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결전(2)
처음으로 느낀 것은 격통.
다니엘 블랙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허공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그의 명치를 정확하게 타격한 현우의 주먹은 닿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쉬이익─!
대기가 연소하는 소리.
곧이어 다니엘 블랙의 명치와 현우의 주먹 사이에서 거친 폭발이 일어났다.
‘재천···!’
주양태 회장과 천무그룹.
그들 혈족의 특징적인 기술을 다니엘 블랙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그 위력과 전개 양상은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였다.
아마도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 일격에 전신이 조각나 사방에 흩뿌려졌을 만한. 아니, 사방에 흩뿌려질 조각조차도 하나 없이 사라졌을 터.
“카학!”
내장이 모조리 역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다니엘 블랙의 신체는, 그 파괴력을 어떻게든 견뎌냈고. 뒤로 튕겨나가 월드 타워의 살덩이 외벽을 파괴하며 매다 꽂혔을 뿐이었다.
‘···당했군.’
순간 아득해진 의식 속에서 다니엘 블랙은 생각했다.
고작 일격.
그러나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외상은 문제없다.
설령 팔다리가 잘려나간다 해도 사슬의 통제는 가능하고. 그것만으로도 다니엘 블랙은 전력을 낼 수 있었으니까.
월드 타워 외벽에 꽂혔던 몸이 천천히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지면으로 떨어졌다. 충격은 여전히 그를 손가락 하나도 꿈쩍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읏.”
몇 초는 지난 것 같은데.
일어설 수가 없다.
다니엘 블랙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시야의 대부분이 검은 물감이 흩뿌려진 것처럼 어두웠다.
‘어디 한 군데가 망가진 건가.’
다리나 다른 곳이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감각들이 모조리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원인은 명확했다.
폭주한 의념으로 빚어낸 일격.
‘단순히 신체에만 타격을 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념의 힘을 폭주시킨 덕분에 외부가 아닌 내부를 제대로 박살냈어.’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일단, 팔다리는 모두 붙어 있었지만 전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흐릿한 시야가 조금 돌아온다.
그의 눈앞에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주현우가 보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그의 눈에 한 가지 확실하게 파악되는 것이 있다면. 의념을 폭주시킨 주현우 또한, 그에 못지않게 엉망인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 팔.”
그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다니엘 블랙이 ‘재천’이라고 생각한.
통상적인 위력의 범주를 넘어선 일격을 가한 주현우의 팔은, 흡사 걸레짝을 보는 것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당장 재생할 수는 없는 모양이군.”
“내 걱정을 할 때가 아닐 텐데.”
맞는 말이었다.
다니엘 블랙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간신히 움직이지 않던 팔에 힘을 불어넣었다.
‘사슬이 우선이다.’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
찰나의 순간, 주현우가 사슬의 군체 너머로 던져넣은 ‘무언가’ 때문에 틈이 만들어졌고. 그 잠깐의 유예가 그에게는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한 번은 허용했으나.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움직임이 멎은 사슬을 향해.
그가 겨우 손을 내뻗고 통제력을 되찾으려 시도한 순간. 이질적인 감각이 그의 뇌리를 내달렸다.
[아하하···!]타인의 목소리.
사슬 속에서 기묘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이네 애송이.]킥킥, 머릿속에서 울리는 웃음.
다니엘 블랙의 눈살이 일순 찌푸려졌다.
기억에 있는 목소리다.
주현우로 인해 머리가 웅웅 울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블랙은 그 불쾌한 목소리의 주인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
[그래, 나야.]“이것 참, 예상 밖이로군.”
헛, 하고 다니엘 블랙은 웃었다.
이렇게 예상을 한참 빗나간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라고 해도 헛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차르륵─
통제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며 사방으로 퍼져 확장을 시도하는 사슬들.
[솔직히 엄청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겠네. 이게 바로 그 실패작이었던 월드 이터를 완성한 형태인가 봐?]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했으나.
네크로맨서는 지금, 다니엘 블랙이 몇 세계에 걸친 회귀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을 완벽하게 탈취하려 하고 있었다.
[후후, 저 거지같은 공간에 갇힌 이후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잠룡이 나한테 아주 큰 선물을 준 것 같네.]“···하.”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곧, 다니엘 블랙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서렸다.
“어이가 없군.”
그는 짧게 말하며 사슬이 휘감아오고 있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움찔, 사슬이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고작,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통제권을 전부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네크로맨서, 이것은 몇 회차나 되는 세계에 걸쳐 본디 나의 것이었다.”
빼앗길 리가 없다.
