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Life After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외전) 임식당의 직원 복지
-오전 수업. 감각 강화 훈련.
“으허어억!”
생명의 위협을 느낀 소신한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농구공만 한 화염구가 그를 스쳐 가 뒤에 있는 벽에 충돌했다.
-퍼어엉!
폭발의 여파만으로도 끔찍한 열기가 몰아쳤다.
‘저런 걸 정통으로 맞았다간···.’
화염구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린 소신한이 빽 소리쳤다.
“릴리 너! 날 죽일 셈이야?!”
그곳에는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닭다리를 뜯고 있는 릴리가 있었다.
-화르르륵!
새로운 불꽃을 허공에 띄운 릴리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큰 눈을 깜빡였다.
“피하면 안 죽는데요?”
“못 피하면 죽는단 말이잖아!”
“그럼 피하면 되잖아요?”
“너, 너, 너 진짜!”
도무지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 소신한은 가슴을 퍽퍽 두드렸지만, 그래 봤자 본인만 아플 뿐이었다.
“에이. 농담이에요.”
릴리는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평화의 상징처럼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한 방에는 안 죽을 정도로 조절했으니까 괜찮아요. 음. 세 방이나 네 방이면 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포션도 많이 있으니깐.”
릴리는 치킨 박스 옆에 넉넉히 쌓여 있는 최상급 포션 병을 가리켰다.
그중 몇 개는 비어 있었는데, 전부 소신한에게 사용된 것들이었다.
···딱 저기 있는 포션 병만큼 죽다 살아났다는 뜻이다.
“그럼 다시 시작할게요!”
“릴리야! 잠깐만! 나 할 말이 있어!”
“할 말?”
소신한은 간신히 릴리의 공격을 멈춰 놓은 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뭐라고 하지?’
마침 오늘은 대인과 릴리스가 함께 볼일을 보러 나간 탓에, 오전 훈련은 릴리 혼자 담당하고 있었다.
쬐그만 녀석이 치킨을 냠냠 뜯으며 멀리서 불꽃만 날려대는 게 얼마나 얄미운지···.
‘어쨌든 그래도 사장님보다는 낫지만.’
“할 말이 뭔데요?”
할 말은 훈련 끝나고 하라며 다짜고짜 목검부터 휘두르는 사장님과 달리, 릴리는 최소한 기다려는 주었다.
“그러니까···.”
소신한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사장님이라면 꼼수를 부릴 일말의 여지도 없겠지만, 아직 어린 릴리라면 어떻게든 꼬드겨서 쉴 수 있지 않을까?
“···돈가스 먹으러 가지 않을래?”
“돈가스요?”
예상대로 먹을 것에 곧바로 반응했다.
릴리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한 것을 본 소신한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응. 내가 얼마 전에 근처에 맛있는 돈가스집을 알게 됐거든. 거기 돈가스가 진짜 맛있어.”
“그럼 훈련 끝나고 먹으러 가요!”
예상치 못한 반격에 소신한은 잠시 버벅거렸다.
“거, 거기가 점심까지밖에 장사를 안 한다지 뭐야. 그리고 내일부터 휴가를 간다고···.”
이런 궁색한 변명을 만들어낼 만큼, 소신한은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돈가스는 내가 사 줄 테니깐···.”
그러나 소신한은 몰랐다.
저 앞에 있는 소녀가 겉보기에는 순진무구한 것처럼 보여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온갖 악당들과 싸워온 베테랑 초인이라는 것을.
급조한 거짓말 정도는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와. 소아저씨 그렇게 안 봤는데···. 지금 훈련하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거죠?
릴리가 미간을 가늘게 좁히며 그를 째려봤다.
“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난 그냥···.”
예상과는 다른 릴리의 반응에 소신한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흥.”
코웃음을 친 릴리가 허공을 향해 반쯤 먹은 닭다리를 마법봉처럼 휘리릭! 휘둘렀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허공에 불꽃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을 가려버릴 정도로 만개했다.
“리, 리, 릴리야! 잠깐만···.”
소신한이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릴리를 바라봤다.
