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58
258
122.혁명 군주
“어린노무 시끼가, 뭐라 지껄이는 기야?”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리한봉의 말에, 시커멓게 그을린 남자가 두꺼운 입술을 열며 그렇게 소리쳤다.
부리부리한 눈에, 어두운 남색 자켓을 입은 남자였다.
키는 작았지만, 몸매가 다부진 깡다구가 있어 보였다.
남색 자켓의 말에, 리한봉이 눈을 부릅뜨며 맞받아쳤다.
“나? 혁명재건단 단장 리한봉이다!”
“혁명재건단 단장?”
리한봉이 하는 말에, 남색 자켓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비웃었다.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가, 단장이 어쩌고 저째?”
어린애 보듯 깔보는 그의 말에, 리한봉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너, 조폭 새끼지?”
“뭐?”
리한봉은 오른팔에 적색 인민 완장을 찬 그가, 본디 석파의 대장 석철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석파는 본래 김정은 정권 때부터, 매춘과 밀매를 하며 성장해온 북한의 조직폭력배들 중 하나였다.
한데, 그런 석파의 대장 석철곤이 리한봉에게 젖비린내나는 꼬맹이라고 깔봤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것이다.
저벅저벅.
그는 이빨을 꽉 깨물며, 묵직해 보이는 주먹을 들어 보이며 리한봉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석철곤인 줄 알면서 감히 개기는 기야?”
리한봉에게로 가까이 접근한 석철곤. 그의 오른쪽 어깨가 순간 리한봉에게로 기울어졌다.
팟!
허리까지 회전시키며, 강맹한 바람을 일으킨 그의 주먹이 리한봉의 면전으로 막 도달하려는 찰나.
휙!
갑작스러운 공격에 리한봉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허들을 피하듯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그리고.
쐐액!
회피와 동시에,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리한봉의 우측 무릎이 석철곤의 옆구리로 이동했다.
퍼억!
“크억ㅡ!”
리한봉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했던 석철곤.
하지만, 목표했던 타점이 갑자기 틀어지면서, 그는 목표물을 잃은 화살처럼 방황하다가.
털썩!
리한봉의 깔끔한 일격을 얻어맞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
“···.”
사람들은 석철곤의 선동에 휘말려, 마구 인민재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터진 싸움과, 그 끝을 모두 지켜보았다.
도발은 길었지만, 싸움은 한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일합승부.
검객들의 진검승부처럼, 리한봉과 석곤철의 싸움도 공격 한 번에 모두 끝이났다.
“와아~! 한봉이 싸움 잘한다~!”
짝짝짝!
놀란 사람들 틈사이에서, 혼자 자체발광하는 김누리가 물개박수를 짝짝 치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자.
“저··· 저 간나새끼가 우리 두목을?”
“뭣들하나우? 싸게싸게 연장 챙기라우!”
석곤철처럼, 적색 인민 완장을 차고 있던 석곤철의 부하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리한봉을 둘러쌌다.
그들은 제각기 빡빡 깎은 머리에, 시커멓게 얼굴이 그을린 다부진 사내들이었다.
본디, 석곤철과 함께 보위성 간부들과 짜고, 온갖 지저분한 짓을 다하고 다니던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김정은의 독재에서 해방되자마자, 바로 입 싹 닫고 같이 손잡았던 보위성 간부들을 인민재판하고, 때려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새롭게 열린 신세계에서 서로 권력을 잡기 위해 아귀다툼하고 있었고, 그들의 눈에 있는 리한봉은 그저 거슬리는 꼬맹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타다닥!
20명의 조폭들이 연장을 꼬나들고, 자신을 감싸는 데도 리한봉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조폭들을 하나하나 쳐다볼 뿐이었다.
‘힘이··· 용솟음치고 있어······.’
리한봉은 과거 자신이 가졌던 ‘마력’의 힘을 되찾자,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과거에도 마력의 힘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얼타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잘 활용할 자신이 있다.’
