석을 향해 탄환처럼 쏘아지듯 도약했다.
쩌억, 얼어붙은 바다가 현우의 발아래서 균열을 내며 갈라졌다.
[어림없다!]그러나 해신 역시.
현우의 손에 곱게 죽어줄 리가 만무했다.
역린이 파괴되어 날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녀석은 막대한 양의 마나를 지닌. 존재 그 자체로 위협적인 생물이었으니까.
녀석은 뱀처럼 제 몸으로 똬리를 틀며 마법을 사용했다. 도합 네 겹에 달하는 단단한 서리 방벽이 현우와 녀석의 사이에 겹겹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콰악! 현우의 손에 서리 방벽의 한 가운데에 냅다 꽂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만들어낸 결과는 그저 그 뿐이었다.
[하!]해신은 코웃음 쳤으나.
이어진 결과에 그 비웃음은 이내 경악으로 바뀌고 말았다.
쩍─!
[하?]뚫린다.
아니, 흔들리며 갈라진다.
쩌적─!
무려 8위계의 방어 마법이다.
심지어 그걸 네 겹이나 겹쳐 만들어낸 방벽이 평범한 빙벽마냥 갈라지고 있었다. 이는 녀석에겐 상상조차 못한 반전이었다.
[이, 이런 게 필멸자에게 가능할 리가···.]가능할 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현우는 평범한 인간이라기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인피니티 코어를 품고 있었으니까.
압도적인 마나량에서 오는 이점을 통해. 8위계의 방어 마법을 구성하는 마나의 결합 자체를 뒤흔든다.
이는 당연하게도 해신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었고. 그에 따라 대처법 또한 도무지 도출해낼 수 없는 기교였다.
그렇게···.
쩍─! 쩌저적─!
불길한 소리와 함께.
어느덧 현우의 주먹은 마지막 서리 방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저건···.’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는 그제야 확실히 깨닫고 말았다.
저 빌어먹을 필멸자에게 느낄 수 있었던 이질적이며 순수한 마나의 정체. 그건 다른 무엇도 아니라···.
‘외신(外神).’
해신의 눈이 일순 당혹감에 젖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곧이어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어야 했으니.
공포.
[너, 넌···!]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에 사고가 마비된다. 그리고 그건, 현우에게 있어선 충분한 여유이자 빈틈이 되어주었다.
카가각─!
이내 거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며. 네 겹에 달하던 서리 방벽이 파편이 되어 허공 위로 흩날렸다.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현우는 바로, 다시 한 번 지면을 박차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손을 뒤로 당기고 가벼운 듯, 빠르게 앞으로 쏘아냈다.
마치 부드러운 두부처럼.
단단하기로는 최고의 물질이라는 드래곤 스케일이 우레불꽃을 휘감은 현우의 손에 뭉개졌다.
─퍼퍽!
피륙을 꿰뚫는 섬뜩한 소리.
이윽고 현우는 제 손으로 녀석의 살점 속을 파고들어 헤집었다.
“카, 학!”
육성으로 흘린 비명.
녀석의 입에서 왈칵, 푸른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현우는 그 미지근한 피를 뒤집어쓰며 녀셕의 몸속에서 뭔가를 꽈악 움켜쥐었다.
그건 드래곤 하트였다.
아직 맥동하는 것이 느껴지는 심장. 손에 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우는 고민 없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카르르륵···!!”
산채로 심장이 뜯겨나가는 고통.
현우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하나. 차라리 빨리 죽기를 바랄 정도의 고통일 것만은 확실했다.
[그, 그만! 제발!]비굴하게 울부짖는 해신.
그러나 현우가 그런 부탁 따위에 아랑곳 할 리가 없었다.
전생의 녀석에게 희생된 부산 시민만 해도 이루 세기 어려웠다. 아마, 그들 역시 여기서 자비를 바라진 않겠지.
이윽고─.
현우는 손아귀에 거칠게 힘을 주어.
그대로 녀석의 드래곤 하트를 뽑아냈다. 손 안에서 맥동하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키이익···!”
녀석이 최후에 내뱉은 음성은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위압이 느껴지던 전음이 아닌. 하등한 드레이크의 입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비참한 비명이었다.
주르륵─
푸른 피를 콸콸 쏟아내며 그 자리에서 힘없이 추욱 늘어지는 녀석.
그것이 본래 부산에 강림하여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예정이었던 재앙···.
해신의 최후였다.
‘생각보다는 수월했다.’
