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79
179
84.3대 통신사
“푸하하하. 웃기당.”
“그치?”
나는 개인 사무실 밖으로 나와, 글쓰기에 한창인 박찬규에게 방금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해줬다.
“그놈도 참 염치도 없지, 어떻게 나한테 와서 도와달란 말을 하냐?”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옛날에 나한테 그런 식으로 대했으면, 평생 내 도움 바랄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
아무리 뭣모를 때, 철없을 때 저지른 짓이라지만 녀석은 지금도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지금은 돈이 궁해지니까 머리를 숙이고 있을 뿐, 결국 다시 여유가 생기면 검머짐(검은 머리 짐승)처럼 다시 모가지 빳빳이 들곤 대들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부모 재산까지 몰래 끌어다가 도박에 탕진한 놈이니, 더 볼 것도 없었다.
찬규는 갑자기 번뜩 좋은 생각이 났던지, 볼펜과 종이를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뭐 적냐?”
내 물음에 찬규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답했다.
“방금 네가 해준 얘기, 정말 좋은 소재인 거 같아. 소설에 써먹으려고.”
“뭐?”
나는 약간 어처구니가 없어진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원래 이런 게 바로 사이다잖아. 다른 사람들은 현실에서 못 하고 소설 속에서만 보거든.”
“그래?”
난 거의 뭐 맨날 하는데.
‘솔직히 이제는 내 인생이 사이다의 일상인가.’
예전엔 고구마만 너무 많이 먹어서 목이 메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이다를 너무 많이 먹어서 속 안이 탄산으로 따가웠다.
‘이젠 이런 사이다는 질린다.’
처음엔 나도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느낌에 취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고 나오면 기분이 좋지도 않고 찝찝했다.
‘다음에는 아예 직접 대면하지 말고 유진광이나 박태진을 시켜야겠다.’
아무래도 이런 건 역시나 나랑 잘 안 맞았다. 그런 건 딱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있는데,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뭐 있겠는가?
‘아무튼 찬규의 소재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
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했던 행동인데, 찬규는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갔다.
‘찬규가 하루라도 빨리 성공해야 될 텐데······.’
찬규의 소설은 최근 8권까지 진행되고 있었는데, 조회수가 초반에 원체 많이 떨어져서 지금은 유료 200~300대를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연독률은 그래도 계속 유지되고 있어서 다행인가.’
고무적인 것은, 6-7권부터 계속 고정적으로 따라오고 있는 400-500명의 독자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찬규가 아직 완결을 맺지 않고 길게 써나가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잘 해나가면, 찬규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겠지.’
찬규 때문에라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마탑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하나로 뭉쳐서 대항해야 하오.”
마탑 전자의 출범 후.
모든 전자업계는 물론이고, 통신과 기계, 그리고 전 산업 분야가 출렁거렸다.
그리고, 가장 큰 변곡점을 맞고 있는 분야가 전자와 통신 분야였다.
“어떻게 대항해야 한단 말입니까?”
진성그룹 차대훈 회장의 말에, SC텔레콤 회장 최기민이 그렇게 되물었다.
그들 외에 KC텔레콤과, LC텔레콤 등등.
한국의 3대 통신사라 불리는 재벌기업들이 조용한 한정식에 둘러 모여, 차대훈 회장과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다들 아직까지 마탑 전자와 통신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죠?”
“없소.”
“우리도 없소.”
“마탑 그 찌끄러기들이 리베이트를 한 푼도 못 주겠다고 해서 우리가 개통 허가를 안 내주고 있소.”
그들의 대답대로, 마탑은 현재 3대 통신사들에게 기기 판매 보조금이나 판매 장려금 등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 걸 지급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 간다.
일명, 누구는 최신폰을 할인 받아서 10만원에 샀는데, 누구는 출고가 110만 원 그대로 덤탱이 씌였다더라.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마탑은 양아치 폰팔이나 통신사들을 배불려 주는 대신, 자사가 직접 나서서 각종 할인 이벤트를 많이 했다.
