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31
131
64.암흑계 평정(3)
칠흑처럼 어두컴컴한 부둣가.
그곳을 간이 조명이 은은하게 비췄다. 그렇게 밝지도 않고, 너무 어둡지도 않았다.
수평선이 바라다보이는 부둣가에서 7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빙둘러 싼 채 대화 중이었다.
장천수와 3명의 아들, 4명의 사장단들이었다.
“윤이하고 승재는 현재 작업 치고 있는 마탑의 상황에 대해서 먼저 말해봐라.”
“예, 회장님.”
개중에 진서윤과 이승재는 그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으며 계속해서 눈치를 봤다.
“이준혁과 접촉하기 위해 이혜은을 끌어들이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진서윤이 먼저 포문을 열자, 장천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가 이준혁의 내력에 대해 물어 보다가 일이 틀어졌습니다.”
“뭘 물어봤나?”
“오빠가 마법사니까 연기력 부분에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성급했군.”
“반쯤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정말 오빠가 마법사라고 생각하는지 많이 당황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뭐? 마법사? 푸하하하······.”
“······.”
장천수는 진서윤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푸하하. 누님, 섭외할 연예인에게 마법사니 뭐니 그런 뚱딴지 같은 소리를 던지는 법이 어디 있소? 무슨 다단계 회사인 줄 알고 섭외를 파투 낸 거 같은데······.”
“······.”
장천수의 막내아들인 장형락의 노골적인 비하에, 진서윤이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곧 여상한 표정을 되찾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동안 마탑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무슨 이상한 느낌?”
장천수는 너무 웃어서 눈물을 쏙 뽑았던지, 눈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그렇게 물었다.
“마탑에서 만든 아이템의 특이한 효능이나, 신약의 효능 등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엔···.”
“어이, 진서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장천수의 뒤에서 보조하듯 우측 편에 서 있던 윤남기가 그녀를 노려보며 그렇게 끼어들었다.
“진짜 마법사일 수도 있단 말이다.”
“미친년.”
“낄낄낄.”
“누님, 요새 판타지 영화 너무 많이 보고 감동 받은 거 아니오? 요즘 세상에 마법사라니, 씨발!”
진서윤은 상관과 동료들의 노골적인 비웃음에 오히려 당당히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말할 때 당당히 가슴도 펴고, 목소리도 크게 내었다. 꿇릴 게 없단 뜻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녀의 두드러진 가슴 라인에 홀려 그러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만.”
결국 장천수가 나서 부하들의 비웃음을 제지했다. 그리곤 시선을 돌려 이번엔 이승재를 쳐다보았다.
“어이, 이승재. 너도 같은 생각이냐? 마탑에 마법사가 있단 소리.”
“예. 저도 같습니다.”
“뭐!?”
“저 새끼도 같이 돌았나?”
“진서윤이나 저 새끼나 아주 쌍으로 돌았네.”
장천수의 어이없는 표정을 대변하듯, 다른 부하들 또한 너나 할 것 없이 미쳤다고 두 사람을 타박했다.
하지만, 진서윤 때처럼 이승재 또한 말할 때 표정이 당당했다. 진짜 마법사에게 당해본 사람만이 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다.
저게 연기라면, 정말 헐리우드 뺨치고 아카데미 상까지 수상해야 될 정도였다.
‘난 사실만 말할 뿐이다······.’
이미 첸니르·가룬바에게 사실을 말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 어설프게 거짓말을 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할 바에는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했다.
‘들켜도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저 두 사람과 직접 손을 섞어본 사람은 이승재밖엔 없었다.
그러니 이승재 말고는 저 두 사람의 본신 실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니 더 좋고······.’
제대로 싸워보진 않았으나, 쪽도 못 쓰고 당한 걸 보면 어차피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흑천회 전체와 맞서 싸울 순 있을까? 이번에 넘어오는 삼합회 세력까지 합류할 시에는?