현우는 전신에 우레불꽃을 일으켜 해신의 피를 증발시켰다. 이렇게 이변은 예정되었던 피해를 모두 빗겨나간 채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진짜는 해신 토벌이 끝난 지금부터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큰 사건이 지나간 후엔 이권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누군가의 비극은 누군가에게 있어선 희극이나 절호의 기회가 되는 법이니까.
이처럼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변이라고 해서 그 예외가 되지는 못한다.
‘탐이 날 수 밖에 없다.’
강력한 마족일 수록, 토벌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보상. 그리고 그 신체를 갈무리하여 얻는 소재는 강함과 비례하여 좋은 품질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는 1970년 일어난 대전이 이후로 세계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법칙.
심지어 이번 해신, 레비아탄은 지금껏 세계에 일어나지 않은 이변을 통해 출현한 보스급 마족이다.
아직, 그 등급이 책정되진 않았으나.
이번 토벌에서 나온 소재는 감정조차 거치지 않아도. 손에 넣고자 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올 것이 분명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챙겨두자.’
용옥과 드래곤 하트.
일단은 그 두 가지의 핵심 보상만 하더라도. 세계 각지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이들이 산더미 같을 것이다.
후자는 크게 상관없으나.
용옥만큼은 이번 이변에서 현우가 원하던 보상 그 자체였으니. 남들에게 보이기 전에 재빨리 손에 넣어 둘 생각이었다.
‘존 록펠러, 그리고 한국 헌터협회.’
두 집단이 연루되었으니.
토벌의 공로가 거진 현우의 것이라곤 해나.
그 얼마 안 되는 남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반드시 어떻게든 자기 쪽의 공로를 부풀리며 서로를 내려치기 하려 들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내가 손에 넣어야 하는 이득만 챙기면 된다.’
해신의 토벌이 끝난 지금.
이제 남은 것은 블랙 가문과 전쟁 선포뿐이다.
주진석 부회장에게 연락 한 통이면, 유럽 지부에서부터 블랙 가문과의 전쟁이 시작될 테지만···.
기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현우는 이미 손에 들어온 것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모두를 활용해서 블랙 가문을 치는 편이 유리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곧이다.”
긴 준비 끝에.
녀석들과 악연을 제대로 끊어버릴 시간이 이젠 정말로 머지않았다.
***
잠시 후···.
여전히 얼어 있는 수면 위로 탕그뇨스트가 천천히 착륙했다. 이어 비공정에서 내린 존 록펠러가 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 뒤로는 어딘지 모르게 흥분한 기색으로 현우를 향해 눈을 빛내고 있는 안젤라 록펠러의 모습도 보였다.
“역시, 라이트닝 펀치!”
그녀가 칭찬인 것 같은 말을 건네 왔으나.
현우는 달갑지 않은 별호에 살짝 인상을 쓰며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젤라는 그 정도 싸늘한 반응 따위로는 포기하지 않는 여성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
“라이트닝 드래곤 슬레이어 펀치!”
“농담은 그쯤 하시죠.”
현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농담 아닌데요.”
“···.”
“어차피 이번 사건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으니. 조만간 잠룡이라는 별호 말고. 더 멋진 별호가 생길 거 아니에요?”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라이트닝 드래곤 슬레이어 펀치’ 따위의 근본도 없는 해괴한 별호로 불리고 싶진 않았다.
“미리 익숙해지라는 의미죠. 아니면 정말 제가 지어준 이 별호를 공식적으로 사용해도 상관없고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라이트닝 드래곤 슬레이어 펀치! 조금 길긴 해도 나름 멋있지 않나요? 나는 이런 느낌이 딱 적당히 좋은 것 같은데.”
어깨를 으쓱하는 그녀.
그때였다.
“그런 것보단 용사가 훨씬 낫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현우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분명하게 알았으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차라리 모르고 싶었다.
“···성녀, 아그네스 그레고리오.”
안젤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록펠러 가문은 교황청과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늘 중립을 표방하던 교황청은 그들에게 있어 사실상 눈엣 가시나 다름없는 이들이었으니까.
“라이트닝 드래곤 슬레이어 펀치.”
“···용사.”
묘한 신경전.
어느새 두 사람은 당사자의 의견 따윈 안중도 없는 모양이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왠지 모를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몰려왔다.
현우가 그 자리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참는 사이. 헌터협회의 마도 전함도 빠르게 얼어붙은 바다에 정박했다.
윤영기 지부장.
그의 도착이 현우에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여동생과 성녀의 기묘한 기싸움에 말문이 막힌 존 록펠러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현우님!”
그래서 반가운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그에게. 현우는 역으로 한 달음에 달려갔다.
“이게 대체 얼마만입니까!”
“그렇게요.”
