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8화
“물건은 준비 잘 됐겠지?”
“물론입니다.”
로젠은 부채로 입을 가렸다.
이번 부채에는 검은 장미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 로젠 앞에는 짧은 머리를 한 남자가 검은 구슬을 들고 있었다.
황금으로 만든 테두리가 장식된 검은 구슬 중앙에는 희미하게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게 그 고대의 아이템이란 말이지.”
로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로크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한참 고민했었다.
처음에는 몬스터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브리타 산맥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생태계를 이루어 자생하고 있다.
기사들을 시켜 몬스터를 유인해서 로크를 공격하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확신이 서지 않아.’
몬스터로 과연 놈이 죽을까?
몬스터로 죽일 수 있었다면 그 정도는 허크 선에서 깔끔하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놈이 더는 예전의 그놈이 아니라는 걸.
무능을 탈피해, 유능해졌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고대 아이템.
고대 아이템은 태곳적부터 존재해 온 아이템으로, 이 아이템에는 현재는 재현이 불가능한 능력이 깃들어 있었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놈을 확실히 죽일 수 있는 것이겠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확실하지 않다고?”
로젠의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분명히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아이템을 가져오라고 했을 텐데?”
“고대의 아이템이 가진 효과는 제대로 판명되지 않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아이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쓸모없을 수 있다는 말인데.”
로젠은 부채를 탁! 하고 접으며 심기 불편하다는 듯,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에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아이템이라면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네. 저도 자세히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그 아이템을 사용하면…….”
남자는 자신이 알아 온 정보를 털어놓았다.
설명을 들은 로젠은 돌연 큰 소리로 웃었다.
“오호호호호,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하마터면 목을 칠 뻔했잖아.”
로젠은 다시 부채를 폈다.
부채는 그녀의 입가에 드리워진 사악한 웃음을 감춰 주고 있었다.
“좋아. 그럼 허크에게 그 아이템을 주고, 지정한 장소로 로크를 유인하라고 해.”
“유인 방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흥, 그것까지 내가 알려 줘야 하는 건가? 나의 아들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허크 님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이 정도면 충분하지.”
로크는 상태 창을 보며 웃었다.
이름 : 로크 바르커
성별 : 남
나이 : 15살
특성 : 루시드 드림, 꿈으로의 입장, 꿈의 편린, 꿈의 포식
힘 : 465 민첩 : 521 체력 : 555 마력 : 925
[없음]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 능력치가 오르는 것이 늦었다.
만약 다른 헌터가 그의 능력치가 오르는 것을 봤다면,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 곧바로 한강 물에 다이빙했겠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헌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로크 님, 긴장되지 않으세요?”
“뭐가?”
“아니! 이제부터 대결이잖아요! 그것도 브리타 산맥에서 몬스터를 잡는!”
브리타 산맥으로 이동하는 마차 안.
알프레도는 걱정되는 듯 말했다.
번트는 다른 곳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로크가 태우려고 했지만, 번트는 주군과 함께 마차를 탈 수 없다면서 고지식한 면을 들이밀었다.
사실 알프레도까지 끌어 내리려고 했었지만.
‘제가 사실은 말을 타면 죽는 병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라는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놀라운 건, 번트가 그걸 믿었다는 것이다.
‘그걸 믿네.’
뭐, 그래도 번트 덕분에 로젠과 허크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번트.
밤 사냥꾼 출신답게 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했다.
이로써 부족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회귀했다고 해도,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때 없었던 거니까.’
모르는 일에 대한 정보는 번트에게 맡겨 두면 된다.
아직 규모가 작긴 하지만, 로크의 머릿속에는 인재에 대한 정보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들을 어떻게 유혹할지.
빼올지.
그 방법도 잘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손쉽게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혼자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로크는 오만하지도, 그렇다고 자만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다는 건 헌터로 게이트를 공략할 때 수십 수백 번 체감하지 않았던가.
경험담이다.
‘물론, 이번에도 내 뒤통수를 프라이팬 같은 걸로 후려칠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확실하게 해 둬야겠지만.’
다시는 배신당하지 않으리라.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복수심.
로크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 복수심은 절대로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
화산처럼 들끓고 있는 동안 한예슬, 강철민에 대한 복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로크 님, 괜찮으세요? 뭔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응?”
“아항~ 로크 님~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긴장하고 있으신 거죠? 제가 그럴 줄 알고 이거 챙겨 왔어요.”
“그게 뭔데?”
“요강이요. 긴장하면 볼일을 보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필요 없어. 그리고 말했잖아, 긴장 안 했어.”
“정말요?”
“그래, 고작 이런 일로 뭘 긴장해. 이런 것보다 승급전에서 2승 2패일 때, 초반 인베에서 5킬 났을 때가 더 긴장됐지.”
결국 졌지만.
그 이후 30일 채팅 금지를 먹었다는 것이 조금 문제이긴 했지만.
그 아찔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게 뭔데요?”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저 정말 놀랐어요. 허크 님이 갑자기 와서 무릎을 꿇고 로크 님께 부탁할 줄이야.”
알프레도는 주위를 둘러봤다.
혹여 누가 듣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살핀 후,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허크 님도 이제 마음을 고쳐먹은 걸까요?”
“마음을 고쳐먹어?”
“네. 생각해 보세요, 그게 아니면 허크 님께서 왜 로크 님 앞에서 무릎 꿇고 도와 달라고 부탁했겠어요. 누가 봐도 로크 님을 인정한 거 아니겠어요?”
알프레도는 웃고 있었다.