이승재는 그 점이 몹시 궁금했다.
‘나는 그저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그 후의 뒷감당은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승재는 동료들의 비아냥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자세를 꼿꼿이 했다.
“네 말에 정녕 한 짓 거짓도 없으렷다?”
“예, 회장님.”
이승재가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대답하자, 장천수는 고심에 빠졌다.
‘진서윤뿐만 아니라, 이승재 저놈까지······.’
한 사람이 우기면 그게 얼토당토않는 소리가 되지만, 입이 한 개만 더해져도 아리까리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세 사람이 동시에 지껄일 때는 거짓도 진실이 된다. 장천수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너도 이미 마탑에 팔성회가 넘어간 걸 시인하는 거냐?”
“예, 회장님.”
“그럼 여태껏 그 사실을 부정한 건 왜였냐? 인제 와서 대놓고 밝히는 이유는 또 뭐고?”
“저는 지금까지 감시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면목 없게도 마탑에서 파견된 강자들에게 제압당해 조직이 통째로 넘어간 후, 식물인간처럼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크흠······.”
장천수는 되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오는 이승재를 보며 골 때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거짓말할 것을 염두에 두고, 몇 번 물어보다가 애들을 시켜서 서해 앞바다에 매장시켜 버리려고 그랬다.
하지만, 일이 오묘하게 돌아가니 도대체 무슨 방향으로 일을 틀어야 할지 고심이 되었다.
‘저 두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플랜은 원래 두 가지가 있었다.
삼합회 조직원들을 만나기 전에 손을 써서 저것들을 없애버린다.
두 번째는 삼합회가 보는 앞에서 조직의 힘을 과시할 겸 쇼타임 식으로 저것들을 없애버린다.
‘없애버린다’라는 명제 하에,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좀 틀어져 버렸다.
“그럼 승재 너의 뒤를 따라온 두 놈들이 설마······.”
“맞습니다. 이번에 마탑에서 파견 나온 실력자들입니다. 저도 그들에게 제압당해 조직이 통째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커흠······.”
“병신같은 놈. 그걸 말이라고······.”
“이승재, 너는 더 이상 우리 패밀리에 낄 자격이 없다. 자존심이 있으면 지금 당장 서해로 달려가서 입수해라.”
장천수가 깊게 신음을 흘리자, 그의 아들들과 부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떠들며 이승재를 타박했다.
진서윤은 그런 이승재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현재 회장과 조직원들은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아마 벌써 내가 짜바리라는 게 소문이 퍼진 거겠지.’
진서윤은 팔짱을 낀 채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10년 이상 조직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 버린 이상 미운정마저도 저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현재 장천수는 진서윤에 대한 처리는 전혀 관심도 없이, 오롯이 이승재에 대해서만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승재. 네가 보기에, 첸니르·가룬바라는 녀석이 우리 세력과 정면으로 맞붙으면 누가 이길성 싶으냐?”
장천수는 그렇게 물으며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윤남기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그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마탑의 두 사람이 당연히 이깁니다.”
“···뭐뭣?!”
콜록콜록.
불붙인 담배의 연기를 훅 빨아들이던 장천수.
그는 당황해서 빨아당긴 연기를 제대로 뱉지도 못하고 목을 잡고 콜록거렸다.
“미친 새끼. 너 진짜 돌았구나.”
“진서윤도 그렇게 둘이 아주 손잡고 잘 하는 짓이네······.”
이제 흑천회 일행들은 가식을 버리고 이승재와 진서윤 두 사람을 적으로 간주했다.
이제 겉으로 ‘패밀리’인 척하던 시간은 끝났다.
치리리링ㅡ!
흑천회 간부진과 조직원 수십 명이 준비한 공구통에서 연장을 꺼내 들었다.
각기 손에 맞는 연장들이었는데, 쇠파이프·몽키스패너·사시미 등등 그 종류도 아주 다양했다.
