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90
590화. 촬영장 (2)
탁동식 감독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알렌 에버하트와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으음.”
차마 현피 뜨다가 알게 됐다고 말할 수가 없다.
사실 이는 의외로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
“그냥 투자하다 보니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서요.”
“으음, 그렇군요.”
탁동식 감독은 나를 컨티뉴 캐피탈 본사 공동대표가 아닌,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 투자팀장으로 알고 있는 만큼, 친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 못 하겠지.
세나는 슬쩍 말했다.
“연락 할거면 그거 한번 물어봐 줘.”
“뭐?”
“우주여행.”
“…….”
난 미국 시간을 대략 계산해 본 다음 전화를 걸었다.
알렌 에버하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쩐 일이야? 미국에 왔어?]“그건 아니구요.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뭔데? 아! 혹시 그것 때문이야?]“네?”
그는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쏘리. 안타깝지만 사이버트론 출시일이 또 연기됐어. 양산에 문제가 좀 있어서.]“그게…….”
“아니…….”
뭔 관심도 없는 사이버트론 얘기를 계속 하고 있어?
그나저나 그거 계약만 200만 대 아니야?
계약금까지 다 받아놓고 왜 맨날 연기하는 거야?
공매도 보고는 있지도 않을 주식을 판다고 뭐라고 하더니, 본인은 몇 년째 만들지도 않은 차를 절찬 판매 중이다.
“혹시 세븐 라운드 드라마 알아요?”
[그럼. 애인이랑 함께 봤어. 엄청 재미있던데.]몇 번째 애인이랑 봤는지는 안 물어보기로 했다. 궁금하지도 않고.
“지금 시즌2 촬영 중이거든요.”
[그래서?]“카메오로 출연해줄 수 있나 해서요.”
[흠. 카메오라. 한국 가서 촬영해야 해?]난 탁동식 감독에게 물었다.
“촬영은 한국에서 해야 하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촬영 가능합니다.”
난 그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러자 알렌은 흔쾌히 말했다.
[시간만 많이 안 뺏는 거면 오케이.]“진짜 괜찮아요?”
[그럼. 다른 드라마도 아니고 세븐 라운드잖아. 사이버트론 출시가 미뤄져 다들 실망할 텐데. 이거라도 해야지.]“…….”
사이버트론과 세븐 라운드 카메오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어쨌거나 거절할 것에 대비해 이런저런 당근책을 생각해놓았는데, 쉽게 승난해서 다행이다.
역시 관종은 다르구나.
글로벌 관종답게 벌써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음, 아무래도 비밀로 하는 게 좋겠죠.”
알렌은 쉽게 수긍했다.
[하긴. 그래야 모두가 깜짝 놀랄 테니까.]난 몇 마디 더 나눈 다음 통화를 끝냈다.
탁동식 감독이 재빨리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하겠다는데요.”
“엇! 정말입니까?”
“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요.”
대체 관종이란 뭘까?
기왕 얘기 나온 김에 말했다.
“할리우스 스타들도 카메오로 출연시키는 건 어때요?”
“할리우스 스타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리안 해럴슨이랑 코리 덩컨이요. 그쪽과도 친분이 좀 있어서요.”
탁동식 감독은 깜짝 놀랐다.
“엇! 정말입니까?”
“네. 다들 세븐 라운드 팬이라서요. 드라마도 다리안 헤럴슨 집에서 다 같이 모여서 봤거든요.”
그러자 그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헉! 그럼 혹시 다리안 헤럴슨과 코리 덩컨이 SNS에 추천 글을 올린 것도……?”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탁동식 감독은 감격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세븐 라운드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애써 주시다니! 덕분에 홍보에 엄청난 도움이 됐습니다.”
“…….”
뭐,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대박이었겠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발로 뛴 것은 사실.
돈만 투자하고 모른 척하는 다른 투자자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난 다리안 헤럴슨과 코리 덩컨, 벤 브라이언 등 아는 스타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난 지유에게 물었다.
