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
제6장 사후 처리 (2)
한성과 오창진이 나가자 존 스미스는 신음을 내뱉었다.
“박 대통령님.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전쟁 배상금까지 내라니요. 10대 기업을 빼앗기는 것만 하여도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지경입니다.”
“반란을 한 귀국의 잘못이지요.”
“어떻게, 재협상을 할 수 없겠습니까?”
“할 수 있겠습니까?”
박종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존 스미스는 이한성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막 나가지 않았던 것은 모두 이해우 육군참모총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라지니 이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습니다.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후우.”
이번에 입은 타격을 복원하려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미국에는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 될 공산이 컸다.
* * *
이래저래 피곤한 날이 아닐 수 없었다.
한성은 직접 전쟁을 하는 것보다 사후 처리를 하는 것이 골치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카렌 대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전쟁을 자주 하지 않았기에 잊고 살았을 뿐이었다. 언제나 전쟁 후 처리는 골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모두 끝낼 수 있었다.
한성이 강경하게 나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대규모 기자회견과 각처의 순방, 연회에까지 참석해야 할 것이었다. 이것은 한성이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그렇게 살려면 그냥 이곳에 넘어오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자유인가.”
한성은 청와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정 총경이 한성에게 달려왔다.
“잠깐만요!”
“볼일 없습니다.”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저를 귀찮게 하는 것이라면 싫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에요!”
“1분 드리지요.”
“장관이 되셨는데 몬스터부에는 한 번 정도 얼굴을 비춰 주시는 것이…….”
“못 들은 것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성은 그대로 텔레포트를 하려고 했다.
갑자기 강유정은 한성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못 가요!”
“정말 이러깁니까?”
“제발요. 지금 사람들이 다 모여서 장관님을 뵙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거참, 귀찮게 하시네.”
“부탁해요.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하아.”
한성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업무는 끝이 없는 것일까. 이래서야 무슨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일을 한 번 벌이면 그 처리가 끝도 없었던 것이다.
“단, 오늘 출근하면 이번 주 출근에서 빼는 겁니다.”
“당연하죠.”
“갑시다. 어차피 더러워진 김에 더 더럽히는 것이지요.”
“무엇이 더렵혀졌는데요?”
“오늘 하루.”
한성은 강유정의 손을 잡았다.
“워프!”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고 싶었던 한성은 아예 워프를 사용하여 사라졌다.
몬스터부는 서울컨벤션센터를 개조하여 만들었다.
몬스터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었고 국가의 존폐와도 관련이 있었기에 각 부처를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컸다.
산하 기관만 하여도 수십 개에 달하였는데 직속 예하 부대와 경찰력, 예산부처 무기 공급, 이능력자 용병 고용처 등 부서도 다양했다.
한성은 입구에 도착했고 경비를 서던 전경들이 경례를 붙인다.
“충성!”
“수고한다.”
한성이 들어가자 그들은 무전을 날렸다.
“장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몬스터부 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그들은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어서 오십시오, 장관님!”
“승전을 감축드립니다!”
“빨리 들어갑시다. 피곤합니다.”
“그러셔야지요.”
대회의장 역시 예전에 컨벤션센터에서 사용하던 그대로였다.
공공기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정도로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별의별 시설들이 다 갖춰져 있었으며 바닥은 대리석이다.
그야말로 오늘을 위하여 리모델링까지 하였으므로 외관과 내관이 번쩍번쩍했다.
대회의장은 그야말로 국회의사당을 방불케 하였다.
오페라 공연장처럼 높은 자리에서부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하였으며 피라미드식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 끝에 높은 계단이 있었고 한성의 자리가 배석되어 있었다.
몬스터부 장관 이한성
거대한 명패가 눈에 들어온다.
한성은 자리에 앉아 평소의 습관처럼 발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강 총경! 커피 한 잔. 진하게.”
“예, 장관님!”
곧 커피가 도착했고 한성은 편하게 마셨다.