“하하, 그동안 주현우님 소식은 제가 꼬박꼬박 챙겨 듣고 있었습니다. 미공략 던전을 두 개나 더 클리어하셨다죠.”
“운이 좋았습니다.”
간단히 대답하고.
현우는 흘끗, 여전히 얼어붙은 바다 위에 추욱 늘어져 있는 해신의 시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던전이나 게이트 내부에서 토벌한 것이 아니기에. 녀석의 시체는 이렇게 이쪽에 그대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엄청난 보물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단 시체의 회수는 윤영기 지부장님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 예.”
“그리고, 보상 분배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 먼저 긴히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후···!”
고개를 끄덕이는 윤영기.
“역시, 예삿일이 아니었군요. 안 그래도 협회장님께는 미리 연락을 드려놓았습니다.”
아마 그 역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석연찮은 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까 부산으로 직접 오시겠다고 했으니. 도착하면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일처리가 시원하고 빠른 게.
이번 생의 한국 헌터협회는 현우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쓸 만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서민욱 한국 헌터협회장.
일전 독룡의 둥지 게이트에서 현우와 인연을 맺은 그가 부산에 도착한 후. 이번 사건을 깔끔히 매듭짓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현우는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블랙 가문.
그리고 전쟁까지.
“그럼, 이번 이변의 배후에 블랙 가문의 개입이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예.”
서민욱의 물음.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서민욱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다른 이에게도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블랙 가문이라니···.”
존 록펠러.
그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 일어난 이변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은 그였으나. 설마, 세계 7대 가문 중에 하나였던 블랙 가문이 그 배후에 있을 거란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전쟁까지.’
사안이 훨씬 커졌다.
존 록펠러는 가주를 대신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이번 일의 선택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 겁니다.”
존 록펠러는 신중히 말했다.
물론, 전쟁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확실한 물증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으레 그렇듯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던가.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도.
이긴 후에 명분을 만들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다른 가문들이야 그렇다 해도. 우리 록펠러는 아직까지 블랙 가문과 척을 질만한 사건이 없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다.
“그럼, 가문 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록펠러 가문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 자체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만약 천무그룹이 본격적으로 블랙 가문과 전쟁을 시작한다면 우리도 휩쓸릴 수밖에 없겠죠.”
현우가 회귀한 이후.
여러모로 훼방을 놓았기 때문에 미래의 기억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블랙 가문의 위세는 대단했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유럽 대부분의 인프라는 물론이고. 휘하에 수많은 길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과 붙어 당장 득을 볼 요소가 어디 있을까.
전쟁은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록펠러의 활동 무대는 애초에 북미가 중심이므로. 이번 전쟁에 끼어들어 볼 수 있는 이득 자체도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을 놓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특히, 남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미등록 헌터와 비인가 길드의 대형 연합체인 ‘카르텔’이 걱정이다.
만약 록펠러 가문이 유럽 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전력을 쏟게 된다면. 이는 곳, 그 녀석들에게 힘의 구도를 바꿀 최고의 기회를 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존 록펠러의 고민이 깊어가는 순간.
다시금 현우의 입이 열렸다.
“아까 말씀하셨던 증거라면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현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몇 번을 말해서 설득하려 하는 것보다. 한 번 부정하기 어려운 증거를 직접 보여주는 편이 쉬울 수밖에 없다.
“직접 보시죠.”
현우는 짧게 말하며 아공간 포켓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서 현우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이 자리의 모두를 경악케 하기 충분했다.
“그, 그건···!”
‘그거’라는 표현이 옳을까.
순간, 서민욱은 입을 꾹 다물어 말을 아꼈다.
현우의 손에 들려 나온 것···.
그건 다른 무엇도 아닌 블랙 가문의 버서커, 그 본인의 시체였으니 말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
역시, 이건 조금 과했나 싶긴 했지만. 이런 임팩트가 있어야 엄한 꿍꿍이를 떠올리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것도.”
선박형 아티팩트 플라잉 더치맨.
그 자체를 보여줄 수는 없기에. 페일 라이더의 몽환의 열쇠처럼. 우선 선박을 소환하는 아티팩트 ‘익사자의 룬’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절대 부정하지 못할 증거임과 동시에.
존 록펠러로 하여금 주현우라는 인물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내리게 해주는 계기였다.
‘역시, 잠룡이란 별호는 부족하군···.’
존 록펠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용사라는 호칭이나 그의 여동생이 주장한 라이트닝 어쩌구는 어림도 없다.
광룡(狂龍).
그의 뇌리를 스친, 주현우에게 딱 어울릴 것 같은 단 하나의 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