소녀는 뚱한 표정으로 거짓말쟁이를 째려봤다.
“아저씨가 소아저씨 훈련 중에 꾀부리면 훈련 강도 두 배로 올리랬는데.”
“이건 두 배보다 훨씬 많잖아!”
“문답무용! 먹을 거로 거짓말했으니 사형이야!”
릴리가 들고 있던 닭다리가 소신한을 향하자, 그와 동시에 하늘을 붉게 뒤덮은 화염구가 쏟아져 내렸다.
그것도 전부 다른 속도와 각도로.
“으아아아아악!”
소신한은 비명 같은 기합을 넣으며 정신없이 공격을 피했다.
-휘익! 휘익! 휘익!
모든 감각을 동원해 공격을 예상하고, 전신의 근육을 한계까지 쥐어짜 내서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으아아아아악!”
하루하루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훈련.
덕분에 최근 들어 소신한의 감각과 육체를 다루는 능력은 급격히 발달해, 이제는 눈 감고 귀를 막아도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까지 알아챌 정도였다.
물론 안다고 해서 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억, 헉···!”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차오르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발이 꼬이며 결국 공격을 하나둘 허용하고 말았다.
-퍼어엉! 퍼엉! 퍼버버벙!
약 10분 후, 소신한은 온몸의 털이 불에 그슬려 꾀죄죄해진 모습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은빛에 가까운 회색 털은 전부 검게 변했고, 온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지경이었다.
“죽여, 줘···.”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모습으로 누워 있는 소신한의 곁에, 어느새 릴리가 다가와 포션을 먹여줬다.
릴리가 작은 손으로 소신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까 거짓말한 건 괘씸하지만 그래도 이제 엄청 잘 피하게 됐는데요?”
“···정말?”
“응!”
릴리의 칭찬에 속도 없이 입꼬리가 씰룩이는 소신한이었다.
사실 스스로가 누구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최근의 훈련으로 육체 능력 자체가 급상승하거나 마력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몸을 제대로 쓰는 법을 좀 알 것 같아.’
소신한은 자신의 신체와 마력, 감각들을 점점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훈련은 정말 죽도록 힘들지만, 그만큼 만족감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10분만 쉬었다가 다시 할게요!”
“···아니. 역시 죽는 게 낫겠어···.”
소신한은 절망스럽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스읍··· 후우―”
그는 얼마 전 사장님이 알려준 내공 심법으로-무슨 심법이냐고 물어봤지만 대인은 별거 아니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운기하며 방금 전 훈련에서의 움직임을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
-오후 수업. 무공 훈련.
소신한은 놀란 토끼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왜, 왜 이분들이 여기에···.’
오늘은 자리를 비운 대인을 대신해, 특별히 무림 출신 교관들이 넷이나 초빙되었다.
“클클. 어디 얼마나 배웠나 보자꾸나.”
최근 연애사업이 잘 풀려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천마를 필두로, 천하삼절이 모두 임식당의 뒷마당에 집결했다.
“아이야. 기죽을 것 없다. 배운 것을 편하게 펼쳐 보거라.”
검성이 온화한 표정으로 소신한에게 무공을 펼쳐 보라 말했다. 그 역시 최근 장영신의 어머니와 핑크빛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짝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없는 사람도 있는 법.
“이놈! 똑바로 하지 못하겠느냐!”
“갈! 도대체 보법의 기본이 안 돼 있구나! 기본이!”
정파의 두 전설이, 개새의 마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벌한 기운을 줄줄 뿌려대며 소신한에게 호통쳤다.
그들은 여전히 솔로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왕과 신창이었다.
“에잇!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구나! 몸에 털은 왜 또 이렇게 많은 게야!”
“네? 그건 변신하면 어쩔 수 없이···.”
“어디 어른 말씀하시는 데 말대꾸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거늘! 하기야 그 스승에 그 제자지!”
아무래도 두 노인은 무공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클클. 이런 한심한 놈들 같으니. 니들이 짝을 못 찾은 걸 왜 여기다 화풀이란 말이냐.”
