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46
146
69.아빠가 되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마탑 타운.
본래 대동그룹 본사가 위치하던 그룹이었으나, 지금은 이름을 바꾼 이 빌딩이 바로 마탑 타운이었다. 30층으로 이루어진 빌딩은 1층을 제외한 전층이 마탑 그룹의 각 계열사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 마탑 타운에서도 제일 꼭대기 층인 회장실은, 유진광.
그리고 그 바로 아래층인 29층은 이준혁이 쓰고 있었다.
실장실은 모든 사무실을 통틀어 회장실만큼 큰 100평 규모의 드넓은 장소였다.
타닥탁탁탁!
벅벅!
“아오, 진짜 생각이 잘 안 나네······.”
찬규는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중,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아이디어 뱅크였던 이준혁이 월북한 후, 그는 작품 전개에 애를 먹고 있었다.
“준혁이가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
원래 3연참하던 연재도 1일 1편 연재로 바뀐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주인공이 자리를 비우면 어쩌라는 거야······.”
현재 찬규의 작품 ‘10서클 고딩의 귀환’은 이준혁의 동선 라인을 고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지구로 귀환 후, 보석을 파는 과정은 진작에 넘어갔고, 히로인과 만나는 장면과 재벌 그룹과 엮이는 것, 그로 인해 사업을 하는 것 등등.
찬규는 이준혁의 인생을 모티브로, 거의 수필에 가까운 작품을 적어나가고 있었다.
“왜요. 찬규 씨. 작품이 잘 안 풀려요?”
이지연은 찬규의 오열하는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다가, 녹차라떼를 하나 건네주며 그렇게 물었다.
실장실에 거의 카페 수준의 최고급 수백억짜리 수제 기기를 갖다 놓은 이지연은, 그걸로 실험적인 차를 많이 만들고 있었다.
지금 찬규에게 건넨 녹차라떼도 그냥 녹차가루만 탄 게 아니라, 안에 초코 펄(구슬 모양의 떡)도 잔뜩 집어넣었다.
찬규에게 그렇게 타주니 씹는 맛이 좋다고 아주 좋아했다.
찬규는 이지연이 가져온 녹차라떼를 빨대로 쪽쪽 빨아 당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 준혁이가 지금 북한에 갔잖아요. 그래서 제가 제 전작도 팔아먹을 겸, ‘내 성장속도 10000배’의 설정처럼 북한 인민들을 각성시켰거든요.”
“와, 대박이네요. 그럼 북한 인민들이 지금 정은이에게 쿠데타를 일으키는 건가요?”
“네.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갈 거 같은데, 중요한 건 연독률이······.”
“연독률이 왜요?”
이지연은 그렇게 물으며 달동네 사이트에 접속해 찬규의 소설 ‘10서클 고딩의 귀환’을 검색했다.
97 51.동창회(3) 1,326
98 52.친구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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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66.망명정부(3) 413
140 67.활빈당 365
141 67.활빈당(2) 285
“40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조회수가 거의 1/4토막이 났네요.”
이지연은 찬규의 연독률이 박살 난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그렇게 물었다. 예전엔 찬규의 작품을 빼먹지 않고 보던 이지연은, 최근 사무실에 자주 놀러오는 실프랑 놀아주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준혁이가 북한으로 넘어간 후, 하차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어요. 글이 산으로 간다나 뭐라나요······.”
“그래도 실장님이 월북한 건 사실이잖아요?”
“네. 그냥 차라리 준혁이가 정은이에게 직접 찾아가서 줘 패고 사업이나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인민들을 각성시키면서 너무 질질 끌어서 고구마가 되어버렸어요.”
“그렇군요.”
사실 이지연은 소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저 맞장구나 쳐주고 위로나 해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북한이 다시 화해하자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시해서 연독률이 더 안 좋아지는 거 같아요.”
“그럼 북한편을 빨리 끝내야겠네요.”
“네. 어쩔 수 없죠. 저도 쓰면서 재밌었는데 독자들이 보기 싫다고 하니까요.”