장천수는 아무 말 없이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벅벅 닦더니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너희들을 제거하기 전에 두 가지 플랜을 짰었는데,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구나······.”
“······.”
“···.”
장천수의 말에 이승재·진서윤은 ‘올 것이 왔다’라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직접 조직원들이 연장까지 챙겨든 채, 두 사람을 빙 둘러싸자 이제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천수는 긴장한 모습으로 잔뜩 굳은 두 사람을 비릿한 미소로 쳐다보았다.
“그냥 아무 말 듣지 않고 죽여버렸으면 기침할 일도 없었는데 말이야······. 너희들을 보고 있자면 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야. 그러니···.”
부우우웅ㅡ!
“회장님. 배가 도착했습니다.”
장천수가 부하들을 향해 진서윤·이승재 척결을 지시 내리려던 찰나, 삼합회 조직원들을 태운 고깃배가 풍도의 항구에 맞닿아왔다.
“일단 일어나지.”
장천수는 두 사람의 처벌을 잠시 유보한 후, 감시하듯 조직원들을 진서윤·이승재에게 붙였다.
그리고 옴짝달싹 못 하게 밀착했다.
“너희들은 두 번째 플랜으로 처리해주마.”
“······.”
“···.”
이승재와 진서윤은 지금이라도 이 지옥같은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만약 섣불리 어설프게 항거하다가 괜히 시체조차 온전히 못 건지고 처참히 죽는 수가 있었다.
“어서 오시오, 뚱팡 사장.”
“장 회장. 오랜만이오.”
M자 탈모로 머리가 벗겨진 50대 중반의 남자가 배에서 내리며 장천수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그러자 장천수 또한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깍듯이 인사했다. 본래 뚱팡은 삼합회 내에서 중간 보스 정도의 위치였으나 삼합회라는 조직의 힘을 빌어, 한국 최고의 조직인 흑천회 회장을 가볍게 오시했다.
“가지고 온 마약은 배에 있소. 이따가 확인해보시오.”
“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맺을 혈맹이 중요한 거지요.”
“그래도 사업은 확실히 해야 하는 거니까, 확인하라면 확인하시오.”
“···예.”
뚱팡의 고압적인 태도에 장천수가 잠시 표정을 일그러뜨렸으나,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었다.
“그럼 이쪽으로 건너오십시오.”
장천수의 말에 삼합회 일행들이 하나둘씩 부둣가로 넘어왔다.
시멘트를 깔아 길게 뻗은 부두에는 ㅅ자 모양의 방파제들이 좌우편에 가득 쌓여 있었다.
철퍽, 철퍽!
밤 공기를 머금은 바닷물 소리가 방파제에 부딪혀 철썩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바다에서 약간 떨어진 부둣가에서 곧바로 거래 문제부터 해결했다.
배에 잔뜩 실어 마약을 가져온 삼합회 조직원들.
마약이 담긴 가방을 펼쳐 안에 든 내용물을 흑천회 조직원들에게 넘겨주었다.
“킁킁······.”
그러면 약 감지에 특화되어 있는 조직원들 몇 명이 달려들어서 마약의 성분과 냄새를 확인했다.
주로 흑천회가 삼합회로부터 수입하는 마약은 대마초와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코카인, 물뽕 등이었다.
스윽.
흑천회에서 마약 탐지를 맡은 조직원들에 OK사인을 보내자 장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우측 편에 있던 윤남기가 부하 몇 명을 시켜서 검은색 가방 4개를 삼합회 쪽에 넘겼다.
모두 달러로 가득 찬 돈 가방이었다.
“거래가 무사히 성사된 것 같으니 이제 우리 식구들의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소. 혈맹은 그 다음에 합시다.”
“내부 문제?”
“예. 그건 바로······.”
쐐애애액ㅡ!
촤아아악ㅡ!
“푸화아악ㅡ!”
“끄아아아악ㅡ!”
장천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피가 튀고 살점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