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AW novel - Chapter (1728)
회귀자 사용설명서 1728화
중원무림빙의(133)
‘시바 진짜 김현성이었어?’
“…….”
‘너가 진짜… 모련 살인마였냐고….’
믿기 힘들다.
진짜로 믿기 힘들다.
‘아니… 진짜로 지가 죽여 놓고… 시바 제단에… 올려놓은 거냐고.’
“…….”
“…….”
이거 미친 개 사이코패스 아니야?
정말로 현성이가 세뇌당한 장본인 아니야? 진짜 얘 무슨 정신최면 이런 거 걸린 거 아니냐고….
뭔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정말로 녀석이 모련을 죽였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아니,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미 김현성의 이전 발언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쪽을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분명히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라고 했다. 그 대가 중에 하나가 모련의 죽음이라 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면도 존재한다. 상단전을 열었을 때 느껴졌던 그 어마어마한 죄책감도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현성이 모련을 죽였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
“진… 진 군사님이 진짜로 봤어요?”
“…….”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진 군사님이 봤냐고요….”
“어처구니가 없군.”
“혹시 뭐 현성이한테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거 아니죠…? 아니, 억하심정이야 있겠죠. 군사님 현성이 싫어하잖아요. 완전 개무시하는데….”
“대답할 가치를 느낄 수가 없을 정도로 멍청한 발언이다.”
“…….”
“…….”
“그래, 엄밀히 말하면 김현성이 너를 죽인 것이 아니라, 네가 김현성에게 뛰어들었다고 봐야겠지.”
“제가 현성이한테 뛰어들 일이 뭐가 있어요?”
“그건….”
“아! 군사님 구하려고 그랬구나?”
“…….”
“아하….”
“…….”
“뭐, 그럴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었어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예상했던 범주 안에 있기는 하네…?’
아무리 이기영이 아니라 모련이라 한들, 김현성이 제정신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이쪽을 죽일 리 없을 테니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하기는 했었다.
이전에 생각했던 가설 중에 하나와 딱 맞아떨어지기도 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근데 왜 그렇게 시바 심각한 얼굴로 김현성. 요런 거예요? 난 또… 시바 현성이가 또 이 악물고 저 죽이려고 한 줄 알았잖아요.”
“그건 모를 일이다. 나는 김현성이 검을 거둘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뭐 제가 상황을 직접 지켜본 게 아니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현성이한테 트라우마가 좀 세게 있거든요. 아마 검을 거둘 수 없었던 상황일 거예요. 물론 절정에 이른 검사가 중간에 검을 거두지 못한다는 게 좀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군사님을 이 악물고 죽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앞뒤 안 보고 달려들었겠죠. 이거겠네요. 아마 무조건 여기서 군사님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지금 대륙 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쪽에서는 군사님이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기회만 보이면 어떻게든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당연히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지지 않겠어요?”
“그 멍청한 해파리는 정말로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로군. 조금만 생각해도 내가 원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원래 현성이는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섬세한 사람이에요. 정말로 현성이가 저를 죽인 게 맞으면 아마… 아마… 겉으로는 괜찮은 척해도 속이 말이 아닐걸요… 안 그래도 최근에야 막 마음을 다잡았는데… 또 이런 걸로 스트레스받으면 안 될 텐데… 그렇지 않아도 상단전이 연결됐을 때… 상태가 말이 아니던데….”
“…….”
“뭐 어찌 됐건 간에 저희한테 나쁜 상황은 아니네요. 아니면 나쁜 상황일 수도 있고요… 현성이가 조금 더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게 저희한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 그리고 혹시 말인데. 현성이가 다른 사람들은 안 죽였죠…? 예를 들면….”
“쓰로누스의 빙의체는 죽었다. 아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죽었겠지.”
“빙의체들은 괜찮아요.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건… 팽가희랑….”
“팽가희와 심양대협은 살아 있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살아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자너.
김현성은 이 12차원에서 이기영과 맺은 인연들이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라도 내가 슬퍼하거나 무너지는 상황을 보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꼬물이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부터가 이미 탈락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상처받지 않은 선을 잡아주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진청운은 어디에 있는 거예요? 심양진가 지금 난리 났던데….”
“진청운은 죽었다.”
“네?”
“다시, 높은 확률로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
“장담하건대 놈이 살아 있을 확률은 1할 이내다.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하더라고 반신불구로 살아가야 하겠지.”
‘아니… 왜 시바 둘째 남편만 죽였어?’
여기서는 뭔가 사고가 있었던 건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진 군사가 시야에 비쳐왔다.
“처음부터, 그러니까 현성이랑 전투가 일어났던 시점부터… 제가 죽기 전까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리할 생각이었다. 일단….”
“네.”
“일단 놈이 나타난 것은 차희라와의 전투가 끝난 직후였던 것 같군. 그러니까… 차희라가 죽고 난 이후에, 네가 한동안 주저앉아 일어서지 않았을 때였다. 팽가희와 심양대협, 진청영 그리고 쓰로누스의 빙의체는 네게 다가간 이후 네 상태를 살폈을 때….”