“오늘은 스케줄 더 없다고 했지?”
“네.”
괜히 바쁜 애 시간 뺏으면 안 되니, 미리 물어보고 방문했다.
“그럼 같이 저녁 먹자.”
“네!”
안타깝지만 탁동식 감독인 이후에도 일이 있어서,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시즌2도 엄청 기대 중입니다.”
탁동식 감독은 자신 있게 말했다.
“시즌2는 1보다 두 배는 재미있을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네. 하루빨리 보고 싶네요.”
1회차 때 봤지만, 이번에 다시 보면 또 다르겠지.
써릴 스크린을 활용해 제작한 데다가 여자주인공이 지유로 바뀌었으니.
* * *
촬영장을 나온 우리는 같이 차에 올라탔다.
“매니저는?”
“아까 먼저 돌아가라고 얘기했어요.”
우리는 서울로 이동했다.
세나가 운전을 해주니 편하다.
난 뒷자리에 앉은 지유에게 물었다.
“저녁 뭐 먹고 싶어?”
“전 뭐든 좋아요.”
미국에 있는 동안 스테이크는 질리도록 먹은 관계로 회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일식집으로 향했다.
모든 테이블이 룸식으로 되어 있는 구조라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먹을 수 있다.
“차 엄청 좋네. 언제 바꾼 거야?”
지유의 물음에 세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얼마 전에요. 오빠가 사줬어요.”
지유는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겠다.”
난 피식 웃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
“그래도 오빠가 사주는 건 다르잖아요. 저도 오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남동생 있다고 했지?”
“네. 내년에 복학한다고 지금은 집에서 놀고 있어요.”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얼마 전에 제대했어요.”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면회는 못 갔겠네.”
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깜짝 놀래켜주려고 몰래 한번 갔었어요.”
“어, 진짜?”
그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지유가 군부대 면회라니!
“어떻게 됐는데?”
* * *
지윤형.
21살이 된 그는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당당하게 군에 입대했다.
병사들은 일과를 끝내고 나면 다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음악방송.
남자 아이돌이 나올 때는 다들 신경도 쓰지 않다가, 여자 아이돌이 나오면 일제히 TV 앞으로 몰려갔다.
“어! 지유다!”
“지유 이번에 노래 진짜 좋지 않습니까?”
“최고지. 목소리만 들어도 힐링 그 자체야.”
그런데 지윤형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맞선임인 오동민이 물었다.
“넌 안 봐?”
“네. 지유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러자 누워서 TV를 보던 김서홍 상병이 벌떡 일어났다.
“뭐!?”
그는 지유의 광팬이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지유의 노래를 들으며 힘을 냈다. 제대 후에 지유콘서트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최애가 별로라는 소리를 들으니 참을 수가 없다!
김서홍은 바로 신병을 불러 놓고 물었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지유 예뻐. 안 예뻐?”
지윤형은 솔직하게 말했다.
“제 타입은 아닙니다.”
이병 지윤형.
그는 키가 크고 글래머한 타입을 선호했다.
“너 지유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 안 사귈 거야?”
그러자 지윤형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절대 안 사귑니다.”
“대체 지유를 왜 싫어하는데!?”
“밖에서는 예쁜 척하며 집에서는 동생 괴롭힐 것처럼 생겼습니다.”
상병 김서홍.
그는 남이 부모님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에도 지유를 욕하는 건 참지 못했다.
“니가 월 알아!? 우리 지유 님은 그렇지 않아!”
“어엇! 김서홍 상병님!”
“진정하십시오!”
지윤형은 온갖 갈굼과 핍박에도 결코 가족관계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이, 지윤형. 면회다.”
“면회 말씀이십니가? 누구입니까?”
“누나가 왔다는데.”
“헉!”
지윤형은 바로 면회실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모자를 쓴 누나가 와 있었다.
그의 누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윤형아. 누나 왔어.”
지윤형은 놀라 소리치듯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
“왜? 누나가 동생 보러 오는 건데.”
“오면 온다고 말을 하든지.”
