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퀵샤카 오션월드 (1)
토리 세트릭.
미국 오리건주의 미들스쿨 학생인 그는 얼마 전 스마트폰을 바꿨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엔폰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주변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엔폰을 썼고, 엔폰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을 쓰는 애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스믹폰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블록밸리 때문.
이전에는 커뮤니티와 소셜 네티워크를 통해 친구를 만났다면, 이제는 블록밸리에 접속해 만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엔폰은 클라우드로만 접속할 수 있는 반면, 코스믹폰은 앱으로 게임을 설치하는 게 가능했다.
‘무슨 소송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원래 엔폰 아닌 다른 폰은 생각도 안 해봤지만, 블록밸리를 편하게 하려면 코스믹폰으로 바꾸는 수밖에.
토리는 자신을 닮은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 방과 후에도 블록밸리에서 학교 친구들을 만났고, 전세계 친구들을 사귀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모여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고민하듯, 친구끼리 모여서 어떤 게임을 할지 논의했다.
블록밸리 안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지만,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바로 ‘퀵샤카 오션월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게임을 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누가 점수를 많이 내나 겨루기도 하고, 같은 반 아이들끼리 모여 대회를 열기도 했다. 경쟁에서 이겨 메달을 따면, 이를 모아 새로운 상품을 얻을 수 있다.
토리는 미션 성공으로 얻은 퀵샤카의 서핑복을 입고 서핑보드를 든 채 여러 게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다른 게이머들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 옷 멋지네. 어디서 산 거야?”
“퀵샤카 오션월드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줘.”
“유명한 브랜드인가 보네.”
“응. 게임도 엄청 재밌어.”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느 날, 토리네 집에 삼촌 요셉이 놀러왔다.
가족들끼리 다 같이 바다로 놀라갔는데, 요셉이 그의 수영복을 보고 물었다.
“그 수영복 새로 산 거야?”
“네. 퀵샤카라고 엄청 유명한 서핑웨어 브랜드예요.”
“퀵샤카?”
“어! 삼촌 몰라요? 이 회사 엄청 유명한대.”
요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니케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그런 만큼 웬만한 스포츠 브랜드는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런데 퀵샤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거기가 유명하다고?”
“예. 애들 다 알아요. 모르는 애가 없어요. 다들 여기 수영복 사기 위해 난리예요.”
“그 수영복은 어디서 샀는데?”
토리는 삼촌에게 말했다.
“게임에서 샀어요.”
“응? 게임에서 샀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블록밸리 몰라요?”
“이름은 들어봤어.”
딱히 게임을 하지는 않지만, 블록밸리는 모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전드게임즈와 함께 엔플, 구블과 세기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니까.
요셉은 조카를 붙잡고 말했다.
“자세히 좀 말해봐.”
토리는 블록밸리가 어떤 게임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게임 안에서 옷을 직접 만들어 팔아서 돈 버는 친구도 있어요.”
“게임 안에서? 어떻게?”
“캐릭터들이 입을 옷을 디자인해서 파는 거죠.”
“아…….”
게임 안에서 햄버거를 팔거나 스마트폰을 판다고 해도, 그 맛과 향, 성능을 그대로 구현할 수 없다.
그러나 옷은 다르다.
의류는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 예쁜 옷을 입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모니터 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게임이 인기를 끈 덕분에 퀵샤카가 유명해진 건가?”
그러자 토리가 되물었다.
“거기 원래 유명한 브랜드 아니었어요?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
요셉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해양 스포츠 시장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이었다.
이 시장을 놓고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벌였고, 이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바로 호주의 훌릭.
그리고 작년에 니케는 이 회사를 무려 10억 달러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 이후에도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부어 키워왔는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가 치고 올라온 것이다.
‘고작 게임 하나 때문에 애들이 퀵샤카를 유명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고?’
* * *
블록시티즌.
이 사이트는 블록밸리 최대 커뮤니티로, 유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블록밸리 게임에 대한 각종 정보와 팁이 오갔고, 개발자들끼리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다.
블록밸리 게임을 제작해 성공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한 14세 소년은 100만 달러를 번 것을 인증하기도 했고, 취미로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대박을 터트려 정식으로 게임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퀵샤카 오션월드’의 인기는 이례적이었다.
다른 게임들을 전부 밀어내고 블록밸리의 대표 게임으로 인식됐다. 덕분에 블록밸리의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수마저 늘어날 정도였다.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들이 가득했다.
-다음 스테이지는 언제 추가되나?
-친구들끼리 이것만 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
-서핑 한번 배워보고 싶어지네.
-ㅋㅋ 서핑하려고 퀵샤카에서 서핑복을 사려는데 전부 품절.
-아오! 아베이에서 되팔이들이 정가의 10배로 파는 중~
-ㅅㅂ 이게 뭔 명품도 아니고.
-아! 그래도 사고 싶음ㅜㅜ 내 캐릭터랑 똑같은 옷 입고 싶음ㅜㅜ
원래 블록밸리의 인기 장르는 일상, 공포, 타이쿤, RPG, FPS, TPS 등이고, 리듬게임은 비주류 장르였다.
게임 개수도 얼마 없고, 탑50에 한두 개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리듬게임이 1위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퀵샤카 오션월드’가 성공하자 몇몇 개발자들은 급하게 비슷한 리듬게임들을 내놓았다.