가령, 마탑 전자 제품을 SNS같은 곳에 몇% 할인,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구매하면 몇% 할인, 마탑 지정 봉사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몇%할인 등등해서 많이 할인한 사람은 기기값이 80%를 싸게 사가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는 마탑의 정책을 우리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소.”
SC텔레콤 회장 최진기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핸드폰은 예전에 처음 출시될 때부터, 유통을 통신사에서 대부분 했다. 이름 그대로 다른 사람과 ‘통신’하기 위한 통신기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통신사들마다 개통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대리점을 확보했고, 그 밑에 판매점까지 점조직화해서 늘려나갔다.
결국 핸드폰 제조 업체들은, 옛날부터 통신사들에게 엄청난 금액을 주고 리베이트를 해야 했다.
한데, 마탑은 그런 공식적인 뒷거래를 간단히 씹어버리곤 ‘마이웨이’식으로 나갔다.
“마탑이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나라에서 개통된 마탑폰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SC텔레콤 회장 최진기의 말에 다른 통신사 회장들은 물론이고, 차대훈까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후······.
차대훈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녀석들의 핸드폰 개통을 저지할 수만 있다면, 분명 판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다.’
현재 마탑전자에서 판매하는 모든 스마트폰들은 개통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마탑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대답은.
-현재 통신사들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 개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였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현재 쓰고 있는 폰을 쓰면서, ‘개통을 기다리겠다’며 마탑 폰을 사갔다.
마탑이나, 소비자들이나 1-2주 내에 통신사들의 개통 허가가 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탑전자 VS 3대 이동통신사. 불붙는 대결.
-마탑전자, 이동통신사에 대해 보조금 일절 지원 못해. 핸드폰에 통신사별 로고도 못 새겨 줘······ 마탑 曰, 할인 이벤트를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겠다. 너네는 그냥 개통이나 해라.
-3대 이동통신사, 마탑 폰에 대한 개통 전면 불허. ‘개통해주면 우리가 너무 손해’
-마탑폰, 개통되지도 않는데 계속 팔려? 소비자들 曰, ‘개통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마탑의 입장을 지지한다’
-결국 리베이트를 놓고 마탑과 이동통신사 간의 정면대결?
마탑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자체 경쟁력뿐만 아니라, 마탑에서 생산된 모든 전자기기와 연결된다.
그런데, 그 중요한 핵심고리에 강한 타격을 입히면 다른 제품들의 강점도 자연스럽게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곧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마탑 스마트폰만 저지해도, 우리 진성은 생존해낼 수 있다.’
전화도 안 되는 휴대폰을 누가 들고 다닌단 말인가? 물론 마탑 스마트폰은 초소형 컴퓨터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기기지만 결국 통신 기능이 마비되면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흐흐흐. 이준혁,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겠다.’
감히 유진광을 앞세워서 나에게 개망신을 줘?
차대훈은 전에 마탑 그룹을 찾아갔다가, 유진광에게 개망신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준혁.’
최근 진성그룹은 오지랖 넓게 다른 해외 IT기업들과 연합해 공동전선에 합류했다.
연간 판매량 3억대.
전자부문 매출의 34%인 IM(IT & Mobile Communications)부문을 지키기 위해.
진성은 전 세계 모든 강자들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전국 시대 소진(蘇秦)처럼 ‘반(反) 마탑’ 연합을 구성했다.
진나라에 맞선 조, 연, 제, 위, 한, 초 6국이 힘을 합친 것처럼 연횡(連橫)책을 펼쳤다.
‘어디 한번 제멋대로 날뛰어봐라. 이번에도 네 뜻대로 되는지 두 눈 뜨고 똑똑히 두고 보겠다.’
마탑 제약 땐, 진성그룹이 손을 놓고 있었지만, ‘진성공화국’에서 진성이 직접 움직인 이상, 마탑도 결국 운신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위기를 느낀 전 세계 모든 ‘IT기업’들이 반 마탑 연맹을 구성해 마탑의 독주를 규탄하고 견제했다.