로크는 오랫동안 자신이 모셔 왔던 주인이니, 그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몹시 좋은 모양이다.
원래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알프레도에게 있어서 로크는 이제 가족과도 같은 관계였다.
그것도 아낌없이 퍼 주고 싶은.
“순진한 놈. 네가 그래서 모태 솔로인 거야.”
“네!?”
“그러니까 여자를 못 사귀지.”
“아니! 여자를 못 사귀다뇨! 아니거든요! 그리고 순진한 거랑! 여자 못 사귀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여자는 조금 순진한 사람 좋아해요.”
“대세는 나쁜 남자지.”
“그게 무슨…….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네가 산 증인이잖아, 모솔.”
“이익! 아닌데요! 저도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어요.”
“못 사귀는 게 아니라, 안 사귀는 거라고?”
“당연하죠!”
“이야, 뻔한 대사……. 설마 이걸 진짜 듣게 될 줄이야.”
드라마나 그런 곳에서 들을 법한 대사를 실제로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잘 생각해 봐. 허크가 아무런 이유 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을까? 설마? 이제 와서 지난날의 과오를 씻으려고?”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놈, 무릎 안 꿇었어.”
“네? 아뇨! 제가 똑똑히 봤는데…….”
“네 각도에서는 못 봤겠지만, 그놈 마지막 자존심이 남았는지 바닥에서 무릎을 0.5cm 정도 띄웠더라.”
“…….”
“닿지 않았으니, 무릎은 안 꿇었다 이거지.”
그쯤 되면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 녀석이 반성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 아마 도와 달라는 부탁으로 나를 어딘가로 유인하려는 거겠지.”
“유인이요?”
“어. 뭐 대충 뭘 할지는 알 거 같은데……. 문제는 그 아이템이네.”
고대의 아이템.
솔직히 로크는 그런 종류의 아이템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책에서는 읽었지만, 고대의 아이템은 서적으로 정리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 꺼무위키 마렵네……. 치면 다 나올 텐데…….”
정보 부족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번트가 정보를 구해 온다고 할지라도, 고대의 아이템은 알 수 없으니.
“그, 그럼 어떻게 해요?? 함정이라는 소리잖아요.”
“함정이긴 하지.”
“그럼 그 부탁 안 들어주고…….”
“아니, 그러면 재미없지.”
로크는 웃었다.
그 웃음은 한없이 사악하며, 밤하늘보다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뭘 어떤 함정을 준비해 놨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눈앞에서 부수는 맛이 일품이란 말이지.”
그 어떤 함정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다면, 그것을 부술 뿐이다.
‘로젠을 불러오는 것까지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건 접촉해서 어떻게든 기억을 읽는 것뿐.’
어머니의 영혼을 가져간 놈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서 판을 키운 것이다.
로젠이 스스로 저택에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
‘아직까지 경계가 심해서 접근할 수 없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어떻게 되든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어. 그 틈을 타서 기억을 읽자.’
“그러기 위해서는…….”
로크는 어딘가에 있을 허크를 떠올렸다.
“양팔을 자른다면, 충분히 어수선해지겠지?”
* * *
“토르 님.”
“…….”
“왜 이 일을 허락하신 겁니까?”
“뭘 말하는 거지?”
토르는 굳이 대결 장소까지 가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결과.
굳이 중간 과정을 보기 위해서 귀찮게 마차를 타고 이동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는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대결 말입니다.”
“문제 있나?”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언젠가는 거쳐야 했을 과정이고, 이로 인해서 한 명은 떨어지게 되겠죠.”
“그렇겠지.”
“그런데 왜 로젠 님의 부탁을 들어주신 겁니까? 직접 대결로 펼치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브리타산맥에서 몬스터 사냥이라니, 분명히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칸트라는 로젠이라는 여자를 안다.
비열하면서 속이 검은 여자, 거기에다 향상심과 출세욕이 얼마나 강한지.
게다가 끝없는 탐욕은 그녀에게 강한 행동력을 주었으며, 그녀는 위로 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희생된 그 아이들만 생각해도…….’
“분명히 함정입니다. 토르 님,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재고를…….”
“아니, 나는 로젠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
“네?”
“나는 로크의 부탁을 들어준 거다.”
토르는 칸트라가 준비한 차를 마셨다.
그는 여전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로크가 와서 그러더군, 로젠이 와서 어떤 부탁을 하든 들어 달라고.”
“로크 님께서……? 그럼 설마.”
칸트라는 놀랐다.
이것 또한 로크의 계획에 있던 일이라는 것이다.
허크를 도발.
그가 무모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한 후, 현장을 잡아 로젠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직접 가문으로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로크는 그녀가 이곳에 온 이후 어떻게 움직일지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허…… 그거참 대단하군요. 로크 님은 다른 사람이 바로 앞을 보고 있을 때 이미 저 너머를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도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알기 힘들군요.”
“재미있더군.”
토르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상당히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로크가 자신을 찾아와 부탁할 때 말했다.
‘결과로 말씀드리죠.’
원래라면 그런 부탁은 들어주지 않겠지만, 맹랑하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허락했다.
이제 남은 건 결과뿐.
자신이 부탁까지 들어줬다.
만약 그에 합당할 만한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고 오지 못한다면……
그 이후는 그때가 되어 보면 알 것이다.
* * *
그 시각.
로크는 브리타 산맥 깊숙한 곳에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절대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이곳에 존재했다.
“왜…… 게이트가 여기에 있는 거지……?”
거대한 게이트에는 불길한 녹색 빛이 감돌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마치 헌터의 존재를 환영하듯, 강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