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청소는 깨끗하게 (2)
“크핫핫핫!!! 남쪽 동무덜, 이게 동무덜의 실력이냐?! 고작 이딴 실력으로 감히 대조선국을 건드렸어? 간때기가 부어터졌구나!”
긴 머리를 올려 묶은 중년의 여자가 비웃음과 함께 손을 휘저었다.
파바바바바바밧!
수백 개의 얼음 화살이 정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 뒤를 따라, 화염탄과 화염구와 얼음창과 강철검이 하늘을 뒤덮었다.
“빙벽 세워!!!!”
“막아!!!!”
양구성 성벽 위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터졌다.
가까스로 빙벽이 형성되었으나 쏟아지는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아아! 콰앙! 콰가가가가!
굉음과 함께 얼음 조각이 산산히 부서졌다.
뒤이어 생성된 강철벽이 화염탄에 박살나고,
연이은 속성공격이 양구성벽을 강타했다.
“으아아아! 피해!”
“성주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한반도 최북단 양구성을 포위한 조선국 각성자는 천여 명.
그들의 앞에서 양구성을 방어하는 양구성방은 백여 명 남짓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그런데 뭣하러 시간을 끌어?’
조선국의 선발대 사령관 2보위대장 홍연실.
그에게 내려진 명령은, 전각련의 무력대가 구원하러 오도록 양구성을 포위한 채 공격할 것.
“사령관 동무. 이제 물러서시디요. 국왕 폐하의 명을 기억하시라우.”
부사령관 전영철의 충고를 귓등으로 들으며 홍연실이 코웃음을 쳤다.
“정 동무. 폐하께오서 내리신 명이 뭐디?”
“양구성에 전각련을 붙잡아두라 하셨디요.”
“그래. 그라믄 되지 않갔나?”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은, 전각련 주요 전력의 발을 붙잡는 미끼.
하지만 홍연실은 그 역할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야 말갔어.’
2보위대장이 된지 10년.
홍연실의 무위는 1보위대장보다 높았다. 조선국에서 그보다 강한 사람은 경호대장과 조선국왕밖에 없다.
그런데, 2보위대장이라니?
이번 전쟁은 공훈을 세울 더없는 기회였다.
만약 폐하께서 그토록 증오하는 천룡검신의 목이라도 가져가면…….
‘뭣하러 얌전히 기다리나? 양구성을 함락시키고 주변을 공략허는 것이 상책이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 홍연실이 재차 공격을 지시했다.
양구성벽을 향해 다시 속성 공격이 쏟아졌다.
하늘을 뒤덮은 화염탄이 성문을 파괴하고, 성벽을 무너뜨렸다.
성벽 위에서 저항하던 양구성방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입성헌다.”
“사령관 동무! 벌써 입성허면 작전이 어그러질 수 있습네다! 폐하의 명대로 일단 양구성을 포위허고…….”
“전영철 동무. 명령 불복종이 어떤 처벌을 받는디 확인허고 싶은가?”
정영철은 설득이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공에 눈이 멀어서는……!’
하지만 그는 부사령관일 뿐, 양구성 공격대를 이끄는 사령관은 홍연실이었다.
곧, 조선국 군대가 무너진 성문을 통해 양구성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쯧, 구멍난 배에서 도망치는 쥐새끼처럼 빠르구만.”
“……성민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한 저항이었군요.”
양구성에는 개미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벗겨진 신발, 널브러진 플라스틱 그릇들이 다급한 대피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들이 북문에 포진하고 세를 과시하는 동안 다른 쪽 성문으로 모두 빠져나간 모양.
“내래 뭐랬디? 성에 입성허디 않았으면 빈 성인 줄도 모르고 내내 성을 포위한 채 헛짓거리를 허며 시간낭비만 했갔군.”
대꾸하지 못하는 전영철을 향해 홍연실이 쯧, 쯧, 혀를 찼다.
“빈 성 구허러 천룡검신이 잘도 달려오갔다. 어디 작전대로 진행되는 전쟁터가 있간디? 내래 전 동무가 아직도 13보위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알갔군.”
하고 싶은 말을 한바탕 쏟아낸 홍연실은 양구성민의 행방을 가늠했다.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들을 데리고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양구성 인근에는 상급 괴물의 서식지가 많았다. 그렇다면.
‘괴물을 피해 양구성방이 향할 목적지는……?’
홍연실이 지도를 펼쳤다.
31번 국도.
성을 수색하던 이들이 홍연실이 바라던 소식을 가져왔다.