*
“통신사들이 아직도 우리 핸드폰의 개통을 불허하고 있다고요?”
“네, 실장님.”
나는 마탑 스마트폰과 관련해 따로 실무 회의를 하기 위해 정남룡 사장을 불렀다.
“왜죠?”
내가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시설까지 완비한 것은 맞지만 판매 전략이나 홍보는 전적으로 밑에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한데, 최근 이상한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국내 3대 통신사들과, 주파수를 빌려 쓰는 그 휘하의 알뜰폰 통신사들까지 마탑 스마트폰을 개통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리베이트 때문입니다.”
“리베이트? 아······!”
나는 리베이트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번뜩하며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허탈함을 느꼈다.
“설마 통신사에서 뽀찌를 달라는 소린 아니겠지요?”
“판매 보조금이나 장려금을 안 준다면 개통을 불허하거나, 아니면 전국 대리점 매장에 제품 진열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하, 참네······.”
가지가지 하네.
나는 애초에 그놈들하고 더럽게 손을 잡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리베이트 같은 건 일체 주지 않았다.
리베이트를 같은 걸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매달 요금마다 대리점에게 10~ 20%의 요금을 떼이고, 통신사에게도 뇌물을 따로 주고 제발 팔아달라고 해야 된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출고가를 왕창 높여버리고, 거짓 할인혜택으로 소비자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딴 거 안 줘도, 우리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정부에서 각 통신사마다 허락해준 통신 허가권.
통신사 이놈들은 그것을 권력인냥 지들이 틀어쥔 채, 핸드폰 제조사인 우리에게 뇌물을 내놓으라고 대놓고 갑질과 협박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옛날에 당한 적이 있지.’
예전에 공고 다니던 시절, 타 회사에 실습을 나가기 위해 핸드폰이 급하게 필요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과 함께 대리점에 찾아갔다가 바가지를 대차게 씌인 적이 있었다.
‘남들은 무료로 주는 핸드폰을 나는 40만 원이나 주고 샀고, 요금제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싼 요금제로 해서 3년 약정으로 해줬지.’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들.
게다가, 그러한 사기를 처음 당하는 고객들은 그저 폰팔이가 입을 터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잘 모르면 그렇게 당하는 것이다.
‘요즘도 폰팔이들의 그런 만행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각 통신사들에게 종속된 대리점들과 다시 대리점에 종속된 판매점들.
그리고, 대리점·통신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
일명 ‘폰팔이’들은 본사에서 나오는 장려금 등을 최대한 많이 타먹기 위해 소비자들을 등쳐먹고, 부모뻘 되는 노인들에게 특히나 엄청난 바가지를 씌웠다.
‘그동안 통신사들과 제조업체가 짜고 치며 소비자들을 많이 등쳐먹었지.’
원래 휴대폰 보조금은, 약관에 정해놓은 ‘합법 보조금’만 존재해야 한다.
한데 이놈들은 편법을 써서 제조사들과 짜고 치고, 본래 가격보다 출고가를 말도 안 되게 높여놓고, 각종 보조금·지원금으로 소비자들마다 전혀 다른 가격을 제시했다.
‘게다가 단통법이라는 희대의 미친 법까지 통과되면서 소비자들은 합법적으로 바가지를 쓰게 됐지.’
단통법은 할인은 제한하고, 출고가를 거의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미친 법이었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바가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이상한 미친법 때문에 국민들은 이중으로 사기를 당하고,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일자리 관련해서 오늘 최종환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었는데, 마침 잘 됐군.’
나는 겸사겸사 이번 일도 대통령과 논의해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입을 열었다.
“통신사들이 개통 안 해준다고 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예?”
내 말에 정남룡 사장이 눈을 번쩍 떴다. 걱정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를 향해.
“거기서 안 해주면, 우리가 통신사를 새로 개설해버리면 됩니다.”
“······!”
새로운 사업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