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Life After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과식이 이렇게
“일단 싸워보자.”
내 단순한 결론에, 시루떡의 등에 업혀서 따라오던 키리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작전을 짠다면서요!”
“먼저 상대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작전도 짤 거 아냐. 일단 간만 볼 거니까 걱정하지 마.”
차량과 기사님은 후방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괴물나무를 향해 돌격했다. 예상대로 벌레들은 전부 우리를 쫓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선두에서 벌레들을 베어내며, 나는 괴물나무를 올려봤다.
가까이서 다가갈수록 더 무시무시한 형상.
수천 가닥의 줄기가 얽히고 꼬여서 만들어낸 얼굴은,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괴물의 형상이었다.
“여기서 두 팀으로 흩어지자.”
우리는 괴물 나무로부터 3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좌우로 흩어졌다.
나, 시루떡, 키리는 괴물 나무의 왼쪽으로.
꼬맹이, 왕구호, 아브락사스는 괴물 나무의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어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꼬맹이 팀. 들려?”
[응! 들려!] [네! 팀장님!]“좋아.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무리할 필요는 없어.”
잠시 후, 우리는 괴물나무를 양 옆에서 동시에 공격했다.
시작은 꼬맹이가 쏘아올린 불꽃이었다.
화르르륵!
허공에 피어난 불꽃이 괴물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는 괴물나무의 얼굴을 노리고 핸드캐논을 발사했다.
-퍼어엉!
우선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한 공격이었기에, 나나 꼬맹이나 적당히 힘을 빼고 공격했다.
그런데 적의 대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스스스스슷.
괴물나무의 주변으로 붉은 안개가 모여들었다. 안개는 두껍게 뭉쳐지더니, 벽처럼 변해 우리의 공격을 막아냈다.
치이이익!
농밀하게 뭉친 안개가 불꽃을 꺼뜨리고, 핸드캐논에서 발사된 광선을 막아냈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키리를 돌아봤다.
“안개를 저렇게도 쓸 수 있는 거야?”
키리도 꽤 당황한 얼굴이었다.
“저 정도까지는···. 기생충 악마에게 감염되면서 시리의 능력도 강해진 것 같습니다.”
괴물나무가 기괴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으며 외쳤다.
[ЧжидIJÐŒŦıij ɥɣɳɮɬɞλ!!]“뭐래는 거야?”
키리가 노랗게 질린 얼굴로 통역했다.
“자신이 이 세계를 지배하는 왕이 될 거라고···.”
“중2병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내말을 듣기라도 한 듯, 괴물 나무가 가장 길고 큰 가지를 움직여 우리가 있던 곳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땅이 터져나가고 흙이 폭발했다. 우리가 옆으로 피하자, 줄기가 계속 따라붙으며 집요하게 우리를 노렸다.
[이거 진짜 짜증나!]그때 이어마이크에 들려오는 꼬맹이의 목소리와 함께, 반대편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르륵!
직접 안 보고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불꽃을 일으킨 꼬맹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야! 괜히 힘 빼지 마!”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꼬맹이가 일으킨 불꽃은 수십 미터 크기로 커져서 단단히 뭉친 안개 벽을 녹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뭉쳐있던 안개 벽이 녹아내리며 흩어졌다. 괴물 나무는 안개를 더 끌어 모아 벽을 더 두껍게 만들었고, 꼬맹이는 그걸 녹이려고 불꽃을 더 키웠다.
팽팽한 힘의 대결.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간만 볼 거라니까.”
어쨌든 꼬맹이 덕분에, 우리 쪽을 향한 공격은 꽤나 주춤해졌다.
나는 수백 미터 높이의 괴물 나무를 올려봤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시루떡에게 말했다.
“걔 업고 따라올 수 있겠냐?”
“예! 형님!”
“좋아. 가자.”
나는 선두에서 덤벼드는 벌레들을 처치하고, 날아오는 가지를 피하거나 베어버리며 전진했다.
스스스슷.
붉은 안개가 몰려와 우리를 집어삼키려고 들었지만, 그때마다 키리가 손을 뻗어 안개를 흩어버렸다.
동생만큼은 아니지만, 키리도 안개 제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개를 막는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최소한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꼬맹이 팀. 우리가 안으로 파고들 테니까 그쪽에서 시선 좀 더 끌어줘.”
대답 대신 반대편에서 불꽃이 더욱 커졌다.
화르르르륵!
