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58
158
74.포식자(3)
“크으윽······. 제기랄!”
차대훈.
그는 분노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비참한 심정으로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마치 남들의 시선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차대훈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마치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마구 비웃는 듯한 환상이 들었다.
다다다다!
“회장님! 엘리베이터 나두고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쌩~!
차대훈은 비서진들의 만류를 쌩까고 허겁지겁 비상구 계단을 달리듯 내려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는 정신없이 비상구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마탑 팬시의 탄생.
그때까지만 해도 차대훈은 대동그룹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한데.
-회장님. 마탑 팬시에서 파는 수능 아이템이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차대훈은 아침 출근 때부터 신기한 가십거리를 보고하는 비서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보고할 게 얼마나 없길래 그런 시답잖은 보고나 올리냐고, 하면서 야단을 쳤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바로 전설의 시작.
-마탑 팬시, 마탑 쥬얼리로 사명 개명. 이제 수능 아이템을 넘어 쥬얼리 시장도 평정?
비서는 이번엔 아예 보고도 올리지 않았다.
차대훈이 워낙 비즈니스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법이니 주술이니 하는 사이비스러운 용어는 아예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데.
-대동그룹. 이번엔 마탑 시리즈로 제약업종 진출! 출시 제품은 영양제부터.
이번엔 비서가 아닌, 자신의 아들이 흘러가는 식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아버지. 요즘 대동 그룹에 마법사가 있다는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뭐 마법사? 너 미쳤냐?
-마탑 쥬얼리에서 만든 아이템에서 이상한 효능이 생긴다나요? 저희 딸도 이번에 마탑 쥬얼리 팔찌를 사줬는데······.
-그딴 허튼 데다 돈을 왜 써? 네놈도 설마 미신 같은 거 믿냐?
-아닙니다, 아버지. 요즘 하도 유행하길래 제품 분석 겸 한번 사봤습니다.
진성은 최근 구블의 모바일OS 관련한 줄다리기 때문에 새로 떠오르는 신성 회사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업종도 겹치지 않으니 더더욱 더 그랬다.
-그런 잡스러운 놈들 신경 쓰지 말고, 구블이나 파웨이, 햐오미 같은 경쟁회사나 신경 써! 요즘 중국 회사들의 기술력 추격이 얼마나 거센지 알고 있지? 이미 턱밑까지 따라왔어!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반도체굴기 2025’를 선포하며 2025년까지 모바일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40%를, 통신장비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80%를 국산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실리콘밸리는 자유롭게 진화하는 생명체처럼 계속해서 세계 IT업계를 선도해나갔다.
결국 진성은 위에서 채이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흥강자들 때문에 하루하루 숨 막히는 생존경쟁을 하고 있었다.
한데, 이제는 마탑이라는 괴생명체까지 등장해버리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차대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마탑의 영향력 때문에 생존 위기에서 살인 위협을 느꼈다.
‘녀석들은 우리 진성그룹을 통째로 먹어 치울 거야···.’
예전 일본 전자 업계가 선진 기술력에 취해 방만하게 굴다가, 결국 진성에게 모조리 먹혀버린 것처럼.
진성도 그동안 등잔 밑을 못 보고 방심하다가, 치료할 수 없는 말기암까지 키워버렸다.
타다다닥!
털컥!
차대훈은 1층 로비를 후다닥 빠져나와, 허겁지겁 차에 올라탔다. 마치 귀신에라도 쫓기는 모양새였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포부도 당당하게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로 들어왔던 것과는 반대로, 지금은 비에 젖은 생쥐 꼴과 비슷했다.
“······.”
부우웅-!
차대훈이 차에 올라타자 기사는 말없이 운전을 시작했다. 차대훈은 드디어 안도감을 느끼며, 방금 전 유진광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자네 회사가 이렇게 나오면, 내 밑에 있는 하청 업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모두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걸세. 자네가 어떻게 그 많은 원성을 감당하겠나?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자네가 양보해주게. 내가 진성전자의 수익을 모두 포기하고 자네에게 양도하겠네. 아까 말한 계열사도 1개가 아닌 2개를 넘겨주지 어떤가?
차대훈의 애걸복걸에 유진광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하청업체요? 그동안 진성그룹이 원가를 제외하고, 겨우 공장 돌릴 비용과 인건비만 제외하고 모두 쥐어짜 버린 그 하청 업체들 말입니까?
-······.
-짜다짜다 안 돼서 도산하면, 부속품마냥 또 다른 하청업체를 찾아서 또 갈아 끼우고, 쥐어짜고······.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은 이상 당신이 어찌 하청업체를 논하며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래도···.
-제 말 아직 안 끝났으니까 좀 닥치고 계십쇼.
-······.
유진광은 더 이상 차대훈을 웃어른이나 업계의 선배로 대접하지 않았다. 그저 철저한 먹잇감으로 인식한 채, 날카로운 혓바닥으로 차대훈을 마구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출을 포기하니 뭐니 말 하시던데, 이미 포기하고 자시고가 없지 않습니까? 이제 그럴 결정 권한도 없는 사람이 마치 그럴 수 있는 것마냥 허장성세를 부리니 그것도 우습습니다, 그려. 허허허허······.
-······.