갑작스레 찌릿찌릿 거리는 살기를 느꼈을 것이다.
녀석이 썩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진 군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략적인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예상할 수도 있다.
아마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쓰로누스의 빙의체일 터, 아들누스가 아니라 외신누스였으니 확실하게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신법으로 이름을 날리는 곤륜에서, 속도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현성이었으니 앗 하는 사이에 모련이 있는 곳으로 당도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시작되는 전투, 갑작스러운 침입자가 지척에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외신누스와 첫째 남편 정도, 팽가희와 고라버니, 또 둘째 남편은 아마 김현성의 침입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쓰로누스가 갑작스럽게 전투 준비를 취하자 본능적으로 누군가 들이닥쳤다는 사실을 알고 기수식을 취했겠지.
여기서 이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김현성의 첫 번째 목표는 외신누스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초월자에 이른 강자이기도 했고, 1회차에도 수없이 많이 부딪쳤으니 녀석이 가장 까다롭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녀석을 훈련시켜야 하는 특성상 언제나 아들누스에게 모질게 굴었던 김현성이었지만… 그래도 녀석을 꽤나 아끼는 모먼트를 취해오지 않았던가.
하나 이를 악문 채로 검을 휘두르지 않았을까. 승부가 난 것은 최초의 3초식 이내,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만큼 검을 많이 휘두를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본다.
‘마무리는 발차기였네?’
확실히 검으로… 직접 찌르기에는 조금 신경이 쓰였나? 물론 그런 이유도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초와 허초를 섞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곧바로 김현성의 발에 맞은 쓰로누스가 거대한 바위에 처박히며 리타이어. 높은 확률로 즉사다. 쓰로누스의 빙의체의 육체는 완전히 준비가 된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전투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진청운은….
‘도주를 선택했구나? 이거 왜… 죽었는지 알겠네.’
그렇지 않아도 모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둘째 남편이었으니 쓰로누스가 죽은 시점에서 이미 전투를 지속할 여력이 없다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차희라와의 전투에서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난 이후다. 선택지는 다 같이 뒤지든지 아니면 모련을 살려 보내든지 둘 중에 하나.
갑작스러운 위기에 분비된 아드레날린에 의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진청운, 둘째 남편이 모련을 들고 뛰기 시작한 것은 믿을 수 없게도 김현성과 쓰로누스가 막 일합을 나누었을 시점.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무인의 몸이기는 하나, 초인적인 반응 속도라 함이 부족함이 없다.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기감지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 역시… 팽가희와 고라버니, 꼬마 신랑 역시 모련을 진청운에게 맡기는 것을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그 이후부터는 모련을 안고 달리는 진청운에게 다가가는 김현성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현성이도 많이 급했을 거야.’
누군가가 이기영을 납치하고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제정신이었겠는가.
이쪽 파티원들이 마치 빌런 집단들처럼 보였을 테니 김현성도 눈이 제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바로 합격진을 펼쳐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팽가희와 고라버니를 뿌리친 이후에 무조건 진청운에게 돌진했을테고….
아! 당연히 꼬마 신랑도 김현성을 저지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김현성에 비해 훨씬 느릴 터인데 어떻게 김현성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팽가희도, 고라버니도 모두 속도 타입의 검사가 아니다. 팽가희는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도법을 구사했고, 고라버니는 박덕구의 진화형에 불과하다.
얼마 멀어지지도 못한 둘째 남편에게 접근한 김현성은 곧바로….
‘아마 내 안전을 위해서겠지?’
곧바로 진청운의 허리를 벤다. 아마 김현성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검이 깊었을 것이다. 순식간에 내장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김현성.
하지만 내 신병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내게 손을 뻗었겠지. 당연하지만 모련은 놈의 손을 잡지 않는다.
“…….”
“…….”
오히려 등을 돌려 도망치고, 그 자리를 진 군사가 메운다. 순식간에 모든 일의 흑막과 마주하게 된 김현성, 곧바로 꼬마 군사를 향해 검을 날리고… 꼬마 신랑을 살리기 위한 모련이 필사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필 또 검이 배에 박혔나 보네.’
그 뒤로부터는 일어나는 일은 내가 상단전을 열었을 때 봤던 대로다. 모련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죽어가고, 진 군사는 엉엉 울며 사랑 고백하는 흐름.
시야에 비치지 않은 김현성이 뭘 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멘붕 했겠지.’
“…….”
‘멘탈이 남아날 리가 없지.’
“…….”
자신의 손을 한번 바라보고, 모련이 쓰러진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 또다시 피가 묻어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비명을 내질렀을 거라고 본다. 감히 다가가지도 못하고, 오열하고 있는 꼬마 군사를 잡으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냥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주저앉았을 거라고 본다.
비명을 내지른 이후에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