몇 번에 걸친 회귀 속에서, 이미 그의 사슬을 빼앗으려 시도한 녀석들은 경험해본 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지금 그의 손에 남아 있는 사슬의 군체가 보여주듯.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네크로맨서, 자네는 항상 남의 것을 탐내왔지. 그저 시체 따위로 만족했다면, 구차한 목숨을 이어갈 수는 있었을 텐데.”
[···!]경악의 기색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다.
“이번에야말로 주제를 알도록 하게나.”
[앗, 아아···!]의식이 사라져간다.
통제권을 잠시 빼앗았다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살아온 세월과 혼에 대한 조예의 깊이 자체가 다르다.
네크로맨서는 당혹감을 제대로 느낄 사이도 없이. 그렇게 사슬에 깃든 수많은 영혼 속으로 잠식되었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다니엘 블랙은 통제권을 되찾은 사슬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눈앞의 주현우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광룡···.”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입안에 감도는 비릿한 혈향을 느끼며 그의 별호를 불렀다.
아마, 이쪽 세계에서는 조금 다르게 불렸던 것도 같지만. 다니엘 블랙에겐 ‘광룡’이라는 별호 쪽이 훨씬 익숙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거네만. 자네는 설마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시작한 건가.”
“글쎄.”
답해줄 이유가 있을까.
녀석이 그걸 궁금해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현우에게 있어선 좋은 일이다. 녀석에게는 지금부터 일어날 모든 일에 경악을 느껴주길 바라고 있으니까.
“뭐, 상관없겠지.”
바닥을 쓰는 사슬의 소리.
다니엘 블랙은 보다 진심어린 살기를 담아 현우를 노려보았다. 아직도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눈앞에 존재하는 적을 쓰러뜨려야겠다는 목표만이 남아.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투지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었다.
“나는···.”
현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다니엘 블랙은 어지러운 의식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만큼은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널 넘어갈 거다.”
넘어간다.
다니엘 블랙의 입술이 비틀렸다.
“하···!”
폐부를 쥐어짜듯 내뱉은 웃음.
그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전신에 힘을 주었다. 이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전에 없던 강렬한 투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재미있는 선언일세.”
시종일관 오만했던 그였으나.
지금 만큼은 그 분위기가 180도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
“전부.”
히죽, 웃은 다니엘 블랙.
그는 보란 듯이 양팔을 펼쳐 보였다.
“나를 꺾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것도 아니고 넘어가겠다. 그러니까 지금의 자네에겐 내가 단순한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다니엘 블랙이 손을 들었다.
그는 소매로 슥슥, 아무렇게나 입가에 뭍은 피를 닦아냈다. 이렇게 피를 토해볼 정도로 수세에 몰려본 적은 얼마만일까.
‘두 번째···.’
아니,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남긴 일격을 허용해본 기억은, 아마도 최초의 회귀 이후로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피차, 싸움을 길게 끌 필요는 없겠군.”
“동감이다.”
폭주시킨 의념.
불꽃을 삼키면서 타오르는 신화는, 이미 화마(火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맹렬히 자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현우 역시, 직감하고 있었다.
이 불꽃이 꺼지는 경우의 수는 많아야 두 개 밖에 없으리란 사실을 말이다.
‘의념이 다하거나···.’
아니면, 그 전에 현우 자신이 죽던가.
어느 경우가 되었든 지금은 다니엘 블랙과 현우 자신. 둘 모두 분명한 외통수에 몰려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겨냥한 공격이 시작됐다.
현우가 지면을 박차고 빠르게 달려들었고.
다니엘 블랙은 한 걸음 정도의 거리를 사슬의 힘을 빌려 물러나며. 현우와 자신 사이의 공간을 전부 휘몰아치는 사슬의 군체로 가득 채워냈다.
순백의 불꽃이 연달아 폭발한다.
그리고 다니엘 블랙은 그 순간, 사슬의 통제가 전과 다르게 약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핸디캡, 이라고 하기엔 치명적이군.’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건 그의 방심이 만들어낸 결과였으니.
그에 반해 주현우는···.
의념을 폭주시킨 결과로 더 빨라지고 더 위협적인 공격을 구사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의 양상으로 가게 된다면, 더욱 서로의 승률을 점치기 어려우리라.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니엘 블랙은 긴 숨을 내뱉으며 자신이 보유한 사슬 중에서도 가장 정련된 것들을 회수했다.
사슬을 찢어발기는 화염 폭풍.
그 너머로 다가오는 주현우의 신형이 이젠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외신의 총애, 무한에 가까운 폭력과 불합리에 다니엘 블랙은 학을 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좋다.”
다른 방법은 없다.
사슬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뱀처럼 타고 올라 속박한다.
주현우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본디 접근전을 선호하지 않을 뿐, 이에 자신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수많은 세계를 반복하며.
체술 또한, 지겹도록 익혀왔으니.
서로 거리가 좁혀진다.