이 게임을 개발한 곳은 한국의 한 게임사.
이쯤 되니 궁금해서라도 안 해볼 수 없다.
블록밸리 창업자인 찰스 그리핀, 켄 어틀리, 루퍼스 베일리는 한자리에 모여 게임을 직접 해보았다.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니, 파도를 타는 것 같았다.
몇 판 해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인기 있을 만하네.”
“이 게임 만든 사람이 한 대표님 지인이라고 했지?”
“응. 같이 사는 친구라던데.”
찰스는 혀를 내둘렀다.
“서핑 게임이라고 하기에 오비 장르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비(Obby), 또는 점프맵이나 파쿠르로 불리는 이 장르는 컨트롤로 장애물을 피해 달려 결승선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걸 파도의 흐름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리듬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예상했던 장르와는 달랐지만, 게임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직접 해보니 오히려 리듬게임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난이도는 절묘했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졌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아 게이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아니, 오히려 단순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실력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찰스가 말했다.
“이 사람 천재네.”
켄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한 대표님이 투자한 게 아니었나 본데.”
루퍼스 역시 한마디했다.
“세상에 이런 천재도 있구나.”
* * *
조카에게 얘기를 들은 요셉 세트릭은 바로 퀵샤카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20대 이상에서는 훌릭이 유명했지만, 10대에서는 퀵샤카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 그 이유는 오직 블록밸리의 게임 때문.
그는 직접 블록밸리의 캐릭터를 만들고 ‘퀵샤카 오션월드’로 들어가 보았다.
접속을 해보니 바로 게임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먼저 해변과 바다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해변에는 서핑샵과 카페 등이 늘어서 있었다.
게이머는 샵으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옷을 구매해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캐릭터 스킨뿐 아니라, 실제 옷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것. 아예 캐릭터가 입을 옷과 실물 옷을 1+1로 묶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요셉은 감탄했다.
“대단하네.”
패션 브랜드가 인기 게임과 콜라보 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니케 역시 피파와 MLB 등 스포츠 게임과 계약을 맺고 홍보했다.
‘그런데 직접 게임을 만들어 홍보하고 판매까지 한다고?’
대체 이런 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서퍼들이 모이는 카페도 있어서, 서핑에 대한 문화를 배우고 사람들과 대화를 즐길 수도 있었다.
굳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해변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만나고 노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어째서 10대들이 열광하는 지 알 것 같네.’
이 게임을 즐겨한다면 자연스레 퀵샤카 브랜드에 익숙해질 테고, 실제로도 입고 싶어질 것이다.
새로운 흐름이 오고 있음을 직감한 요셉은 회장과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 사실을 발표했다.
브루노 회장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급한 일이라니 대체 뭔지 궁금하군.”
요셉은 먼저 블록밸리에 대해 회장과 임원들에게 설명했다.
“현재 블록밸리 가입자는 1억 명이 넘고, 일일 접속하는 이용자는 2천만 명이 넘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10대입니다.”
10대는 당장의 구매력은 떨어지지만 미래의 고객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10대에 어필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거고.
이어서 ‘퀵샤카 오션월드’의 성공 사례를 얘기했다. 그러나 다들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캐릭터를 꾸미는 옷을 돈 주고 산다는 건가?”
“실제로 입지도 못하는 걸 판다고?”
“게임 속 운동화를 사는데 왜 돈을 쓰는 거지?”
요셉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학교를 제외하면 현재 10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밖에서는 한두 시간 돌아다니는데 게임 속에서 서너 시간을 돌아다니고, 밖에서는 한두 명을 만나는데 게임 속에서는 수십 명을 만난다면, 실제 옷과 캐릭터 옷 중 어느 걸 사는 게 더 합리적인 소비겠습니까?”
그제야 다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하긴.”
“우리 아들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긴 하지.”
“게임 안에서도 남들과 달라 보이려는 건가?”
요셉은 계속해서 말했다.
“과거에 저희는 TV, 잡지, 신문에서 광고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광고를 했고, 현재는 모바일과 SNS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게임 역시 주요 광고 플랫폼으로 부상하게 될 겁니다. 새로운 홍보 채널이 생긴 만큼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브루노 회장이 물었다.
“어떻게 말인가?”
“게임 쪽 마케팅을 강화해야 합니다. 나이트라이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블록밸리에 니케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띄웠다.
“니케 본사 건물을 모델로 빌딩, 운동장, 아레나를 만들고, 디지털 쇼룸에는 실제 니케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대여하거나 판매하고, 운동장과 아레나에서는 다양한 스포츠 게임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스포츠와 게임을 결합한 가상공간을 만들자는 것.
“학생들은 니케의 현재의 고객이자, 잠재적 고객입니다. 게임 속에서 니케 옷을 입고, 니케의 용품으로 스포츠 게임을 즐기면,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지고 실제 생활에서도 이고 싶어질 겁니다. 또한 게임 안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신제품 출시 전에 사전 테스트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는 데이터와 전망을 보여주며 임원들을 설득했다.
“흐음, 애들용 게임이라니.”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건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안타깝게도 반응은 별로였다. 다들 지금도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요셉이 한마디를 덧붙이자,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아미다스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뭐? 아미다스가?”
“그게 정말인가?”
다른 건 몰라도 경쟁사가 앞서 나가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브루노 회장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당장 진행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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