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시베리아(3)
야쿠츠크에서 던전까지의 거리는 3일.
물리적인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3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던전이 발견된 곳이 완전한 오지였기 때문이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길로 가야 하니.
이동하는 동안 믿을 것은 오로지 튼튼한 체력과 두 다리뿐.
만약 공략팀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던전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그리고 이동하는 내내···.
소피아는 전혀 말이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벙어리였던 것처럼.
단순히 말을 아끼는 건지. 아니면 현우의 선택에 대해 침묵시위라도 벌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우는 그런 태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쯤에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슬슬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소피아의 입이 열렸다. 그녀의 말에 일행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부산하게 시작했다.
시베리아의 밤은 춥고.
아무리 날고 기는 헌터라고 해도. 맨몸으로 설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자, 그럼 이제···.”
대강 캠핑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시베리아 설원에서 대책 없이 모두가 퍼질러 휴식을 취할 수는 없는 노릇. 게이트 브레이크의 여파로 마족이 돌아다니는 환경인 만큼. 경계를 위한 인원은 필수였다.
“불침번은 2시간 간격으로 각 팀에서 한 명씩을 세우도록 하죠. 저희 쪽 인원이 비교적 적긴 하지만.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로마노프 가문 소속의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물었다. 서양인치고도 꽤나 큰 코가 인상적인 사내였다.
분명 피에르··· 라는 이름이었던가.
어차피 3일 뒤엔 안 볼 사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 지도 모르고. 딱히 이름을 전부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던전 공략을 끝낼 때까지. 서로의 등을 맡겨야 하는데. 서로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우리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피에르 아저씨 말씀이 맞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흰 괜찮습니다.”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로마노프 가문의 호의를 받아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취하는 편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 좋을 테니까.
하지만···.
‘안심할 수가 없어.’
적어도 소피아는 적이 아니다.
하지만 로마노프 가문 공략팀의 나머지 인원들까지 믿을 순 없다. 앞으로 3일이라는 시간을 적과 동침을 해야 하니.
가급적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다.
“마음만 감사하게 받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야영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만큼.
로마노프 가문과 현우의 공략팀 모두. 캠핑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다 못해 완벽할 수준이었단 점이었다.
“그럼, 이른 새벽에 다시 출발해야 하니.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천무그룹 분들께서도 최대한 편하게 휴식을 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몇 시간 후···.
불침번 차례가 된 현우는 나른한 기분으로 모닥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장작이 조금씩 타들어간다.
타닥, 불티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현우 혼자만이 아니었다.
소피아 역시 무릎에 턱을 괴고.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시 캠프 한가운데서 빛나는 모닥불. 그 열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에게선 꽤 오랜 시간 침묵만이 감돌았다.
“···일부러 맞춘 겁니까?”
먼저 입을 연 쪽은 현우였다.
소피아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모닥불의 불빛이 일순 흔들리며 그녀의 벽안에 반사되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침번 말입니다.”
“···예.”
소피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현우는 그녀를 보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적은 확실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군도 아니라는 건가.’
현우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이런 어중간한 관계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특히 목숨을 걸고 외지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현우는 애매한 회색보단 차라리 확실한 적을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성격이었다. 적어도 적이 시야 안에 들어와 있다면 감시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없을 텐데.”
“저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도 주현우 님을 신뢰해야 할지 고민 중인 겁니다. 그리고 제게 있어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최악의 경우라뇨?”
소피아가 조용히 현우를 바라봤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저희 가문이 준비한 함정에 대해 아셨으니. 이렇게 조용한 틈을 타서 저희 쪽 공략팀을···.”
“아하.”
반대로 이쪽에서 습격할 것을 걱정했다는 소리. 현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기도 했다.
‘아주 둔하진 않은 모양이네.’
현우의 뺨이 미세하게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분노한 건 아니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해결책으로 그런 방법을 떠올리기도 했으니까.
“···걱정이 과하시군요.”
빙긋 웃어 보인 현우.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물론 앞으로 이틀은 이렇게 보내야 할 테니.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뀔지야 모르는 일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찾아왔다.
이대로 그냥 시간을 쭉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기왕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으니. 현우는 계속 대화를 유도해보고 싶었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계속 대화를 나누다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 입에서 튀어나오기 마련 아닌가.
문득 현우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별이 밝네요.”
“이곳 극동엔 별빛을 가릴 만한 인공적인 불빛이 적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풍경이죠.”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피아.