동시에 왕구호가 포효하며 5미터 크기까지 커졌고, 아브락사스가 일으킨 것으로 짐작되는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타닷!
키리를 등에 업은 시루떡이 내 뒤에 붙어서 따라왔다.
시루떡은 오른팔 의수로 키리의 몸을 받치고, 왼손에 전투도끼를 들고 나를 따라왔다.
“흐아압!”
기합을 넣어가며 좌우에서 덤벼드는 벌레들에게 도끼를 휘두르는 시루떡. 그의 몸 위로 자잘한 상처가 무수히 새겨졌다.
괴물 나무는 키리를 살려서 데려갈 생각이었기에, 그걸 방해하는 시루떡의 몸에는 상처가 두배로 늘어났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찮아 브로콜리 동생! 이정도 쯤은 하나도 안 아프다!”
나는 괜찮은 척 쾌활하게 외치는 시루떡을 힐끗 바라봤다.
‘봐서 조만간 각성시켜줘야겠네.’
그리고 다시 정면에 집중했다.
괴물나무는 안개를 끌어 모아 벽을 만들고, 가지를 휘둘러 우리를 후려치려고 했다.
-퍼엉! 퍼어엉!
땅이 푹푹 패여 나가고 먼지가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두꺼운 안개는 시야를 거의 제한했다.
그 와중에 사방에서 달려드는 온갖 벌레들까지.
“귀찮네 진짜!”
철컥, 드르륵!
나는 핸드캐논의 포구를 넓게 조작하며, 왼손을 정면으로 뻗었다. 최대한 넓은 범위에 대고 포격했다.
-퍼어어어어엉!
정면의 벌레들이 일거에 소거됐다. 나는 파천신보를 사용해 그 안으로 달려갔고, 시루떡이 내 뒤를 따라왔다.
잠시 후, 우리는 나무 둥치에 도착했다.
망설일 것 없이, 나는 검강을 두른 샬리트를 힘껏 휘둘렀다.
-콰지지직!
나무 둥치가 움푹 파였다. 그 순간 괴물 나무가 진동하며 비명을 질렀다.
“최,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겠다고···.”
“그런 건 통역 안 해도 돼.”
나는 시루떡을 옆으로 밀었다.
-콰아앙!
나는 방금 전까지 시루떡과 키리가 서 있던 자리를 덮친 가지를 베어내고, 도끼질하듯 나무 검을 휘둘렀다.
콰직! 콰지직!
그러나 도끼질로 괴물나무를 쓰러뜨리기에는 그 둘레가 너무 컸고, 강도도 생각보다 단단했다.
게다가,
꿀럭꿀럭.
괴물나무 주변의 붉은 안개를 흡수해 손상된 부분을 수복하기 시작했다.
“미친. 이 자식한테는 안개가 만능 아이템이야?”
[아저씨! 이 나무 이상해! 불에 타도 다시 자라나!]저쪽도 상황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나는 괴물나무를 올려봤다.
콰드드드득!
수백 미터 높이에서, 놈의 얼굴이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위쪽에는 여기보다 훨씬 더 많은 줄기와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거대한 이 안개를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나와 같은 것을 바라본 키리가 말했다.
“우선 안개 공급 장치부터 봉인해야 합니다. 녀석이 더 이상 안개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해요.”
“동감이다.”
나는 키리의 말에 동의했다.
저 을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이 괴물 나무는 안개를 자양분 삼아 끊임없이 상처를 수복하고 다른 몬스터들을 조종할 것이다.
“결국 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소린데···.”
당장 올라가는 건 무리다. 나는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일단 후퇴. 재정비해서 다시 오자.”
*
“놈의 머리 위에 있는 안개 공급 장치부터 봉인해야 돼. 안 그러면 계속 재생할 거야.”
“저 높이에 있는 걸 무슨 수로?”
“방법을 찾아야지. 날아서 가면 어떨까?”
“도중에 안개 벽이 가로막을 거예요. 게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가 많아요.”
“그걸 다 뚫고 가야한단 말인데···. 게다가 저걸 봉인할 수 있는 건 키리 밖에 없잖아.”
“키리를 데려가는 건 위험하지 않아요?”
“안개는 내가 없앨꺼야!”
“그건 내가 도와줄게.”
여러 입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나는 그 말들을 종합하고 정리한 후에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
약 1시간 후.
우리는 작전을 세우고 두 번째 공격을 감행했다.
화르르르르륵!
지상에서 화염거인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쿵!