방금전에도, 마력의 힘을 개방하자 시야가 확장되고 석철곤의 공격이 느릿느릿하게 보여지는 것을 체감했다.
게다가, 마력으로 충만한 몸이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월적인 움직임을 만들게 했다.
‘이 힘이면, 무쇠도 맨손으로 구겨버릴 수 있다.’
과거 리한봉은 마력의 힘을 키워서, 강철도 맨손으로 뭉개버리곤 했었다.
그러니, 저런 조잡한 각목이나 쇠파이프가 두려울 리가 없었다.
처적, 척.
척척!
무기의 사정거리까지 바짝 접근한 조폭들.
개중 하나가, 낮췄던 상체를 뒤로 재끼며.
홰액ㅡ!
쐐애액ㅡ!
곧바로 양손으로 무기를 치켜들고 크게 휘둘렀다!
‘흥.’
슬로우 모션을 보는 듯한, 녀석의 느려터진 공격.
리한봉은 녀석의 공격을 눈으로 하나하나 읽어나가며.
휙.
종이 한 장 차이로 어깨를 비틀어,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휘릭, 휙휙휙!
그리고,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발걸음을 옮겨, 녀석의 공격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이야아아압ㅡ!”
첫 번째 공격 이후, 주변에 있던 조폭들 또한 가세해 리한봉의 육신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휘둘렀고.
쐐액, 쐑!
휙!
땅!
리한봉은 마치,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가 날아다니듯 살짝살짝 상체를 회피하는 것만으로 녀석들의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다.
그러자, 각목과 쇠파이프가 허공을 가르고, 맨땅을 후려쳤다.
퍽! 퍼버버벅!
퍽퍽!
회피 후, 곧바로 리한봉의 처절한 응징이 시작되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질풍처럼, 조폭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던 리한봉이 눈에 보이지도 않은 주먹을 휘두르자.
“끄아아아악ㅡ!”
“끄억!”
“컥!”
“케겍!”
쨍그랑!
땅, 땅!
철푸덕!
20명의 조폭들이 손에서 무기를 떨어뜨리곤, 피를 토하며 곧바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앞으로 북한 주민들 앞에서 힘으로 굴종시키거나, 억압할 시 나 혁명재건단장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리한봉의 선언에.
“와아ㅡ!”
“재건단 단장이 석파 녀석들을 무찔렀다!”
“시라소니다! 시라소니가 환생했다!”
“말도 안 돼···! 방금 그게 진짜 사람의 움직임이었나?”
스마트폰을 들고 리한봉과 석파의 싸움을 지켜보던 북한의 주민들.
2010년도 중후반부터 북한에 보급되기 시작한, 성능 낮은 스마트폰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날래날래 마튜브에 올려서 광고비 좀 받아야가써!”
“나두 올릴기라요!”
“나두나두!”
남북한이 통일되면서, 마탑 전자와 통신이 진출한 덕분에 북한 주민들은 자유롭게 매직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임시로 매직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유심칩을 받아서 마튜브 방송국을 개설했고, 거기다가 북한 관련 영상을 찍어 올려서 짭잘한 광고 수익을 올렸다.
현재 북한은, 모든 문물이 개방되어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문물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개중에, 북한 사람들이 가장 빠르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바로 인터넷이었다.
“북한··· 아니, 한국 주민 여러분. 앞으로 누가 힘을 앞세워서 법을 어기고 행패를 부리거나 하면, 저 리한봉을 찾아 주십시오. 제가 다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와아ㅡ!”
“리한봉 만세!”
“혁명 군주 만세!”
“만세!”
리한봉의 선언에 인민재판의 광기에 젖어 있던 북한 주민들이 양손을 들고 만세를 외쳤다.
개중에, 혁명 군주 만세를 외치는 사람은, 과거 리한봉과 함께 청진 수용소에서 함께 탈출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준혁으로부터 과거의 힘을 되돌려 받진 못했지만, 대신 그때의 기억을 일부 공유받아서 리한봉의 등장을 열렬히, 미친 듯이 환호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리한봉은 마음속의 최초의 군주이자, 마지막 군주였다.
