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
다시 눈을 떴을 때.
현석은 던전 밖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언제 여기….”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찌이이이익-
그의 뒤에 자리하고 있던 던전의 입구가, 칠판 긁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소멸했다.
“허.”
현석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껏 던전이 완전히 소멸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라져도 일시적으로 ‘모습’만 감출 뿐.
그 기운은 여전히 남아, 훗날 다시 나타나는 식이었다.
하지만.
-어떤가 현석. 뭐가 느껴지나?
“아니. 전혀.”
이번만큼은 달랐다.
혹시나 싶어 현석이 주변의 기운을 감지했으나,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던전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것이었다.
-아무래도 네 심장 조각 때문인 거 같은데.
현석은 에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말고는 던전이 사라질 이유가 없었으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던전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이 돼.”
던전은 다른 것도 아닌 무려 현석의 심장 조각으로 생성 및 유지되는 공간.
그러니 아무리 인류가 무수히 많은 방법을 동원해 던전을 없애려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밖에.
대체 배신자들이 자신의 심장 조각을 어떻게 사용해 던전을 만들어 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건 던전 생성에 현석의 심장 조각이 사용됐다는 사실.
그리고 현석이 조각의 힘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던전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걔네들 좋아 죽겠네.”
현석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태정 길드의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게 분명했다.
단지 부산물을 한두 번 못 얻는 것과, 던전이 아예 사라지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였으니까.
현석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권혁우를 일찍 볼 수도 있겠군.”
현석은 기분 좋은 듯이 말하며 지도를 확인했다.
“그럼 다음 목적지로 가볼까?”
* * *
며칠 뒤.
태정 길드 본부.
최근 들어 그들의 사무실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뭐라고? 던전이 또 사라졌다고?!”
사업을 위해 사들였던 길드의 던전이 매일 같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던전이 사라지는 거야!”
태정 길드의 마스터, 조태일.
사무실에 그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덕분에 주변에 있는 직원들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조태일의 분노는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젠장! 지금 이게 몇 번째야!”
그가 책상 위에 있던 컵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와장창창!
날카로운 소음에, 직원들이 목을 움츠렸다.
띠리리리-
전화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조태일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뭐야?”
[저….]“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이번엔 어딘데?”
[렙틸리언 둥….]콰직!
부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태일은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그대로 전화기를 부숴버렸다.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너희들한테 그 비싼 월급 주는 줄 아나?”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관련자들을 전부 찢어 죽이고 싶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도 속이 시원할 것 같지는 않았다.
벌써 보고를 받은 것만 열댓 개.
자칫하면 길드가 그대로 파산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데….’
직원들이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길드원들은 대체 어디로 증발한 건지.
그들의 흔적은 물론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고.
던전 또한 소멸한 탓에 건질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있나.
‘젠장!’
조태일은 이를 바득 갈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때 ‘그들’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나?’
얼마 전 그는 한 길드로부터 태정 길드를 한국 최상위 길드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었다.
조건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떤 무덤에 봉인된 존재를 부활시킬 것.
‘그리고 많은 던전을 사들여 몬스터를 제물로 바치는 게 좋을 겁니다.’
‘추가로 인간도 제물로 바치면 더욱 좋습니다. 그러면 부활이 더욱 빨라질 테니까요.’
물론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몬스터를 비밀리에 유통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강력 범죄로 취급된다.
하지만 애당초 헌터 일이라는 게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이었다.
조태일도 지금껏 그래왔고.
무엇보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무덤을 담당했던 정선우의 실종.
그리고 몬스터를 유통하는 던전의 붕괴.
핵심이나 다름없는 곳들이 차례대로 문제가 생기자, 조태일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그들’이 절대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알아서는 안 된다.
단순히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태정과 그쪽의 차이는 거의 사람과 개미 수준.
만일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쪽에서 자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일단 던전이 붕괴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수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오늘 보고만 해도 어느덧 5개째.
첫날 던전 2개가 무너졌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어쩔 수 없군.’
조태일은 생각을 마친 뒤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예 길드장 님.]딱딱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혁우야.”
조태일이 전화를 한 자는 다름 아닌 길드의 2인자.
권혁우였다.
* * *
끄르르르….
쿠우웅-!
현석의 앞에 자이언트 멘티스가 쓰러졌다.
녀석의 둥지를 부수자, 심장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이번에도 있군.”
현석은 손아귀에 들어온 심장 조각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그가 부슨 태정 길드의 던전은 총 21개.
그리고 현석의 예상대로, 모든 던전의 보스룸엔 심장 조각이 숨겨져 있었다.
태정 길드의 던전에만 있나 싶어 다른 던전을 살폈지만 마찬가지.