수십 미터를 넘어 거의 백 미터에 이르는 화염거인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포효했다.
“···근데 어째 모양이 익숙하다?”
긴 머리카락에 어딘가 어설픈 포즈를 짓는 화염 거인.
저것과 똑같이 생긴 꼬맹이가, 지금 내 옆에서 거인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크아악! 잡아먹어버리겠다!”
꼬맹이는 쿵쿵거리며 화염거인을 직접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꼬맹이 옆에는, 아브락사스가 화염거인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 너 스스로를 저 거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 한 번 더!”
“크아아악! 나는 거인이다! 엄청 큰 불꽃 거인이다!”
···좀 이상한데. 어쨌든 효과는 좋았다.
꼬맹이와 움직임이 연결된 화염거인이, 괴물나무에게 달려들어 냅다 앙증맞은-그러나 거대한-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괴물나무가 끌어 모은 안개 벽이 불꽃에 닿아 끓어올랐다. 꼬맹이 거인은 이번에는 힘껏 발을 차올랐다.
치이이이익!
이어지는 통렬한 박치기.
-퍼어어어엉!
저 무지막지한 화염거인을 막기 위해, 괴물 나무는 주변의 안개를 모조리 끌어 모아야 했다.
스스스스스!
덕분에 점점 주변이 맑아져서 이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일 정도였다.
“헥. 힘들어···.”
다만 꼬맹이 거인의 단점은 연비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거인은 공격해야 할 안개 벽에 기대서 헥헥 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했다. 안개 벽은 거의 희미해져 있었으니까.
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섰다.
“쉬고 있어.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등 뒤에서 꼬맹이가 한마디를 남기고 기절했다.
“집에 돌아가면, 뷔페 가는 거다···?”
털썩.
나는 시루떡에게 꼬맹이 옆에 남아서 지키라고 지시하고, 일행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순서대로 왕구호. 나. 아브락사스.
키리는 내 등에 업혀 있었다.
우리는 금세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괴물 나무로부터 약 300미터 떨어진 지점.
좀 먼 것 같아도, 발사지점으로는 최적이었다.
“왕구호!”
내 외침에, 앞서가던 왕구호가 내 쪽으로 돌아서며 온 몸을 석화시켰다.
드드드득!
순식간에 거대화한 왕구호. 그러나 평소와는 조금 다른 변신이었다.
두 팔이 뽀빠이처럼 비상식적으로 커진 것.
물론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척!
두 손바닥을 깍지 낀 왕구호가 손바닥을 아래로 향했다.
“팀장님!”
탓!
나는 그 손바닥을 밟으며 몸을 숙였다. 이내 왕구호가 괴성과 같은 기합을 넣었고,
“흐라아아압!”
우리는 로켓처럼 하늘로 쏘아졌다.
“으아아아악!”
내 등에 매달린 키리가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풍압이 얼굴을 때렸지만, 내게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쐐애애액!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괴물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괴물나무가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жидŦıij ɥɣɳ!]“······.”
“왜 해석 안 해?”
“요, 욕이라서···.”
나는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괴물나무가 남은 안개를 겨우 끌어 모아서 벽을 만들었지만,
스스스슷.
그 정도는 키리가 중화해 흩어릴 수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안개 벽을 통과했다.
[ЧжиŒŦıij ɥɣɳɮɬ!]이번에도 욕이라고 짐작되는 괴성과 함께, 수백가닥의 나뭇가지가 우리를 향해 쏟아졌다.
휘익! 휙휙휙!
나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가지들을 피해내고, 검을 휘둘러 잘라내고, 쳐내고, 밟고 뛰어올랐다.
나뭇가지의 공세를 뚫어낸 우리는 괴물 나무의 얼굴의 중간쯤에 거의 닿았다.
하지만 내 목적지는 저기가 아니었다.
나는 뒤따라 날아오고 있을 아브락사스에게 말했다.
“발판!”
이어마이크를 통해, 웃음기 가득한 아브락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다니면 심심할 틈이 없다니까. 언제 또 이런 모험을 해보겠어?]“시끄럽고 빨리 쏴.”
[네네.]등 뒤에서 파공성이 들려왔다. 아브락사스가 쏜 얼음화살이 괴물 나무의 얼굴에 박혔다.
[[ждIJŦı ɣɳɮɬ!!!]]나는 그 화살을 밟고 위로 뛰어올랐다.