누가 보았다면 집 안이라고 착각하였겠지만, 일단 그의 성격은 대내적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대통령도 제지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이제 막 전쟁을 끝낸 제가 할 일이 무엇입니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를…….”
“그걸 알아서 하라고 많은 돈을 주고 당신들을 고용한 것입니다. 저야 결재 서류에 사인이나 하는 존재이지요.”
“험험. 그래도 구상하신 계획이 있지 않으십니까?”
“전혀요.”
“아무것도 없으십니까?”
“귀찮게 왜 제가 그런 것을 생각해야 합니까?”
한성은 도리어 짜증을 냈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 게이지가 머리끝을 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일까지 하라고 하자 짜증이 확 솟구쳤던 것이다.
“인사 다 했으면 저 갑니다.”
“장관님!”
“그리고 잠깐 여행을 다녀올 것이니 찾지 마십시오.”
팟!
그는 워프를 하여 사라지고 말았다.
“…….”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건 대체 뭐지.”
“저런 사람이 장관이라고?”
“에휴.”
다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강유정만이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한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만세 삼창을 불렀다.
“만세! 자유다!”
“고생하셨어요!”
집 안에서는 샤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수정은 학교에 갔고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다고 한다.
“샤렐! 정말 죽는 줄 알았어.”
“힘드셨죠?”
“후우. 항상 그렇지. 전쟁보다 사후 처리가 힘들다는 것 말이야.”
“아론은 귀찮은 것을 무엇보다 곤혹스러워하셨죠. 아예 대신들을 미리 숙청해 버릴 정도로요.”
“그렇지. 하지만 여기서는 숙청하기가 곤란하단 말이야.”
“말 안 듣는 인간들은 싹 쓸어버리면 안 되나요?”
“그럴 수가 없어. 시대가 다르단 말이야.”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네요.”
카렌 대륙에서 한성을 항상 지켜보아 왔던 샤렐은 그보다 더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예 다 죽여 버리자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한성도 그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아무래도 여론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샤렐. 여행을 가도록 하자.”
“여행이요?”
“아직 이 세상을 구경하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괌이나 사이판에서 실컷 놀도록 하자.”
“좋은 생각이에요!”
샤렐은 단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샤렐은 유설화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서운해할 거예요.”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래도 후처로 들어올 사람인데 집안 어른으로서 제가 잘해야죠.”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샤렐은 전화를 들었다.
하여간, 샤렐은 이쪽 세계의 사고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보았다면 바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샤렐은 영웅을 한 여자가 차지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유설화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뭐래?”
“온다고 하네요.”
“에휴. 그럴 필요 없다니까.”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되죠.”
한성은 샤렐을 안아 들었다.
“꺄악!”
“그럼 그때까지는 자유로군?”
“아마도요?”
한성은 샤렐을 안고 침대로 직행했다.
* * *
저녁 무렵.
가장 먼저 유설화가 도착했다.
“사장님! 여행 가신다고요!”
“그렇다.”
“그래서 짐 싸 왔어요.”
유설화는 아예 여행 가방을 들고 왔다. 여행을 가기로 한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이미 호텔 예약은 강유정 총경을 통하여 마친 상태였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경비는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아예 펑펑 쓰다가 올 예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동생이 도착했다.
“오빠!”
“수정이 왔구나.”
“정말 대박이었어. 아예 깨끗하게 청소를 해 버렸던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오빠 이야기로 한국 전체가 떠들썩해.”
“전 세계가 떠들썩하겠지.”
유설화가 사족을 달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도착했다.
아버지가 한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아버지.”
“장하구나.”
어머니는 한성의 손을 잡았다.
가족들에게도 얼굴을 내비쳤으니 이제 곧바로 여행을 가도 될 것이었다.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얼마나?”
“이틀이나 삼 일 정도 괌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래. 고생했으니 좀 쉬어야지.”
그렇지 않아도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한성 스스로도 이번 여행을 즐길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올 때 선물 사 와!”
“생각나면.”
쿨렁!
한성은 비행기를 탈 필요 없이 곧바로 워프를 하여 괌으로 향하였다.