그녀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현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솔직한 말로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그건 현우가 알 바가 아니었지만. 그걸 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슬쩍 떠보면 뭔가 술술 나올지도 모른다.
현우가 입술에 침을 바르던 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기척이 여럿,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정체는 굳이 보지 않아도 뻔했다.
“···마족이군요.”
“예.”
소피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허공을 향해 양손을 뻗었고. 주위의 대기가 순식간에 쩌적, 얼어붙으며 서리로 만들어진 두 자루의 창이 나타났다.
“따로 아티팩트를 사용하진 않으십니까?”
“무구보단 자신에게 의존하는 편입니다. 좋은 아티팩트를 사용한다면 쉽게 강해질 수 있겠지만. 그건 결국 빌려 온 힘에 불과할 뿐이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현우로선 그다지 이해가 잘 되는 사상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녀를 이해해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폭폭─
눈을 즈려밟는 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멀리서부터 기척을 감지했는데. 벌써 지척까지 다가온 모양이었다.
“주현우 님은 여기 계십시오. 저 녀석들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러시죠.”
듬성듬성 자란 나무 사이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얼핏 봤을 때에 그 수는 일곱 정도. 지면에 착 붙어 있던 것을 보아 동물 형태의 마족인 모양이었다.
어슴푸레하게 마족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우는 어렵지 않게 녀석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전생의 서울 방어전 당시에도 질리도록 봤던 마족이었다.
“···루나 울프.”
현우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소피아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
야생에서 활개치는 마족.
작금의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확히 정수리에 한 방씩 서리창을 맞아 깔끔하게 절명한 루나 울프의 시체. 현우는 그 정교한 솜씨에 내심 감탄하며 소피아에게 한 가지 물음을 던졌다.
“극동 지역에선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편입니까?”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
공략 기한을 넘긴 게이트가 단어 그대로 무너지며 내부의 마족을 뱉어내는 사태를 일컫는 용어다.
한국에서도 90년대 말 까지는 종종 일어나곤 했던 재난이었다. 매년 한두 번 정도 인구 밀집도가 낮은 시골이나 산간, 혹은 해양 지역에서 발생한 게이트는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트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헌터 사회의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2005년도 이후론 게이트 브레이크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서울 방어전이 시작되기 전까진 말이다.
“종종 일어나는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팍팍하겠군요.”
한숨을 쉬며 아공간 포켓에서 단검을 꺼내 든 현우. 그 모습에 소피아가 현우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고기를 좀 챙기려고요.”
“네?”
황당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는 소피아.
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루나 울프의 몸에 단검을 찔러넣어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루나 울프의 가죽도 좋은 소재지만, 천무그룹엔 이것보다 훨씬 좋은 게 많으니. 굳이 챙길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것은 고기뿐이다.
“그, 그걸 설마 드실 겁니까?”
“루나 울프는 몇 안 되는 식용 가능한 마족 중에 하나죠. 혹시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 녀석들 고기 맛이 기가 막힙니다.”
흡사 기인(奇人)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소피아는 입을 반쯤 벌리고 현우의 손놀림을 바라봤다. 얼마 걸리지 않아 능숙하게 해체가 완료되었다.
“조금 드셔 보시겠습니까?”
“저, 저는···.”
주저하는 소피아.
그녀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더니. 이내 도리질을 쳤다. 마족의 고기를 먹는 것은 아무래도 거부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그녀의 태도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180도 변화했다.
“···생각보다 잘 드시는군요.”
“보, 보기보다 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루나 울프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입가를 슥슥 문지른 소피아. 그녀는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쪽 빨았다.
“쉬익─.”
작은 고깃덩어리를 야금야금 맛보고 있는 덕춘이. 소피아의 시선이 녀석에게 은근슬쩍 옮겨갔다.
“···쉭!”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마리. 덕춘이는 그녀의 시선에 서린 욕심을 읽었는지. 기겁하며 고깃덩어리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모자라시면 조금 더 구워 드립니까?”
“아, 아닙니다···.”
붕붕 고개를 젓는 소피아.
그러나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은 어쩔 수 없었다. 현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아공간 포캣에 남은 루나 울프 고기를 꺼냈다.
새로 꺼낸 고기가 다 익어갈 무렵.
텐트에서 누군가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와, 고기네.”
눈을 가늘게 뜬 주건우였다.
