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30
방출되고 재능폭발 130화
플로리다에 오고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우는 매일같이 같은 루틴을 지키면서 훈련에 열중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루틴이 깨졌다.
그는 훈련할 시간에 캠프가 아닌 병원에 있었다.
“후우…….”
긴장한 티가 역력한 그의 표정에 아버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괜찮을 거다.”
“그…… 그렇겠죠?”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장인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정연이는 아주 건강하게 태어날 거야.”
두 사람의 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초조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그는 초조함을 떨쳐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때 분만실의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미스터 한, 이제 슬슬 태어날 거 같아요. 들어와서 기다리셔도 돼요.”
“아, 예.”
간호사의 말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힘내렴!”
“파이팅!”
“사위 힘내!”
부모님들의 응원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간호사와 의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우는 초췌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소연의 옆에 다가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힘들지?”
“응…… 솔직히 많이 힘드…… 으윽!”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고 신음을 토해내는 그녀의 모습에 정우가 의사를 바라봤다.
“괘…… 괜찮은 건가요?”
“예. 아주 순조롭습니다. 진통이 빨라지고 자궁이 열려서 이제 곧 나올 겁니다. 탯줄을 자를 준비하세요.”
탯줄을 아빠가 자르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정우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위생복을 입었다.
뒤이어 간호사가 가위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탯줄은 미리 자를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요. 그러니 그 부분에 가위를 가져가서 이렇게 자르시면 돼요.”
“아, 예.”
실수가 있을 수도 있기에 간호사는 두 번을 더 설명해 주었다.
사실 탯줄을 자르는 건 그저 가위질에 불과했지만, 워낙 긴장되는 일이기에 실수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렇기에 간호사는 충분히 설명하면서 정우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정우가 다시 소연의 옆에 가서 손을 잡아주려는 찰나.
“아악!!”
“소…… 소연아!!”
“조금 더 힘을 주세요! 호흡을 잊지 마시고요! 아버님도 옆에서 도와주세요!”
“아…… 훅훅! 후우…… 소연아, 나 따라서 호흡해!”
“훅훅! 후우…….”
정우는 미리 배웠던 라마스 호흡을 해주면서 소연이를 리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소연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었다.
정우는 그런 소연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소연의 강한 잡는 힘에 그녀의 고통이 느껴지는 거 같았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그럴 수만 있다면 대신 아프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초조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 한 번에 가겠습니다. 최대한 힘줘서 밀어내야 합니다.”
“네…….”
의사의 신호에 맞추어 소연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짰다.
“아아악!!”
비명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힘을 준 끝에.
“으아아앙! 으애애앵!!”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간호사가 정우에게 말했다.
“탯줄 자르셔야죠.”
“아, 예.”
소연이도 그걸 들었는지, 꽉 잡고 있던 정우의 손을 놓아주었다.
정우는 떨리는 눈동자로 아직 소연이와 연결되어 있는 정연이를 바라봤다.
“아가…….”
아직은 쭈글쭈글한 정연이였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자 정우는 왈칵 눈물을 쏟아낼 뻔했다.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우는 월드시리즈 13회 말에 올랐을 때보다 더 떨리는 손으로 겨우 손을 뻗어 탯줄에 채워져 있는 집게에 대었다.
“조금 더 위에요.”
“아, 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으로 탯줄을 자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정우에게 건네주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안는 법에 대해 공부했지만, 정우의 머릿속은 백지였다.
그래도 간호사가 도와주어 안전하게 아이를 안을 수 있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정우는 다시 눈물이 흐를 거 같았다.
“오빠…….”
그때 소연이 힘없는 목소리로 정우를 불렀다.
“나도 보여줘…….”
“어? 어어.”
정우는 조심히 움직여 정연이를 소연이의 품에 안겨주었다.
정연이의 얼굴을 본 소연이는 그 어느 때보다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어 정연이의 얼굴을 만졌다.
“우리 아가, 내가 엄마야.”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 * *
정연이의 탄생과 함께 정우는 수많은 축하 전화를 받았다.
[으하하! 축하한다! 내가 미국에 넘어가면 곧장 찾아갈게!]김중호.
[오오!! 축하드립니다! 제가 곧 미국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김대진.
[하하! 한, 정말 축하해야 할 일이군요! 이제 책임져야 할 식구가 늘었으니, 저도 열심히 해서 한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맥클레인 등.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정우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오오! 이거 아주 한의 눈을 똑 닮았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턱선이 갸름한 것도 봐요.”
“와…… 진짜 귀여워요!”
마크의 가족들은 직접 병원까지 찾아와 정연이를 보고 갔다.
마크는 병원을 떠나기 전, 정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남겼다.
“자네가 전해준 티켓으로 마이클과 함께 다녀왔는데. 정말 좋아하더군.”
“그랬어?”
“음, 아무래도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너무 마이클에게 무신경했던 거 같아. 내가 적응하려면 마이클은 더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우리 모두 처음 경험하는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는 법이니까.”
“하하! 맞아. 자네의 말대로지.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될 거야.”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크가 정우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아이 정말 예쁘더라. 진심으로 축하해.”