“진짜 혁명의 시대가 왔다! 우리도 잘살 수 있다!”
한 북한 주민의 외침이,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로 차츰차츰 번져갔다.
그들은 피 묻은 각목과 돌맹이를 집어던진 후, 리한봉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두려움 반 기대 반이 섞인 눈망울이었다.
‘음···.’
리한봉은 그런 북한 주민들은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을 규합해서 일자리를 나눠주고, 잘 먹고 잘살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과거 자신이 하려고 했었지만, 못했던 것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었다!
‘과거의 힘도 되찾았고, 든든한 마탑의 지원도 있으니 이번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리한봉은 이준혁으로부터, 한국의 마탑그룹이 리한봉의 혁명을 지지하고, 지원해주겠다는 약조를 받았다.
그래서, 리한봉은 마탑과 협조해 북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었고, 진정으로 북한을 재건할 수 있는 물질적, 육체적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혼란에 빠진 북한 주민들을 규합해서, 우리나라도 다른 강대국들처럼 굶어 죽고, 아파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할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그동안 김정은 정권이 붕괴된 후, 이리저리 이합진산을 거듭하던 와중이었다.
한데, 그 틈을 비집고 북한 정권의 ‘개’ 노릇을 하던 조직폭력배들이 활기를 쳤다.
그들은 곧바로 이빨 빠진 호랑이이자, 자신들의 주인이었던 북한 정권의 간부들을 인민재판하고,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북한의 신 권력층인 ‘돈주’들과 연합해 그들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았다.
돈주는 한국으로 치면, 대기업을 거느린 ‘재벌’들과 동등했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북한 사회 특성상 돈이 곧 ‘절대권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들의 권력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 힘으로 다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워 봅시다!”
“와아아아ㅡ!”
리한봉의 외침에, 누더기를 입은 북한 주민들이 희망에 찬 함성 소리를 내질렀다.
그들은, 리한봉이 그린 청사진에서 새롭게 변할 이 나라의 미래를 보았고, 기대를 걸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리한봉은 평양 고급 한정식 집에서 유진광과 마주 앉았다.
유진광과 만나기 전, 리한봉은 마탑의 지원으로 깔끔하고 값비싼 고급 양복을 지원받았고, 머리도 올빽으로 깔끔하게 넘겨 올렸다.
그런 리한봉의 훤칠한 모습을 보며, 유진광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혁명 군주님을 만나 뵙게 되니, 정말 영광입니다.”
“혁명 군주라는 말은 저에게 과분한 칭호입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리한봉의 겸양에 유진광이 고개를 내저었다.
“본인이 아무리 부정해도, 주변에서 그렇게 계속 떠받들면 그것이 곧 현실이 되는 법입니다. 정말 딱 보기에도 리 군은 늠름하고, 군주로서이 자질이 충만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유진광의 칭찬에 리한봉은 쑥스럽게 뒤통수를 긁적했다.
과거 혁명 정부 시절 땐 워낙 다급하고,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철저한 상명하복 체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남북한··· 심지어 동북 3성까지 통일된 마당에, 그러한 계급체계는 오히려 부조리만 낳을 뿐이었다.
그래서 리한봉은 재건단장을 맡으면서도, 늘 가장 아랫사람처럼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섰다.
그런 모습이 은연중에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유진광은 리한봉이 참 어른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나는 저 나이 때 뭘 했는지 몰라······.’
지금 리한봉의 나이가 19살, 고3이라고 하니 정말 너무 일찍 철이 들고 성숙한 셈이었다.
유진광은 이런 리한봉에게 북한 관련한 일을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리 군께서 혼란한 북한 사회를 안정화시키는데 협조해주신다면, 북한 주민들의 일자리 문제나, 식량 문제, 경제적인 문제, 의료 문제 등등, 모든 문제 사항들을 우리 마탑에서 깨끗이 해결해주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유진광의 제안에 리한봉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