“동문으로 탈출했습네다. 동문에 발자국이 무수합네다.”
그럼 그렇지.
일반인을 보호하며 가는 행렬이다. 빠르게 달려가면 중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 터.
“인제성으로 출발헌다.”
조선국 군대가 빠르게 양구성내를 가로질렀다.
전영철은 선두에 서서 동문을 향했다.
낮은 건물의 지붕 위로 동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전영철의 귀에 날카로운 파공성이 파고들었다.
파바바바바바아아아아—-.
분명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
‘이건……?!’
당혹을 삼키며, 전영철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각 이전에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가을 하늘을 가르며, 무수한 빛무리가 폭죽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빛이 시작되는 지점, 하늘 한중간에 사람의 형태가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저 빛무리.
원산성에서 저것을 목격한 뒤 몇 번이나 악몽을 꿨다.
꿈에서도 잊을 수 없었던 빛무리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천룡검신?! 하디만 벌써 양구성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희게 빛나는 빛줄기가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공격이다! 방어허라!”
홍연실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그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었다.
강철벽과 빙벽, 화염벽이 겹겹의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파바빠바빠바빠바빠바바밧!
몇 가닥의 빛줄기는 겹겹의 방어막에 가로막혀 소멸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빛줄기들이 급조된 방어막을 관통했다.
“으아아악!”
“꺄붕!”
어깨와 팔, 허벅지와 무릎에 관통상을 입은 이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양구성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던 사람이 허공을 밟으며 하강했다.
동쪽 성벽 위에 가뿐히 내려선 그가 싱긋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전 동무. 저자가 천룡검신인가?”
“그렇습네다.”
“확실히 저 얼굴은 소문대로군.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얼굴로 명성을 떨쳤갔어. 남조선 아아답게 매끈한 것이…….”
“사령관 동무. 정신 차리시라우.”
“…내래 잠시 정신 줄을 놓았군. 미안허네.”
천룡검신의 무위는 조선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원산성의 전투에 대해 전해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장이 섞여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지만.
전영철은 천룡검신에 대한 소문이 오히려 축소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설마?’
천룡검신과 관련되면 일이 제대로 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원산성부터 평양성까지.
이번 전쟁이야말로, 그 천룡검신이라 해도 꼼짝없이 당할 것이라 여겼으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천룡검신의 발을 묶는 것이 이 선발대의 목적.
하지만 천룡검신과의 조우는 한참 뒤에 일어났어야 했다.
그리고 천룡검신만이 아니라, 전각련의 주력이 이곳에 모두 모여 있었어야만 했다.
‘그래야 파주성 공격대가 성공을 거둘 것인데!’
성민들을 볼모로 삼아 모여든 전각련의 주력을 이곳에 붙들어 놓은 사이 파주성 공략이 시작되고,
염화검제가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파주성을 구하러 떠나고,
전각련이 공중분해된 사이 계룡성을 폐허로 만들고, 퇴각하는 작전.
홍연실의 말대로, 작전대로 진행된다면 전쟁터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그러디는 작전이 무슨 소용이냐!’
전영철이 불안에 휩싸인 사이.
홍연실은 당황을 누르며 상황을 살폈다.
천룡검신 서림.
계룡에 있어야 할 천룡검신이 어떻게 양구성에 벌써 도착했는지는 그로서도 의문이었다.
‘설마 조선국에 배신자가 있나‧?’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천룡검신의 뒤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숫자는 고작해야 몇 십 명.
그 중 대부분은 조금 전까지 대치하고 있던 양구성방이다. 그들의 마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
그리고 나머지도…….
‘저기 붉은 머리가 계룡좌룡이겠고, 저기 짧은 머리가 계룡우룡. 까무잡잡한 멀대가 계룡은룡……. 은영단만 데리고 왔나? 길드장들은?’
홍연희가 탐색술사에게 가만히 물었다.
“더 숨어 있는 놈들이 있나?”
“없습네다.”
길드장들은 이곳에 없다.
천룡검신의 일행은 은영단이 전부. 보나마나 소식을 듣자마자 다급히 달려왔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잘 되었어. 아니디. 아주 잘 되었디.’
천룡검신이 아무리 고수일지라도 천 명을 상대로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울 터.
시간을 끌어? 발목을 잡아?
홍연실이 비릿하게 웃었다.
천룡검신의 목을 가져간다면 1보위대장은 따 놓은 당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경호대장 자리까지 주어질지도 모른다.