“고마워. 이렇게 직접 와주고.”
“친구가 당연히 와야지.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응!”
그 뒤로도 병원을 찾는 사람은 제법 있었다.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소연이의 산후조리를 도우며 훈련도 병행했다.
‘장모님이 계셔서 다행이야.’
아이가 태어나고 아버지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어머니들은 모두 남으셨다.
원래는 아버지가 반대하셨지만, 정연이를 보고는 말을 바꾸셨다.
‘손녀가 그렇게 예쁘셨을까.’
처음에는 어머니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가 먼저 정연이를 위해 어머니가 남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두 어머니 사이에 소연이는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우는 처음보다 여유로워진 시간 속에서 훈련에 열중할 수 있었다.
* * *
12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우의 훈련에는 마크 역시 참가하면서 파트너가 생겼다.
거기에 김중호도 미국에 들어와서 두 사람의 훈련을 도왔다.
“하나만 더! 하나만!!”
“헉! 헉!!”
두 코치의 독려를 받으며 훈련에 임한 덕분일까?
아니면 파트너가 생기면서 경쟁의식이 강화돼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연이가 태어나면서 책임감이 더해져서일까?
훈련에 임하는 정우의 집중력은 처음보다도 더 높아졌다.
“라스트 하나!!”
정우의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걸 간파한 김중호와 알렉스는 그의 훈련강도를 조금씩 더 높였다.
덕분에 정우는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체력과 스트렝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처음 계획했던 무게보다 10퍼센트나 더 높여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니…….’
알렉스는 새삼스레 정우의 잠재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속도로 훈련을 소화한다면 본격적인 실전훈련에 들어가면 그 결괏값도 기대되는데.’
실전훈련이란 피칭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번 시즌 정우가 계획하고 있는 피네스 피처와 파워 피처의 조화.
거기에 나아가 구속의 상승과 구종들의 피치터널의 통일화까지.
다양한 숙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그 숙제를 풀기 위해 피지컬의 상승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피지컬의 상승이 그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속도라면 컨트롤적인 부분을 제외한 구속적인 측면은 해결될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컨트롤적인 부분이지. 이건 이런 스트렝스 훈련보다는 감각적인 부분이니까.’
구속을 증가시키면 제구력은 떨어진다.
이건 불변의 법칙과도 같았다.
이 법칙을 깰 수 있는 건 투수의 타고난 감각에 있었다.
TV 속에서 봤던 정우는 분명 훌륭한 선수였다.
백 마일의 공을 던져도 제구력이 충분히 잡혀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구속을 더 끌어올렸을 경우 제구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제구가 흔들린다면 정우가 꿈꾸던 최종진화도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좋았던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충분히 주의해서 변화를 주어야 했다.
‘오늘이면 답이 나오겠지.’
오늘부터 본격적인 실전훈련에 들어간다.
그 훈련을 통해 그동안 정우가 해왔던 훈련들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훈련을 추가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 * *
스트렝스 훈련을 마무리한 정우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캠프에 설치되어 있는 실내 불펜장에서 가볍게 공을 던졌다.
쐐액-!!
뻐억-!!
그가 던진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 맞은편에 있는 마크의 글러브에 꽂혔다.
“어후! 살살 좀 던져!”
마크가 얼굴을 찡그리며 정우에게 외쳤다.
그의 외침에 정우는 사실 할 말이 있었다.
‘그렇게 세게 던진 것도 아닌데.’
하지만 정우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던지는 공들이 하나같이 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쐐애액-!!
뻐억!!
분명 가볍게 던지는 데도 공은 빠르게 날아 묵직하게 꽂혔다.
‘느낌이 예전보다 더 좋아졌는데?’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스트렝스 훈련이 벌써부터 효과를 보는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대로 마운드에 오른다면 이전보다 훨씬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을 거 같았다.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자 빨리 실험해 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은 욕망을 꾹꾹 참아내며 어깨를 풀었다.
그리고 몸풀기가 모두 끝난 뒤, 정우가 간이마운드에 섰다.
“오늘은 전력으로 던지지 말고 50퍼센트 정도의 힘만 이용해서 던지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렉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사이 알렉스는 김중호와 함께 장비를 세팅했다.
“이 정도 설비에 이글아이를 설치하려면 초기비용이 많이 들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하지만 최근 이글아이는 필수품이 되었다시피 합니다. 다른 캠프들도 모두 갖추고 있죠.”
알렉스의 설명에 김중호는 역시 미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이글아이가 설치된 아카데미를 찾기 힘든데. 여기는 이 캠프에서만 5대나 설치되어 있다니…….’
확실히 미국의 인프라는 차원이 달랐다.
‘한국에 돌아가면 설비를 더 늘려야겠어.’
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이, 준비가 모두 끝났다.
“언제든지 던지셔도 됩니다!”
“예!”
고개를 끄덕인 정우가 마운드에 서서 투구준비에 들어갔다.
“후우……!”
오랜만의 투구다.
가슴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신체 구석구석의 신경까지 느껴지는 거 같았다.
‘간다.’
준비를 끝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