찬규의 푸념에 이지연이 10서클의 댓글란을 살펴봤다.
댓글
-사천황 : 도저히 못보겠네
-LanaThel : 초중딩이 좋아할만한 소설이군…
-j11s2p3 : 북한편 노잼
-개연성 : 끄아아아악… 오웩오웨에에에에엑 너무 유치 … 유치… 유아… 신생아들이 좋아할 소설이군욧! 이 소설을 산부인과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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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지연은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프리랜서인 찬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댓글로 봐선 많이 심각해 보였다.
‘빨리 실장님이 돌아와서 찬규 씨에게 기를 좀 불어넣어 줘야겠네.’
사실 찬규는 작품이 망하든 흥하든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달동네에서 계속 배너도 걸어주고 있었고, 외부 이벤트도 빠방하게 예약되어 있었다.
모두 웃돈을 주고 잡은 이벤트들이었다.
하지만, 이준혁의 ‘친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손해가 감수됐다.
‘찬규 씨는 정말 친구 하나 잘 둔 게 인생 최고의 성공이지.’
이준혁뿐만 아니라, 마탑 회장인 유진광 또한 박찬규의 작품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
-‘10서클 고딩의 귀환’의 IP를 활용한 1조 원대 대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영화화 결정. 투자자 대모집!
-마탑이라면 다 히트친다지만, ‘10서클 고딩의 귀환’은 글쎄······? 유료 조회수 300대. 사실상 유진광의 무리수?
-10서클 고딩의 귀환, 마탑 그룹을 설계한 마법사의 실존 이야기란 찌라시가 증권가에 나돌아···. 마탑그룹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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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광은 찬규가 쓴 소설들의 IP를 활용해 영화도 만들고, 해외 수출과 게임 개발 등등 다양한 분야로 적극적으로 푸시를 해주고 있었다.
‘진짜 남들이 보기에 과도할 만큼 밀어주기에다, 돈지랄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지연은 자신의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준혁이 번 돈으로 친구에게 몇조를 돈지랄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끼익.
두 사람이 사하라 사막처럼 횡한 100평짜리 실장실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그때.
“삼춘~!”
실장실의 문이 열리며 5살 여아의 앳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실프왔구나!”
“실프! 우리 귀여운 실프!”
찬규와 이지연은 실프가 회사에 놀러오자, 곧장 표정을 활짝 피곤 금발의 소녀를 반겨줬다.
“다들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제수··· 아니, 아리 씨.”
“언니. 반가워요. 근데 어제 봐놓고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이예요?”
“어머, 그랬나? 난 일주일쯤 지난 줄 알았지.”
“요즘 육아 보느라 아주 정신이 없는가 보네.”
실프가 들어온 후, 약간 피곤한 기색의 아리도 곧바로 뒤따라 들어왔다.
아리는 최근 실프를 돌보느라 개인 시간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실프가 좀 외로워하는 거 같아서 이준혁의 동생인 이혜은에게 SOS를 쳤더니.
-그럼 언니네에게 우리 집 마스코트인 ‘백설이’를 잠시 맡길게요. 사람 말을 알아듣는 신기한 강아지예요.
“알알(안녕하세요!)”
“어머, 백설이도 왔구나.”
결국 아리는 실프에다가 덤으로 백설이까지 떠맡게 되었다. 원래 백설이와 함께 무튜브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이혜은은 최근 마탑 엔터 간판 아이돌인 EX의 멤버 ‘한열’과 로맨스 드라마를 촬영하느라 바빠서 백설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실프의 친구도 할 겸, 겸사겸사 아리가 도맡게 되었다.
“실프, 백설이. 이리와. 언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네, 이모!”
“알알알!(고마워요, 이모!)”
실프와 백설이는 군침을 질질 흘리며 이지연을 뒤따라 갔다.
“찬규 씨. 준혁 씨에겐 아무 연락이 없어요?”
아리의 물음에 찬규가 잠시 움찔했다. 그러자 아리가 잽싸게 캐묻기 시작했다.