“쯧쯧. 너희들 때문에 내가 다 부끄럽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천무극이 낄낄대고, 검성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닥쳐라 이 가진 놈들아!”
“천인공노할 놈들! 너희가 그러고도 의형제더냐!”
“클클클.”
“쯧쯧.”
그때 간식을 먹으며 소신한의 무공 훈련을 구경하던 릴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왕, 신창 할아버지. 왜 여자 친구 없는지 알 것 같아요.”
“커헉···!”
“쿨럭!”
소녀는 천마와 검성도 해내지 못한 치명타를 성공시켰다.
어쨌거나, 일일 강사로 초빙된 네 노인은 대인을 대신해 성심성의껏 소신한을 가르쳤다.
그 말은 죽기 직전까지, 아니 최상급 포션을 한쪽에 가져다 놓고는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굴려댔다는 뜻이다.
그렇게 오후 수업도 끝난 후.
-털썩.
소신한은 또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하아···.”
젖 먹던 힘을 다해 쥐어짠 걸레가 된 기분이었다.
온몸과 정신이 탈탈 털렸다는 말이다.
“망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네···.”
그때 릴리가 다가와서 다음 수업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3교시는 특성 강화 훈련이에요. 호···구호 교수님이 와서 가르쳐줄 거예요.”
“응. 그래···.”
또르륵.
소신한의 눈꼬리를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
그렇게 몇 주간, 소신한은 WHA의 수업을 제외한-학교에서 안준과 자연스레 접촉하기 위한- 대부분의 시간을 임식당에서 먹고 자며 훈련을 소화했다.
따라가기 벅찼던 WHA의 수업이 이제는 준비 운동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스읍···. 후우―”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내공을 갈무리한 소신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몸은 전보다 눈에 띄게 커지진 않았지만 차돌처럼 단단해졌고,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생사를 오가는 싸움을 숱하게 치러본 베테랑에게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겼다.
“저 정도면 인간을 거의 개조한 거 아냐?”
분위기가 확 달라진 소신한을 본 릴리스가 황당한 표정으로 대인을 돌아봤다.
대인은 소신한에게 먹일 특제 마나영양식을 국자로 휘휘 저으며 말했다.
“개조는 무슨. 이제야 좀 쓸 만해진 수준이지.”
“그거야 아저씨 기준이고···.”
대인의 기준에서는 여전히 햇병아리나 다름없겠지만, 몇 주 전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하긴 하나하나가 평생의 기연이나 다름없는 지원을 매일 퍼부어댔으니···.’
질 높은 마나 영양식과 각 차원 최고의 강사진이 돌아가며 해주는 일대일 집중 과외.
남들은 평생에 하나도 겪기 힘든 기연들이 소신한에게는 일상이었다.
“하긴, 아저씨 제자라면 저 정도 혜택도 충분히 받을 법하지만.”
“제자 아니라니까 그러네. 음. 이 정도면 되겠다.”
이제는 거의 작용 반작용과 같은 대답에, 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설득력 떨어지는 거 알지? 신한 오빠가 지금 배우는 거, 파천신공이잖아.”
대인은 맞다 아니다 대답 대신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우리 식당의 직원 복지가 훌륭한 거로 하자.”
“···직원 몇 명만 더 뽑았다간 우주 정복도 하시겠어.”
그때 가부좌를 풀고 일어난 소신한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미리 기막을 펼쳐놨기 때문에, 소신한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듣지 못했다.
“사장님. 전에 가르쳐주신 무공 구결 중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래? 일단 이것부터 먹고 하자.”
대인은 테이블에 완성된 마나영양식을 차렸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무공에 대한 열띤 대화를 나눴다.
주로 소신한이 궁금한 것을 묻고 대인이 설명을 해주는 식이었다.
‘이래도 제자가 아니라고?’
릴리스는 가증스럽다는 눈으로 대인을 바라봤지만, 대인은 하나뿐인 직원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느라 그녀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며칠 후, 레드핑거 쪽에서 안준에게 새로운 신도들을 데려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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