화살은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아브락사스는 20미터 간격으로 화살을 쏘았다.
푹! 푹푹푹!
나는 화살을 밟으며 괴물 나무의 얼굴 위로 솟구쳤다.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나를 떨쳐내려 했지만, 얼굴에 가까이 붙자 오히려 가지를 함부로 휘두르지 못했다.
[그럼 난 이제 아래에서 구경할게.]나는 아래를 힐끗 내려 봤다. 아브락사스가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발판을 만들어주고 퇴장하는 것까지가 그녀의 역할.
나는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빨리 일행에 합류해. 네 몸 그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이야.”
[나 걱정해주는 거야? 역시 좋은 남자.]뭐래는 거야. 인형 부수지 말라니까.
나는 마지막 화살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이제 괴물나무의 이마가 보였다.
“시리-!!”
내 등에 업힌 키리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 순간, 괴물나무가 시리를 몸 안으로 숨겼다.
저럴 거라고 예상은 했다.
“키리. 동생은 좀 있다가 찾자.”
“···네.”
나는 괴물나무의 이마를 강하게 밟고 뛰어올랐다.
타닷!
잠시 후, 우리는 괴물나무의 머리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위에 떠 있는 까지는 거리가 약간 모자랄 것 같았다.
이럴 줄 알고 내가 이걸 아껴놨지.
“실드!”
수호자의 팔찌가 반짝이며, 내 발아래에 실드가 생성됐다. 나는 실드를 밟고 한번 더 도약했다.
키리의 손이 에 닿았다.
“봉인해!”
이것만 봉인하면, 괴물 나무는 더 이상 안개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다. 그럼 안개벽도 더 이상 못 만들고, 상처도 수복할 수 없게 된다. 본격적인 사냥은 그때부터다.
나는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곧 안개가 걷힐 거야. 내가 신호하면 일제히 공격···.”
키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보, 봉인이 안 됩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지금 장난해?”
“이, 이게 왜 안 되지?”
그 순간, 괴물 나무의 가지가 채찍처럼 우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휘리릭!
나는 허공에서 몸을 뒤틀어 공격을 피했다.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키리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녀석이 바꾼 겁니다. 저 제어장치에 접근하는 방식을···.”
“이제 와서 그걸 말이라고 하냐?”
“죄, 죄송합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다시 바꿀 순 없어?”
“할 순 있지만 적어도 몇 시간은···.”
“미치겠네.”
화낼 시간도 없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을 봉인해서 괴물나무가 안개를 흡수하는 걸 막는다는 계획은 실패다.
그리고 우리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거다.
촤악! 촤아아악!
날아오는 나뭇가지를 연달아 베어내며, 나는 언제 이렇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나 싶을 정도로 맹렬하게 생각했다.
‘당장 저 재앙의 눈을 끄는 건 불가능해. 안개를 흡수하는 건 이제 못 막아. 방식을 바꿔야 해. 막을 수 없다면···.’
“···아예 과식하면 어떻게 될까?”
“예?”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을 키리에게 설명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키리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건 제가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당장 해보자고.”
나는 괴물 나무의 이마에 샬리트를 박아 넣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찌이이익!
길게 찢어지는 이마. 하지만 괴물 나무의 크기를 생각하면 작은 생체기에 불과했다.
물론 나도 이걸로 놈을 해치울 생각은 없었다.
“지금이야! 던져!”
내가 만들어낸 상처로, 키리가 3개의 구슬을 집어던졌다.
휘익!
이곳까지 오면서 회수한
붉은 안개를 생성하는 장치들이, 괴물나무의 몸 속에서 다시 가동했다.
-콰콰콰콰콰콰콰!
괴물 나무의 몸 안에서, 막대한 양의 붉은 안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키리는 그걸 전부 녀석의 몸에 흡수시켰다.
[ЧIJÐŒŦıij ɥɣɳɮɬидIJÐŒŦı-!!!]괴물 나무가 이계의 언어로 비명을 질렀다.
일그러진 나무의 얼굴이 울룩불룩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내 두 배가 넘게 부푼 나무의 표면이 쩌저저적- 갈라지더니, 갈라진 곳에서 안개가 피처럼 뿜어져 나왔다.
-푸화아아아악!
-푸화아아아악!
나는 괴물 나무의 갈라진 상처 안으로 들어가며,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꼬맹이 보고 있냐? 과식이 이렇게 몸에 안 좋은 거야.”
아직 안 깨어났는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척하는 건지 대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