사시미 같은 유진광의 혓바닥이 차대훈을 난도질하고 지나가자, 차대훈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를 넘어 혼수상태에 빠질 지경이었다.
-그동안 진성이 문어발식 사업을 진출해서 치킨 게임으로 그 업종 경쟁자들을 다 죽여버리고 소비자들에겐 해외보다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며 갑질하셨죠? 자본으로 서민과 자영업자들 죽인 행태··· 기억하십니까?
-······.
사실 기억 못 했다.
학창시절 때도 때린 놈 보다 맞은 놈이 더 잘 기억하듯.
차대훈은 늘 다른 기업들을 줘패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맞는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신도 이제 한번 당해보십시오. 우리가 똑같이··· 아니, 백배 천배로 돌려줄 테니까.
이제는 줘패는 입장에서 뚜드려 맞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냉혹한 개무시에 허겁지겁 도망치듯 회장실을 빠져나오는 차대훈.
그의 뒤통수를 향해 유진광이 통쾌한 승리의 웃음을 터뜨렸다.
자그마치 10년. 10년 만에 과거에 당했던 개무시를 100배, 천 배 돌려주었다.
-이건 시··· 시작일뿐이야···!
그리고 마탑 전자가 만든 팩트폭행 로봇 ‘팩봇’도 말을 더듬거리며 차대훈에게 야유를 보냈다.
“후······.”
조금 전 기억을 떠올렸던 차대훈은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플랜B로 가는 수밖에 없다.’
무릎을 꿇어서라도, 자존심을 포기해서라도 평화적··· 아니,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보려고 했다.
돈으로 안 되면, 옛정에 호소해서 유진광의 마음을 뒤흔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뭐? 우리가 원래 이런 사이냐고? 당신 우리 사이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한 건데? 당신 그때 경총련 때 내가 악수 건넸을 때 받지도 않고 야리고 개무시했었잖아. 근데 인제 와서 아들뻘이라고, 잘 나간다고 친한 척합니까? 갑자기 뇌 리셋되셨어요? 그때 기억이 너무 미화되신 거 같아서 정정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당신 내 악수 무시하고, 나를 벌레 보듯 보면서 개병신 취급했어. 알어?
-······.
브레스를 뿜어내는 듯한 유진광의 분노에 차대훈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청업체 얘기를 꺼냈다가 되려 자신의 치부만 드러나서, 더 후드려 맞았다.
이제 남은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언론과 검찰,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총동원해서 마탑의 독주를 막아야만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진성그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산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도 있었다.
‘이준혁···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다.’
진성그룹뿐만 아니라, 이번엔 전 산업의 기업들과 그 종사자들이 촛불을 들고 탄핵 시위 때처럼 우글우글 모일 게 분명했다.
‘두고 보자, 이준혁······.’
차대훈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빠드득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다. 이제 냉정을 되찾은 그의 눈엔 유진광 따윈 없었다.
*
“흠······.”
나는 효자동 3거리를 지나쳐, 청와대의 정문(11문)에 도착했다.
‘원래 외부인들은 연풍문으로 출입한다던데, 나는 왜 정문으로 불렀을까······?’
본래 정문은 국무회의 때 장관급 이상이 출입하는 곳으로, 장관들도 출입증을 보이고 얼굴 대조를 거쳐야 통과되는 곳이었다.
‘한데, 나는 장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회의원도 아닌 일반 소시민일 뿐인데······.’
물론 고위 공직자 외, 일반인이 정문으로 출입한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과거 최순자가 제집 드나들 듯 정문으로 청와대를 들락날락거렸지···.’
박 대통령 시절 때, 최순자는 이명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매번 11문을 통해 관저를 드나들었다.
‘거의 일요일의 대통령이니 뭐니 하며 기자들이 자극성 기자들을 많이 썼었지.’
왠지 이 문으로 들어가려 하니, 내가 마치 비선 실세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 돼. 그렇게는 안 되지······.’
절대로 최순자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돈 욕심도 많이 없었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아, 네. 최종환 대통령님의 초대로 청와대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 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는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던 병사에게 제지당한 후, 신분증을 제시했다.
“이준혁 님. 신분 확인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네.”
나는 곧바로 정문을 지나쳐 5분쯤 걸어 관저에 도착했다.
“어서 오시게, 이준혁 군.”
“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나는 철테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최종환을 보며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정말 인자하게 생기셨네.’
하지만, 푸근한 웃음 뒤에 감춰진 냉철함 또한 얼굴 곳곳에 언뜻언뜻 엿보였다.
‘이 자리까지 쉽게 올라온 게 아니겠지···.’
한 나라의 최고 자리에 오르는 길이란, 늘 피의 길을 걷는 것과 동일했다.
‘왕도(王道)란 원래 그런 거니까······.’
본래부터 선한 성격이라 해도, 정치판에서 1-2년 구르다 보면 어느새 국개들의 더러운 찌든 때에 물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종환 대통령은 조금 다른 거 같았다.
“어서 들어오시게. 내 그동안 자네를 많이 기다렸네.”
“아, 그렇군요.”
이미 아리가 최종환 대통령에게 내 얘기를 했었기 때문에 나는 별로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데, 최종환이 갑자기 내 옆으로 불쑥 다가오더니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귓가로 은근히 노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자네 근데 내 허락도 없이 아리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
나는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는 대통령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