그리고 그 크기는 천차만별이었다.
거의 없느니만도 못할 정도로 미약한 경우도 있었고.
힘이 제법 회복됐다고 느껴질 정도도 있곤 했다.
‘골렘처럼 몬스터가 재각성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때만 재수가 없던 건지, 다른 던전의 보스들이 별다른 이상을 보이거나 하진 않았다.
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권능을 사용했다.
[포식]화아아아아악!
그의 몸이 일순간 환하게 빛나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심장 조각과 자이언트 멘티스가 흡수됐다.
‘크기도 제법 적당했는데 이젠 이 정도로는 기별도 안 오네.’
어느덧 그의 마력량은 상당히 늘어난 상태.
이제 한 B+급… 어쩌면 A급에 근접해 있을 수도 있었다.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F급 때와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도약이었다.
물론 여전히 전생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오는 것 같네.’
전생 때처럼 신의 권능이라도 흡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면 태정 길드의 간부라도.
그들 정도라면 성장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반응이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현석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태정 길드는 상당수의 던전을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하나 같이 수익성이 높은 것들만.
시간이 흐를수록 낮은 등급의 던전에선 얻을 게 없어, 현석이 등급이 높은 던전만 쏙쏙 골라서 간 탓이었다.
“대체 왜 아무도 날 안 찾아오는 거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권혁우도 보지 못했고.
-그래도 곧 보지 않겠나?
“그래야 할 텐데 말이야.”
현석과 에단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쩌저적-!
던전이 무너져 내리고, 외부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려는 그때였다.
“음?”
4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이 현석의 눈앞에 나타났다.
태정 길드원들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드디어 적들이 나타났다는 생각에 현석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지만.
“…이게 다야?”
그것도 잠시였다.
현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눈을 굴려봐도 현석이 기다리던 조태일이나 권혁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사, 살려….”
현석에게 멱살을 잡힌 태정 길드원이 애원했다.
화르르륵!
하지만 현석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그를 태워버렸다.
스윽.
몸을 일으켜 주변을 훑어보니 불에 탄 시체가 즐비했다.
“아니, 어떻게 계속 털어도 무슨 먼지밖에 안 나오냐.”
그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일단 [포식]으로 흡수하긴 하겠다만은.
기별도 가지 않으니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애초에 태정 길드의 던전을 턴 이유는 조태일이나 권혁우 같은 길드의 핵심 인물을 끌어내기 위함.
하지만.
지금껏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이라고는 길드의 졸개들뿐이었다.
‘심문을 하려고 해도 아는 게 없어 시간 낭비밖에 안 되는 녀석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도망친 건가?”
-그 녀석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군.
조태일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안위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몸을 숨길 이유는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 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석을 피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권혁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아마 같은 이유겠지.’
조태일을 따라갔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 이상으로 던전을 터는 건 의미 없는 짓거리였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 현석?
“일단 조태일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야겠어.”
-하지만 녀석은 좀처럼 자신의 흔적을 안 남기는 녀석이 아닌가?
에단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태정 길드원들을 처리하며 현석과 함께 조태일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는 항상 대리인만 보내고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없었기에 그리 말한 것이었다.
지금껏 현석이 조태일을 바로 찾아가지 못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걸?”
-…?
“사람은 급하게 움직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까.”
평소의 조태일이라면 치밀하게 동선을 짜 계획적으로 이동했을 터.
하지만 갑작스레 ‘현석’이라는 위험 요소가 생긴 상태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현석이 태정 길드의 던전을 털기 시작한 건 고작해야 며칠인 탓이었다.
-그럴 수 있겠군. 그럼 그 정보를 아는 방법은?
“그것도 이미 생각해놨어.”
현석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계획이 조금 틀어지게 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던전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일단 심장 조각의 흡수로 대략 두 배 정도 늘어난 마력.
그리고 무엇보다.
“크… 이게 얼마냐.”
던전에서 얻은 여러 개의 몬스터의 핵.
현석이 입맛을 다셨다.
핵은 몬스터를 처리했을 때 아주 희귀하게 나오는 물건으로.
온갖 아티팩트 제작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던전에서 얻는 수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석이 혼자서 클리어한 던전만 20개가 넘었기에.
당연히 그가 수집한 핵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한 4억 정도 되려나?’
보통 개당 2,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곤 했으니까.
물론 수수료나 세금도 나가겠지만, 그럼에도 청소부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이제 좀 사람답게 살겠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거라면 여동생인 현지가 얘기했던 과외는 충분히 시켜주고도 남았다.
“일단 그거부터 해결하고….”
남은 돈으론 조태일의 정보를 사야지.
삑.
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의 화면엔 하나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이택민]현석의 오랜 친구였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