잠이 아직 덜 깬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녀석의 시선은 확실하게. 현우의 손에 들려 있는 루나 울프의 고기를 향해 있었다.
“자고 있었는데. 내, 냄새가 좋아서···.”
주건우가 꼴깍 침을 삼켰다.
현우는 픽 웃으며 녀석에게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고기 한 덩이를 내밀었다. 반짝, 눈을 빛낸 주건우는 사양 따윈 하지 않고 고기를 받아들었다.
“앗 뜨, 뜨뜨!”
“맛있냐?”
“으응!”
야밤에 입에서 김을 뿜어가며 맛깔난 먹방을 선보이는 주건우. 녀석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소피아도 목울대를 한 번 움직이더니. 다시 슬며시 구워진 고기에 손을 뻗었다.
“근데 이거 갑자기 어디서 난 고기지? 여기 주변이 온통 눈밭이라 뭐가 있을까 했는데. 어디서 토끼 같은 거라도 잡아온 거야?”
“루나 울프.”
“···어?”
주건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녀석은 현우와 고기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농담이냐는 표정에 현우는 고개를 저어주었다.
녀석의 우물거리던 입이 멈췄다.
이윽고 고기를 응시하던 녀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곤 다시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렇지.”
잘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생에서도 주건우는 먹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소피아 님은···.”
주건우가 소매로 입을 슥슥 문질렀다.
그리고 입에 남은 고기를 꿀꺽 삼킨 녀석. 그가 가진 특유의 순수한 눈빛이 소피아를 향했다.
“로마노프 가문 전대 가주님과 무슨 관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혹시, 실례라면 굳이 대답하실 필요는 없고요.”
“···네?”
뜬금 없는 물음에 소피아가 반문했다.
“아니, 그게 처음 뵀을 때. 말씀해주셨던 이름 때문에요. 사실은 제가 개인적으로 전대 가주님의 팬이었거든요. 5년 전에 갑자기 은거를 선언하셨을 땐 깜짝 놀랐다니까요.”
“전대 가주라니?”
쑥쓰럽단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는 주건우.
뭔가 심상치 않은 정보가 튀어나올 것 같다는 예감. 현우는 옆에서 은근슬쩍 한 마디를 보탰다.
“20년 전, 18세의 나이로 창성(槍聖)으로 불리던 일본 이와카미 가문의 가주를 꺾고. 창성의 별호를 빼앗았던 그 유명한 북해창성(北海槍聖) 미하일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
“···.”
신나서 주절대는 주건우.
소피아의 얼굴에 일순 곤란한 기색이 스쳤다. 그 짧은 찰나에 일어난 변화를 현우는 놓치지 않았다.
“···제 아버지 되시는 분입니다.”
“역시!”
주건우가 반짝 눈을 빛냈다.
동시에 현우의 머릿속도 번쩍 뜨였다.
‘소피아 미하일로브나 로마노바.’
로마노프 가문 전대 가주의 이름은···.
미하일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
이제야 단서들이 쭉 이어졌다.
그녀가 가진 ‘미하일로브나’라는 미들네임은 부칭(父稱). 좀 더 풀어 말하자면 ‘로마노프 가문 미하일의 딸 소피아’ 정도로 해석되겠지.
그것이 가리키는 결론은 단순하다.
‘로마노프 가문 전대 가주의 딸.’
그게 바로 소피아라는 소리였다.
현우는 내심 깜짝 놀랐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그녀를 응시했다.
과연, 이거라면 그녀가 현재 로마노프 가문의 행보에 반기를 드는 이유 또한 설명할 수 있었다.
‘···건우 녀석이 고깃값을 제대로 했네.’
덕분에 방법이 보였다.
아직까지 회색인 소피아를 명백히 이쪽의 편으로 한 방에 끌어들일 방법.
현우는 오른손에 끼워진 쿠루스의 고리를 발동시켰다.
곧, 현우의 의지에 따라.
소리의 출입을 차단하는 침묵의 장막이 주변에 둘러졌다. 지금부터 하는 대화는 주위로 세어나가지 않을 것이다.
“소피아 님.”
현우는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소피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이 루나 울프 고기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이번 던전 공략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한 가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 말입니까?”
“예.”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현우는 슬며시 올라가려는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제안을 할 때엔 최대한 덤덤하게. 상대가 의심할 여지를 던져주고 싶진 않았다.
“가문을 되찾고 싶지 않습니까?”
소피아의 동공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