“최근에 무슨 연락이 왔군요.”
“네···. 저, 그게······.”
“뭐라던데요?”
지친 표정을 짓던 아리의 얼굴이 순간 만개한 꽃처럼 활짝 펴졌다.
“북한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곧 돌아오겠다고 연락은 왔는데요······.”
“언제요? 나한테는 카톡 하나 없었는데······.”
아리는 순간 섭섭한 마음과 함께 야속한 마음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만 쏙 빼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연락을 한 걸까?’
“흑흑······.”
아리는 문득 슬픈 생각이 들던지,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가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혔다.
“제수··· 아니, 아리 씨. 왜 울어요. 준혁이가 곧 돌아온다는데, 돌아오면 왜 이리 늦었냐고 혼내줘야죠!”
“흑흑흑······.”
“준혁이 이놈 안 되겠네. 돌아오면 제가 몇 대 때려주면서 제대로 참교육하겠습니다. 감히 아리 씨를 울리다니.”
찬규는 펑펑 눈물을 흘리는 아리의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해하다, 그렇게 외쳤다.
찬규와 아리가 그렇게 신파극을 찍던 그때.
끼익.
실장실의 문이 열리며, 땡빼··· 아니 후드티와 스키니진을 입은 멀대 같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 이준혁?”
아리의 등을 두드려주며 다독이던 찬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그렇게 외쳤다.
“여, 잘 지냈냐 대문호 양반?”
“준혁 씨!”
방금 전까지 눈물을 펑펑 쏟던 아리가 얼굴에 묻은 눈물을 벅벅 닭아내며 도끼눈을 한 채 이준혁에게로 걸어왔다.
*
‘아, 이거 참 난감하네······.’
일부러 아리가 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사무실로 돌아오긴 했는데, 울고 있는 아리의 모습을 보니 너무 살벌해서 농담도 못하겠다.
“그동안 연락 한 통 없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게 북한 사정이 너무 급작스럽게 돌아가서··· 너무 바빠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하소연하는 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마디 툭, 던졌다.
“저 말고 정은이를 걱정하라고 했잖아요. 정작 큰일 날 사람은···”
“정말 못 됐어!”
아리는 나에게 달려들며, 내 가슴을 툭툭쳤다.
나는 그런 아리를 안고,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줬다.
“미안해요. 아리 씨.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
“다음에 어디 떠날 때는 꼬박꼬박 연락할게요. 그러니 이만 화 풀어요.”
“···진짜죠?”
아리는 내 호언장담에 다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돌아간 채,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거짓말.”
“에이씨~!”
나와 아리가 농담하는 것을 지켜보던 찬규는 갑자기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더니 무언가를 끄적이며 중얼중얼거렸다.
“남녀 사이는 밀당이 중요. 메모메모······.”
“찬규 씨! 뭘 또 이상한 걸 보고 적는 거예요?”
찬규가 수첩에 필기하고 있는 것을 뒤에서 걸어오던 이지연이 발견했다.
“준혁이가 밀당에 아주 고수인 거 같아요. 여자를 어쩔 때 울게 하고, 어쩔 때 웃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아는 거 같더라고요. 스킬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도 보고 배워야죠.”
“그런 이상한 스킬 배워서 써먹다가 아랑 씨에게 뺨따구 후려맞아도 저는 책임 못 져요.”
이준혁에게 안긴 아리 또한 고개만 빼꼼히 돌린 채, 새침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자.
“허허, 참.”
찬규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수첩과 볼펜을 다시 서랍 안에 집어 넣었다.
“아빠아ㅡ!”
“알알!(주인님!)”
그때 저 멀리서 금발의 귀여운 소녀와 백설이가 나를 향해 달려 왔다.
“실프, 백설아!”
나는 두 마리 아기 강아지들을 양 손에 끌어안으며 그렇게 외쳤다.
백설이는 오랜만에 봐서 정말 좋았고, 실프는······.
“내 딸······.”
“아-빠아ㅡ!”
실프는 내가 가진 생에 첫 딸이라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