“말했으면 오지 말라고 했을 거잖아. 누나가 부대원들과 먹으라고 맛있는 거 많이 사왔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놓고 얼른 집에 가.”
누나를 밖으로 내보내려는데, 부대원들이 면회실로 우르르 몰려왔다.
참고로 여동생이나 누나가 면회를 오면, 부대원들이 다 같이 몰려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 창군 이래 내려온 유서 깊은 관행이다.
“충성! 분대장을 맡고 있는 김서홍 병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윤형이 누나입니다.”
“하하! 윤형이에게 누나가 있는지 전혀 몰랐네요.”
“저희 윤형이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분대장으로서 잘 보살피겠습니다.”
“치킨이랑 피자 사왔으니, 다 같이 드세요.”
치킨과 피자가 눈앞에 있었지만, 다들 먹는 둥 마는 둥했다.
그 이유는 눈앞에 있는 지윤형 일병의 누나 때문.
‘엄청 어려 보이는데.’
‘누나라기보다는 여동생 같은데.’
‘너무 예쁘다.’
‘그동안 이런 예쁜 누나를 숨기고 있었다니.’
다들 먹는 척하며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보기 바빴다.
“흑시 연예인 닮았다는 얘기 많이 듣지 않으십니까?”
누군가 말을 꺼내자 다들 앞다퉈서 말했다.
“가수 지유랑 되게 닮으셨습니다.”
“정말입니다. 지유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아주 똑같습니다.”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동민은 작은 목소리로 분대장에게 말했다.
“김서홍 병장님. 아무래도 진짜 지유 같습니다.”
“그, 그럴 리가…….”
김서홍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호, 혹시 지유 님 맞나요?”
지유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 * *
난 지유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떨게 됐어?”
“부대가 난리가 났어요. 대대장이랑 사단장까지 달려왔구요.”
지유가 면회 왔으면 부대가 뒤집어질 만도 하지.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부대 측에서 요청해서 연병장에서 MR 틀어놀고 노래도 몇 곡 불렀어요.”
“다들 좋아했겠네.”
“네. 엄청요.”
군인들이 얼마나 열광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런데 동생은 그때 일로 지금까지 삐져있어요.”
“왜?”
“그 이후에 선임이고 간부고 다들 면회 또 안 오냐거나, 전화 한번 해보라거나, 계속 닦달해서 엄청 귀찮았대요.”
“하긴.”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오빠도 군대 있을 때 나보고 면회 오지 맡라고 했던 거구나.”
“아니…….”
넌 그냥 오지 말라고 한 거였어.
우리는 식사를 하며 계속 얘기를 나눴다.
“촬영은 안 힘들어?”
“힘들긴 한데, 재미있어요.”
“탁동식 감독님한테 들으니, 연기가 많이 늘었다며?”
지유는 손을 내저었다.
“다른 연기자들에 비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감독님도 그럴고 다른 분들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잘 따라가고 있어요.”
글로벌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겸손한 모습이다.
“그나저나 저희 드라마에 알렌 에버하트가 카메오로 출연할 줄은 몰랐어요. 알게 되면 다들 깜짝 놀랄 것 같은데.”
이건 다른 배우들도 모르는 사실.
공개 전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알렌 에버하트에게 나 우주여행 가는 거 물어봤어?”
“으음.”
민간 우주 기업들이 여럿 생겨나며, 이제는 민간 우주여행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여기서도 가장 앞서 있는 곳이 스페이스Z.
다른 곳들은 잠깐 카르마 라인을 넘어 무중력 체험하고 돌아오는 수준이지만, 스페이스Z는 국제우주정거장까지 찍고 돌아오는 진짜 우주여행이다.
대충 알아보니 1인당 비용은 약 5천만 달러.
여기에는 건강검진, 우주비행 훈련, 국제우주정거장 체류비 등이 포함된다.
“진짜 가고 싶어?”
“응응.”
과연 내 여동생의 스케일은 어디까지일까?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편도로 가는 거면 보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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