기대로 들뜬 마음을 다스리며 홍연실이 목소리를 높였다.
“고작 그 숫자로 대조선국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성벽에 서 있던 서림이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 열 명이서 대조선의 군대를 막겠다?”
“뭐, 그럴 생각인데.”
“새파란 애송이가 제 무위만 믿고 까부는구나. 전쟁이 무엇인지 내 오늘 네놈에게 가르쳐…….”
“그 말 지껄인 놈들이 다 나한테 박살났는데.”
홍연실의 말을 끊으며, 서림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홍연실은 울컥 솟은 분노를 차분히 가라앉혔다.
‘허세를 부리는 거냐? 정말로 모르는 거냐?’
한 명으로 백 명을 상대할 수는 있지만 열 명으로 천 명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
10년 만에 온 기회에 홍연실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
‘저놈이 홍연실이라고.’
조선국 2보위대장.
무위로는 조선국 세 번째.
조선국의 수준을 가늠하기에 좋은 상대다.
‘기어이 전쟁을 일으키다니.’
경고는 충분히 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으나, 일단 터진 이상 확실하게 밟아야 뒤탈이 없다.
“……첩자를 심었군. 보위대? 순찰단?”
“후자에 더 가깝지, 아마?”
홍연실의 물음에 나는 대충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놈의 눈썹이 실룩였다.
내 말의 진위를 고민하는 얼굴.
그래 봐야 소용없는 짓이다.
“야. 그렇게 고민해봐야 소용없어.”
“…….”
나는 입술 끝을 비스듬히 올리며 기운을 일으켰다.
기맥을 타고 오른 진기가 의혼검의 검날을 빠듯하게 채웠다.
“넌 어차피 여기서 죽을 거니까.”
타앗.
내 발이 거세게 성벽을 걷어찼다.
순식간에 땅이 가까워지고,
“저자를 공격허라!”
홍연실이 외쳤다. 동시에, 속성 공격이 짓쳐들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속성 공격이 날아들었다.
화염탄. 화염구. 얼음화살. 얼음송곳. 얼음창. 강철검. 강철창…….
뭐, 기세는 그럴싸하다만.
내가 여기 혼자 오지 않았거든.
“끼어들면 죽인다아아아아!!!!!”
김강산의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내 왼쪽에 푸른 화염벽이 형성되었다.
김강산이 생성한 것.
“림아!!! 앞만 보거라!!!!”
내 오른쪽에 진강벽이 형성되었다.
이건, 최지수의 솜씨.
하하민이 날린 빙창이 날아오던 얼음화살을 박살냈다.
비산하는 얼음 조각 위로, 이바름의 백염구가 쇄도했다.
이제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은 정면에서 오는 것들뿐.
힘껏 젖힌 어깨를 휘두르자,
파스슥!
의혼검의 검끝에서 흰 빛줄기가 발출되었다.
삼반공의 3절, 결(結).
폭포처럼 흘러나간 진기가 눈앞을 하얗게 불태웠다.
결(結)과 부딪힌 화염탄이 폭발하고, 얼음창이 박살나고, 강철창이 바스러졌다.
속성 공격과 부딪힐 때마다 강기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속성 공격을 무위로 돌리며, 결(結)이 홍연실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콰가가가가!!!!
놈의 검과 격돌했다.
‘결을 쳐내다니. 제법이네.’
하지만 결(結)은 시작일 뿐.
내가 기공에도 일가견이 있으나 내 전문 영역은 근접전.
그리고 지금은 내 영역이다.
타앗.
바닥을 걷어차며 놈을 향해 쇄도했다.
“건방진 애송이가!”
푸른 불꽃을 휘감은 검이 내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카강!
내 머리 위에서 검과 검이 격돌하는 순간.
검에서 분리된 화염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며 나를 덮쳤다.
활염(活炎).
‘고작 이 정도냐?’
세 손가락에 꼽히는 놈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조선국도 별것 아니다.
마력의 크기나 운용 능력이 김강산과 비슷한 수준.
즉, 내 상대는 전혀 되지 않는다.
퍼엉! 펑!
응축한 호신강기를 터뜨려 활염을 흩으며 깊숙이 오른발을 내디뎠다.
크게 휘두른 의혼검을 회피하기 위해 놈이 재빨리 한 걸음 후퇴했다.
그대로 따라붙으며 후려친 연환퇴가 놈의 무릎에 격중했다.
균형을 잃은 놈이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내가 노린 대로의 움직임.
“일단 한 방 먹어라.”
사실 한 방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