이제 전투는 반쯤 육탄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다니엘 블랙은 때론 사슬에 휘감긴 주먹을 내뻗고, 때로는 주위에 넓게 퍼트린 사슬을 촉수처럼 휘두르며 거리감이 무색한 전투를 펼쳤다.
시간이 가속한다.
순식간에 몇 합이 지나갔는지. 두 사람 모두 신경 쓸 틈도 없이 서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넣기 위해 움직였다.
사슬이 스친 자리가 터져나가고.
불꽃이 휘몰아칠 때마다 다니엘 블랙의 사슬이 불타 사라진다.
언뜻 소모전의 양상으로 보였으나.
매 순간이 지나갈수록 이들은 서로의 숨통을 죄이고 있었다.
휘두른 주먹이 불꽃과 부딪힌다.
서로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일격, 그러나 한 걸음 전진한 것은 다니엘 블랙이었다.
날아갈 듯이 뒤로 밀려나는 현우.
간신히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의 목전에는 다니엘 블랙이 도달해 수많은 사슬과 함께 주먹을 뻗어오고 있었다.
서로에게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치명적인 거리. 다니엘 블랙은 직감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확신했다.
‘이긴다.’
그런데.
아주 약간의 차이.
눈을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으나. 사슬의 움직임과 반응 속도가 그의 의념을 따르지 않았다.
‘···네크로맨서!’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나.
다니엘 블랙의 눈동자가 경악에 물들었다.
치명적이다.
아주 작은, 죽기 직전의 벌레가 반사적으로 꿈틀 거린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빌어먹을 년이, 마지막까지···!”
그리고···.
현우는 그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뒤로 가볍게 발을 뻗는다.
스치듯 다니엘 블랙의 품으로 파고든다. 사슬에 닿은 어깨의 피륙이 폭발하며 격통이 뇌를 뜨겁게 달군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딱, 대.”
개새끼야.
아마도 욕설이었을 뒷말은 입모양만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격렬하게 타오르는 순백의 신화로 휩싸인 현우의 주먹이 섬광을 흩뿌리며 전진했고. 가로막은 사슬을 전부 찢고 태워 증발시키며 다니엘 블랙에게 도달했다.
그리고···.
퍼억─!
둔중한 파열음과 함께 꿰뚫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처럼 주먹은 심장만을 관통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 다니엘 블랙의 눈앞이 순백의 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전율.
아이러니하게도 전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불태우는 신화의 화마 속에서. 그는 격통이 아닌,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
불꽃이 흩어지고.
주위를 덮은 사슬이 소멸한다.
“끄륵···.”
다니엘 블랙.
그는 자신의 입에서 주르륵 선혈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피의 빛깔이 짙은 검붉은 색인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현우의 일격에 내장이 제대로 곤죽이 된 모양이었다.
‘재생은···.’
불가하다.
물론, 영원히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어렵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당분간이라는 것은, 결국 영원이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하나.
패배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단어.
다니엘 블랙은 잠시 자신의 가슴에 크게 뚫린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어본 경험은 전무할진데. 그는 자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보며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이거, 그때와 비슷하군.’
몸이 바닥으로 무너진다.
더 이상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뺨에 다가오는 차가운 감각만이 아직 그의 의식이 현실과 닿아 있음을 실감케 했다.
“다니엘 블랙.”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주현우.
그러나 정말로 보고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이미 그의 시야는 마구 흔들리며 점멸하듯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끝이군.”
그래, 언젠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에게는 몇 번째의 세계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아마 주현우, 그에게는 최초의 세계였을 그곳에서 자신이 던졌던 비아냥.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하, 하하···.”
허탈한 웃음.
눈앞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것처럼 시야가 마구 흔들린다.
“그런가.”
결국, 패배해버린 것이다.
“이런 결말은··· 처음인데.”
정말 이걸로 끝인가.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스멀스멀 그의 가슴 속에 애써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두려움, 실망, 아쉬움, 또는 미련과 같은 감정들이 한데 섞여 끝없는 심연을 향해 고여 드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다음은 없겠군.’
이런 느낌이었나.
다니엘 블랙은 서서히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진다.
“···.”
다니엘 블랙이 죽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월드 타워 전체를 뒤덮고 있던 살덩이들도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지치네.”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질긴 악연을 끊어냈지만, 당장 이 자리에 누워 쉬고 싶은 기분. 하지만, 아쉽게도 한가하게 그러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직, 전부 끝난 게 아니다.’
그렇게 발을 돌리려는 순간.
현우는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은 감각에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다.
“···!”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
이건, 언젠가 한 번 경험해본.
현우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감각임에 틀림없었다.
“···아자토스.”
인지를 초월한 존재.
그가 이곳에 당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